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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byss, Aquarium
둘만 남았을 때 유예린은 애교라도 부릴 기세였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착했다. 그녀에게 맞춰주었다. 그 말은 곧 유예린보다 아래였다고 해도 좋겠다. 마음이 고맙고, 상냥한 사람이었지만 유예린이 그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았을 때 끝냈다.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짧았다. 강한 사람이었다. 감정도 잘 흔들리지 않는 무덤덤한 이였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유예린의 무덤덤한 성격과 애정표현이 적은 태도 때문에 몇 번 부딪치게 되었고 결국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그녀에게 고래고래 소리쳤었다. 강한 외면 안에 도사리는 상처가 있었고, 그 남자는 내심으로는 애정에 굶주렸다. 그녀와 맞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유예린을 지배하는 남자는 전혀 달랐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유형이었다. 우선은 아주 아름답다.
"왜 그렇게 빤히 봐?"
"……"
유예린은 그의 얼굴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입술을 부딪쳤다.
혀가 엉킨다.
그리고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법사로서 마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예민한 감각은 여전히 이 남자가 괴물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싹오싹하다. 흰 피부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서, 숨결에서 칠흑처럼 어두운 힘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마력도 아니고, 무공도 아니고, 어떤 이능과도 닮지 않은 기이한 파동이었다. 살이 찌르르 울릴 것 같다. 정글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이 남자를 두려워하고, 또 이 남자와 몸을 섞는 자신을 경외하는 것이다.
유예린은 그에게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달아오르게 했다. 강한 수컷의 체취는 언제나 암컷이 절로 다리를 꼬게 만든다. 강력한 남자, 생태계의 포식자가 자신을 택했고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이 남자가 자신을 짓이기기는 커녕 상냥하게 아랫배를 어루만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손 닿은 곳에서부터 열기가 피어올랐다.
"입으로 해."
그가 속삭여왔다.
이것이다. 유예린은 자신의 뒷머리를 붙잡고 아래로 내리 누르는 힘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신에게 가부를 묻지 않는다. 그저 요구한다.
이곳 미궁을 지배하는 괴물의 권리를 자신에게 명령한다. 아랫배가 오싹거리며 애액을 지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이미 몇 번이고 보였기에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는 이미 그에게 그녀가 발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자신의 물건을 입에 물라 요구하는 것이며, 그리 당당하기에 또한 그녀는 순순히 자지를 입에 물 만큼 그에게 이끌리는 것이다.
그의 것을 물었다. 서툴지만 열심히 빨았다. 행위를 시작할 때, 그리고 끝났을 때, 늘 그녀는 입으로 그의 물건을 깨끗이 청소했다. 크고 우람한, 어찌 보면 흉악한 그 물건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몇 번이고 허덕이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살덩이였다.
이게 나를 그렇게 미치게 만드는 거란 말이지.
귀두를 입에 물고 빨던 그녀가 문득 눈웃음치며 끄트머리에 쪽, 키스했다.
수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맞추다가, 알주머니에서부터 길게 핥아올렸다. 수현이 흘리는 겉물이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미끌한 액체와 타액으로 입술이 번들거렸다.
"오줌 마셔줘."
"할짝…… 네?"
수현이 그녀의 입술을 헤집고 남근을 쑤셔넣었다. 그의 물건을 다시금 입에 물게 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이도 잠시, 수현의 남근에서부터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와 그녀의 목을 때렸다.
"흘리지 마."
수현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고정했다.
갑작스런 구내방뇨에 그녀가 기도로 넘어가려는 것을 막으려 억지로 집어삼켰다. 컥컥거리며 입술 끝에서 새려는 것을 꼭 물고 버텼다. 그녀는 눈에 물기를 머금고서 수현이 싸는 오줌을 간신히 다 받아마셨다. 그녀가 한동안 바닥에서 콜록거렸다.
"잘했어."
순간 유예린의 가슴에 모멸감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수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웃고 있자, 그녀는 생각을 달리 먹기로 했다.
유예린은 짐짓 수현을 노려보는 척하고는 욕실로 달려가 양치했다. 침대에 한가하게 누워 있는 수현에게 올라탔다.
"못됐어."
결국 조금 하드한 플레이일 뿐 아닌가.
쿨해지자.
그래, 이건 그런 거다.
이 남자도 저렇게 웃으면서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지 않나. 어차피 이 남자가 이곳의 왕이고, 자신은 그의 총애를 독점하고 있다. 그의 손길을 따라 유예린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부는 젖어들었다. 그의 것을 삼키기 적당하다.
*
오늘의 정사도 길었다.
그녀가 나왔을 때 공동의 여인들은 다시 시선을 집중했다. 오늘은 어떤 상을 내릴지, 어쩌면 화장실이 는다거나, 빵 외의 음식을 받을까, 기대하는 눈이었다. 하지만 정작 유예린은 그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계속해서 쾌락을 탐했을 뿐이었다. 남자는 붉은방을 나서면서도 유예린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유예린도 싫지 않다는 듯 킥킥거렸다.
남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과 같이 유예린에게 키스했다. 그냥 가려나보다, 여인들이 실망하는 가운데 문득 남자가 잊었다는 듯 유예린에게 말했다.
