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화 (31/100)



〈 31화 〉31화

“어! 한솜아! 여기!”

유미와 만나기로 한 곳은 도서관 앞의 벤치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완전히 잊어버렸었지만, 그녀는 멀리서부터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날 불렀다.

어쩐지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번 도찬호의 동기 모임 때 만났던 그녀와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유쾌했다.

“와우, 한솜이 너 정말 대담하다. 노브라로 다닐 생각을 하다니.”

그녀는 사양하지도 않고 내 젖꼭지를 그냥 보면서 말했고, 나는 흠칫 놀라며 팔로 가려 버렸다.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나도 노브라로 다니고 싶은데 용기가  생기더라구. 넌 정말 대단하다.”

“으, 응. 고마워.”

그리고 잠깐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혹시 아직도 도찬호한테 잡혀 있어?”

“....응....”

“후우...하여튼 쓰레기 새끼. 정말 내가  도와줘도 되겠어?”

“응 괜찮아. 게다가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에 만났던 여자들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  이해 못하겠지만.”

“찬호 이야기는 그만 하자.”

그러자 그녀 얼굴이 다시 천진난만하게 바뀌더니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아 맞다! 내가 후문 쪽에 맛있는 집을 하나 발견했거든, 나중에 꼭 너랑 같이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가보자.”

“오, 그래? 그럼 가보자.”

나는 남자들 사이에서는 내가 여자가 됐다는  잔뜩 실감하고 있었지만, 여자랑 만나는 건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아직도 남자인 것처럼 느껴졌고,  나쁘지 않은 외모를 가진 그녀의 앞에서 마치 소년이  것처럼 주눅이 들어 행동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그녀가 나를 동성친구인 것처럼 편하게 대했고, 상황을 리드해줬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다니며 편하게 행동할 수가 있었다.

“혹시  싫어하는 않지?”

“아냐, 좋아해.”

그녀가 날 데려온 곳은 캘리포니아 롤 식당이었다.

와이씨, 여자랑 다니니까 이런 곳도 다 와보네.

식당이 갑자기 뿅 나타난 건 아니고 계속 여기 있었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이랑 다니고, 혼자 다닐 때는 이런 식당에 와볼 일이 없었다.

“자, 가운데 놓고 같이 먹자.”

그리고 음식을 시키는 방식도 특이했다.

원래 여자들은 이렇게 먹나?

캘리포니아 롤 한 접시와 연어 초밥 한 접시를 시키더니, 그냥 가운데 놓고 나눠 먹기로 한 것이다.

툭!....

앗!...

롤에 있던 날치알이 가슴팍에 떨어져서 다급하게 치우는데,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사이즈가 얼마야?”

“으응? 무슨?”

“가슴 사이즈 말이야. 거의 내 두세 배는 되는 거 같은데.”

그녀가 킥킥대며 웃었다.

“무, 뭘 그런 걸 물어봐.”

“뭐 어때, 소문 안  테니까 나한테만 가르쳐 줘.”

“구, 97....”

“와 미친, 젖꼭지까지 합쳐서?”

“미쳤냐?”

앗!!

“미, 미안.”

나는 습관적으로 욕이 튀어나와서 다급하게 사과했다.

“농담이야, 히히, 겨우 뭐 그 정도로 사과하고 그래.”

“우리과가 남자들이 많다보니 거기서 욕이 입에 붙었나봐....”

어....나 왜 핑계를 대고 있지.

원래 내가 입이 험하다는  들키고 싶지 않은 건가?

“오히려 긴장이  풀린 거 같아서 난 좋은 걸? 한솜이 너 방금 전까지 완전 얼어 있었던 거 알아?”

“아...그게 여자랑 밥 먹는 건 처음이라...”

“....혹시 왕따였어?”

“아, 아니 그런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까짓  욕  하면 좀 어때, 그리고 한솜이 너는 지금 입고 있는 그 옷들이랑, 거칠게 쌍욕 날리는 게 훨씬 어울리는 거 같아. 지난번  옷은 영 아니었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솔직히, 이 옷이 움직이기 편하다는 점에서는  치렁치렁하던 옷보다는 낫다. 그 옷이 왠지 더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컵은?”

“무슨 컵?”

그러자 그녀가 양손으로 자기 가슴을 쫑긋 올려 보였다.

아, 가슴이야기 계속 하는 거였구나.

나도 여자고, 상대도 여자이고, 화제도 여자 몸에 대한 건데 이상하게 굉장히 부끄러웠다. 여자들끼리는 원래 이런 대화도 스스럼없이 하고 그러나?

