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누가 콜로세움 아니랄까봐 굉장히 열광적인 분위기가 잔재해 있던 그곳은 나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가 되었다. 허나 나는 그런 배타적인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연거푸 내가 하고싶은 말만을 떠벌렸다.
"세트가 누구냐고 묻고있잖아, 이것들아. 설마 니들도 있지도 않은 허구의 존재를 모시는 사이비 종교였냐?"
-오오 죽음의 구도자, 세트님이시여 저희들을 시험에 들게하지 마시옵소서. 미천한 우주의 사자들을 굽어 살피시옵고, 온 겨레의 삶과 죽음이 당신의 품안에서 휘몰아치길 기원합니다. 죽음의 권능을 의심하는 어린양을 어여삐 여기시되 교만하지 않게 만들어주시길.
우웅우웅우웅! x 999
이쯤 도발했으면 세트 본인이 알아서 입을 열거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콜로세움을 가득 매운 신도들이 괴상한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한 순간 내 두개골이 깨질듯한 통증을 호소해온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방학이 끝난 초등학생 1000명이 캐스터네츠와 트라이앵글을 하나씩 들고 양귓가에서 연주를 하는듯한 기분이랄까. 씨바알! 내 손으로 고막을 찢어버리고 싶어도 공기의 진동이 아닌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메시지가 주입되는 느낌이라 손쓸 도리가 없었다.
억지로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는 형태로 자세가 무너지고 나서야 주기도문은 끝이 났다. 세트의 신도들이 자의로 멈췄다기 보다는 나비가면을 쓴 사나이가 입가로 검지를 가져다대는 제스쳐를 취한 탓으로 보였다. 와 이거 좀 굴욕적인 구돈데?
-쉿! 대성당을 방문한 손님을 그리 박대해서야 쓰나. 주교들은 거친 언행을 자제하라.
-허나 세트님 저자가 마치 저잣거리 장사치를 부르듯 세트님의 존함을... 꾸워으억!!"
-내가 분명 쉿이라고 했을텐데. 그게 아니면 지금부터 나 이외에 입을 여는 녀석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느낄것이라고 풀어서 말했어야 했나? 하루이틀 같이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바로바로 좀 알아먹자고, 주교.
나는 허공엔 아무도것도 없음에도 불에 데인듯 고통스러워하는 세트의 신도를 목격하곤 본능적으로 영혼의 표식이 작용했음을 직감했다. 직접 사령안으로 목격한건 아니지만 최고위 사령술사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어떤 형태의 목줄을 걸어놨을지는 능히 짐작하고 남는 부분이였다. 세라푸스와 누시아처럼 신뢰와 신앙으로 묶여있다는건 애초 말이 안되는 소리고.
-아아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옥사건 더 디파일러라고 했나? 너무 기니 사건 형제라고 부르도록 하지.
"난 너처럼 게이 홈파티에서나 쓸법한 가면을 쓴 놈을 형제로 둔적 없는데? 설사 내게 그런 친동생이 있다고해도 바로 호적에서 파버렸을거다."
-후후후. 그대 또한 사령술사가 틀림없을터인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군, 사건 형제. 죽음의 진리를 추구하는 우리 사령술사들이 아니라면 그 누가 형제의 의를 내세울 수 있겠는가? 향기로운 죽음의 냄새는 신앙의 고리 너머에서도 확실히 느껴진다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같은 업종이라고 형제면 이 자식아 세상에 경쟁이란게 왜 있고 독점방지법이 왜 있냐?"
-글쎄. 정말 뻔뻔한건 은근슬쩍 이 몸을 동생 취급하는 사건 형제가 아닐런지. 그도그럴게 사령술사끼리의 서열 경쟁은 당연히 나이가 아닌 영력의 높고낮음으로 결정되야하니 말일세. 뭐 나이로 한다고쳐도 이쪽이 몇백배는 오래산듯 하네만.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x 999
세트가 나비가면 아래로 느끼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갑자기 사방으로 뼈사슬을 사출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 행위는 앞서 말했던 부하들을 통솔하기 위한 목줄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만큼의 영혼의 표식을 새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했다.
실제로 저 콜로세움의 관중들이 나 보다 한끝밑의 사령술사라고 한다면 세트의 영력은 무조건 Ex랭크를 초월해 있다고 봐도 좋았다. 지금까지 마신의 기생안, 요슈아의 힘을 빌어 각종 괴수들의 눈알을 흡수해 왔음에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 바로 눈앞에 버젓이 존재했던 것이다.
확실히 저승관리국의 회장인 염라와의 첫만남을 제외하면 이런 종류의 압박감은 처음으로, 단순히 상대가 나보다 힘이 쌔고 덩치가 커서 위축되는게 아니라 마치 걸죽한 오트밀죽으로 채워진 수영장에 들어간 느낌이라 기분이 여간 드러운게 아니였다.
