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1화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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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001.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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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01. 새로운 시작.

나는 최종전쟁에 나선 인원들의 편성표를 들여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브리뉴 제국, 브레시아 연합국은 이미 괴멸 상태였다.

그나마 카스티아 왕국의 제 2 공주 이사벨 클라라가 지휘하는 기사단만이 어느 정도 건재한 편이었다.

하지만, 실제 주력 병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소환된 지구인들로 구성된 길드 연합은 이제 채 100명도 남지 않았다.

이정도 인원으로 앞으로 남은 전쟁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승리는 고사하고 과연 얼마나 버틸지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높은 감각을 지닌 내가 이렇게 가까이 접근을 허용하는 대상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으로 인해 나에게 접한 이가 누구인지 돌아보지 않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그 인물이 서 있었다. 현재 길드 연합의 연합장이자, 이 전쟁의 총지휘관인 진수아였다.

그리고 내가 이세계로 소환된 후, 아니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또 편성표를 보고 있었던 거니?”

“뭐. 그렇죠…. 수아 누나.”

“계속 본다고 인원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잖니? 남은 인원으로 최선을 다해봐야지.”

수아 누나는 내 앞에서는 언제나 듬직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나보다 훨씬 근심 걱정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르긴 해도 수아 누나는 내가 보고 있는 이 편성표를 나보다 훨씬 자주, 훨씬 오래 보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나는 수아 누나의 그런 남들이 의지할 수 있게끔 만드는 듬직한 모습에 많은 구원을 받았다.

절망에 빠져 거의 무너져 가던 내가 다시 이렇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수아 누나 덕분이었다.

나는 수아 누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풍성하고 결이 곱던 수아 누나의 머리카락은 오랜 전장 생활로 윤기를 잃었다. 언제나 생기 넘치던 수아 누나의 얼굴 역시 피로에 절어 초췌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수아 누나의 아름다움을 앗아 갈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다소 초췌해진 그런 모습이 수아 누나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내 눈에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는 수아 누나에게 한발 다가섰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듯 수아 누나는 눈을 살며시 감으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수아 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시작했던 입맞춤은 곧 서로의 혀가 뜨겁게 얽히는 격렬한 키스로 이어졌다.

나와 수아 누나는 키스가 끝난 후에도 잠시 그대로 껴안은 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손을 움직여 수아 누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평소의 수아 누나라면 이런 장소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나를 타박했겠지만, 곧 있을 생사를 점칠 수 없는 일전을 앞둔 수아 누나는 나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곧 나와 수아 누나는 알몸이 되어 다소 부실한 야전침대 위에서 몸을 섞기 시작했다.

벌써 몇 번은 들어갔었던 수아 누나의 몸이건만, 매번 들어갈 때마다 새로웠다. 그리고 오늘따라 더욱 뜨겁게, 그리고 강하게 나를 휘감아 왔다.

마치 이게 마지막인 것처럼 수아 누나의 질은 나의 남근을 꽉 물며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느낌을 절대 잊지 말라는 듯 내 몸속 깊이 새겨주었다.

“아아…. 하아아…. 아으읏…. 아흐으읏….”

수아 누나는 평소보다 훨씬 느꼈다. 내 손길 하나마다, 내 허리 움직임 하나마다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수아 누나의 몸속은 용광로처럼 뜨거워 나의 남근을 익혀버릴 것 같았고 수아 누나의 질은 너무나 조임이 강해 나의 단단한 남근을 뭉개버릴 것 같았다.

곧 나와 수아 누나는 동시에 절정을 맞이했고 나는 수아 누나의 더욱 뜨거워진 몸속 깊은 곳에서 정액을 분출했다.

“수아 누나…. 오늘 너무 좋았어요. 정말 최고였어요.”

“나도…. 너무 좋았어. 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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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 눈앞에는 수많은 시체와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피로 뒤덮인 언덕이 보였다. 아니 그 언덕 자체가 수많은 시체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은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의 끊어져 가는 이런 내 목숨마저 수아 누나가 목숨을 버려가며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작 사라졌을 목숨이었다.

‘수아 누나와 이렇게 허무하게 이별할 줄 알았다면 최소한 고백이나 할 걸….’

너무나 후회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진작 눈치채고 있었지만, 실제로 말로 전한 적은 없었다.

말을 통해 확실하게 내 마음을 전했다면 수아 누나는 조금이라도 맘 편히 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마냥 후회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먼저 사라져간 수아 누나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 왜냐면 어차피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게 될 테니….

그 이유는 바로 저 멀리서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하나의 존재 때문이었다. 바로 적들의 수장이자 이 전쟁을 일으킨 원흉인 차원파괴자…. 아트록스.

결전의 날.

아트록스가 차원이 다른 강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트록스에게만 모든 전력을 배치할 수는 없었다. 그 외의 전력에서도 우리 측이 눈에 띄게 밀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낸 전략은 아트록스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주력 전력이 아트록스를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인원들이 아트록스의 부하들을 막는 것이었다.

아트록스를 상대하는 측의 지휘관은 수아 누나가 맡았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그 조에 편성되었다.

그리고 아트록스의 부하들을 상대하는 조의 지휘관은 현재 이세계인, 즉 리카인 중에서 유일하게 소환된 지구인의 주력 병력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이사벨 클라라였다.

