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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2화 (2/69)

〈 2화 〉 002.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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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02. 새로운 시작.

나는 이왕 획득한 아이템이니 확인이나 해보자는 심정에 아이템 감정을 해보았다.

: 주신 아카이아가 리카 대륙의 위기를 구원한 자에게 내리는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약속이 담긴 증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그래, 500여 년 전 리카 대륙의 위기를 구한 3명의 영웅에게 주신 아카이아가 내려준 바로 그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우리 지구인들을 이곳 리카 대륙으로 소환하게 한 빌어먹을 아이템이기도 했다.

생명의 불꽃이 희미하게 꺼져가기 시작한 나는 바로 를 발동시켰다.

천지가 새하얗게 변하는 듯한 강하지만 전혀 눈부시지는 않은 빛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곧 따듯한 빛에 둘러싸인 한 명의 여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습이 희미해 정확한 외모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왠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여인은 아마도,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 신비스러운 여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는 주신 아카이이랍니다. 그대는 어떤 소원을 원하나요?]

이 여인이 바로 그 유명한 리카 대륙의 주신 아카이아인 것 같았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카이아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직접 머릿속에 전해졌다. 나는 현재 목소리도 쥐어짜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굳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아카이아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나는 나의 뜻을 아카이아에게 전달하려고 애써 보았다.

[아아. 들리시나요?]

[네. 들린다기보다 마음의 소리를 직접 듣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소원…. 이라구요?]

[리카 대륙의 멸망을 막은 그대에게 하나의 소원을 들여주려고 해요.]

아…. 그랬다. 죽음에 한발을 걸쳐서일까? 왠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겨우 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리카 대륙의 멸망을 막았다고? 리카 대륙은 이미 멸망한 거나 크게 다르지 않을까?

어쨌거나, 다른 이도 아닌 주신 아카이아 정도 되는 거물이 소원을 들어둔다고 하니 나에게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죽은 모든 이들을…. 아니…. 적들 빼고…. 아군들을 모두 살릴 수는 있을까요?]

나는 다소 굳은 머리를 회전시키며 더듬더듬 내가 원하는 바를 아카이아에게 전달했다.

[그것은 의 한계를 넘어서는 소원이군요. 현재 리카 대륙의 전체 인구 9할 이상이 사망 상태랍니다.]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아카이아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으니 현재 리카 대륙의 상태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대의 지인 중 일부를 되살리는 것은 가능해요.]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나는 딱히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인류의 구원자도 아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의 사람들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리카 대륙은 멸망했다. 아마 살아가기에 힘든 점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이만 옆에 있다면 그 고난마저 조금은 즐겁지 않을까?

[다만. 그렇게 된다면 으로 죽음이 확정된 그대는 살릴 수 없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아카이아의 말 한마디로 나의 그나마 희망적이던 상상은 바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죽는다고? 그렇다면 내가 죽고 나의 지인들만 살아난다는 건가? 과연 그렇게 살아난 수아 누나가 기뻐할까? 행복할까?

[그럼…. 제가 살 방법은…. 없는 건가요?]

[으로 확정 죽음 상태인 그대를 살릴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 다만 의 소원 용량의 대부분을 사용하겠죠.]

[그렇게 한다면 현시점은 물론, 리카 대륙으로 소환되던 시점이나 지구에서 죽기 직전의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어요.]

후자의 경우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환되는 시점으로 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또다시 그 고통의 시간을 반복해야 한다.

지구로 돌아가는 것 역시 안 된다. 어차피 돌아가 봐야 혼자 쓸쓸히 병으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아니, 그 전에 아카이아가 뭐라고 했지? 의 소원 용량을 대부분 사용한다고 했던가?

[저기…. 아카이아님. 제가 살아나고 지인들까지 살릴 수는 없는 건가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 그렇단 말인가? 그렇다면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 혼자 되살아나서 뭐하겠는가?

수아 누나는 처음에는 내가 없는 세상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슬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상처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그리고 수아 누나 혼자만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상당히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수아 누나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답니다.]

내가 막 지인들을 되살려주기를 희망한다고 말라려는 순간, 아카이아가 한발 앞서 말을 건네왔다.

[다른…?]

[그대는 지금 그대가 죽고 지인들만 되살리기를 원하는 듯한데, 정작 리카 대륙을 구원한 그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을 저는 바라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그대를 위해서 한 가지 다른 방법을 제의하려 합니다.]

[그대는 지금 혼자 살아나는 것도, 과거의 특정 시점에서 되살아나는 것도 모두 꺼리는 듯하군요.]

[그렇다면 아예 다른 그릇으로 갈아타는 것은 어떤가요?]

현재 아카이아와 나는 말을 통한 대화를 나누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카이아이다 보니 내 생각을 읽고 나를 위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주러는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한 배려였다. 다만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질문을 건네야만 했다.

[다른 그릇…. 이란 게 뭐죠?]

[네. 말 그대로 다른 그릇입니다. 다른 영혼이 들어가 있던 그릇.]

[당연히 그 영혼을 밀어내고 그대의 영혼을 불어넣을 수는 없으니 그 영혼이 빠져나간 순간. 다시 말해 죽은 직후가 되겠죠.]

