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97화 (597/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보통 여자를 헌팅한다는 의미는 사교적인 말투와 매력적인 얼굴을 무기로 이성을 꼬신다는 뜻으로 쓰인다. 아마 브리슬콘도 내가 말한 '헌팅'의 의미를 그렇게 관용적으로 이해했겠지만 그건 이 옥사건님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아니 내가 지구가 멸망할때도 발휘 못한 희생정신으로 카라스 의원의 야망을 저지했는데, 동네 한량마냥 발품을 팔아가며 계집년들을 일일히 꼬시러 다닌다는게 말이나 되는소린가? 막말로다가 젖통과 보지가 한창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이십대 초중반 여성들을 100명쯤 데려다가 하렘을 차려도 무죄였다.

물론 진짜 그런식으로 하렘을 차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일단 통합정부의 붕괴 이후 브리슬콘을 앞세워 왕정을 세우겠다고 했던 아나키스트의 리더 천우용성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니 당장 왕이 되어야할 브리슬콘이 생명에너지 고갈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간건 둘째치고 통합정부가 아나키스트가 아닌 안전기획청에 의해 무너져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였다.

그깟 명분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겠지만 하피뇽 아니 선우매향에게 장악되었다고 해도 안기청은 엄연히 통합정부 기관중 하나였다. 즉 안기청에 의해 인간통합실험에 관한 내막이 밝혀짐과 동시에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잡혀들가는 모습을 시민들 입장에서 봤을땐 그래도 통합정부가 최소한의 자정작용은 되는구나라고 인식하게되고 사람을 바꿨으면 바꿨지 굳이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게되는 것이다.

'애초에 왕정에서 민주주의라면 모를까 민주주의에서 다시 왕정으로 돌아가는건 쉽지 않은 일이기도하고.'

그나마 다행인건 선우매향에 의해 목이 잘렸다가 기적적으로 부활한 정부인사(안기청장 환웅연우 포함)들의 증언으로 아나키스트의 테러리스트 혐의가 정상참작되었다는 점이다. 뭐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간 아나키스트의 행적을 살펴보면 단순한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음에도 무죄방면된걸 보면 모종의 뒷거래가 있지 않았나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였다.

그리고 그 뒷거래를 기점으로해서 노선을 아예 바꾼 천우용성은 아나키스트를 일종의 정치집단화 시켜버렸다. 그 뭐시냐 당 이름이... 녹색여명당 어쩌구였던가? 아케인 포스원과 함께 COT(Collection Of Things), 사이킥필드도 증발했겠다 프록시마의 헤게모니를 무력으로 찬탈하는건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이른 바 선거라는 정공법을 택한듯 싶었는데 툭까놓고 말해 정치처럼 복잡한건 딱 질색이라 천우용성뿐만 아니라 천우용진(형을 도와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대나 어쨌대나 우웨엑!)까지도 협력요청을 해왔음에도 깡그리 씹어버렸다.

애초에 브리슬콘으로부터 프록시마의 사회에 너무 간섭하지 말라는 언질을 받기도 했고 내 설검은 상대를 도발하는 용이지 설득하는 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는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이런저런 이유로 하렘 아일랜드에 여자들을 100명씩 초대해서 문란하게 놀아재끼는건 힘들다쳐도 소소하게(?) 3명 정도 초대하는건 나쁘지 않을것 같아 나는 색향천월관때처럼 헌팅 아니 보쌈을 강행했다.

그 3명의 신상명세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황보승연]

-기상캐스터 출신의 쭉방몸매로 특이사항은 뽕브라 착용. 겉보기보다 실사이즈는 한컵 작을 것으로 추측됨.

[방윤설화]

-30대 초반의 농염한 매력이 돋보이는 간호사. 특이사항은 따로 없지만 보쌈당시 병원 원장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음.

[선우이진]

-올해 미스 직녀로 뽑힌 풋풋한 대학생 새내기. 특이사항은 아직 경험이 없는 처녀라는 것.

위와 같았고 나는 현재 그들을 알몸인채로 하렘 아일랜드(브리슬콘에게 받은 임시 거주지)의 해변가에 풀어둔 상태였다. 하나같이 콜라병 몸매라 들어갈땐 들어가고 나올땐 풍만하게 나와서 엉덩이골이나 가슴골을 감시카메라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가 쏠쏠했지만, 조개를 사왔으면 껍질을 벌려서 따먹어야지 관상용으로 사온것도 아닌데 구경만 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빵빠라빵빠~ 빵빵빵!

하여 나는 감시카메라 바로 밑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미리 준비한 빵빠레 기상송을 틀었다. 그러자 죽은듯 잠들어 있던 숲속의 아니 해변의 공주님들이 숙취에 시달리는 것마냥 머리를 부여잡고 하나둘 힘겹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나 왜 알몸인건데. 보, 보지마 이것들아!!"

