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2화
“오늘은 반성할 거 없니?”
병과장이 계속 내 혀와 보지를 문지르며 물었다. 나는 대답할 게 떠올랐지만, 그가 혀를 놔주지 않아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를 올려다보며 난색을 표하자, 그가 혀를 놔줬다.
“저....친구가 생겼어요.”
“그거 참 다행이구나. 그동안은 친구가 없었지?”
“네....”
내가 외톨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걔는 여자예요. 착하고, 활달하고, 저를 잘 챙겨줘요.”
“좋은 친구구나.”
“어제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오늘도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구요.”
“그런데 뭐가 문제니?”
그리고 내가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가 다시 내 입에 손가락을 넣더니 혀를 잡아 버렸다.
“흐에에?”
“재촉하지 마렴. 혀를 잡고 있을 때는 내 손가락만 느끼고, 내가 놓아줄 때만 말하면 된단다.”
나는 그의 말을 들은 뒤, 마치 자지에게 해주듯 그의 손가락을 빨아주고 혀로 부드럽게 감싸면서 애무해줬다.
잠시 그렇게 입을 유린당한 뒤, 그가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착한 친구인데, 저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그러자 내 보지 구멍을 편안하게 풀어주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빠져 나갔다.
“선생님? 멈추지 말아주세요...”
“계속 말하렴, 무슨 거짓말을 했지?”
“학창 시절에 왕따였다고, 그리고 원래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는데 다른 남자들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거라고....”
“나쁜 짓을 했구나. 왜 그랬니?”
“그 애가 절 나쁘게 생각할까봐....그 애와의 사이가 멀어질까봐 겁이 났어요.”
“그래, 하지만 니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걔가 알면 어떻게 될까?”
“아마....절 미워하겠죠.”
“맞아, 그러니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단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살기 위해서는 니 마음 속에 있는 걸 솔직하게 말할 줄 알아야 돼.”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다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걸요.”
“나는 너의 감정을 받아주는 쓰레기통이 아니란다. 나한테 고백해서 니 불안을 해소해 버리라는 게 아니야.”
“죄, 죄송해요....”
“나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한솜이 너 자신이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지.”
“명심할게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했는데 절 싫어하면 어떡하죠?”
“그럴 리는 없단다. 한솜이 니가 그 애한테 고마워한다면 그 정도는 이해해 줄 거야. 항상 너와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렴.”
“네...감사해요 선생님.”
“그럼 잘못을 했으니 어떻게 해야겠지?”
“버, 벌을 받을까요?”
그러자 그가 나를 무릎에서 내려서 바닥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가 다리를 벌리더니 바지를 내려서 잔뜩 발기된 자지를 꺼냈다.
아아...선생님이 나 때문에 저렇게....
“입으로 잘못을 했으니, 입으로 벌을 받아야겠지?”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고, 조심스럽게 그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기억하렴, 여자는 남자를 기분 좋게 해줄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야, 이를 조심하고, 혀를 부드럽게 잘 사용해보렴.”
으음.....음.....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열심히 그의 자지를 핥고 빨면서 봉사해줬다.
묶여 있는 탓인지, 보지를 잔뜩 가지고 놀아져서 평소보다 훨씬 흥분해 있는 탓인지, 자지만 빨고 있을 뿐인데도 흥분이 멈추질 않았고, 바닥에 흥건하게 애액을 줄줄 흘렸다.
하아.....하아.....
어쩐지 말려드는 기분인데.
나는 정액을 잔뜩 받아냈던 입을 화장실에서 몇 번이고 청소하며 정신 차렸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니 몽롱했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기어이 입도 허락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냥 엉덩이를 맞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어쩐지 곧 내 보지도 그에게 뺏겨버릴 거 같은 불안.
도찬호와는 달리 병과장에게서는 도망치거나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 도찬호는 분명 어딘가 탈출구가 있으리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내 성적을 쥐고 있는 병과장에게는 졸업할 때까지 순순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게 묶여서 몸을 맡기기 시작하면 금세 쾌락에 몸이 절여져서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돼 버린다.
으으....버텨야 돼....
교수 연구동을 벗어나자 몇 시간 뒤에 다시 유미와 만날 생각을 하며 금세 들뜬 기분이 됐다. 하지만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설계가 돼 있는 건지,
과방에 들어서자마자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놈의 얼굴이 보였다.
2학기 개강 첫날 도찬호가 데리고 왔던 2학년 선배, 내 핸드폰 번호를 반강제적으로 받아갔던 그 놈이 과방에 와서 앉아 있었다.
“어, 드디어 만났네.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돼?”
그는 도찬호 옆에 앉은 채로 날 바라봤다.
그는 그동안 나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었지만, 전부 무시해 버렸다. 차단을 걸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도찬호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처럼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도찬호가 싫어할까봐 차단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락을 씹는 정도야 남자친구인 도찬호에게 밉보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찬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저 이름도 모를 선배놈이 나에게 친한 척 하는 게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괜히 소개시켜줬다는 표정.
당연히 그때는 나와 사귀거나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테니, 단순히 동기 중에 내가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놈이니까.
“좀, 바빠서요.”
분위기 파악이 끝난 나는, 굳이 그에게 살갑게 대해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밥이나 먹자.”
그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에 먹어요.”
“누구?”
선약이라는 말에 도찬호가 더 먼저 반응했다.
“유미.”
“아, 걔는 괜찮아.”
마치 자기가 허락해주는 사람과만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투. 기분 나쁘다.
“걔는 또 누구야?”
선배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도찬호에게 물었다. 마치 니가 책임지고 취소시키라는 태도다.
“제 고등학교 동기예요. 착하기도 하고 괜찮은 애예요.”
“예쁘냐?”
“싸움을 잘해요.”