“70G...."

"G? G컵?“

그녀의 눈이 탁구공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내가 처음 내 사이즈를 재봤을 때보다 더 놀란  같다.

“세상에 G컵이라는 게 실존하는 거였구나....그것도 나랑 동갑이....”

그녀가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면서 주물주물 만지작거렸다. 겉보기에는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작은가.

“그래도 쓸데없이 커서 불편하기만 하지.”

내가 왠지 변명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건 맞아. 나는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지만, 너는 좀 작아지는 게 나을  같긴 하네. 니  반만 나한테 주라.”

“너도 그렇게 작아 보이진 않는데?”

“에엥?  소리야, 한  만져봐.”

그러더니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아서 자기 가슴으로 이끌었다.

“자, 잠깐만!”

내가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뺐고, 얼굴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한솜이 너 생각보다 되게 부끄럼 많이 탄다. 여자끼리 뭐 어때?”

아, 그래 여자끼리지.

“아니면 화장실에서 만져볼래?”

꼭 만져봐야 하는 건가....

화장실에서 여자끼리 가슴을 만지고 있으면 그림이 더 이상해질 거 같은데.

“다, 다음에, 다음에 만져볼게.”

그러자 그녀가 빵터졌다.

“하하, 야, 다음에 만져본다는 건 뭐야.  어린 꼬마애 같이 군다.”

“아, 아....그게 여자랑 대화하는 게 좀 불편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럼 남자들이랑만 어울렸어?”

여기서 내가 그 말에 수긍해버리면 묘한 뉘앙스가 돼 버릴 거 같아서, 그냥 그것도 부정해버리기로 했다.

“아니,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왕따였어. 니 말이 맞아. 그래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좀 어려워.”

그냥 그녀가 던져줬던 왕따 떡밥을 물기로 했다.

“그럴 거 같았어. 도찬호랑 사귀는 여자들은 항상 그렇게 어딘가 불안한 애들이더라구.”

하아,  쓰레기 새끼....나 이전에도 왕따 당하던 애들이나, 불운한 애들을 강제로 데리고 다녔나보구나.

“....정말 내가 안 도와줘도 된단 말이지?”

그녀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응....내가 해결할 거야.”

“그래 뭐, 니가 그렇다는데, 여기서  하면 괜한 참견이 되는 거겠지.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 반드시 도와줄 테니까.”

“그래....그런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무슨 소리야? 난 잘해준 적이 없는데?”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먼저 연락도 해주고, 도와주겠다고도 해주고, 오늘 밥도 사줬잖아.”

“엥? 내가 밥을 사준다고 했어?”

“....아니야?”

어어?

“맞아, 오늘은 내가 사줄게. 히히.”

그녀가 시치미 떼는 표정을 했다가, 순식간에 심술궂은 표정으로 변하며 장난쳤다.

“친구를 사귀는데 먼저 하는 게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

그녀가 마지막 남은 롤을 입 안에 넣으며 말했다.

친구...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왕따였다.

십 년이 넘는 학생 생활을 하면서, 친구라고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도 없다. 그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던 동급생일 뿐,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덩치가 좋고 실력이 좋기 때문에 내 비위를 맞춰줬을 뿐이지, 나와 어울리고 싶었던 놈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내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걸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일 뿐.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너무 밝고 유쾌했다. 남자이던 나였다면 반드시 사귀고 싶었을 것이다. 여자인 지금도 그녀와 친구로 지내고 싶다. 여자끼리 사귀는 건 좀 이상하겠지....

식사를 마치고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내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 그럼 내일도 나랑 같이  먹어 줄래?”

그녀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내일은 니가 사, 히히.”



그저 송유미와 점심을 같이 먹었을 뿐인데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내가 싱글벙글하고 있자 도찬호마저도 오늘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특별히 송유미와의 관계를 숨겨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그녀와 밥을 먹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고, 그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히야, 나도 드디어 제대로 된 친구가 생기는구나.

빌어먹은 남자새끼들 말고, 나를 걱정해주는 진짜 친구!

나는 집으로 돌아온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불을 꼬옥 안았다. 별  없었던 짧은 식사시간이었지만, 그녀와 나눴던 대화를 몇 번이고 되뇌면서 행복한 기분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소드 헌터과라고 했다. 장검이나 장도를 사용하는 민첩한 공격수들이었고, 유쾌한 그녀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 소드 헌터들은 염파 능력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고 들었다. 배리어를 치거나 몬스터의 배리어를 찢는 계열의 염파 능력을 다루는 헌터들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훈련 어플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섣불리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훈련 어플에 대한  말할 수 없어도 내가 염파 능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할 수는 있을 테지만, 그녀의 염파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가늠을 해야 한다.

