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3.아이언 쓰론의 비밀
하련과는 어느새 아이언쓰론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소린에게 평가를 위해 소린에게 들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었기에, 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마나 파장을 일으켜서 드워프들 속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는 소린을 발견했다.
"하련, 저기서 술 마시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시공간 동결 속에서 보낸 3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어느새 그녀에게 너무나도 편하게 반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가서 물어볼 것을 물어보고 나서 바로 떠나자. 더 이상 아이언쓰론에 볼 일은 없을 것 같아."
하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리는 드워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한 손에는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소린에게 다가갔다.
소린은 우리를 발견한 것인지 어깨동무를 하던 손을 다른 드워프에 어깨에서 내리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축제가 즐겁지 않으셨던 겁니까? 아까 다른 드워프들이 말하길 어디론가 떠나셨다고 하셨는데요?"
소린은 혹여나 우리가 이 시끌벅적한 축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 드워프들의 축제는 마음에 들었다.
축제란 것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데에만 의의를 두지 않고, 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는가에 대한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 이였다.
실제로 지금도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떠드는 드워프들의 눈에는 진심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마음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소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축제는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인 볼 일 때문에 잠시 나갔다 온 것일 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소린이 씨익 함박 웃음을 짓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하하! 저희 드워프들의 축제는 외부에서 보면 그저 술이나 마시며 고기를 뜯는 것인데 다행입니다! 하하하하하하!"
'그게 전부 아닌가...?'
사실 그것 만으로도 모두가 충분히 즐거웠다면 그게 축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옆에서 나와 소린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련이 나와 말했다.
"몇 가지 질문을 할테니 대답해주면 좋겠어."
소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서는 하련의 몸을 아래부터 위까지 빤히 스캔 한 뒤 말했다.
"호위기사가 감히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끼어들다니!"
'엥?'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린은 내가 프레이야의 남편, 즉 엘븐가드의 부군으로 보고 있기에 환대 한 것 이였지 인간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하련과 소린은 한번도 대화를 안 나눈 것 같네?"
내 기억 속에서 아이언쓰론에 들어온 이 후 소린과 하련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었다.
그렇다 보니 소린은 하련이 허리 춤에 찬 검들을 보고 내 호위기사 라고 착각했던 것 이였다.
나는 하련이 화를 낼까 봐 빠르게 그 사이에 끼어 들어 말했다.
"내가 해줄 말을 대신 해주어서 고마워, 하련! 소린, 사실 제가 몇 가지 질문 드리려고 했던 것이 있는데, 그걸 이쪽의 하련이 대신 해줄 겁니다."
나는 하련을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소린에게 말했다.
소린은 내가 아닌 다른 인간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한지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킁하고 콧김을 내뿜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호위기사! 궁금한 것이 있다면! 내게 물어보도록!"
그러고 서는 팔짱을 끼고 콧김을 한번 더 킁하고 내뿜었다.
그걸 바라보는 하련의 표정에서는 이상하게도 화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의 미소에는 마치 현세를 초월한 것만 같은 초탈함이 담겨 있었다.
'기분 존나 좋은가 보네...'
하련의 미소 속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감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화를 내지 않는 하련의 귀중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련은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소린에게 물었다.
"드워프 왕국 아이언쓰론은 누구에게 지배 받는 거지?"
그 말을 하자마자 하련의 표정이 다시 싹 바뀌었다.
그녀의 싸늘한 표정 속에는 궁금증 보다는 확신이 담겨있는 듯 하였다.
하련의 말을 들은 소린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가기 시작했다.
소린은 한층 낮아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하련에게 대꾸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지? 아이언쓰론은 그 누구에 지배도 받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하련은 한번 '하!'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더니 소린을 향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이 성...아니 요새를 감싸고 있는 저 금속들...평범한 금속이 아니야. 누가 뒤에 있는 거지?"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더 자세히 요새를 꽁꽁 감싼 강철과도 같아 보이는 금속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하련의 말대로 일반적인 금속이 아니었다.
'이건...'
느껴지는 미세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미세한 흐름이기에 나같은 구원자조차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을 듯한 정말 티끌과도 같은 흐름.
그리고 나는 이러한 금속을 본 적이 있었다.
