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92화 (492/599)

492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나는 일단 얌전히 샨코 공주의 뒤를 따라 레드 파이렛츠의 본함이라는 노틸러스호로 향했다. 절대 굴복의 의미가 아니라 산코 공주가 본격적으로 나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저지를 무례를 빌미러 그녀를 덮치기 위해서였다.

브루고뉴가 지켜보고 있니 어쨌니 하지만 내가 그런걸 신경썼다면 애초에 사리카야와 협력논의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고의적으로 시종일관 삼류 양아치마냥 건들거리는 태도를 유지하며 샨코 공주의 선장실로 따라들어간 순간 그녀의 태도가 급변했다. 내 손목에 채워진 고압전류수갑을 풀어줌과 동시에 90도로 폴더인사를 해온 것이다.

"비록 연기였다고는 하나 아까의 무례를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옥사건님."

"뭐? 연기? 사과? 나 이런 시츄에이션 별로 안좋아해. 어서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 겉치례뿐인 인사는 집어치우고."

"사실 저는 옥사건님이 자의로 도그파이트 함선으로 이동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습니다. 텔레포트 패스를 추적한 결과 엄연히 소환에 응한것이 아닌 소환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옥사건님께선 륭 사부라는 분과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중이였죠. 누가봐도 내통을 위해 공간이동을 한게 아니라는걸 알 수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그럼 도대체 그 무인도에선 왜 그런 쇼를 했던건데?"

"수왕성에 아직 디파일러들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는 사실을 슈이쿤님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더 나아가서 최종적으론 브루고뉴님을 수왕성에 잔류시키기 위함이였습니다만 제 의사가 여과없이 제대로 전달됐을지는 확실치 않군요."

"그러니까 지금 자기 목적을 위해서 엄한 사람을 범법자 취급했다 이거지?"

"송구스럽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끄럽지만 브루고뉴님 없이는 사리카야 한명도 감당하기 어려운지라 잔꾀를 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샨코 공주가 이번에는 고개가 땅에 닿을세라 인사를 해온다. 이건 전혀 예상했던 시츄에이션이 전혀 아니였기에 내가 당황하는 가운데 샨코 공주가 묻지도 않은 네크로필리아, 프랑케네뜨 그리고 륭 사부의 행방을 알려왔다.

"그리고 스승과 따님분들께서는 현재 노틸러스의 객실에서 휴식중이십니다. 아무래도 옥사건님께서 아무말도 없이 사라져서 많이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시던터라 제가 다시 발견될때까지 모시기로 했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거냐. 아까 텔레포트 패스를 분석한것도 그렇고 도대체 무슨 아티팩트가 있으면 그런 일이 가능한거지?"

"이 칠망경(七望鏡) 덕분입니다. 제겐 다소 과분한 물건이지만 레드 파이렛츠를 결성하기 전부터 제게 큰 도움을 주었던 물건이지요."

샨코 공주가 자신의 가슴골에서 굉장히 엔티크한 느낌이 드는 망원경을 하나 꺼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총 칠단으로 피고 접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구조의 망원경은 딱 봐도 범상치않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고, 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본능적으로 그 망원경이 소울웨폰임을 직감했다. 그것도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의 칠방삭처럼 사용자와 영혼의 결속을 이룬 영구귀속 형태의 소울웨폰.

"그 낡은 망원경으로 우주 밖까지 이어진 텔레포트 패스를 추적하고 무인도에서 내가 륭 사부랑 떡치는 것까지 도찰했다는건가?"

"예, 그렇습니다. 믿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칠망경이 있으면 몇백광년이나 떨어진 다른 은하계의 별자리까지 관찰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알어, 알어. 알고 말고. 그렇게 대단한 아티팩트를 서스럼없이 내 앞에서 보여주는 이유가 칠망경이 소울웨폰이기 때문이라는 것까지도."

"역시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사실 옥사건님의 예기치 않은 방문 후에 저 개인적으로 VOT 커뮤니티를 돌면서 정보조사를 해봤습니다. 제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신 분이더군요. 과거 사리카야에게 패배해 수왕성을 내줬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을정도로."

"어이쿠야 내 소문이 벌서 거기까지 퍼졌나. 뭐 하긴 우주 전역으로 사고를 치고 다녔으니까 소문이 안퍼지는게 더 이상하지. 그래서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이 괴소동을 벌인 이유가 뭐지?"

