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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byss, Aquarium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자신을 탐하는 소년의 물건은 반칙이라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의 보지를 꿰뚫는 물건의 모양새는 여자를 굴복시키기 너무나 적합한 모양새여서 유예린으로서는 저항은 커녕, 엉덩이를 흔들며 아양을 떨기 바쁘다.
소년의 물건이 두어 번 진퇴하면 절정을 느껴버린다. 미쳐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할 정도로 자신의 내부를 자극적으로 찔렀다. 온몸의 성감대가 하얗게 타오르는 것처럼 견딜 수 없이 뜨거웠다. 좋다는 뜻이다. 너무 뜨거워서 소년의 물건이 아니고서는 진정시킬 수 없다. 유예린은 소년의 몸에 올라타 스스로 요분질하고 있었다.
아, 타락했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눈동자는 재미있다는 듯 반짝인다. 얄밉다. 그래서 유예린은 키스로 소년의 시야를 막아버리고, 혀를 얽으면서 그의 이지를 앗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점점 녹아내리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자신이다. 유예린은 허연 액체를 보지로 쏟아내며 절정하면서 비명처럼 신음했다.
"하아아아앙……!"
그리고는 소년이 몸에 쓰러졌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감촉이 기분 좋아서 괜히 혀를 내밀어 소년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그는 거부하지 않고 마주 혀를 내밀었다.
키스, 그리고 키스. 유예린의 짧은 연애 경험에 비추어도 이렇게 다정한 섹스는 처음이었다. 소년은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유예린의 몸을 어루만지고, 혀를 내밀어 핥아주었다.
그냥 다정한 섹스 같지만, 그녀에게는 그녀의 생사와 스물 다섯 여자들의 삶을 주관하는 수컷과의 정사였다. 자신들을 지배하는 지배자, 알파 수컷, 유예린은 그의 눈길이 자신을 훑을 때마다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가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다른 여자들은 두려워 입도 열지 못하는 이 남자에게 자신은 키스하고, 애무하고, 또 다리를 벌릴 수 있는 것이다.
암컷의 어쩔 수 없는 속성처럼 유예린은 이 남자에게 성적으로 흥분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다정한 눈길, 다정한 손길이 좋다.
"안아줘요."
유예린이 칭얼거렸다. 소년은 그녀를 상냥하게 끌어안고 보듬었다. 유예린이 미소지었다. 보호 받는 기분, 이 남자에게 속한 따뜻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칭얼거렸다.
"……넣어줘요."
다시 다리를 벌렸다.
스스로 가랑이를 벌려 남자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 수컷은 그녀를 조롱하지 않고, 상냥하게 키스하며 자신의 물건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창녀처럼 다리를 활짝 벌려도 이 남자는 정중하게 자신의 중심에 키스하고, 할짝거리며 준비시키고, 그 끝에 자신의 물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황홀한 삽입이 이어졌다.
유예린 또한 그 남자를 보듬어 안았다.
이제 강제적인 것은 없다. 남자도, 여자도 서로의 육체를 원하고 생식기를 합치기 위해 몸을 발버둥치는 상호 합의한의 격렬한 섹스이다. 둘은 서로의 물건을 비비고 내벽을 긁으려 자신들의 허리를 비틀며 혀를 얽어댔다.
정상위, 후배위, 기승위, 모든 자세에서 서로의 보지와 자지를 결합시켰다. 유예린이 비명처럼 내지르는 신음소리는 이미 붉은방을 넘어 공동 전체에 울리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유예린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남자는 너무나 능숙하고 그녀를 기쁘게 만들었다.
"아항! 아앙! 아, 앙! 좋아, 조항앗! 항, 핫! 하앗! 좋아앗! 아앙! 하아앙……!"
한 번 남자가 물건을 찔러넣을 때마다 전신이 경련하며 쾌감에 질식할 것 같다. 그러한 삽입이 어어지고 이어져서 그녀의 머리는 이미 엉망이다. 눈이 돌아가고, 혀를 내밀고 침을 흘렸다. 유예린이 쾌락에 취한 몰골은 소년의 눈에 아름다웠다.
