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 24. 합체 (2)
* * *
날이 밝았다.
나는 목발을 짚은 상태로 연금술사와 함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얼굴의 붕대는 물론, 깁스를 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거리의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했다.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건물 중 성한 것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다른 형태로 금이 가 있어서 그다지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오늘 신문이야."
"아, 네."
빵모자를 쓴 소년이 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있었다. 연금술사는 돈을 쥐어주고 신문을 구입한 뒤, 1면에 쓰인 내용을 내게 보여주었다.
신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어제 오후, 이해불가한 원인에 의해 주민들이 집단으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마침 휴가를 내고 제피로스에 와 있던 제1위의 특급 모험가가 쓰러진 주민들을 구출했다.
신문에는 사건의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쓰여 있었지만, 그 사건의 당사자였던 나는 그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에 대해서 알고 있다.
또한 신문에는 사건의 원인 규명과 해결을 위해서 요하네스가 현지의 모험가 조합과 공조하겠다는 말도 쓰여 있었다. 그 판단이 정확했다.
그저 눈을 뜨고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위기에 몰아간 괴물을 조용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 괴물 앞에서 수준 이하의 실력자는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판이 커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유사시에 다른 사람들을 피난시키는 등의 작업을 좀 더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을 거다.
그 정도만 해도 현장에 나가서 싸우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그러고 보니까 의식을 잃기 전에 요하네스와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때 상태가 상태다보니까 기억이 좀 불명확하다. 두통이 살짝 느껴져서 나는 주먹을 쥔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소리가 나도록 두드렸다.
『그 사람, 꽤 일처리가 괜찮네요. 하긴 그러니까 제1위인 거겠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 거리에서 그 목소리를 들은 건 나와 연금술사 뿐이다.
나는 검왕검의 주인인 검주로서, 그리고 연금술사는 나와 마력을 일부 교환한 '손님' 자격으로서.
현재, 백신아는 뚜렷한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나의 측면을 부유하고 있다. 질량은 없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백신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그녀의 몸에 부딪쳤지만 그들 모두가 백신아의 몸을 통과해서 지나칠 뿐이다.
검왕검의 수복이 완료되면서 백신아는 이 세상에 물리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 눈에는 백신아의 모습이 보이지만 직접 건드릴 수 없는 건 나도 다를 게 없다.
지금의 백신아는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유령에 가까운 상태였다.
어제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요하네스도 지금의 백신아는 볼 수 없다.
목발을 짚은 채 샤를로트가 신세를 지고 있던 수녀원을 찾았다. 수녀원에는 인기척이 없다. 그저 접근 금지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테이프로 현장이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이 수녀원을 시작으로 제피로스의 부지 한 켠에 통째로 테이프가 쳐져 있었다. 테이프가 둘러진 범위는 나와 허유가 전투를 벌였던 영역 모두다.
나는 수녀원에서 도시 바깥으로 허유를 수십 킬로미터 가까이 밀어냈다. 그 자리에는 성벽이 있었지만, 나와 허유의 싸움은 성벽의 강도 같은 것이 전혀 무의미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싸움이었다.
성벽은 붕괴되었고, 지금은 붕괴된 자리에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내 모험가 자격증을 본 순간, 시원스럽게 통과 시켜주었다.
내가 찾아오면 바로 출입을 허가해주기로 미리 언질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수녀원부터 시작해서 성벽 바깥의 벌판까지, 거의 모든 위치에 칼과 창이 헤집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거대 괴수가 지나간 흔적 같다. 틀린 말은 아닌가. 허유의 힘과 속도는 그야말로 거대 괴수 수준이었으니까.
현장에는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수의 조사원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요하네스가 서 있다.
그는 나를 제외하면 이번 사건에 가장 깊이 연관된 사람이다. 목발을 짚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쪽도 나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요하네스 역시 검왕검에 매달려서 떠다니는 백신아의 모습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쪽 방향에 전혀 시선을 두지 않는다.
"조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음, 보다시피 윗선에서 파견된 조사원들이 조사하는 중이오. 저 끝에 세워진 성에도 사람들이 나가 있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내가 가까이 접근해 봤는데, 문에 직접 손을 대지 않는 이상 크게 위험한 함정은 없는 것 같았소."
요하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이것이 그대를 향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하오. 찾아올 거라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상관 없다. 나는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아마도 그렇겠죠."