"말 한번 잘 했다. 그 나이 쳐먹고 힘자랑이나 하고 자빠지다니 중2병이냐? 그리고 수련한 기간에 비하면 영력 수준이 형평없네. 한 10년 후면 내가 다 따라잡겠구만."
-후후후. 그대처럼 되바라진 필멸자는 오랜만 아니 사실상 처음이기에 나름 퍼포먼스를 해봤네, 사건형제 예상했던 것 이상의 힘의 격차에 심기가 불편해졌다면 사과하지. 허나 거래를 하기 앞서 갑과 을의 포지션을 확고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
"뭐? 갑과 을이 뭐 어쨌다고?"
-사건 형제가 처음 무단으로 신앙의 고리에 침입해 들어왔을때 말하지 않았나. 거래를 하러 왔다고. 내가 한번 그 거래가 무슨 내용인지 맞춰볼까? 자네는 엘리자베스 No.101이라는 내 신도의 영자 채널을 타고 이곳에 당도했지. 현재 엘리자베스 No.101는 지구라는 행성에 체류중이기에 자연스럽게 자네는 지구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는 인간 사령술사라는 결론이 나오지. 아 비꼬려는 말은 아니였으니 오해하지 말게. 인간으로서 주교 수준의 영력을 쌓았다면 일개 행성의 지배자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지. 하지만 강대한 세력의 불멸자를 상대로는 승부를 점치기 어려우니 이렇게 찾아온 것 아닌가. 자.비.를 구걸하기 위해서 말이지.
'주인님 평정심을 잃지 마시고 사령안으로 뒤를 보세욧! 저 세트란 놈이 개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앗!!'
세트의 마지막 대사 때문에 순간 이성을 잃고 앞으로 달려나가려 했던 나는 요슈아의 다급한 조언에 반사적으로 백덤블링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사령안을 활성화 시키니 세트의 몸과 이어진 뼈사슬이 서로 새끼줄처럼 얽히고 섥혀 내 뒤통수를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뼈사슬이 몸을 관통해 영혼의 표식이 새겨지면 좆될 수 가 있다는걸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던 나는 뒤통수에 일순 영압을 방출해 뼈사슬을 튕겨냈다. 허나 뼈사슬은 그에 굴하지 않고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나라는 먹잇감을 집요하게 노려왔기에 나는 무력행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주교들과 연결된 영혼의 족쇄를 실체화한줄 알았더니 전부 날 노리기 위한 안배였다 이거지.
사이즈 더 에테르(Scythe The Aether) 착(着),
"누가 사이비 교주 아니랄까봐 비열한 놈!"
궁기옥쇄겸 영식(零式) 죽음의 무도(Death's waltz) 영자결 발(發)
영력이 실체화된 사슬낫 형태의 에테르 무기가 허공을 가를때마다 뼈사슬이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갯수가 많은 만큼 하나 뼈사슬에 영력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 모양이였다. 그런식으로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세트가 느닷없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휼륭하도다, 휼륭해. 영력을 그런식으로 실체화하는 것은 사신들의 전유물인줄 알았것만 사건 형제는 제법 문어발식으로 공부를 한 모양이군. 아 비꼬는건 아니니까 오해하지는 말게. 인간이 자신의 성장한계를 마주하고 학문의 습득뱡향을 깊이가 아닌 넓이로 전향하는건 흔한 일이니까.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다간 혀가 짤려나갈거다, 이 자식아. 뭐 니가 갑이고 내가 을이라고? 좆까지 말라고해. 내가 이곳에 거래를 하러온건 자비따위를 구걸하기 위해서가 아닌 지구의 60억 인구를 걸고 딜을 하기 위해서다. 네녀석이야말로 행성 전체를 언데드 식민지화 시켜서 신앙심을 구걸하는 거렁뱅이일지언데 내가 그 밥그릇을 차버리면 어떻게 될까?"
-밥그릇을 차버린다? 은유적 표현치곤 너무 천박해서 그 뜻을 알고싶지도 않군. 하지만 사건 형제의 정성을 생각해서 해설을 할 기회를 주도록하지.
"네크로폴리스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지구를 멸망시키겠다는 말이닷! 별의 생명력을 모조리 흡수해서 지구를 바퀴벌레 한마리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별로 만든다면 은하계를 가로질러 지구에 도착한다한들 네녀석은 빈깡통이나 차게 되겠지."
-고향별을 스스로의 손으로 멸망시키겠단 말인가?
"고향별은 무슨 놈의 고향별. 나는 그저 우연히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났을뿐 지구에 애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우주에 널린게 별인데 좋은곳에서 새출발하면 그만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