아트록스를 상대하는 측의 위험부담이 더 크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트록스의 부하들을 상대하는 측이 호락호락한 것도 아니었다. 최소 10배 이상의 머릿수를 상대해야 했으니….

우리는 나름 잘 싸웠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딱히 전략이 잘 못 된 것은 아니었다.

아트록스에게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우리의 10배가 넘는 적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포위당해 협공을 당했을 것이다.

아트록스의 부하들에게만 주력했다면 그 사이 아트록스에게 너무나도 간단하고 빠르게 하나씩 목숨을 잃어갔을 것이다.

쉽게 말해, 어차피 질 싸움이었다. 아마 최종전쟁에 참여한 대부분 인원이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니었을까?

현재 이 장소에서 살아남은 이는 나뿐이다. 하지만 리카 대륙 전체를 돌아봐도 그 수는 그리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아트록스와의 싸움을 피해 달아날 곳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느냐? 아니면 순순히 목숨을 내어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저항하느냐?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을 뿐이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쉽다면, 수아 누나와 손을 마주 잡고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도 또 하나 아쉬운 것은 그런 각오와 희생을 치른 것 치고는 아트록스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건재하다는 것이었다.

아트록스에서 승리하는 모습은 처음부터 전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줄 수 있을지 알았다. 상당히 허무하기까지 했다.

아트록스는 아마도 짜증과 가소로움이 뒤섞은 표정으로 –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알아볼 수는 없었다.­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둬도 이내 꺼질 나의 생명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너무나 무방비한 모습이었지만, 곳곳에 큰 상처를 입었고 체력도 남아 있지 않은 나는 그 짧은 거리를 달려가 공격을 날릴 수도 없었다.

“정말 귀찮았어. 어리석은 리카인들이 쓸데없이 너희들을 소환한 덕분에 내 계획이 상당히 틀어졌군.”

내게 더 이상의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아트록스는 나에게로 다가서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도 너만 죽으면 끝이군. 나머지 살아남은 벌레들도 곧 너를 따라갈 테지. 너는 나를 마지막까지 괴롭힌 포상으로 한 번에 고통 없이 보내주지.”

아트록스는 말 그대로 나를 벌레 취급했다. 지금 하는 말들도 굳이 나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강한 마법 공격을 얼마든지 날릴 수 있는 아트록스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방심한 채 나에게 바짝 다가섰다. 나를 죽이는 손맛을 직접 보기 위해서일까?

걸레 조각이나 다름없는 현재 내 상태나 아트록스의 강함을 생각하면 아트록스의 말이나 지금의 행동이 절대 허세나 자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방심도 아니었다. 내가 만약 만전의 상태였더라도 아트록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수아 누나 덕분이었다.

물론, 이런다고 해서 내가 살아날 수 있다거나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복수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나 누나의…. 그리고 나의….

‘수아 누나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그리고 정말 사랑했어요….’

나는 마지막으로 수아 누나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며 지금까지 쓸 기회가 없어서 숨겨두었던, 아니 쓰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데스디시전]

<스킬 :="" 데스디시전=""/>

: 손이 닿는 범위의 근접 공격만으로 발동. 이 공격을 받은 대상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이 공격을 사용한 대상도 서서히 생명을 다하며 죽음에 이른다.

아무리 <데스디시전>이 치명적인 스킬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아트록스가 완전히 방심하고 나에게 바짝 다가서지 않았더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었다.

<데스디시전>은 순간 발동 스킬도 아니고 상대와의 제로 거리에서만 발동했다. 그리고 발동에 필요한 상대와의 접촉 시간도 짧지 않았다.

아트록스는 자신의 다리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는 나를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내 스킬이 시전되자 전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나의 공격에 아트록스는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아트록스의 그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이제는 스킬의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눈치챈 듯 했지만…. 이미 늦었다.

거만하게 서 있던 아트록스의 무릎이 꺾였다. 그리고 아트록스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 가더니 곧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그와 함께 처음부터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지탱하고서야 겨우 자세를 유지하던 나 역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딱히 <데스디시전>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며 억지로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 생명이 지금 다했을 뿐이었다.

적의 수장이자 수아 누나, 그리고 내 목숨의 원수인 아트록스를 처단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는 않았다.

현재 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3국은 모두 멸망했고 최종전쟁에 나섰던 모든 인원도 전멸했다. 혹시나 리카 대륙 구석구석을 찾아보면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죽은 시점에서 그런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쨌거나 아트록스는 죽었고 나도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은 살아있다. 이런 상황을 조금 억지를 부린다면 승리라고 부르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나는 아무런 의미 없는 승리를 곱씹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내 눈에 반짝이는 어떤 아이템이 비쳤다.

어른의 주먹 크기쯤 되는 보석이었다. 모양을 보아하니 무기나 방어구는 아니었고, 뭔가 보조 아이템 같은 건가?

아마도, 아트록스가 죽으며 드롭한 아이템인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아이템을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의 행동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리카인 뿐만 아니라 강한 몬스터들도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이곳 리카 대륙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이템이 중요했다.

어떤 아이템은 높은 가치를 지녀 아이러니하게 주인을 지켜줘야 하는 그 아이템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모험가들이 그렇듯 나 역시 살아남고, 살아나가기 위해서 좋은 아이템을 원했고 때로는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아트록스가 드롭한 아이템이라면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최고 등급의 아이템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마당에 그런 아이템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 아이템을 발견하자마자 아이템을 향해 자연스럽게 손을 뻗고 있는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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