그도 연금술사와 같은 의견이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어필을 해대는 상황에서 잘못 알아듣기도 어렵다.
어설픈 놈이 이런 짓을 저지르면 그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만, 같은 짓이라도 허유가 하면 느낌이 다르다.
놈에게는 오만을 부릴 자격이 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았다.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다보니 오히려 화를 낼 생각이 들지 않는다.
씁쓸한 일이다.
"더 이상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한 달 동안 얼마나 준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사람들을 긁어 모아서 도전할 수밖에 없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어요."
조용히 고개를 든다. 요하네스도 함께 고개를 들어, 눈앞의 성을 올려본다.
요하네스가 천천히 입맛을 다셨다.
"그대도 참,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듯하오. 그러한 존재에게 노려지다니."
"아, 전적으로 동감해요. 진짜, 더럽게 재수도 없지."
나도 쓰게 웃는다.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패배했고, 샤를로트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이 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웃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존재가 세상의 뒷면에 암약하고 있다면 이 기회에 맞서 싸워서 쓰러트리는 편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오. 기회가 있을 때 확실하게 제거해야지, 모른 척 뚜껑을 덮어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설마 그쪽도 참전할 생각입니까?"
그의 광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걸로 알고 있다. 싸움에 참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텐데.
"최악의 경우 나도 나설 생각이오. 광증에 빠진다고 해서 나 자신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지 않소. 어차피 패배하면 전멸할 수 있는 전투인데, 광증을 운운하면서 나 홀로 안전한 곳에 있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지."
"……그쪽이 나설 차례는 없을 겁니다."
"나도 부디 그랬으면 좋겠소. 그대의 몸이 회복되고 나면 수행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
"네, 부탁드립니다."
요하네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돌아선다. 아직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물론 이 사건에 의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들 또한.
새하얀 성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내가 아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뒷모습에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들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올리비아."
"……백신현?"
지금의 나는 얼굴에도 붕대를 감은 상태였지만 올리비아는 한눈에 나를 알아 보았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사이에 있는 속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올리비아의 옆에는 란즈 가주도 함께 있었다. 그들의 안색은 너무나도 창백해서, 마치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너……, 얼굴이……!!"
"아, 괜찮아. 꽤 회복된 상태니까."
목발을 쓰면 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만 해도 내가 입은 부상의 크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나아 진거다.
"상황은 알고 있어? 샤를로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 요하네스 님에게 전해 들었다."
그런가. 허유가 샤를로트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경악했을 때, 요하네스도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대략적인 인과관계를 눈치채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올리비아의 눈가에 기미가 내려 앉아 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진짜로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미안하다. 네가 믿고 샤를로트를 맡겼는데……,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어."
"백신현……"
그뿐인가, 마지막에는 샤를로트의 도움까지 받고 말았다.
그때 샤를로트가 스스로의 희생을 담보로 스페트로를 불러 들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허유의 본체는커녕 분신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테니까.
분하다. 괴롭다.
샤를로트는 아직 무사할까. 허유는 샤를로트를 살려 두겠다는 투였지만, 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최악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식으로 사고가 굳어 있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올리비아는 그런 말을 보고 무어라 입술을 떼어내려 하였지만 올리비아도 그다지 마음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차마 말을 꺼내지 말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만다.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내 쪽이었다.
"그러니까…… 샤를로트는 내가 반드시 되찾아 올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사치다.
샤를로트는 이미 이 자리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올리비아에게 사과를 한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질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샤를로트를 다시 되찾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스페트로에게 몸을 넘기는 길을 선택한 그 착한 아이를.
"그래,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다오. 이미 나 같은 것이 끼어들기에는 너무나도 판이 커져 버렸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다."
올리비아 또한 좌절감에 젖어 있는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나와 올리비아는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한 뒤, 서로를 한 번 가볍게 껴안았다.
"부상의 정도가 심각하군. 아가씨를 위해서, 너도 필사적으로 싸운 거겠지."
"패배한 이상 무의미한 상처일 뿐이야. 이 꼴이 되도록 싸웠는데도 샤를로트를 구할 수 없었어."
이제까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크게 다치더라도 그 부상과 맞바꾸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치더라도 그냥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온갖 부상을 감수하고 맞서 싸웠음에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저 잃기만 한 싸움이었다.
같은 실패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진 않겠다.
"좋은 눈이다. 널 구하기로 한 그 아이의 선택이 잘못되진 않았군."
