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30화 (53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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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고의 적극적인 반응에 올타쿠니하고 엑시아 여왕과 관련된 일화를 간략히 설명했다. 처음엔 믿지 않으려고 했던 녀석이였지만 직접 두눈으로 분위기가 바뀐 사리카야와 그 주변의 낯선 디파일러 간부들을 목격하자 흐리멍텅했던 금발적안을 불태우며 소리쳤다.

'도대체 상황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네녀석은 뭘하고 있었단 말이냐!'

'뭘하긴 뭘해. 두 딸들이랑 사이좋게 손잡고 저승에서 피크닉을 즐겼지.'

'두 딸들이라고? 설마 네녀석과 사리카야 사이의...'

'이 피해망상증 환자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꺼리고 자빠졌네. 애초에 나한테는 사리카야를 사냥했으면 사냥했지 보호해야할 의무따윈 1도 없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냐? 먄약 긴고 네가 도움을 준다면 옛정을 생각해서 사리카야가 엑시아 여왕의 마수를 떨칠 수 있게 돕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냥 내 갈길을 가겠어. 진사령안으로 의식의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빨리 결정해라!'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사리카야를 사랑했다. 그리고 죽음을 경험한 이후에도 그녀를 그리워 하고 있지. 그릇된 감정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순애보라는 것쯤도. 심지어 마지막에는 동반자살까지 감행했으니 이제와서 내가 사리카야를 볼 면목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구하겠다! 옥사건 네놈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기어들가는 굴욕을 감수하더라도. 그것이 내게 남은 보잘것없는 마지막 왕의 의지다!!'

디파일러 킹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일기당천(Hundred Men)

긴고의 동의가 떨어진 순간 슬로우 화면처럼 보이던 오르카니우스의 주먹들이 급격히 빨라지더니 아크네메시스의 거대한 동체에 쑤셔박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르카니우스의 배후에서 또 다른 아크네메시스가 등장해 등에 쉐도우 블레이드를 꽃아넣었으니 정면에만 정신이 팔린 녀석은 속절없이 심장이 꿰뚫렸다.

그 밖에도 복어대장군과 샤힌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나 오르카니우스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았다. 몸이 3개라는건 시야도 3명분만큼 늘어난다는 소리였기에 그렇게 늘어난 시야각으로 진작에 이상을 감지하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크네메시스 분신의 습격을 대비했던 것이다.

오직 오르카니우스만이 시점을 내 본체에 고정했는지 3명중 한명이 당했음에도 아랑곳않고 끝까지 나를 노려왔다. 물론 내 목표는 디파일러 잔여병력을 추슬러 대기권 밖으로 벗어날 준비를 마친 엑시아 여왕이였기에 구태여 상대하지 않고 날개를 펼쳐 하늘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본체와 비교했을때 단 1%도 전력이 떨어지지 않는게 긴고식 분신술의 특징이였으니 삼지족에서 쉐도우 블레이드를 뽑아든 아크네메시스라면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삼인방을 쓰러트리진 못해도 붙잡아 두는 것 정도는 가능할터. 나는 전속력으로 날아올라 엑시아 여왕을 턱밑까지 추적했다.

"어딜 급히 도망가려고 그러시나! 수왕성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면 환경세는 내고 가셔야지!!"

"강령술사 네놈이 분신술까지 익히고 있었을줄은 몰랐군.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분신술이라 한들 스텔라 비타 계란유골에 비한다면 잡스러운 트릭에 불과할뿐. 어디 한번 그 본질적인 격차에 절망을 느껴보거라! 젤피여 예의 결계를!!"

"명을 받들겠습니다, 엑시아 여왕님." x 3

엑시아 여왕의 명령에 그녀와 함께 대기권을 벗어나려 했던 젤피가 갑자기 다시 지상으로 하강하더니 해파리 촉수를 넓게 펼쳐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젤피 삼인방의 촉수가 피뢰침이라도 된듯 번개의 힘을 집약하더니 하늘 전체에 뇌전지망을 깔아버렸다.

내가 엑시아 여왕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속셈인듯 했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을 믿고 있었던 나는 결계 표면에 파지직 거리는 스파크를 무시하고 강제돌파를 시도했다. 당연히 큰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을줄 알았던 나였지만 이 뇌속성 결계는 브루고뉴의 물의 대결계급은 아니더라도 제법 저지력이 만만치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몸의 신경망 전체가 저릿저릿한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해야하나? 아무튼 이대로 시간을 끌었다간 엑시아 여왕은 대기권을 벗어날지도 몰랐기에 나는 긴고의 능력을 빌어 아크네메시스의 분신을 하나 더 소환했다.

