Chapter 98 - 98화-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백합 난교 파티를 벌이자
"어서 바가지 가져와, 여기 불 아직 안 꺼졌다고!" "의무병은 어디에 있나! 여기 부상자가 넘쳐난다! 다 어디로 갔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왜 여기가 습격당한 거야. 은폐막은 왜 작동하지 않은 거지?"
카르디안의 동생, 아르웬이 다스리는 영지, <세이렌 섬>. 영주인 아버지가 그리드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후계자였던 맏언니 카르디안마저 납치당하는 바람에 자동으로 영주의 자리는 아르웬이 계승하게 되었다.
영주의 자리에 오른 아르웬이 먼저 시작한 것은 준비였다. 이 세상에서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악마, 그리드에게 복수할 준비를 천천히 해나갔다. 사병들을 모아 단련시키고, 군량을 비축하고,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지들을 모아 그리드의 숨통을 끊을 비수를 아르웬은 서서히 준비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아르웬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함선이었다.
[그 쓰레기 새끼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철선이 필요해. 많은 철선이]
철선.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된 문명을 지닌 고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최강의 무기. 나무로 만든 범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강한 스펙을 자랑한다.
전신이 철로 되어있어 아무리 포를 쏴도 쉽게 침몰하지 않으며, 함포 사정거리도 길어 제아무리 범선이 100척에 달해도 철선 수십 척이면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다.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똑같이 철선으로 대응하는 것뿐이다.
그야말로 무적의 배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존재. 이러한 무적의 배들을 그리드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 무적의 배들로 이루어진 함대를 막아낸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막았다가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재와 먼지가 된 자들만 수두룩할 뿐. 그리드가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고 다님을 온 세상이 알고 있어도 누가 선뜻 나서서 그리드를 토벌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싸우고 싶어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고,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벽이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건 단순히 노력한다고 될 문제를 뛰어넘었다. 제대로 된 철선 하나 보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찌 놈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자연재해라 생각하고 무사히 지나가기를 빌자. 제발 여기는 지나가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신에게 빌자.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다수였다.
아르웬은 아니었다.
녀석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당장 멸해야 할 악 그 자체. 이 세상에서 반드시 지워버려야 할 악당이다. 그 악이 활개 치는 걸 어찌 보고만 있어야 하냐? 무적의 배들만 없으면 우리처럼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거늘, 왜 녀석을 이길 수 없다고 단정 짓는가? 우리도 똑같이 무적의 배들로 무장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래서 아르웬은 철선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려웠다. 페르포네를 통해 거금을 주고 철선 제작도를 구했지만,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시설이 아르웬에겐 없었으며, 그 시설을 만들 수단 또한 없었다. 만약 자신의 영지 내에서 고대 사람들이 남겨 놓은 시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분함을 참지 못하고 피가 날 때까지 손가락을 물어뜯고 지내야 했을 거다.
그 시설이 지금 공격받았다.
"적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다. 당장 쫓아간다!" "배는 놔두고 사람부터 구해! 영주님 명령이다!" "거기 비켜, 비켜! 부상자 옮겨야 한다고!"
달도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밤에 벌어진 기습. 시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그 결과, 제작 중이던 함선들은 출항하기도 전에 고철 더미가 되고 말았으며, 그곳에서 일하던 인부 중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적의 기습에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어째서 이 비밀 시설이 공격받은 걸까? 이곳은 마법으로 만든 은폐막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관계자들이 아니면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설령 들어온다 해도 바로 침입자가 있다는 걸 감지한 병사들이 바로 출동할 거다.
그래야 하거늘, 왜 공격받은 걸까? 왜 은폐막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적의 침입을 허용한 걸까? 척이 침입했음에도 왜 경고등이 울리지 않은 걸까? 이곳을 지켜야 할 병사들은 어디로 간 걸까? 왜 영주성에서 온 병사들만 온 걸까?
나중에 은폐막을 관리하던 자들이 살해당했고, 그로 인해 경고등이 울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시설을 지켜야 할 병사들이 여자들을 제외하고 다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사람들은 혼란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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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수고 많았어."
시설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디자이어 제국 소속인 함선 한 척이 망망대해에 떠 있었다.