또 절정을 느끼고 벌벌 떨었다. 절정은 이미 두 자리 수이고, 구체적으로 세기에는 너무 많았다.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 육체의 감각들이 발작하고 있었다.
"그, 그마아…… 용서해주세요……."
유예린이 애원했다. 소년은 그녀의 눈가에 키스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소년의 선고에 그녀는 안심한 듯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둘은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은 채 한동안 숨을 골랐다. 이내 정신을 차린 유예린이 고개를 들고 빤히 소년을 바라보다가 키스했다.
둘의 혀가 얽혔다.
"지낼만 해?"
소년이 물었다.
"응…… 좋아요."
소년에게 안긴 이후로 모든 게 좋았다. 최화영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샤워기는 부족하네."
그녀가 말했다. 베갯머리 송사 같아서 부끄럽다. 얼굴이 빨개졌다. 소년이 미소짓고 있었다. 유예린은 소년을 더 볼 수 없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소년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서는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맞닿고 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샤워기, 더 줄까?"
"으응, 그러면 좋아요."
"더 필요하면 엎드려 봐."
소년이 킥킥 웃으며 속삭였다. 그녀가 소년을 흘겼다.
"얄미워."
"싫음 말고."
"……그럼 샤워기 더 줄 거에요?"
"하는 것 보고."
"얄미워."
유예린이 소년을 째려보다가, 이내 침대에 엎드려서는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미 수도 없이 해낸 후배위지만 새삼 부끄럽다. 유예린이 얼굴을 시트에 파묻었다.
소년은 그녀의 꽃잎을 샅샅히 훑어보았다. 그 시선이 느껴지자, 꽃잎은 절로 물기를 머금고 벌름거렸다. 이미 소년이 주는 기쁨을 알아버린 그녀의 육체는 스스로 젖어들며 소년에게 진입해달라고 아양을 떠는 것이다.
소년이 다시 그녀에게 물건을 찔러넣었다.
유예린이 신음하는 소리는 전과 같이 공동에 울려퍼졌다.
*
긴 정사가 끝나고 남녀가 붉은방을 나섰다.
괴물, 그들의 주인과 관계를 맺고 나올 때면 유예린의 모습은 한층 아름다웠다.
제대로 된 샤워를 마쳐서 그럴까,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굽이치고, 얼굴은 맑고 발그레했다. 입술도 붉게 도드라졌다. 성분도 알 수 없는 요상한 비누에 짧은 시간 몸을 비비는 그녀들로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말끔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것이 괴물의 애인, 유예린의 특권이다. 아름다움조차 소년에 의한다.
붉은 방에서 나온 유예린과 남자는 서로 얼싸안다시피 한 애정 어린 자세였다. 서로 눈을 마주하며 키스하다가 이내 여인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미소지었다.
"샤워기가 부족하지?"
그녀들의 눈이 커졌다.
"샤워기 늘리고, 급수시간도 연장할게."
아아.
본래 당연했을 그것조차 이제는 축복이다. 여인들이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소년이 유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들은 깨달았다. 유예린이 저 괴물에게 부탁해서 되었으리라. 이제는 유예린이 괴물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유예린의 위치는 한층 올라섰다. 소년은 전과 같이 아쉽다는 듯 유예린에게 키스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18층을 떠났다.
이별의 여운을 느끼며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는 유예린에게 최화영이 다가왔다.
"예린이 덕이네. 그때 내 말 기억해준 거야?"
"……내가 불편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끄시지."
"후후. 어쨌거나 고마워. 앞으로도 괴물에게 아양 떨어서 떡고물 좀 나눠달라고. 괴물 애인님."
유예린이 최화영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예의 팔짱을 끼고 골반을 한 쪽으로 내민 여유로운 자세로 싱긋 웃었다.
"그런데 소리 좀 줄여주라. 듣는 우리가 다 부끄럽잖아……?"
"입조심해."
