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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오 더 큐피트가 오르시나라면 절대 짓지 못할 요염한 표정을 짓더니 활이라기 보다는 기관단총에 가까운 느낌으로 연발사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물의 정령왕, 이피로스가 특유의 수체화 모드로 요리조리 화살을 피해봤지만 셰오 더 큐피트가 쏘아낸 화살은 마치 유도기능이라도 달린듯 집요하게 그녀를 노리고 유영했다.
타겟이 늘어날때마다 투사체도 늘어나는 하희빈의 만천시우(滿天矢雨) 시동기와는 별개의 매커니즘으로 보였지만, 어쨌든간에 셰오 더 큐피트가 단독으로 이피로스를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샤힌과 젤피가 있는 곳으로 뱡향을 틀었다. 불과 얼마전만 하더라도 최하급 정령에 불과했던 녀석이 정령왕급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게된 배경이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엑시아 여왕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깎아먹는 것이 더 우선이였다.
그렇게 이피로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빙 돌아 가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디파일러의 시체더미에서 갑자기 여섯개나 되는 팔이 나타나 나를 이매망량의 물결 위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그 여섯팔의 주인공은 말할것도 없이 내가 반으로 갈라 죽인 오르카니우스였으니 사실상 엑시아 여왕에게 자신의 디파일러 간부를 무한정 부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기정사실화된 셈이였다.
물론 무한정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소모전으로 끌고갈만한 상대가 아님은 분명했기에 나는 전략을 바꿔 어딘가 숨어 있을 엑시아 여왕 본체를 죽일 방법을 궁리하기로 했다. 사실 어느정도 짐작가는 장소가 있긴 했지만 확신이 가지않아 디파일러 간부들부터 모조리 몰살시킬 작정이였는데 이렇게 멀쩡히 오르카니우스가 되살아난 모습을 목격하니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물론 그전에 이 거머리같은 놈부터 때놓고.'
트리플암스 모드인 오르카니우스를 상대할만한 부하는 그리 많지않았기에 나는 오래 고민할 것이 바로 륭 사부를 호출했다.
"륭 사부 상황이 급하니 용건만 간단히 말할게요. 제가 이 어패류들의 대빵을 처리할때까지 이 놈들이 딴짓 못하게 잠깐 묶어놔 주세요. 보기보다 완력이 괴랄하고 죽어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까지 있으니 절대 방심하지 마시고요."
"하아! 팔이 여섯개나 달린 인면어라니... 연자는 항상 기상천외한 괴물들 하고만 싸우는 것 같구만. 뭐 본녀야 실전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 나쁠건 없지만 말이야."
"후욱후욱, 오르카니우스 이번에말로 절대 놓치지 않는다. 너 절대 도망 못간다."
"도망못가긴 뭘 도망못가!"
티디디디디디디디딕!
나는 붙잡힌 오른팔 기생충화 시켜서 흩어버린 다음 재빨리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야말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과 같은 꼴이였으나 도마뱀과 다른 점이라면 흩어진 기생충들을 영압 그물로 다시 끌어모아서 오른팔을 재형성 했다는 점이였다.
시험삼아 언옥터늄(Unobtanum)의 뼈대를 거두고 더미암스를 만들어 본것인데 기대했던 것만큼 결정적 효과를 보이진 못했지만 륭 사부와 바턴 터치할 시간을 벌기엔 충분했다. 하여 오르카니우스를 뒤로하고 젤피와 샤힌이 있는곳으로 향한 나는 이번엔 내 듬직한 두 딸인 프랑케네뜨와 네크로필리아를 크림슨 메이든(Crimson Maiden)에서 불러냈다.
"자 지금부터 아빠가 딱 한번만 말할테니까 잘 귀담아 들어라. 프랑케네뜨 너는 저기 촉수로 안테나같은걸 만들고 있는 해파리 녀석을, 네크로필리아 너는 저기 재수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 백상아리를 전담마크해라. 죽일 수 있으면 죽이되 너무 무리하진 말고 시간만 끌면 나머진 아빠가 다 알아서 할게!"
"자, 잠깐만요! 아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희 분명 며칠전만 하더라도 수왕성에 피크닉 나온 분위기 아니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세기말같은 분위기가 되서는..."
"이히히히히히히! 백상아리 주둥아리 꿰매기 짱 재밌겠다!
뭔가 의문이 가득해 보이는 프랑케네뜨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는 바로 물의 대결계가 있는 쪽으로 내달렸다. 전후 사정을 일일히 설명해가면서 싸우기엔 이번 전쟁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내가 물의 대결계 그러니까 정확히는 사리카야가 있는곳을 엑시아가 출현할 장소로 점찍은 것은 실은 굉장히 단순한 논거를 바탕으로한 행동이였으니, 그건 바로 이 세상에 대가없는 선의란 없다는 것이였다. 세상에 어느 지도자가 50사단에 해당하는 병력을 총출동시켜 남의 지도자의 영역다툼을 돕는단 말인가.
