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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Hierachy, Aquarium
남자가 누워 있었다.
양 옆에 나란히 누워 있던 여인들이 남자에게 엉겨붙었다. 둘의 혀가 남자를 재촉했다. 세 명의 동시에 키스하며, 셋의 혀가 얽혀들었다. 누구의 타액인지도 모를 점액을 서로 빨고 할짝이며 쾌락만을 탐하는 음탕한 시간을 이어갔다. 남자의 양 손은 두 여인의 구멍을 찾아 쑤시고 있었고, 그녀들은 스스로 다리를 벌려 편하게 즐길 수 있게 가랑이를 내놓았다. 동시에 두 여인의 손 하나씩 남자의 물건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세 명의 키스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여인들이 절정에 이르러 몇 번씩 움찔거리며 멈출 때도 있었지만 다시금 애무가 이어졌다. 이내 남자의 물건에서부터 울컥거리며 허연 정액이 토해져나왔다. 두 여인의 손과 육봉 전체가 정액으로 덮일 만큼 많은 양이었다. 남자가 사정하자, 두 여인의 눈이 마주치더니 누가 먼저일세라 남자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최화영이 귀두부터 입에 넣었고, 도수진이 남자의 알주머니와 기둥을 물고 핥았다. 둘의 입가에 정액이 가득 묻었다. 한동안을 정액을 탐하며 물건을 빨고 핥던 둘의 눈이 마주치고, 이제는 여인들이 키스하기 시작했다. 정액이 교환되고, 타액과 석인 끈적한 백탁액은 이제 서로의 입을 오가며 몸집을 불렸다. 서로 목을 끌어안고 애무하며 키스하는 여인들을 지켜보던 남자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아 안기듯 할딱거리는 최화영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뒤에 자신의 물건을 삽입했다.
"아핫……!"
방금 싼 물건임에도 여전한 크기로 최화영을 괴롭혔다. 도수진과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양쪽에서 최화영을 괴롭히듯 쑤셔대고 키스하고 애무했다. 둘 사이에서 최화영은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쾌락에 희롱당하며 몇 번이고 절정에 오르며 몸을 떨었다.
밤새도록 서로 얽히고도 부족했다.
그렇게 셋은 다시금 욕정을 불태우다가, 이내 최화영이 정신을 잃었다. 도수진이 남자에게 다가가 목을 끌어안았고 둘이서 정상위로 몇 번이고 쑤셔대다가 남자가 도수진의 몸에 파정하면서 그녀 또한 까무룩 기절했다. 남자가 둘을 깨웠다.
"샤워하고 와."
"으응. 수진아 같이 갈까?"
"네, 언니."
아침이었다. 섹스하다 잠들고, 일어나 다시 섹스했다. 묘하게 최화영과 도수진의 걸음이 가볍다.
샤워를 끝내고 식사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붉은 방의 테이블 위로 호화로운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최화영과 도수진, 남자가 나란히 앉아 식사했다. 마주보지 않는 자리 선정이었지만, 가운데 앉은 남자가 언제든 자신들의 몸을 희롱할 수 있는 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수진은 어젯밤 일이 자꾸 생각나는지 남자와 최화영에게 부끄러워했다.
"어제 그렇게 좋아해놓고 왜 부끄러워 해?"
"어, 언니. 놀리지 마요."
"자기도 수진이 너무 좋아하던데. 질투 날 거 같애."
"수진이 좋아."
"흐응?"
남자가 웃으면서 최화영에게 키스했다.
마치 연인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남자의 손이 자꾸만 자신의 허벅지, 때로는 터럭 사이 비처까지 이르려는 것 때문에 도수진 또한 얌전히 있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하면 좋겠다. 그치 수진아?"
"네. 언니."
도수진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 남자가 도수진의 어깨를 감아당겼다. 자신보다 작지만, 이 미궁을 지배하는 강력한 지배자를 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최화영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식사는 더할나위 없었다. 고기와 야채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미궁의 식생활은 단조로웠고, 요리는 바깥 세상에서도 드문 훌륭한 요리였다.