그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란즈 가주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큰 위화감을 느꼈다. 도대체 뭐지?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란즈 가주의 것이다. 그런에 느낌이 다르다. 마치 그의 거죽을 뒤집어 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러한 존재를 알고 있다.
설마,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서 란즈 가주의 눈을 노려본다. 그 눈빛에 스며든 오만함을 목격한 그 순간 나의 의문은 확신으로 변했다.
"너……, 혹시 스페트로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나? 애초에 너와 내가 부딪쳤을 당시, 내가 쓴 건 란즈의 몸이었다. 최고의 그릇인 샤를로트만은 못해도, 급할 때 쓸 만은 해."
스페트로가 란즈의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입꼬리가 죽 찢어진다.
그 미소를 꿈에서도 잊을 수 없다.
스페트로는 허유 이전, 내 정신 세계 깊은 곳에서 군림하던 최대최악의 강적이었으니까.
"그걸 묻는 게 아니야. 네가 어떻게 그 사람의 몸에……"
"이건 가주님도 허가하신 문제다."
"뭐라고……?"
고개를 돌린다. 올리비아가 내 팔을 붙잡은 채, 나를 말리고 있었다.
"어젯밤, 가주님께 스페트로가 찾아 왔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가주님께서 스스로 스페트로에게 육체를 넘기셨지. 아가씨를 구출하기 전까지 협력하는 조건으로."
"……란즈 가주가 그런 짓을 허락 했다고? 내가 알기로, 란즈 가주의 부모를 해친 건……"
그뿐만 아니다.
란즈 가주가 외팔이가 된 사건에도 스페트로는 상당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란즈 가주에게 특히 스페트로는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존재일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스페트로의 존재를 받아 들인거지?
"그 정도로 이번에 나타난 존재가 무시무시하다는 소리겠지……. 가주님께서 스페트로에게 품고 있는 증오를 잠시 접어두게 할 정도로."
올리비아도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이대로 스페트로가 란즈 가주의 몸을 차지하고 돌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건 정말로 남의 집안 이야기니까.
나는 샤를로트만 구할 수 있다면 그 이외의 문제는 신경 쓸 생각이 없다.
"스페트로, 샤를로트를 두고 와도 괜찮은 거냐? 그 자식이 네가 몸에서 떠난 샤를로트를 가치가 없다면서 해칠지도 모르는데."
"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 녀석은 지금 육체를 마저 완성 시키기 위해서 폐관에 들어갔으니까."
백신아의 짐작대로였다. 허유는 아직도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끔찍하다.
아직도 그 녀석에게는 밑천이 남아 있다는 소리가 되니까.
골이 아프다.
"현재, 그 아이는 가사 상태로 수정에 봉인 되어있다. 차라리 다행이지. 그대로 방치해두었다면 쇠약사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스페트로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다.
"그 아이가 봉인되어 있는 위치는 내가 알고 있다. 준비만 제대로 끝마치면 그 아이를 되찾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그러니까……, 손을 잡지 않겠나?"
"네 목적은? 이런 식으로 그 녀석과 싸우려는 이유가 있나?"
"무인으로서 더 강한 벽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패배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적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내 실력으로도 도무지 승리를 논할 수 없는 존재다."
스페트로가 손을 내민다.
란즈 가주 또한 외팔이였기 때문에, 그에게도 손은 하나밖에 없었다.
"백신현, 손을 잡자. 너와 나의 결판은 그 존재를 쓰러트린 다음이다."
"그 녀석을 쓰러트린 다음에는 네 차례야, 스페트로.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지금 두 외팔이가 손을 마주잡았다.
설마 최악의 적과 손을 잡고 싸우게 되는 날이 오게 되리라곤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다.
허유는 그 정도로 강대한 존재였다.
스페트로는 란즈 가주가 지내고 있는 곳에는 찾아가지 않을 생각인지 올리비아도 놔두고 혼자서 등을 돌렸다.
놈도 놈 나름대로 허유를 쓰러트리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려는 것 같다.
"그리고 백신현. 그 아이가 내게 전해달라고 부탁한 말이 있다."
"그 아이……, 샤를로트를 두고 하는 말이냐?"
스페트로는 대답 없이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놈은 딱 한 마디 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믿고 있을게, 신현 씨'."
그 말을 들은 순간, 물에 젖은 장작처럼 타닥타닥 불씨만 튀기고 있던 영혼에 불이 당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