만약 내가 남자로 돌아가면 그녀와 사귈 수 있을까?

괜히 그런 상상을 하자 낯부끄럽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면서 행복한 기분이 됐다.

오늘 점심 때는  먹을까.

다음날 아침, 여전히 나는 들뜬 기분이었고, 오늘도 유미와 만나서 점심을 먹을 기대에 교수 연구동에 도착할 때까지도 어제 느꼈던 행복감을 계속 안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금세 우울해져 버렸다.

병과장의 ‘교육’은 분명 다른 남자들이 주지 못하는 특별하고 강렬한 성적 쾌감을 주긴 했지만, 당하는 도중이나 당한 뒤나 상당히 기분 나쁜 불쾌함에 시달려야 했다.

단순히 범해지고,  몸을 허락했다는 불쾌함이 아니었다. 어쩐지 내 자존감이 깎여 나가고, 내 자신이 부정당하는 듯한 불쾌함이었다.

더욱이 그런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쾌락에 취해 그에게 몸을 완전히 맡겨버리게 되는 것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으응....흐으응....

병과장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지난번처럼 팔다리를 묶이고 그의 무릎에 걸쳐졌다.

그가 천천히 내 알몸을 쓰다듬으면서 예열을 시키기 시작했고,  몸은 저항하지 않고 그의 손놀림에 맞춰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어떠니.”

“좋아요 선생님....젖꼭지가...간질간질해서 기분 좋아요...”

그러자 그가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쾌감을 더욱 크게 만들어줬고, 슬슬 보지에 애무도 시작했다.

잠시 그에게 몸을 맡기고 그가 주는 쾌감을 그대로 받고 있으니 처음에 느꼈던 거부감은 거의 사라지고 굉장히 편안한 기분이 됐다.

가슴을 만지던 손이 다시  입으로 들어와서 내 혀를 슥슥 비비기 시작했다. 나는 금세 몽롱한 기분이 돼서 그에게 혀를 맡기고 축 늘어졌다.

“이제 조금 여자다워진 거 같구나.”

“에에? 흐에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혀를 잡혀 있는 탓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 그가 대답하라는 듯이 혀를 놓아줬다.

“이거랑 여자다워진 거랑 무슨 상관이죠?”

“지금 내가 주는 쾌감을 잘 받아들이고 있지 않니?”

“네....기분 좋아요....”

“여자는 그렇게 만들어졌단다. 남자는 여자에게 쾌감을 주고 싶어 하고, 여자는 그 쾌감에 몸을 맡기고 싶어 하도록 말이야.”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그가 계속 만지고 있는 보지에서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저는 아니에요, 선생님이 이렇게 만드신 거잖아요.”

“그래서 그만 뒀으면 좋겠니?”

“아니요....계속 만져주세요....”

“처음 내가 바지를 벗으라고 했을 때는 기분이 어땠지?”

역겨웠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다.

“불쾌했어요.”

“맞아 불쾌하지. 왜 그랬을까?”

“네? 당연히 다른 사람 앞에서 알몸이 되는 거니까...”

“아니야, 인간도 처음에는 모두 알몸이었는 걸. 태고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본능들 중에 수많은 것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하필 알몸이 되고, 남자로부터 쾌감을 받는 것만 불쾌하게 돼 버린 걸까?”

“잘...모르겠어요....지금은 머리가 잘  돌아가요....”

그의 말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완전히 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번이나 절정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너무 몽롱했다.

“그건 그렇게 교육받고 사회화됐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할  없는 걸요....”

“항상 알몸이 될 필요는 없겠지.”

그러더니, 그가 갑자기 내 몸에서 손을 떼 버렸다.

텅 비어버린 보지 구멍에서 아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남자가 주는 쾌감에도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일상생활은 일상대로 하고, 남자에게 안겨야 할 때는 기분 좋게 안기면 되는 법이야.”

“....선생님....다시 만져주세요....”

“내 앞에서는 얼마든지 어리광을 피워도 돼, 내가  모든 걸 봐줄 테니.”

“선생님...제 보지 좀...다시 비벼주세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시 자연스러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가 다시 손가락으로  입과 보지를 유린하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안정감을 느끼며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이게 자연스러운 모습....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으니까....이게 맞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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