"어머, 기분 상했어? 그럼 빨리 들어가야지. 괴물님한테 해꼬지라도 당하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돌아서는 최화영의 뒷모습을 유예린이 계속해서 째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다. 사사건건 걸어오는 시비를 참는 것도 인내심의 한계였다.
아양을 떨어봐, 이 말이 정곡이어서 더 모욕적이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말한 대로 괴물 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지 저 똑똑한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유예린은 최화영과 함께 하는 열 한 명의 강한 친구들 클랜원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질투하는 거다. 유예린은 미소지었다.
까놓고 생각하자. 그녀들은 지금 예전의 바깥 세상에서 이곳 지하 노예 수용소로 추락한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지배자는 그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그 소년에게서 모든 은총이 내려진다. 그리고 그 소년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것은 바로 자신이다. 최화영이 아무리 무리가 많고 예뻐도 결국 가장 큰 권력을 잡은 것은 자신이며 다른 여자들은 손가락만 빨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그렇게 무서워하는 아름다운 남자가 침대 위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한지 짐작조차 못하겠지. 어쩌면 조금 더 가까워지면 풀어줄 수도 있다. 그때는 예전 정글의 마법사였던 유예린의 위치를 되찾아 소년과 어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유예린은 자신을 기다리는 쥬피 썬더 클랜에 돌아갔다. 유솔은 임예정 뒤에 숨어 있었다. 저 귀여운 꼬마에게 남자와 여자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유예린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다들 잘 있었지?"
"응, 언니."
"다들 식사는 했어?"
"언니 기다렸어."
"그래, 그 맛없는 빵 먹으러 가자."
클랜원들이 유예린의 뒤를 따랐다.
"매일 같은 것만 먹다보니 지겨워."
"그래."
"샤워기도 늘었는데 메뉴를 늘려주진 않으려나……?"
임예정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그 의도를 알아서 유예린은 웃고 말았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몇 시간 동안 언니 목소리 들었는데 내 목소리 정돈 들어주시지?"
"……야."
"후후, 오늘도 뜨거웠는 걸. 언니 목소리."
"죽어. 멍청아."
유예린이 옆의 임예정의 볼을 꼬집으며 걷다가 문득 누군가와 부딪쳤다.
"어엇."
"앗?"
유예린이 쳐다보았고 상대도 휘청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예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딜 보고 걷는 거야?"
"아……."
"정신 차려."
"죄, 죄송해요."
박송하 휘하의 아프로겐 멤버 중 하나였다. 유솔과 또래 정도로 보이는 어린 클랜원이었는데 그녀 또한 조용해서 눈에 띄진 않았다.
유예린의 질책에 그녀가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괜찮으니깐 가."
그리고 쥬피 썬더의 거점으로 돌아갔다. 침실에는 쥬피 썬더가 미리 저장해놓은 빵들이 있었다. 각자 하나씩 배어물었다. 맛은 늘 똑같다. 너무 똑같아서 가끔은 신물이 올라올 것 같지만 허기가 차오를 때면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영양소라도 부족해서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모르곘는데, 맛 없는 주제에 있을 건 다 있어서 다들 건강한 게 오히려 열받는다.
"유솔이는 이리 와."
"네, 넷."
남자에게 불려가기 전 하던 대화를 다시 이어가야겠다.
유솔이 쭈뼛거리며 유예린에게 왔다. 유예린이 유솔을 자기 곁에 앉히고는 말했다.
"아까 말 하다가 말았지?"
"네……."
"그러니까 상황이 이렇게 돼서 유솔이 너에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곘는데……."
유예린은 유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자와 여자가 하면 기분이 좋아."
"……그건 이미 알 거 같아요."
자신의 신음소리를 뜻하는 말에 말에 유예린도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랑 해도요……?"
"응?"
갑작스런 질문에 제대로 알아들었으면서도 되물었다.
"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도 좋은 거에요?"
정말 궁금하다는 얼굴이다. 유예린은 설명하기 어려워서 말을 골랐다. 자신의 발을 쭉 뻗어 발톱의 모양새를 새삼 쳐다보며 유예린이 대답을 고민했다.