"잠깐만! 우리 다 같은 여자니까 호들갑 떨지 말아봐."

"하아아암... 어라라 여기가 어디에요 언니들?"

그렇게 황보승연, 방윤설화, 선우이진이 차례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자 누워있을땐 보이지 않던 사타구니 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본래라면 기상송이 끝나자마자 그녀들에게 내 존재를 드러내고 므흣한 레크레이션 게임(?)을 시작하려던 나였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그녀들의 쌔근한 몸매가 주는 시각적 자극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기에 우리 공주님들이 각자 처한 상항을 스스로 파악할 시간도 줄겸한동안 관람타임을 연장하기로 했다.

"뭐야 여긴 아무리 봐도 무인도같은데 왜 우리가 이런곳에 와있는거야?"

"내가 할말이야. 그보다 저기 있는 야자수 잎을 활용하면 급한대로 하반신은 가릴 수 있을것 같은데 일단 한번 저쪽으로 가볼까? 어차피 이곳이 정말 무인도라면 코코넛 열매도 식수대용으로 써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무 장비도 없이 코코넛이나 잎을 채취하기엔 야자수가 너무 높지않아?"

"앗, 저 암벽등반이 취미인데 제가 한번 가서 올라가볼까요?"

"아니 그러지 않는게 좋겠어. 아무리 네가 암벽등반에 능숙하다고 해도 보호장비는 둘째치고 옷한벌없이 나무를 올라탔다간 생살이 쓸릴거야. 그런건 차차 해결해나가기로 하고 우리 통성명부터 하는게 어때? 어쩌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나부터 할게. 나는 시립직녀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고 이름은 방윤설화야. 분명 야간 당직을 끝마치고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집초인종을 눌렀던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완전히 블랙아웃. 혹시 너희들은 뭐 생각나는거 있어? 이제 보니까 이쪽 금발 아가씨는 낯이 좀 익은것 같은데."

"후후후. 뭐 알아보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을거라 생각했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4대 미스 직녀 진에 당선된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서 메이저 패션잡지모델일을 하다가 공영채널 기상캐스터까지 맡게된 황보승연이란 말씀. 여자가 예쁘면 3고시 패스라는 얘기 들어봤지? 내가 바로 그 케이스야."

수줍게 두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을때는 언제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아 나타나자 황보승연이 우쭐되며 모델포즈를 지어보였다. 물론 덕분에 나는 가지런히 정리된 금색수풀림을 가로지르는 생보지계곡을 구경할 수 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만 말이다. 으흐흐, 내 주니어야 조금만 참아라. 조금 있다가 저기다 실컷 박을 수 있게 해줄테니. 그때가 되면 저 마른 생보지계곡에 좆물이 줄줄 흐르게 되겠지.

"어머 정말요? 사실은 저도 미스 직녀 진에 당선됐었는데. 그것도 바로 올해에요. 그게 27대였었던가, 28대였었던가?"

"뭐라고!? 너같은 꼬맹이가 미스 직녀 진에 당선됐다고? 흐으음, 뭐 나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얼굴이 꽤 반반하게 생기긴했네. 그래도 미라면 모를까 진까지는 아닌것 같은데."

"잠깐만! 나 우리가 왜 이곳에 잡혀왔는지 실마리를 잡은것 같아."

"예? 그게 뭔데요, 언니?"

"사실은 나도 직녀시에서 주최하는 19대 미스 직녀 선발대회에서 입상한적이 있어. 그때는 진선미같은 등급구분없이 딱 한명의 미스 직녀만을 뽑았을뿐이지만 말이야. 뭐 그건 아무래도 좋은 얘기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날한시에 영문도 모르고 무인도로 떨어진 우리가 모두 미스 직녀라니?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 우리는 변태적인 성향을 지닌 남성 범죄자에게 납치된거야. 미스 직녀 온라인 예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역대 미스 직녀들의 정보가 연도별로 나와 있으니 아마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를 찾아냈겠지. 그리고 어쩌면..."

방화설윤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감시카메라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변태적인 성향을 지닌 남성 범죄자는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 몰라."

"히이익! 그러면 내 알몸이 지금도 보이고 있단 소리잖아. 야 꼬맹아 어서가서 아까말한 야자수잎 좀 가져와봐!!"

"미스 직녀, 납치, 변태적 성향의 남성 범죄자... 와 방윤설화언니 추리 완전 대박이에요. 나 이런거 완전 좋아하는데. 혹시 그러면 지금부터 정체불명의 범죄자랑 두뇌게임을 시작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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