"자기. 더 자주 보고 싶은데."
최화영이 생글 웃었다.
*
최화영, 도수진.
강한 친구들을 이끄는 두 명이 동시에 남자에게 안겼다. 이제 미궁에서 남자에게 안기고 총애 받는 것이 곧 서열을 결정하는 권력이었다.
"아아, 좋겠네 주인님은. 여럿이랑 같이 뒹굴고 좋겠다."
예브게냐가 수현의 곁에서 툴툴댔다. 수현이 예브게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아쿠아리움은 저택 전체의 유흥거리였다. 권력 관계를 만들고 최화영이라는 여자를 통해 유예린이나 박송하와 같은 여자를 몰락시키는 것은 드라마보다 흥미로웠다. 각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며 보다 재미있는 상황을 기대했다.
"그때 유예린? 걔 마력석 내놓은 게 걔잖아. 그걸로 뭐 하나 해보자."
"그거 말고 유솔이란 애를 또라이로 만들어버려."
"흠, 내 경험상 분명 백주은이란 인간 여자가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니라."
그녀들을 바라보며 올가가 한숨을 쉬었다.
"악취미들……."
"최화영에게 마력석 쥐어주면 끝날 거라고 신나한 게 누구였더라?"
"뭐…… 최화영을 보면 꼭 누구가 생각나니 뻔한 일 아니겠어요."
"누구?"
"흥흥, 머리 노란 누구 있잖…… 꺅, 농담이에욧!"
수현에게 안긴 최화영과 도수진이 한층 어깨를 펴고 지하를 장악하고 있었다. 영상은 운무 신세기의 지하은과 박지나 커플이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유솔이 백주은과 어울려 맛있는 것을 먹는 모습,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다른 쥬피 썬더 클랜원, 학대 당하는 아프로겐도 비추고 있었다.
"흠, 이쯤되면 최화영을 한 번 떨어뜨려 보는 건 어때요?"
올가의 말에 수현이 말했다.
"싫어."
"왜요?"
"화영이 귀여워."
"……."
일순간 네 여인의 눈이 싸늘해졌다.
"……흐응, 다음 스토리는 밀실살인, 피해자는 최화영. 좋지?"
"좋네, 그거."
"찬성이에욧."
"농담이야, 왜 그래."
"진심이면서. 주인님은 악녀 페티쉬 있으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악녀를 상대로 발정하는 묘한 취향이 있으며 저택의 여인들 자신들을 돌이켜도 납득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저 여자는 언니들과 판박이잖아요."
"……."
"……."
수현이 화제를 돌렸다.
"여튼, 권선징악은 티비 틀어도 나오고 흔하니까 됐잖아? 우리는 새로운 걸 연출해보자고."
"어떤 거요?"
"세기말 같은 느낌으로, 좀 올곧아보이는 애들 더 괴롭혀볼까?"
유예린과 지하은, 박지은, 유솔 등이 화면에 표시되고 있었다.
"뭐, 그게 더 취향이긴 하지만."
"그때 박송하가 그만 때려달라고 비는 건 재밌었어."
"후후후, 마룡이라 이름 떨친 나만 믿어보거라."
차례로 말하는 세 여인의 말에 올가는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여기는 자신 같은 정상인이 살 만한 곳이 아니다.
"그나저나 주인님 오늘 데이트 있다면서요?"
"데이트는 아니고 옛 인연을 꼬시러 가는 거지."
"흐응. 이번 장르는 멜론가봐요?"
"아니. 멜로는 여기서 매일 찍고 있으니까."
수현이 올가를 안아올리며 뺨에 키스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웃. 츕…… 할짝. 그럼 뭐에요?"
"음…… 이번에는 죄와 벌?"
"무슨 죄가 주제인가요, 감독님."
"지금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전 남친, 옛날 정을 통한 제자에게 홀려서 부정을 저지르는…… 간음의 죄?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옛날에도 지금처럼 사귀던 상대를 같은 제자 때문에 크게 배신해서 남자를 울렸던 과거가 있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겉으로는 멋진 신여성, 멋진 교사인 줄 알고 있지."