"오늘 수고했어."
"네."
"이거 줄게."
여인들의 눈이 소년의 손을 향했다.
그가 건넨 것은 푸르게 빛나는 보석이었다.
"이건……."
그것을 받는 순간 유예린은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이었다.
그들이 금제당한 힘들이 안에 깃들어 있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보석에는 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힘이 내재돼 있었다. 유예린은 곧바로 하급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석을 잡은 손에서부터 마력이 그녀의 몸을 기었다. 얼굴이 환해졌다. 유예린은 참지 못하고 소년을 껴안았다.
"잘 써."
"고마워요."
"그럼 또 봐."
그리고 소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갔다. 유예린은 그를 배웅하고, 한동안 그 보석을 들여다보았다.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이곳 지하 18층에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유예린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공동의 여인들 모두가 보고 있었다.
"마력이래."
"마력석이네……?"
"그럼 이제 저 여자는 마법 쓸 수 있는 거야?"
유예린이 몸을 돌렸다.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유예린, 쥬피 썬더의 마법사. 화염과 빙결을 능란하게 조합하던 마나의 컨트롤러.
그녀가 몸을 돌렸다. 모두가 움찔했다. 유예린은 특히 열 둘이 모여 있는 강한 친구들의 방향을 주시했다. 이제 수적 우위는 그녀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떤 표정인지 궁금하네, 최화영. 유예린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제는 전투력으로도 가장 우얼하다. 유예린은 명백히 이곳의 최고 서열이었다.
최화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유예린이 눈썹을 꿈틀했다. 최화영의 표정은 한층 밝았다. 푸른방을 독점하며 마찰을 만들다가 때는 생기가 넘쳤으나, 이후 한동안 보이지 않고 마피아 게임이나 하면서 지낼 때에는 권태로운 얼굴이었다. 자신들에게 가끔 시비를 걸긴 했으나 이제는 인사치레 같은 별 의미 없는 행동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최화영은.
전에 본 적 없이 환한 얼굴이었다. 입꼬리를 당겨 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여자는.
이제 강자는 자신이고, 괴물의 총애를 받는 것도 자신이다. 그런데도 저리 기쁜 얼굴일까. 유예린이 입술을 씰룩였다. 최화영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경쾌한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최화영의 신난 몸짓이었다. 유예린은 그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이내 쥬피 썬더로 되돌아갔다.
모두들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언니, 마력석이에요?"
"응."
"이제 마법 쓸 수 있어요? 써봐요!"
유솔이 특히 기뻐했다.
그녀는 이곳, 지하 18층의 결계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디텍트를 펼쳤으나 그것은 먹히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고위 마법사의 작품일 것이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바람을 일으켰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바람은 형체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하급 '바람의 손'을 일으켰다.
그리고 푸른방을 손가락질했다.
그 바람은 그녀의 의지를 따라 푸른방의 바퀴를 휙휙 돌리기 시작했다. 과연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효율이었다. 마력석의 마력이 반쯤 빠져나갈 때까지 쥬피 썬더가 이틀은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순식간에 생산해냈다.
"이제 노동 해방인가?"
임예정이 기뻐했다. 빛을 반쯤 잃은 푸른 마력석이 다시 은은하게 빛나며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마력은 봉인당했지만 이제 이 보석이 그녀들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쥬피 썬더 클랜원들이 뛰어가 빵을 한가득 안았다.
"강한 친구들 녀석들도 함부로 못하겠네."
"어차피 요샌 조용하잖아요."
유예린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당했던 걸 돌려줘야지, 우리도."
유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침 강한 친구들에서 몇몇이 나오고 있었다. 강한 친구들 클랜은 푸른방을 독점하여 다른 클랜의 신경 긁는 것을 그만둔 후, 근래에는 다 함께 돌리기보다 인원을 나누어 돌아가면서 빵을 생산했다. 그리고 유예린은 최화영이 직접 바퀴를 돌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늘 팔짱을 끼고 그 재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할 뿐이었다.
유예린이 마력석을 쥐고 성큼성큼 걸었다.
강한 친구들 클랜이 푸른방에 들어서려는 걸 유예린이 막아섰다. 도수진이 유예린에게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 쓰려고."
"……붉은방 가시기 전에 충분하게 빵 만드시는 거 봤는데요. 그리고 지금 안고 있는 것도 충분히 많아 보이는데요."
"우린 부족한데?"
유예린이 씨익 웃었다.
"순서를 기다리라 이거야."
"……."
도수진이 유예린을 내려다보며 묘한 표정을 했다.
예전이었다면 배구 선수 같은 크고 늘씬한 체형의 그녀 앞에서 내심 긴장했겠지만, 이제 그녀에겐 마력석이 있었다. 도수진은 단숨에 무릎 꿇릴 수 있었다.
유예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도 예전에 그렇게 했잖아? 우리도 충분히 만들겠다는데 불만이야?"
"이거 참."
도수진이 허탈하게 웃었다.
"정말 뭐든지 화영 언니 말대로라니까."
"……뭐?"