그것도 그 지도자는 일반적인 인간도 아니고 별의 생명력을 갉아먹도록 야미도엔에 의해 설계된 피조물, 디파일러 퀸이였다. 표면상으론 훗날 등용성을 점령할때 힘을 보태달라는 품앗이인양 굴었지만 실제로 등용성을 방문해본 내 입장에선 이만한 개소리도 없었다.
엑시아 여왕의 총전력은 스고우가 전력을 다해서 수비한다 한들 수레앞을 막아서는 사마귀 꼴밖에 되지않을만큼 엄청난 것이였다. 즉 엑시아 여왕의 목표는 처음부터 등용성따위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는게 내가 내린 결론이였고 지금부터 그 전말을 확인할 생각이였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닌 모양이였군.'
정신없이 물의 궁전과 이어진 대로를 달려가다 어딘가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한 나는 순간 욱한 마음에 근처의 짱돌을 하나 집어들어 냅다 집어던졌다. 그런데 상대는 뒤통수에 눈이 달리기라도 한듯 가볍게 고개를 틀어 짱돌을 피해내곤 말했다.
"어이쿠 이런 옥사건씨 조심하셔야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아니 뱀이 맞아 죽을 수 도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스고우 이 좆같은 새끼야 좆까는 소리 집어치우고 내가 등용성에서 혼자 좆뱅이칠때 넌 수왕성에 도대체 뭘하고 있었던거야? 사람을 마음대로 공간이동 시켜서 부려먹었으면 최소한 디파일러 아크비숍 한마리는 조져놓는게 사람된 도리 아니냐? 그런데 수왕성으로 복귀했을때 코빼기도 안보이게 어디서 뭘 하나 싶었더만 여기서 한가롭게 산책이나 하고 자빠졌어!?"
"면목없습니다. 하지만 옥사건씨도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엑시아 여왕은 디파일러 간부들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장기로 따지자면 차포를 잃어도 언제든지 다시 장기판에 복귀시킬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를 숨긴채 여왕의 말만을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만 그 과정에서 옥사건씨와 그 동료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했던 것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물론 말뿐인 사과로 끝낼 생각은 없으니 수왕성의 모든게 정상화 되는 날 일일히 찾아가 보상을 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등용성에 준비한 선물 3가지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어 그, 그거? 뭐 나름 괜찮았지."
스고우의 기습적인 질문에 나는 진토술 ~용의 형상편~이나 이무기 장로의 내단따위는 까맣게 잊은채 구미첩의 풍만한 나신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라 말을 더듬었다. 나름 괜찮았지 수준이 아니라 근래에 동침한 여자들중에 휘르 행수급의 빨통은 보유한 이는 처음이였기에 지금도 아랫도리가 불끈불끈했다. 하지만 절대 티를 내선 안돼!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옥사건씨가 부른 동료들중에 팔륜성에서 천빙검후 여사태라는 칭호로 불리우는 이가 있지 않습니까? 가급적 그녀 앞에선 제가 준비한 세번째 보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겁니다. 괜한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어서요."
"천빙검후 여사태라면 용린은리 사저의 사부를 말하는건가? 왜 그녀한테 구미첩 아니 그 세번째 선물을 보이면 안되는건데?"
"그건... 조금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그보다 지금은 빨리 공간격리의 술법을 이용해서 숨어야겠군요. 사리카야와 브루고뉴간의 싸움의 여파가 곧 이곳까지 미칠겁니다. 본래는 극상급 마력석을 사용해서 저 혼자 숨어있을 예정이였습니다만 옥사건씨께서 오셨으니 예비용으로 하나만 남겨두고 같이 숨어계시죠."
스고우가 어딘가 급해보이는 말투로 상황을 정리하더니 눈이 멀듯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마력석을 꺼내 물의 궁전의 안뜰에 뿌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크리스탈로 군용 A형 텐트를 만들었다면 비슷할것 같은 조형물이 생겨나더니 마력의 흐름이 완전히 격리되었다.
꽃게여장군의 버블 프리즌과는 또 다른 느낌의 소형결계에 내가 놀라는 것도 잠시 스고우가 나를 급하게 잡아 끌었다. 그리고 곧이어 쓰나미를 연상캐하는 파도가 물의 궁전의 안뜰을 휩쓸었으니 나는 그 모든 과정을 훤히 지켜보면서도 옷깃조차 젖지 않았다.
신묘하기 짝이 없는 공간격리의 술법이였지만 처음 봤을때보다 빛이 바랜 극상급 마력석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유지할만한 결계는 아닌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주변을 가득 메운 바닷물이 인위적으로 증발해버렸다는 것이였는데, 그 장본인은 스고우가 아닌 육체초월(Phoenix Mode)을 사용중인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