파괴 공작을 훌륭하게 마친 전우들을 <제독> 카르디안이 반갑게 맞이했다.
"전원 돌아온 거 맞지?"
남색 머리의 제독은 물었다. 본래 직책은 함장이었으나, 충분히 전 함대를 지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강림이 함장에서 제독으로 승진시켜줬다.
뭐, 승진했다고는 해도 통수권은 엄연히 총사령관 이리스에게 있지만 말이다.
"다 돌아왔어."
바닷물에 흠뻑 젖은 초록색 단발머리의 여성은 답했다. 작전 수행을 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잠수복을 입은 그녀의 엉덩이에는 악어를 연상케 하는 꼬리가 달려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크로커. 수인 연합의 한 축이었던 악어족 수장이었으며,
지금은 황제 그리드를 위해 싸우는 악어 공작단의 대장이었다. 그녀와 함께 작전에 참여한 동족들도 전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부상자들만 다소 있을 뿐, 사망자는 없습니다.
크로커와 똑같은 잠수복을 입은 분홍색 단발머리의 여성도 그리 대답했다.
그녀의 이름은 스텔라. 그리드가 자신의 암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자들을 굴복시켜서 만든 부대, 암살 부대를 이끄는 대장이다. 스텔라는 구석에 던진 전리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전리품도 챙겨왔으니 주인님이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스텔라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밧줄로 꽁꽁 묶인 여성들이 있었다. 고이 잠들어 있는 여성들의 정체는 병사들. 시설을 지키기 위해 주둔 중인 병사들이었다. 남자는 죽여도 상관없으되, 여자는 되도록 살리라는 황제의 명에 따라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데려왔다.
깨어나면 이들도 적에게 잡혔다는 사실에 경악하겠지만, 그 뿐에 불과하리라. 이들도 결국 강림의 좆 놀림에 무참히 무너지게 될 거다.
"다 왔으면 당장 출발하자." "저기, 잠시만."
함교로 향하려던 카르디안을 향해 크로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괜찮은 거냐?" "뭐가?" "친동생과 싸우는 거."
그 말을 듣자 카르디안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 동생이 주인님의 노예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카르디안은 그리 대답했다.
"이미 거래는 끝났어."
그렇게 말하며 카르디안은 함교로 돌아갔다.
"진짜로 아무렇지 않은 건가?" "왜 그런 걸 묻는 거죠?"
의혹을 떨치지 못하는 크로커에게 스텔라가 질문을 던졌다.
"그냥, 동정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크로커는 갑판 위에다 벌러덩 누워버렸다. 갑갑한지 입고 있던 잠수복도 벗었다.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지만, 크로커는 신경 쓰지 않았다.
"똑같은 고통을 맛본 동지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말이 나왔어."
크로커는 그리드에게 패배했다. 패배하고 조교 당했으며, 모진 조교 끝에 결국 항복했다. 평생 그리드만을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그렇게 노예가 된 크로커는 다른 여성들도 자신과 똑같은 처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원 그리드에게 패배하고, 사로잡혔고, 모진 조교 끝에 그의 노예가 된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카르디안도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였기에 크로커는 동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녀석도 참 매정해. 언니와 동생을 서로 싸우게 만들다니."
철선을 제작하는 시설을 파괴해라. 정박 중인 철선 함대를 침몰시켜라. 기술자들을 모조리 납치해 다시는 철선 제작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아르웬의 숨통을 옥죄기 위해 강림은 스텔라, 크로커,
그리고 카르디안에게 이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스텔라는 크로커 위로 몸을 겹쳤다. 이미 잠수복은 벗은 상태이며, 안에 감추고 있었던 커다란 수박 한 쌍이 크로커의 젖가슴과 맞물렸다. 맞물린 상태에서 스텔라가 몸을 움직이지 크로커는 신음을 흘렸다.
"흐으으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무슨 의미야?" "아까 카르디안이 말하지 않았나요? 거래는 끝났다고."
약간 홍조가 띤 얼굴로 스텔라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 거래가 끝났기에 주인님이 카르디안을 이 작전에 투입시킨 겁니다. 아니었다면 다른 인물을 파견했죠." "그 거래가 자기 동생도 노예로 삼아달라는 거야?" "네."