"응…… 그렇긴 하지."
"그렇구나……."
"물론 강간이랑은 달라. 그땐 아프기만 하겠지. 하지만 몸이 반응하는 건 어쩔 수 없고……."
유예린이 훗 웃었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 그 남자를 만족시켜야 하니까."
"네……."
"솔직히 그 남자가 잘하긴 해서 나도 엄청 느끼는 걸 부정하진 않아."
"저도 언젠간 그 남자랑 해야 할까요……?"
그 말에 유예린은 가슴에 무엇인가 얹힌 기분이 들었다.
미약한 불쾌감이었다. 무엇인가 뜻대로 매듭이 풀리지 않은 채 걸린 그 기분. 그러나 사람의 미궁 같은 마음 속은 원인과 결과를 명백히 추론할 수 없어 감정이 어지럽게 엉킨다. 유예린은 그것을 애써 머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유솔의 뺨을 꼬집었다.
"어린 게 벌써 그런 걸 밝히고 있네?"
"으읏…… 구냥…… 걱정돼서……."
"걱정돼?"
"무서워요."
"그래. 걱정하지 마. 유솔아."
유예린이 유솔을 꼭 껴안았다.
"이 언니가 지켜줄게."
"네 언니……."
"잘까?"
"밤 아닌데……."
"낮잠.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곳이잖아."
"네."
"유솔이 껴안고 자야지."
"……예정이 언니 같아."
"너 욕한 거야?"
유예린이 짐짓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자 유솔이 웃음을 터뜨렸다.
*
"흐응. 그 여자랑 아주 다정하시던데."
"질투하는 거야? 기분 좋다."
정하가 수현의 뒤에서 목을 끌어안고 그의 귀를 앙, 깨물었다.
"요새 아주 재미있나봐?"
"최고 재밌는데."
수현과 정하는 함께 아쿠아리움의 모든 곳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쥬피 썬더, 아프로겐, 강한 친구들, 운무 신세기,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에 표시되었다. 스물 여섯 여인들을 개인적으로 추적하는 개인 화면까지, 그녀들의 모든 것이 스캔되는 것이다.
지하 18층, 아쿠아리움은 그런 곳이었다.
"진짜 악취미야. 성격 나빠."
"사랑하면 닮는다잖아."
수현이 고개를 돌려 정하의 뺨에 쪽, 키스했다.
"다 누나 영향이지."
"순진하던 꼬마가 이젠 아주 바람둥이가 됐어."
정하도 웃으면서 수현의 콧잔등에 키스했다.
"이렇게 설레게 할 줄도 알고."
둘은 눈을 마주하며 한동안 둘만의 세계에서 꽁냥거리다가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다음엔 어떻게 하려고?"
"생각해봤는데 그냥 예정대로 하려고."
"내 생각엔 아주 더러운 꼴이 벌어질 걸?"
"그렇지? 기대되지?"
"응. 빨리 해봐. 궁금하다."
"그 전에 난 누나 여기가 더 궁금한데."
수현이 능글맞게 웃으며 마치 중년 변태 아저씨처럼 정하의 스키니진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바보. 이미 다 알면서."
"알아도 알아도 더 알고 싶은데?"
"그럼 내가 또 하나 알려줄까?"
정하가 웃으면서 수현의 귀에 속삭였다.
"주인님 보자마자 젖어버렸는데."
둘이 뒤엉켰다. 아쿠아리움 모니터링실은 두 남녀의 열기로 가득 찼다. 찔걱찔걱, 하앙, 하앙, 음탕한 소리 너머 모니터에서 유예린이 유솔을 꼭 껴안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
다음날 다시 음악이 울렸다. 그리고 정해진 것처럼 유예린이 괴물을 맞이했다.
둘이 함께 붉은방에 들어서는 장면은 이제 자연스러웠다.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온 남자가 유예린을 한 번 끌어안고 키스한 다음, 그녀의 허리를 안고 방으로 이끈다. 그러면서 모두 보라는 듯 노골적으로 유예린의 엉덩이를 주무른다. 그 손길에 유예린은 못이기는 척, 앙탈 부리듯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두 사람이 붉은방으로 들어서 문이 닫힐 때쯤에는 유예린의 웃음소리도 새어나왔다.