"용골... 아니, 드래곤 본을 섞은 합금이네요."
나는 그 말을 하고나서 소린을 쳐다봤다.
소린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한 방울 떨어졌고, 아까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련은 소린을 향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이 요새를 감싸고 있는 금속은 전부 드래곤 본을 섞은 합금이야. 아이언쓰론... 너희를 지배하고 있는 건 드래곤이야. 내 말이 틀렸나?"
소린은 결정타와 같은 말을 듣고 서는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다고 느꼈는지 눈을 질끔 감았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소린의 입이 열렸다.
"이...이 일은 엘븐가드에는 비밀로 해주게... 우리도 원해서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야."
결국 부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씁쓸하게 말하는 소린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실 드워프들은 드래곤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이다.
드래곤은 어느 세계에서 든 간에 기본적으로 굉장히 탐욕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신기하고 귀중한 물품을 모아야 한다는 욕망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금속을 다루며 그것으로 온갖 기상천외한 것들을 만드는 드워프들은 굉장히 소중한 인력 이였다.
나 또한 실제로 가상 세계에서 그리 행동하는 드래곤을 찾아다 죽여버린 적인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마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것이겠지...'
소린의 씁쓸한 웃음에서 고뇌와 고통의 흔적이 보였다.
하련은 그런 드워프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윽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성원, 평가는 대충 끝났을 거라고 생각해. 네 결론은 뭐지?"
"대체적으로 통과야. 문화 통과, 윤리 통과, 도덕 통과, 기술 통과, 역사 통과, 분쟁 통과, 환경 항목만 탈락이고."
환경이 탈락인 이유는 역사 데이터를 돌아본 결과, 아이언쓰론이 세워진 이 산이 원래부터 돌산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산은 원래 일반적인 산과 같이 굉장히 커다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던 곳 이였지만, 드워프들이 이 산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 되어버렸다.
산의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자연스레 근처 환경에도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가 아이언쓰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황폐한 평야였다.
생태계란 원래 물고 물리는 것으로, 한 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주변 또한 함께 붕괴되는 것이 순리였고, 그렇기에 드워프들의 국가이자 문명인 아이언쓰론은 환경에서는 빵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머지 부분에서는 흠 잡을 것이 없었어.'
그래도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경계심을 가지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환경의 황폐화를 가속 시키고, 환경의 황폐화는 윤리와 도덕의 결여를 부른다.
윤리와 도덕이 결여되면 자연스레 문화 또한 망가지고, 그렇게 까지 망가진 문명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 즉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그렇게 해서 일어난 전쟁은 잘못된 행동을 갖은 미사여구로 포장해 진실을 왜곡해서 후대에 남기고, 그 왜곡된 진실로 인해 후대는 거짓 된 역사를 진실로 받아들인다.
또한 해당 전쟁을 이기기 위해 빠른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다시금 환경을 망가뜨리게 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끝임 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원자가 평가하는 7가지 항목은 서로 물고 물리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제국은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중후반에 다다른 문명이기에 심판을 판정 받았다.
비록 그들의 기술은 환경의 파괴까지 부르지는 못했으나, 윤리와 도덕이 먼저 결여됨으로서 그 뒤에 일어날 순서대로 문화,분쟁이 자연스레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 망가진 문명은, 잘못된 부분을 해결하는 것보다 문명 자체를 소멸 시키는 것이 차원의 균형에 도움이 되었다.
하련은 어떻게 평가 하였는지 궁금했던 나는 하련에게 물었다.
"하련은 어떻게 평가 했어?"
하련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너와 같이 환경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통과를 줬어. 아이언쓰론에 심판은 없다. 하지만..."
평가에서 통과된 문명의 문제점을 해결해준다 그게 우리 구원자의 의무였다.
아이언쓰론은 평가에서 두 사람에게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우리의 눈 앞에는 명백한 문제점이 보였다.
'드래곤... 마지막으로 드래곤을 때려 잡았던 것이 언제더라...'
사실 나는 드래곤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 이유인즉, 하나같이 오만하고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종족을 깔봐서, 항상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기 때문이었다.
'간만에 드래곤 고기로 몸보신 할 수 있겠네.'
드래곤은 정말 잡을 수 있다면 잡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 될 정도로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사냥감 이였다.
