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26화 (52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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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고뉴 이 개자식 끝까지 제대로 싸울 생각은 않고 설렁설렁 물장구나 치다니 죽여버리겟어!"

"신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 존재였다면 내가 평생을 거쳐 쌓아올린 모든걸 버리면서까지 도달할 시도조차 하지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엑시아 여왕이라면 모를까 내가 사리카야 그대와 목숨까지 걸어가며 싸울 이유가 없을듯한데? 자연이라고 하는것에 정해진 주인이란 없으니 나는 그저 무상히 흐르는 물처럼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흐르는걸 관망할뿐이다."

"그딴 개소리는 관짝에 들어가서나 하시지!!"

디파일러 킹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육체초월(Phoenix Mode) 부스트 업(Boost Up)

브루고뉴가 수족처럼 부리는 바닷물조차 증발 시켜버린 사리카야의 붉은 아우라가 한층 더 진해지더니 거의 보라색에 가깝게 변해버렸다. 순수 무투가에 가까운 사리카야가 어떻게 물의 정령신인 브루고뉴를 상대할까 싶었는데 저렇게 대놓고 스텔라 비타에 의존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스텔라 비타의 경우 마샬아츠 더 비타와 마찬가지로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발동하는 기술이였기에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였다. 심지어 스텔라 비타는 축적한 별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더더욱 남발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사리카야가 아무리 빡대가리라지만 악수도 이런 악수가 또 없었다.

아무튼 사리카야가 브루고뉴에 쳐발리든 말든 내 관심사는 그녀를 미끼로 엑시아 여왕을 낚는 것이였기에 말없이 기다리는데 스고우쪽의 상태가 이상했다. 사리카야와 브루고뉴가 일진일퇴를 거듭할때마다 마치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어린 아이처럼 안타까워하거나 가슴을 쓸어내리는둥 너무 깊게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본래 사리카야 진영에는 공석인 디파일러 아크비숍 대리(반신타락자인 그가 왜 그런 한직을 겸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를 맡고 있던 그였기에 이해가 가지 않을 행동은 아니였지만 문제는 그 몰입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였다. 그렇게 한동안 쉼없이 이어진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라스트보스전을 방불캐하는 사리카야와 브루고뉴간의 전투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때 사단이 벌어졌다.

"슬슬 내 인내심도 바닥나기 시작하는군."

"왜 이제야 나랑 제대로 싸워볼 생각이 들었냐, 브루고뉴?"

"그럴리가. 지금의 나는 디파일러들의 시체로 오염된 수왕성의 바다를 정화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아예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니 어서 속전속결로 끝내버려야 겠군. 물의 정령신, 브루고뉴가 아닌 여신칼날단 서열 4위 육각수의 초월령, 브루고뉴로서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말은 돌려해도 나랑 싸우고 싶다는거 아니냐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군. 사리카야여 그대는 집안청소를 하기 위해 벌레를 잡아죽일때도 투지를 불태우는가? 뭐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으니 그 용기를 넘어 만용에 이른 투지의 불꽃을 단숨에 꺼주마! 다름 아닌 내가 인간 술법사 시절 드래곤도 베어 죽였던 지고한 파도술법으로. "

거센 파도는 검이 되어 세월을 벨지어니,

헥사고널 워터 블레이드(Hexagonal Water Blade)

브루고뉴가 평소의 그 답지않게 역정을 내더니 주변의 바닷물을 끌어모아 수십미터를 넘어 백미터에 달하는 대수검(大水劍)을 형상화했다. 그 어마무시한 크기의 대수검은 물의 정령왕, 이피로스의 쌍수검이나 용린은리 사저의 빙검과 비할바가 아니였으니 일절영창만으로 저런 술법을 시전할 수 있다는 사실만 봐도 과거의 브루고뉴가 얼마나 뛰어난 파도술법사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였다.

"옥사건씨 부탁 하나만 해도될까요?"

"무슨 부탁? 설마 사리카야가 다치지않게 저 술법을 막아달라는 개소리를 지껄일 요량이라면 그냥 입닥치고 있을걸 추천한다. 아 딱히 내가 저 술법을 막을 능력이 없어서 그러는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사리카야같은 년을 위해 그 고생을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그런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제가 원하는건 오히려 그 반대랄까. 혹시나 제가 사리카야를 도우러 뛰쳐나가면 완력으로 말려주셨으면 해서요."

"말려달라고? 내가 뭐하러? 그렇게 어화둥둥 키워온 디파일러가 위험해 쳐했는데 우리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면 누가 돕겠어?"