창녀 같은 년.
강한 친구들에서 한 명이 중얼거렸다. 쥬피 썬더가 그 목소리를 노려보았지만 열두 명의 무리는 오히려 당당하게 되쏘아보았다.
아예 아양을 떨고 있네.
강한 친구들 무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유예린에 대한 조롱을 돌리고 있었다. 쥬피 썬더의 임예정은 그들을 사납게 쳐다보았지만 유솔과 다른 셋은 오히려 움츠러들었다.
"원래 둘이 아는 사이였던 거 아니야? 우리 데려온 것도 짠 거고."
그 말은 강한 친구들이 아닌 아프로겐에서 흘러나왔다.
임예정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의 강렬한 시선을 받은 아프로겐의 멤버, 김수지가 눈을 피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냥, 둘이 다정해보인다는 소리지."
"말 조심해. 그런 소리 다시 하면 가만 안 둬."
임예정이 다가가 김수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말도 못 해? 우린 억울하게 끌려왔는데?"
"그래서 언니가 우릴 위해 대신 들어가는 거잖아?"
"우릴 위해서? 너는 그렇게 보이니?"
"말 다했냐?"
이제는 김수지도 마주 임예정을 쏘아보았다. 둘이 사납게 으르렁댔다. 김수지 또한 적수공권은 아니었지만 검을 쓰던 무투계 쪽이다. 여성들 중에서도 전투력이 뛰어난 둘이 시비 붙자 일반 클랜원들은 함부로 끼어들지도 못했다. 저 멀리 강한 친구들 쪽에서 더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마 이 상황을 보고 최화영이 뭐라고 또 지껄인 거겠지. 임예정은 그 조롱 섞인 웃음소리에 머리가 뜨겁게 끓는 것을 느꼈다.
"그만, 그만."
박송하가 가운데 끼어들었다. 두 여인과 비교해 가장 키가 작지만, 그녀가 끼어들자 곧바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수지는 순순히 물러났고, 임예정은 자신의 배를 미는 박송하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개인 전투력으로 치자면 박송하는 이곳에서 단연 최고에 가깝다.
“진정해.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고.”
“송하 언니. 얘가 먼저 예린이 언니를 모욕했는데요?”
“나도 들었어. 수지 너도 심했으니까 사과해.”
“……미안하다.”
“미안한 태도가 겨우 그거야?”
임예정이 다시 한 걸음 다가서려 했으나 박송하의 손길이 억셌다.
“예정이 너도 진정하고. 마음은 이해하지만 좀 가라앉혀.”
“하…….”
“너랑 나야 원래 예린이 알았지만 수지처럼 여기서 처음 본 애들도 있잖아.”
여기서 처음 본 애들이니까 오해할 수도 있지. 라는 뜻이다.
임예정은 박송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예의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김수지를 달래고 있었다. 임예정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왜냐하면 임예정 자신도 속으로는 납득해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원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김수지가 말한 것처럼 비친다는 것. 다시 말해 유예린이 그 괴물을 대하는 게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태도라고는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달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내심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음악이 들려오면 유예린의 쿨한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것,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그녀를 맞이할 때, 억지로 안긴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달콤한 미소,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를 때 마치 아양을 부리듯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드는 몸짓.
유예린에게 성자와 같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몸을 섞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성격이 쿨하다고 해서 성녀인 것도 아니다. 유예린도 인간이다. 알면서도 기분이 더럽다.
“김수지. 앞으로는 말 조심해.”
그 기분을 떨쳐내려 그녀에게 다시 한 마디 쏘아붙이는 순간이었다.
아흣, 하아앙……!
하고, 붉은방에서부터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
“……”
모두 입을 다물었다.
“……들어가자 얘들아.”
임예정이 말했다. 쥬피 썬더 클랜원들이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쥬피 썬더의 침실 문이 굳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