씨발, 그래서 도찬호가 그렇게 눈치를 보는 거였구나. 예쁘냐는 물음에 싸움을 잘한다는 대답이 나오다니. 쉽게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해준다.
하지만 그건 내게도 의외였다. 그렇게나 판에 박힌 듯 쾌활한 여자인 유미가 도찬호한테서 싸움을 잘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니, 그래서 나한테 도움을 준다고 했었구나.
“억센 여자는 별로 인기 없을 텐데.”
선배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씨발, 나도 누구한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억셌잖아. 하지만 그런 거 별로 상관없이 내 얼굴과 몸매가 남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제는 거의 여성스러운 말투가 돼 버리기도 했고.
짜증난다.
“그럼 저녁은 어때? 후문에서 밥이나 한 끼 하는 건 어때.”
“찬호가 싫어할 텐데요.”
나는 바통을 찬호에게로 넘겨 버렸다. 날 지켜준다고 했지? 어디 한 번 지켜봐.
“아냐, 선배랑 밥 정도는 먹을 수 있지.”
무능한 새끼.
도찬호의 얼굴에 불안이 약간 끼어 있긴 하지만, 상대가 선배이다 보니 거절을 못하는 게 보였다. 나한테는 그렇게 강하게 굴더니, 진짜 강하게 저항해야 할 상대한테는 이렇게나 쉽게 꼬리를 내려버리다니.
“그럼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나?”
선배놈은 정말 오늘 반드시 나랑 밥을 먹어야겠는지 꼼꼼하게 내 시간표까지 물어갔고, 후문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정확한 약속시간까지 내게 말해주고 갔다.
에휴....유미랑 또 만날 생각에 겨우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이 자식들 때문에 기분을 잡쳐 버렸다.
“정말 나 밥 먹으러 가도 돼?”
“뭐 어때, 저녁밥만 먹는 건데.”
“너는 왜 안 와?”
“바빠.”
찬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너만 정신 바짝 차리고 여지를 안 주면 되지.”
그가 내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여지...
병과장도 그렇게 말했었지.
정말로 내게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이 전부 내가 여지를 줬기 때문인 건가?
해변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거칠게 창피를 줬기 때문이고, 노상 방뇨를 하다가 들킨 것도 내가 꼼꼼하지 못했던 탓이고, 이두승에게 걸린 것도 내가 긴장을 풀었던 탓....
머리가 복잡하다.
모두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내 잘못으로 당한 것이었다?
뭔가, 아닌 거 같은데.
잘못된 거 같은데 다른 뚜렷한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고, 가슴이 답답하고 찝찝한 심정이 가시질 않았다.
“오늘 기분 안 좋아? 표정이 안 좋네.”
유미가 팥빙수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오늘도 유미가 안내해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처 카페로 왔다.
“별 일 아니야, 신경쓰이는 게 좀 있어서.”
“뭔데? 나한테 말해봐. 그럼 좀 나아질지도 몰라.”
그녀의 얼굴은 전혀 차분해보이지 않았다.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거 같다는 기대를 잔뜩 품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다.
“사실 어제 너한테 거짓말을 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그래? 뭔데?”
“사실 고등학생 시절 왕따는 아니고, 잘 나가는 에이스였어. 제대로 된 친구가 없었던 건 맞지만.”
“그리고?”
“입도 좀 더럽고. 괜히 부끄러워서 남자들 핑계를 댄 거야.”
“그리고?”
“....끝인데?”
“....그게 다야?”
그러자 그녀가 ‘헤엥’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소파에 축 늘어져 버렸다.
“난 또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줄 알았네.”
그녀가 잔뜩 실망했다는 어투로 말했다.
“아, 아니 난 이미 찬호랑 사귀고 있는데?”
“그렇다고 걔를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아....그렇긴 하지.”
“너희 과 남자들밖에 없다며, 괜찮았던 남자 없어?”
“없어.”
나는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을 내렸다.
“죄다 쓰레기들이야.”
뭐 입이 거칠다고 고백했으니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러자 그녀가 깔깔대며 좋아했다.
“맞아, 남자들은 죄다 쓰레기들이지, 상대할 가치가 없어.”
그렇게까지 말해버리면 내가 좀 마음이 아픈데. 나를 제외한 헤비 캐논과로만 해주라.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내게 기대면서 음흉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 한솜이 첫사랑 이야기나 좀 들어볼까. 히히.”
그녀가 내 허리를 감싸고 나를 꽈악 안았다.
“그, 그런 거 없어! 왜 이래!”
나는 그녀로부터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힘이 장난 아니었다. 이렇게 가녀린 몸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마치 도찬호 같은 남자에게 잡힌 것처럼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자, 잠깐만, 아, 아파!”
그러자 그녀가 허리를 놔줬다.
“첫 남친은 언제 사귀어 봤어?”
그녀가 여전히 음흉만 미소로 내게 달라붙었다.
“그런 거 없다니까....”
“설마 도찬호가 처음?”
나는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유미도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이 됐다.
“하아....”
유미가 한숨을 쉬면서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의 뒤통수를 보면서 그녀가 나를 걱정해주는 게 조금 기분 좋다는 느낌이 됐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 방학 때 어디 놀러 갈래?”
그녀는 다시 평소의 유쾌한 얼굴이 돼 있었다.
“어디로?”
“스키장이나 온천에 가보자. 사실 나도 친구랑 그런 데 가본 적은 없거든.”
나는 잠깐 머릿속으로 그녀와 스키를 타며 꺄르르 노는 걸 상상하고, 온천에 같이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좋아. 가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한 번 찾아볼게! 너는 그냥 기대하고만 있어!”
“그래, 고마워.”
우리는 상당히 녹아서 거의 물이 돼 버린 팥빙수를 마무리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