"말은 저렇게 해도 브루고뉴는 진심으로 살심을 품고 사리카야를 공격할 생각은 없을겁니다. 그저 무력시위로 더 이상 사리카야가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드려는 거겠죠. 인간 시절에는 한성깔했다고 하지만 육신이란 껍질을 탈피하고 신격에 이르면서 그런 감정 자체를 잃어버렸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지금 사리카야에게 진정으로 위협이 되는건 아직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엑시아 여왕쪽입니다. 그쪽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번 전쟁 꽤나 지난한 인내심 싸움이 될..."

"아 거참 주절주절 되게 시끄럽네. 그냥 돕고 싶으면 돕고 아니면 말아 뭘 그렇게 재고 않아 있어."

"정말이지 가끔은 옥사건씨의 그런 무책일할 정도의 행동력이 부럽습니다. 과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질끈!

입술까지 깨물며 초초해 하던 스고우가 결국 마음을 굳혔는지 아예 두눈을 감아버렸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지든간에 엑시아 여왕이 나타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였지만, 사리카야가 겁도 없이 수속성 마력이 고도로 응축된 대수검과 정면 충돌할 기색을 보이자 결국엔 공간격리의 결계를 제발로 뛰쳐나가 버렸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오셨어야지! 나도 육체초월 모드의 2단 부스터로 맞대응 해주마!!"

"사리카야, 그렇게 스텔라 비타를 남발해선 안돼!"

봉신술 ~뱀의 똬리편~

공간격리의 결계를 벗어난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버렸다고 생각했는지 스고우는 마지막 남은 극상급 마력석을 꺼내 모종의 술법을 펼쳤다. 그러자 술법의 효능인지 칼날을 따라 소용돌이 치던 대수검의 마력 흐름이 일순 멈춰버렸다. 그와 동시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머리가 아홉개나 달린 거대뱀으로 변신한 스고우가 브루고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으니 이 모든게 불과 십초 이내에 벌어진 일이였다.

"뭐야? 스고우 너 이 자식은 지금까지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내 싸움을 방해하면 너라고 해도 용서못해!!"

"사리카야 여왕님 옥체를 보존하셔야합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사리카야의 안위를 걱정하는건 비단 스고우뿐만이 아니였는지 쿠자르까지 나서 호위에 나섰다. 그러나 브루고뉴의 대수검에 몸이 두쪽날뻔한 것도 모르고 오히려 쿠자르에게 역정을 내는 사리카야.

"야! 너까지 이러면 어쩌나는거야. 내가 싸움 도중에 방해받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거 몰라?"

"하, 하지만 스고우님의 말씀대로 스텔라 비타를 너무 남발했다간 자칫 본신의 생명력까지 깎아 먹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안그래도 수왕성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스텔라 비타를 낭비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내 생명력 내가 깎아먹겠다는데 니가 뭔상관이냐고!"

디이이이이이이잉!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사리카야가 쿠지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관 베스트 3(무능한 상관, 남탓하는 상관 그리고 부하 때리는 상관)에 꼽힐법한 행동을 동시에 벌인 셈이였지만 이어진 결과는 예상치못한 반향을 불러왔다. 어디서 본듯한 육각형의 결계가 나타나 사리카야의 주먹을 완벽하게 막아선 것이다.

디파일러 아크비숍도 아니고 로열나이트인 쿠자르가 펼치기엔 너무나 고등의 결계술법.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내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사라키아가 자신의 주먹이 통하지 않자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쿠자르의 입에서 늙은 노파의 얼굴을 한 인면지네가 튀어나와 사리카야의 입으로 파고든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에 놀라는 것도 잠시 브루고뉴를 감싸고 있던 아홉 머리 달린 뱀, 그러니까 스고우의 본체가 급히 똬리를 풀더니 무서운 기세로 사리카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인면지네가 입으로 들어간 이후 축늘어져 있던 사리카야는 이내 흉흉한 안광을 내뿜더니 가볍게 도약해 스고우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손에 넣었구나 디파일러 퀸중 육체능력만 따진다면 최강이라는 사리카야의 몸을 말이야! 멍청한년 같으니라고. 동족살해를 금하는 결계를 본 순간 반격했다면 이리 쉽게 몸을 빼았기지는 않았을 것을. 그건 그렇고 저 빌어먹을 강령술사에게 죽은 부하들을 살리느라 스텔라 비타를 너무 낭비하는 바람에 자칫 잘못하면 똥강아지 녀석의 정신지배가 풀릴뻔 했군. 아무튼 이제 됐다. 대지의 배꼽만 손에 넣으면 이 전쟁 나 엑시아 여왕의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 지어질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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