그들의 뼈는 훌륭한 마나 전도체로써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었고, 그들의 고기는 오랜 시간 좋은 것 만을 먹어와서 그런가 최상의 육질을 자랑 하였다.
또한 그들의 레어에는 오랜 시간 살아온 만큼의 굉장한 양의 보물들이 있었고, 그들을 죽이면 모든 종족, 하물며 드래곤까지도 그 사람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인정하며 존중 해주었다.
그렇기에 나 또한 한때, 수많은 드래곤을 도살하며 살아 온 경험이 존재하였다.
스읍...
드래곤 고기를 먹을 생각에 입에서 침이 고인다.
나는 살짝 흘러나오려는 침을 슥 닦고는 하련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련, 문제점이 눈에 보이는데 어떡할까? 지금 당장 해결할까?"
한시라도 드래곤을 잡아서 고기를 뜯고 싶었다.
스퀴르의 요리에 익숙해진 내 입은 평범한 음식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들떠있는 듯한 내 목소리에 하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심판과 구원은 동일한 날짜에 행해져야만 해. 제국군이 이 곳에 온다는 날짜가 언제였지?"
"일주일 후에 출발하고... 격전지로 정한 평원의 위치까지 감안하면... 2주는 더 걸릴테니 3주는 남았는걸?"
"3주는 너무 긴 감이 없잖아 있는데..."
하련은 자신의 시그니처 행동이 되어버린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까딱거리는 자세를 잡더니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잠시 후 생각을 마쳤는지 팔짱을 풀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성원, 혹시 동결을 역으로 써본 적 있어?"
"어, 나는 대충 가속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왜 그래?"
"혹시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에 가속을 걸 수 있을까?"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
그렇게는 응용 해볼려고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 또한 동결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속 시켜야 될지 가늠해보고 서는 하련에게 말했다.
"될 것 같은데? 해본 적은 없는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내 확신 어린 말을 들은 하련은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일단 지금 바로 갈라지자. 나는 수인들의 나라, 로 엔드리올로 가겠어."
그렇게 말하는 하련의 얼굴에는 살벌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으악! 안돼!!'
결국 로 엔드리올로 가서 다양한 수인 소녀들을 만난다는 계획이 하련의 방해에 의해 물거품으로 변했다.
하련도 애초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로 엔드리올에 간다고 한 건지 알아챈 듯 하였다.
결국 로 엔드리올로 가서 다양한 수인 소녀들을 만난다는 계획이 하련의 방해에 의해 물거품으로 변했다.
하련도 애초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로 엔드리올에 간다고 한 건지 알아챈 듯 하였다.
하지만 방금까지도 몸을 섞었던 하련에게 수인 소녀들을 보고 싶어 로 엔드리올로 간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말했다가는 뒤지게 얻어 맞겠지..'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며 하련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신성 왕국으로 가야겠네... 그게 맞겠지...?"
최대한 두 눈을 똘망똘망 뜬 채로 불쌍해 보이는 자세를 한 후 하련을 쳐다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단호한 거절 이였다.
"응, 너가 신성 왕국으로 가면 돼!"
마지막 시도마저 막혀버리자 오히려 담담해졌다.
'다음에 가면 될꺼야. 아니, 뭐 그 수많은 차원 중에 수인이 존재하는 차원이 여기 밖에 없겠어?'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완전히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우리를 지켜 보고만 있던 소린은 아직도 어두운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아까 그 이야기... 부디 엘븐가드에는 전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동맹이 깨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 현재로써는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한번 더 우리에게 신신당부 하는 소린의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소린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언쓰론의 문제는 해결 될 겁니다."
소린은 내 말을 듣고 벙찐 얼굴로 물어왔다.
"예...? 문제가 해결 된다고요? 누가 저 드래곤을 죽여주기라도 하신 답니까...?"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럼 3주 뒤에 다시 뵙죠. 그때는 아마 다른 이유로 찾아 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하련에게 손짓으로 빨리 가자는 제스쳐를 보냈고 하련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나는 하련이 사라지자 소린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어찌 됐든 아이언쓰론의 환대에 감사 했습니다. 다음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당당하신 모습으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는 소린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감사를 표하고는 즉시 신성 왕국이 있는 동쪽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