"아니 그건 애인 있는 줄 알면서도 여자 홀리는 남자가 진짜 죄……."
"시끄럽고 나는 죄와 벌을 찍을 거야. 구경할래?"
"……."
*
사랑은 어디에서 왔는가.
뇌지, 유전자지. 그리고 호르몬이지. 박상현은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어차피 진화의 역사는 인간으로 하여금 번식에 적합한, 양육에 적합한 상대를 선택하고 끌리도록 뇌를 프로그래밍했으며 문자가 생기기도 이전 수렵하고 채집하던 고대의 생활방식이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이를 잘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우수한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할 수 있는 여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수한 유전자는 곧 아름다운 외모에서 나타나므로, 자신이 미인을 탐하는 것은 죄가 아닐 것이다.
이 여자는 아주 아름답다.
여성이라는 족속은 육체적으로 연약했으므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그리고 먹이를 계속해서 조달할 수 있는 강력한 남자를 원하게 되었다. 우수한 유전자 또한 반려 선택의 한 요소이지만, 남자의 능력, 그리고 권력은 더 강력하게 여자를 끌어당긴다.
자신은 키가 크고, 부유하고, 외모가 훌륭하다. 부모의 재산과 권력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며, 본인 또한 능력이 있기에 한 분야에서 자수성가했다.
그러므로 눈앞의 이 여자가 자신과 같은 강력한 수컷에게 끌리는 것도 죄가 아닌 것이다. 여자들이란 어쩔 수 없는 족속이다.
"지윤아 왔어?"
"응. 오빠 일찍 왔네."
"응. 지윤이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롱. 뿌잉뿌잉."
"풉, 뭐야."
이렇게 남녀의 역사를 이해하는 자신이 왜 애교를 부리고 있는가. 박상현은 흐뭇하게 웃으며 눈앞에 선 자신의 여자친구, 예지윤의 백을 대신 들어주었다.
"안 무거워. 괜찮아."
"우리 지윤이한텐 일 그람도 무거워. 오빠가 들어줄게. 알았징?"
"푸훕, 오글거려. 오늘 서비스 너무 좋은 거 아니야?"
"서비스 대금은 일뽀뽀입니다."
아아, 그렇구나. 박상현은 웃는 예지윤,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왜 고대로부터 수많은 음유시인들이 사랑을 노래했는가. 사랑이 고작해야 호르몬과 유전자의 작용이라는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그보다 더한 무엇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여자가 너무나 아름다워 자신이 모든 걸 잊을 정도인지도.
그래, 자신을 향해 웃는 이 눈,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잔머리 하나와 사뿐거리는 특유이 걸음걸이, 모든 게 완벽하게 이 세상과 조화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또한 과학적 사실 아니겠는가. 단언컨데 이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러므로 평생을 기약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지윤아,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응? 무슨 날이야? 자기 미안. 나 몰랐어."
"우리가 사귄지 일 년 하고도 22일 되는 날이지롱."
"그럼 그냥 평범한 날이잖아."
"일 년하고도 22일인데 평범해? 장난해?"
예지윤이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오늘의 데이트 코스는 뭡니까?"
"몰라. 삐져서 기억 안 나."
"애라니깐."
자신의 카리스마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노 프라블럼. 부끄러움은 자신의 행동에 확신 없는 겁쟁이들이나 하는 것 아니겠는가. 자신은 이 여인과 결혼할 것을 의심하지 않기에, 또한 감정을 의심하지 않기에 그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가 있다. 자신에게 구애하던 수많은 여인들은 그저 겉만 아름다운 껍데기들이었다.
박상현이 예지윤을 주차장으로 이끌었다. 자신의 애마 벤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벤틀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이 예지윤이라는 여자는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문득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가 있었다.
"어머, 이 노래 오랜만이다."
"뭔데?"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 있잖아."
노랫 속 목소리는 열창하고 있었다. 못난 내 사랑도, 못된 미련도오∼ 난 혼자 남아 지워갈게에∼∼∼!
예지윤이 씽긋 웃었다.
"에스지워너비 죄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