도수진이 뒤따르던 클랜원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내기 졌다."
"와, 말도 안 돼. 화영 언니 진짜 점쟁이 아냐?"
"미쳤어. 언니는 능력 안 잃은 게 분명해."
"진짜? 진짜? 우리보고 쓰지 말래?"
유예린은 그들이 무슨 소리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예린 언니. 화영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푸른방 가려고 하면 언니가 보석 꼭 쥐고 막아설 거라고. 잔뜩 삐졌었는데 힘 생겼으니 심술부릴 거라고."
"……."
"전 언니 성격을 아니까 그래도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했죠. 그래서 우리끼리 내기했어요. 예린 언니가 푸른방 통제할 거라는 화영 언니 쪽이랑, 아닐 거라는 내 쪽이랑."
도수진이 큭큭 웃었다.
"그래서 언니 마력석 얻은 거 보고 들어가자마자 지금 바로 나와본 거잖아요."
"……."
"그래도 마력석 받자마자 이렇게 돌변하네. 화영 언니는 못 이긴다니까."
최화영.
유예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밑바닥을 읽힌 듯한 모멸감에 마력석을 쥔 손이 떨렸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도수진의 묘한 표정이 한층 그녀의 마음을 일그러뜨렸다.
"잘 아네. 그래, 통제할 거야. 그러니까 니네 방으로 꺼져."
도수진이 한숨을 쉬었다.
"언니."
"……."
"처신 잘 하세요."
"뭐?"
그리고 도수진이 몸을 돌려 클랜원들을 이끌고 강한 친구들의 거점으로 되돌아갔다. 후리후리한 키의 뒷모습을 보면서 유예린은 몇 번이고 마법 주문을 외우다가 풀었다.
니네가 시작한 걸 되갚아주는 것뿐인데 억울한 척 궤변 늘어놓지 마. 나쁜년들아. 이정도로 끝내는 걸 고맙게 알아.
유예린이 생각하면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래, 최화영.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
한동안 강한 친구들 클랜은 푸른방을 이용하지 못했다. 유예린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박송하가 중재하려고 했으나 유예린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매번 도수진이 나타나 푸른방 앞에 섰고, 유예린은 거부했다. 도수진은 한숨을 쉬었다.
최화영이 직접 푸른방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이따금 샤워실이나 식수대에서 서로 마주쳤을 때 최화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유예린에게 말을 걸었다. 유예린은 무시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최화영은 더욱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너희가 쌓은 식량이 언제 떨어지나 보자.
최화영 너가 나한테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 유예린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음악이 울렸다. 스물 여섯 여인들의 왕이 돌아오는 것이다. 유예린이 미소지었다. 그리웠다. 나날이 그를 떠올리고, 중독된 것처럼 그의 몸을 떠올렸다. 이제 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내부가 촉촉해져 온다.
여인들이 공동으로 모였고, 유예린은 말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왔다. 남자를 맞이하는 것은 그녀의 역할이다. 그녀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어렸다.
그때였다.
"거기 예린아.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데?"
웃음기 어린 목소리, 최화영이었다.
"……뭐?"
유예린이 돌아보았다.
"내가 하고 싶다고."
최화영이 예의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유예린을 향해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녀의 얼굴이 수려하고, 몸매가 아름답다는 것만 더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유예린은 머리가 정리되지 않아서 어렵게 입을 뗐다.
"이건, 원래 내가 하던 거잖아."
최화영이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하고 싶다고."
"왜 갑자기……."
유예린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최화영이 가슴을 얹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눈웃음치는 그 눈매가 약올리듯 생글거렸다.
"예린이 너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려고 그 남자한테 가는 거잖아."
"……맞아."
"이제 그럴 필요 없어. 난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거든."
"뭐?"
"나 그 남자랑 자고 싶다고. 사랑에 빠졌달까?"
유예린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고르지도 못하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그녀의 아랫배에 난 장미 문신이 눈을 어지럽혔다. 아름답고, 늘씬하다. 매일 저질 비누에 대충 씻는데도 그녀는 잘 관리 받은 것처럼 예쁘고 아름다웠다. 최화영이 말을 이었다.
"설마 예린이도 그런 건 아니지? 예린이는 우리들 속이고 여기 데려온 것 때문에 죄책감 느끼고 그랬던 거잖아…… 다 용서했으니까 괜찮아."
"너……."
유예린이 머뭇거리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최화영을 거들었다.
"예린 언니는 이제 억지로 안 해도 돼요. 화영 언니 원래 나쁜 남자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도수진이었다. 그녀는 킥킥거리고 있었다. 유예린의 얼굴이 굳는다. 최화영이 받았다.
"응응. 나 그래. 나 그런 스타일이야."
최화영의 얼굴을 더 볼 수 없어서 시선을 돌렸다. 도움을 청하듯 자신의 클랜 쥬피 썬더를, 그리고 동맹 관계인 아프로겐의 박송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예린아. 그동안 희생해줘서 고마워?"
최화영이 예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그녀를 지나쳤다. 유예린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음악이 멎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있었다.
문이 열렸을 때, 남자의 앞에 선 것은 유예린이 아닌 최화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