[그대를 위한 조언을 하나 덧붙이자면, 가령 이런 건 어떤가요? 그대들이 소환되기 전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그러면 그대가 지금 살리고 싶어하는 그 지인들을 그대의 힘으로 찾아서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조언이었다. 그리된다면 수아 누나를 다시 만날 수도, 그리고 지켜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트록스를 막기 위한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안전한 상태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문제는 되살아나는 시기였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서 준비를 위한 시간도, 그리고 상황도 달라진다.

[제가 되살아나는 시점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가요?]

[대략적인 선택은 가능하지만, 모든 그릇으로 그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느 정도 그대의 영혼과 파장이 맞는 그릇이어야 가능하죠.]

[또한, 그대가 이루려는 사명을 생각하면 아무에게나 보내서는 안 되겠죠?]

영혼, 다른 그릇에서의 부활 등 나에게는 모두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었다.

여기서는 전문가인 아카이아에게 맡기는 것이 좋으려나? 이것저것 나를 위해서 신경도 많이 써주는 것 같으니….

다만, 최소한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었다. 지구인들이 이곳 리카 대륙으로 소환되기 시작한 시점은 신성력 490년부터였다.

그렇다면 수아 누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아무나 찾아간다고 해서 소환된 지구인을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되살아나고 나서 지구인 소환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그사이에 내 힘을 키움은 물론 어느 정도의 권력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제가 소환되기 최소 1년 이전 시점에서 저에게 맞는 그릇으로 부탁할게요.]

[네. 그대의 소원을 확인했어요. 다시 시작되는 그대의 인생에 축복만이 깃들기를….]

마치 몸에서 영혼이 뽑혀나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끼며 나는 서서히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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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준은 서서히 눈이 떠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것은 창문 하나 없는 석재 공간.

햇빛 또는 별빛이 전혀 들지 않는 이 밀폐된 공간에서 그나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법등의 희미한 빛 때문이었다.

최서준은 우선 몸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마치 깊은 물에 잠긴 듯 몸이 무겁고 나른했지만, 딱히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최서준은 몸이 수면 위로 확 끌어올리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끊어져 있던 기억들이 단숨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최서준은 너무나 방대한 기억이 한꺼번에 연결되며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다 어느 순간 모든 기억이 이어졌다.

지구에서의 쓸쓸한 삶과 죽음.

이세계 소환 후 15년에 걸친 고생의 나날들.

그리고 진수아의 죽음….

꺼져가던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난 주신 아카이아.

그리고 새로운 몸으로의 환생….

이어진 기억은 원래 최서준의 것만은 아니었다. 아카이아가 말했던 새로운 그릇인 지금 몸의 기억도 일부 연결되었다.

그때의 기억과 함께 감정까지 공존하는 최서준의 본래 기억과는 다르게 몸의 기억은 억지로 덧씌운 듯한 기억만이 남아 다소 이질적이고 생소했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알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서준은 바로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상태창 확인]

이름 : 루이스 디아즈

성별 : 남

나이 : 23

신장 : 187

종족 : 휴먼

HP : 1550

MP : 3650

근력:78 민첩:80 내구:66 감각:75 마력:91 재치:90 정신:89

클래스 : 아크세이지

최서준은 이 루이스라는 사람의 기억이 다소 애매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간의 수명을 훨씬 넘겨 수백 년 이상을 살아온 초월자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태창에 적힌 나이는 최서준의 것인 이곳 리카 대륙으로 소환 직후의 나이인 23살이었다.

아니, 지금 나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최서준에게 가장 신경 쓰였던 스탯은 일단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이정도 스탯이면 최종전쟁에 나섰던 지구인 최정예 부대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암살자 같은 본인의 정보를 최대한 숨겨야 하는 어둠의 직업군이 아니라면 스탯 하나만 90을 넘겨도 리카 대륙 내에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런데 루이스는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거기다 다른 하나도 거의 90에 근접해 있었다.

아마도 루이스는 과거에 이름을 떨친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였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인물을 최서준이 모른다는 건 당연히 최서준이 이세계로 소환되기 전에 사망한 인물이라서일 것이다.

리카 대륙의 위기를 구원하기 위해서 지구인 소환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리카인 전체가 소환된 지구인보다 수준이 떨어지거나 약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가끔 소환된 지구인만큼의 높은 잠재능력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의 루이스 같은 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 바로 최서준과 함께 최종전쟁에 나섰던 이사벨 클라라 공주처럼….

다만, 문제는 최서준이 처음 접하는 라는 클래스에 있었다.

물론, 클래스 이름과 마력 쪽으로 발달 된 스탯을 보면 그쪽 계열의 클래스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서준의 산전수전 모두 겪은 15년의 이세계 생활 중에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클래스라는 건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하나는 단순히 마력 쪽 클래스라는 것을 안다고 해서 전투 방향 또는 육성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 계열도 가장 보편적인 원소 마법을 주로 쓰는 위저드 계열과 힐과 축복을 담당하는 프리스트 계열, 그리고 소환수를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하는 서머너 계열 등 정말 다양했다.

이렇게 희귀 직업군을 클래스로 가지게 되는 사람은 옆에서 육성을 도와주며 지식을 전수해줄 스승이 없다면 스스로 공을 들여 하나씩 알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재 최서준의 머릿속에는 “루이스”의 기억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완전한 기억이 아니기도 했고, 그런 일부의 지식만 가지고 스킬을 실현해 내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쉽게 예를 든다면 격투기에 관한 모든 지식을 주입받았다고 해서 그 격투기를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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