스텔라는 긍정했다.
"지금 카르디안은 그것 말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
크로커도 그 긍정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 시설에 카르디안의 소중한 사람이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나도 얼핏 들었으니까." "가혹한 운명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주인님에게 걸린 이상 세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어느 순간 스텔라는 크로커의 잠수복을 아래로 끄집어 당겼다. 크로커 역시 스텔라의 잠수복을 끄집어 내렸다. 먹음직스러운 새하얀 두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동반 자살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일한 사람이 죽는 건 영 찜찜하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마세요." "후으읍?"
스텔라는 자신의 입술을 크로커의 입술과 겹쳤다. 주인님만큼은 아니나, 포로들을 심문하면서 배운 혀 놀림으로 크로커를 서서히 녹여갔다. 크로커의 두 눈이 풀리기 직전에 스텔라는 입술을 뗐다.
"죽을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주인님이 잘 조교 할 테니까요. 우리처럼 말이죠."
지금 농밀한 백합 섹스를 즐기는 건 스텔라와 크로커 뿐만 아니었다.
-아앙, 아앙 너, 오늘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네?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아 줘. 나, 죽는 게 아닐까 무서웠다고.
-우리가 이렇게 하면 주인님이 좋아하시겠지? 그러겠지?
다들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옷을 벗고, 몸을 겹친 채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주인님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금단의 섹스를 벌이고 있다.
전부 강림이 명령했기 때문이다.
'수시로 사랑을 나눠라. 그래야 제대로 협력할 수 있지.'
강림은 쓸데없는 갈등을 싫어한다. 현실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여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랑을 나누라고. 여자끼리 하는 사랑 나눔은 딱히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맘껏 나누라고. 서로가 친밀해져야 쓸데없는 갈등이 사라지니 한 번 빠지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하라고. 이러한 이유로 강림은 공식적으로 백합 섹스를 하는 걸 허용했다.
'커플을 따먹는 것도 나름 재밌을 테니까.'
백합 커플이 된 여자들을 농락하는 재미 좀 보자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참, 갑판 위에서 이런 걸 하다니. 우리 너무 오만한 거 아닐까?" "그런 말을 하는 주제에 꼬리는 풀 생각이 없잖아요?"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백합 난교 파티. 크로커는 어이없어하지만, 정작 그녀가 배 안으로 들어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스텔라의 지적대로 그녀의 꼬리는 자신과 스텔라를 꽉 조이고 있으니까. 조이면 조일수록 몸이 점점 밀착하고, 밀착할수록 서로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강림이 난입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강림을 증오하고, 무서워하던 크로커였으나, 이젠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언제 스텔라와 같이 따먹힐 순간이 올까, 라는 기대감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을 뿐. 폭군에 의해 망가진 악어는 오직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를 어쩌면 좋을까…."
크로커는 살짝 걱정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우리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는데, 주인님이 만족하실까?"
시설 파괴에는 성공했다.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목적 중 하나였던 함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빼돌려졌는지 한 척도 보이질 않았다.
기술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술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기습했으나, 벌레들만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혹시 이 일을 예견이라고 했던 걸까? 이유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임무는 딱 절반만 성공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강림은 어찌 나올까? 크로커는 몹시 두려웠다.
"혹시 또 전기 고문당하나?"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요?" "흐이이익?"
순간, 크로커는 감전된 것처럼 몸을 비틀었다. 언제 챙겼는지 스텔라의 손에는 소형 전기 충격기가 쥐어져 있었다.
"당신,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전기 고문당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아닌가요?" "흐이이이, 히에에에, 트,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기 고문을 당한 것에 트라우마가 생긴 크로커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전기로 조교 받는 걸 즐기는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태생부터 즐기는 걸 원한 건지, 아니면 망가졌기에 이 꼴이 된 건지 모른다.
알 수 있는 건 하나.
"혹시 모르니 미리 연습 좀 해볼까요? 주인님의 조교에 견디려면 일단 훈련해야 하니까요." "…."
지금의 크로커는 전혀 거부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크로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겠습니다!" "흐이이익, 흐아아아, 아아아아앙!"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갑판 위에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