그리고 그 분신으로 하여금 바닷물을 잔뜩 묻힌 다음 하늘위로 비상캐했다. 자연스레 뇌전지망의 힘이 바닷물을 묻힌 분신쪽으로 집약되어 한결 움직이기 편해진 나는 당황한 표정의 해파리공주, 젤피를 지나쳐 엑시아 여왕의 코앞에 다달았다. 그제서야 부하들을 내려보내 시간을 끄는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는지 스스로 선두에 나서 진형을 갖춘 그녀.

"정말 끝까지 귀찮게 만드는구나, 강령술사여. 얌전히 수왕성을 뜨겠다는 본 여왕의 의지가 그토록 못미덥던가? 원한다면 평생토록 수왕성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줄 수 있다. 물론 단순한 종이쪼가리가 아닌 아티팩트 석판위에 새기는 각서다. 만약 각서의 내용을 어길시 본 여왕조차 무시못할 무시무시한 저주를 받게되겠지."

"내가 원하는건 그런 시덥잖은 평화조약각서가 아니라 신체포기각서다. 이 망할 년아!"

"흥! 어떻게 손에 넣은 새 육체인데 포기할까. 본 여왕은 이번 작전을 위해 지금껏 축적한 별의 생명력을 모조리 투자했다. 고작 강령술사 네놈의 어깃장에 포기할 그르칠 대사가 아니란 말이다!!"

디파일러 퀸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육체초월(Phoenix Mode)

엑시아 여왕이 역정을 냄과 동시에 그녀의 뒷편에서 검붉은 아우라가 치솟는다. 사리카야의 몸을 빼았은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이렇다할 고유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거라 여겼던 내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 셈이였다.

일단 육체초월 모드를 발동했다면 상대에게 격투센스가 있든 없든간에 결코 경시할 수 없었기에 내가 자세를 고쳐 잡는데 이번엔 양쪽에서 비눗방울들이 따발총처럼 쏘아졌다. 그 비눗방울의 정체가 단순한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던 나는 급히 방향을 선회해 데스벌룬의 열화판인 미니 데스벌룬을 쏘아냈다.

음에너지가 응축된 풍선과 마력진공상태인 비눗방울의 연쇄충돌에 피부를 수백, 수천개의 바늘로 찌르는듯한 충격파가 퍼져나간다. 나는 분신을 한명 더 소환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스텔라 비타가 아닌 자체 인공마력기관만으로 지금의 분신들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결국 흡성대법을 사용해 분신 유지비용을 충당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듯하자 나는 폭발의 여파를 틈타 거리를 벌린 뒤 주위의 자연 에너지를 흡수했다. 그러자 솜사탕같았던 구름이 마치 석탄마냥 타들어갔고 햇살의 빛깔마저 바래 세기말 분위기를 연출했으니 세계를 죽음으로 몰고갈 사룡(死龍), 아크네메시스가 강림하기 딱 좋 분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 아니 강령술사 네놈이 어떻게 디파일러 퀸만의 고유권능인 흡성대법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이냐!? 설마 야미도엔님꼐서.... 아니 그럴리가 없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자빠졌네. 싱거운 소리는 집어치우고 네놈의 부하와 내 분신 어느쪽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는지 겨뤄보자고!"

스텔라 비타를 기반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아크네메시스 분신이 열댓개까지 늘어난다. 그렇게 양떼도 아니고 용떼가 우르르 몰려가며 엑시아 여왕을 노리자 그런 장관이 또 있을까 싶었다. 지상의 아크네메시스 분신을 처치하고 뒤늦게 디파일러 로열나이트들이 합류하려 해봤지만 사방에서 뿜어져나오는 쉐도우 브레스 세례에 저치들이라해서 별 수 있겠는가?

이제와서는 분신과 본체를 구분하는게 의미 없을정도의 난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집요하게 엑시아 여왕의 뒤통수를 노렸다. 가끔 드라마같은걸 보면 기억상실에 걸린 여주인공이 이런 충격요법을 통해 기억을 되찾곤 해서 응용해 본 것이였는데, 자칫 잘못하면 뇌출혈이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치료법이였지만 망설임따윈 없었다.

허나 사리카야년의 뒤통수는 어찌나 단단한지 아크네메시스의 꼬리치기를 정타로 얻어맞았음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꼬리를 부여잡고 360도로 돌려 집어던지는데 새삼 육체초월이 얼마나 사기적인 스텔라 비타인지 깨닫는 순간이였다.

아무튼 육체적인 충격요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정신적인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한번 엑시아 여왕에게 돌진해 그녀를 뒤에서 껴앉았다. 그리고 긴고와의 영혼 동조율을 높인 다음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말했다.

"역시 거절 당하는구나. 그래도... 사리카야 네가 나를 미워해도, 인간까지 동원해서 나를 죽이려고 해도 나는 네가 좋다. 너무 좋아, 좋아. 같이 죽고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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