"그렇기에 더더욱 옥사건님께서 악역 연기를 잘 하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뭐 악역 연기? 풉! 이것참 나보고 악역 연기를 하라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일이군."

"현재 브루고뉴님께서는 자신의 분신을 수왕성에 두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광역파도술법이 걸려있다 해도 수왕성의 안보가 약해지리란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사실 저는 옥사건님이 강제로 도그 파이트 도시형전함에 소환당하면서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리카야와 내통을 하면서 수왕성을 정복할 계획을 짠걸로 해주신다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샨코 공주의 기상천외한 제안에 잠시 할말을 잊고 생각에 잠겼다. 세상천지에 자기 행성을 호시탐탐 노리는 간자 역할을 해달라는 인어공주가 어디 있겠느냔 말이지. 확실히 이솔다 공주나 스와레 공주하고는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틀리달까. 하긴 그 정도는 돼야 전부 다른 종족으로 구성된 해적단을 이끌 수 있는걸지도.

"디파일러들과 협력해서 행성 토착민들을 몰아낸다라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역들이나 할법한 짓이로군. 그런데 말이야. 그런 짓을 했다가 VOT 커뮤니티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되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아 물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짓거리들이 그런걸 염두에 둔 사람치곤 꽤 과격했다는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 출연료도 없이 그런 희대의 악역을 연기할 수 는 없다는거야."

"물론 공짜로 그런 부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듣자하니 옥사건님께서는 대영웅답게 여색을 밝히신다고 하던데 제 선원들중에 그쪽 분야의 전문가인 세이렌 일족의 생존자가 한명 있습니다. 긴말 않고 일단 한번 확인해보시죠. 드러와, 세뇨리따."

산코 공주의 부름에 선장실 문이 열리면서 앳된 인상의 소녀가 들어왔다. 인어족이라면 지느러미가 있을 위치에 깃털이 자리한 그 소녀는 노골적으로 유두가 보일듯 말듯한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엉덩이를 살살 흔들며 내가 있는쪽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색기가 줄줄 흐른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녀의 외양에 내 주니어가 불끈불끈 거렸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척 바지춤을 고쳐맸다.

"샨코 선장, 이 분이 내가 모시게될 새로운 손님? 어머 대게 귀엽게 생기셨다. 우리 같이 오늘밤 즐겁고 황홀하게 보내봐요♥"

"보시다시피 세뇨리따는 얼굴과 몸매만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밤기술 또한 일류급입니다. 그건 제가 보증하지요. 이 정도면 괜찮은 선수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글쎄. 뭐 저정도면 예쁘장하게 생긴건 맞는데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였단 말이지."

"그렇다면 혹시 노틸러스호로 오시면서 따로 눈찍어둔 계집이라도 있을... 리가 없나."

내가 노털러스호로 오면서 본건 전부 다 당장 목욕재계하고 매운해물탕속으로 뛰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외모의 소유자들 뿐. 그걸 선장인 샨코 공주 또한 모르지 않는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세뇨리따라고 하는 세이렌 일족의 아이는 분명 나쁘지 않은 잠자리 시중 상대같아 보여. 하지만 난 평소 꺾기 쉬운 화초보다 꺾기 힘든 야생화가 더 매력적이라는 지론을 갖고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런건 어때? 우리 같이 밤새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수왕성의 미래에 관해서 토론해 보는건?"

나는 은근슬쩍 샨코공주의 허벅지를 쓸어넘기며 가죽치마 안쪽으로 손을 밀어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정작 성희롱 당사자인 샨코 공주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는 반면에 급격히 어두워지는 세뇨리따의 얼굴. 어이쿠 설마 나랑 자지 못해서 실망한건가?

"물론 세뇨리따가 허락한다면 2:1로 즐기는 방법도 있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 옥사건은 실로 월등한 정력을 지닌 수컷이라 그정도는 끄떡없다고. 추가로 어느쪽도 소흘함없이 예뻐해줄 것을 약속하지."

"귀한 손님이시여 죄송하지만 샨코 공주님은 남성혐오증을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가진 밤기술을 모두 총동원해서 귀하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해 드릴테니 부디 방금 제안은 거둬주십시오."

"남성혐오증이라고? 그럼 뭐야 레즈비언이라도 된다는건가? 어이어이 왜 대답이 없어. 그냥 농담 한번 해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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