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아빠 뭐하는거야. 어서 엘리자베스 누나를 놔줘. 이러면 숨박꼭질 놀이가 재미없어지잖아! 맨날, 맨날, 맨날 나랑은 안놀아주면서 왜 한창 놀이가 재밌을때 훼방을 놓는건데.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아니 이게 어디 어른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난리를. 너는 재밌을지 몰라도 엘리자베스는 너무 재미없고 힘들기만 하다고 나한테 하소연까지 하더라. 세상에 숨박꼭질 벌칙으로 바늘을 삼키는 인간이 어디있냐?"
"그쪽이 더 스릴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아빠도 외간여자들이 싫다는데 강제로 이상한 체조같이 하잖아. 왜 나만 안되는건데!!"
"그게 지금 이거랑 같은 케이스... 일 수 도 있고 아닐 수 도 있지만 딸내미가 되서 아빠가 하는말에 사사건건 토달면 나쁜아이야, 착한아이야? 24시간 후면 다른 별로 이사를 갈 예정이니까 그때까지 사고치지말고 얌전히 좀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 이 아빠가 직접 놀아줄테니까."
"정말이야?"
"그래, 언제 이 아빠가 거짓말하는거 봤냐. 알았으면 아빠 일하는거 방해하지말고 어서 빨리 관제실에서 썩 꺼져. 소소야 뭐하니 어서 네크로필리아랑 안놀아주고."
스르륵.
네크로필리아에게 머리채를 잡힌채 거의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던 지구의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가 내 명령에 90도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로 실뜨기를 하기 시작한 네크로필리아를 들처업은채 복도로 슬그머니 사라졌으니 그제서야 관제실에 평화가 찾아왔다.
"고, 고마워. 이대로 바늘 1000개를 삼키고 고슴도치가 되는줄 알... 우웨에에에엑!"
그러나 평화가 찾아온것도 잠시 엘리자베스가 바닥에 위액이 묻은 바늘들을 토해내면서 분위기가 한층 살벌해졌다. 누가보면 내가 천하의 나쁜놈이고 선량한 히로인을 극악한 방식으로 고문하고 있는줄 알겠군. 뭐 사실 천하의 나쁜놈인것도 맞고 엘리자베스의 향후 태도에 따라 고문도 할 생각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킥킥킥.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는군. 언데드가 됐는데도 아직 통각이 남아있는건가. 아니면 도플갱어종이 특이한 위장 기관을 지니고 있다라던가?"
"후웁후웁. 둘 다 아니야. 도플갱어가 복사할 수 있는건 오직 겉모습일뿐. 내장기관은 그대로니까 세트가 구울의 소화기관을 갖다 붙여놓았지. 낯선 환경에서 썩은 시체라도 뜯어먹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이야. 언데드라고 해서 무한의 마력기관을 지니고 있는건 아니잖아?"
"호오 전혀 다른 종의 내장기관을 이식하다니 세트란 녀석도 제법이잖아. 그건 나처럼 아예 새로운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보다 꽤 난이도 있는 작업일것 같은데. 나중에 한번 해부라도 해봐야겠어. 아아 너무 질겁해하진 말라고 지금 당장하겠다는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된것 같군. 이제부터 날 어쩔셈이지?"
"글쎄. 일단 지금 당장 생각나는건 너에게 용린은리 사저의 사진을 보여줘서 변신시킨 다음 생식기관까지 달아서 신나게 범하는건데 아무래도 귀한 손님이 오실 예정인것 같으니까 그 계획은 차후로 밀어야겠지."
"용린은리라는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내가 변신을 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발톱같은 신체부위가 필요해. 그리고 생식기관은 세트와 같은 방식을 쓴다면 이식하지 못할것도 없지만 뭐하러 그런 수고를 감수하겠다는건지 모르겠군."
"그거야 당연히 섹스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함인게 뻔하잖아. 아무리 여자의 보지조임이 좋아도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신음소리를 질러주지 않으면 흥이 나질 않는단 말이지."
"미쳤군. 행성주민 전체를 언데드화 시켜서 자신의 신도로 만드려는 세트도 미쳤지만 당신도 만만치 않아. 뭐 이정도 인프라를 가지고 계집얘 몇명 납치하는데 이용할때부터 이미 예상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당신과 세트가 서로 맞부딛히면 볼만하겠어."
"크크킄. 그래? 그럼 말나온김에 세트 녀석하고 연락해봐. 놈의 쌍판때기 좀 봐야겠어."
나는 엘리자베스의 사지를 포박하고 있던 이매망량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사실상 그녀가 타인의 모습을 카모플라쥬하는 능력을 재외하면 이렇다할 전투능력은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토해낸 바늘더미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뜻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슬슬 내 하잘것 없는 목숨을 어디다 배팅할지 결정할때가 온것 같군."
"이봐 내 말 듣고있어? 세트랑 연락 좀 시켜달라고. 지구의 위치를 노출한걸 보면 분명 따로 연락통이 있을텐데?"
"너 세트님께서 지구로 오신다는걸 미리 알고 있었던건가?"
"뭐 이쪽도 나름 괜찮은 연락통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앞에서 말했잖아. 귀한 손님이 올것같은 예감이 든다고."
"좋아, 어차피 지구정복이 끝나면 버려질 몸. 원한다면 세트님의 신앙 네트워크에 연결 시켜주지. 하지만 뒷감당은 네가 알아서해라."
다소 자조적인 표정을 한 엘리자베스가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관절이 꺽일세라 교차시킨 다음 자신과 내 이마에 갖다대었다. 그러자 마치 눈에 셀로판지를 얹은것처럼 덧쒸워지는 기괴한 성당의 풍경. 성모 마리아상 대신 인간의 것이 아닌듯한 해골바가지 하나가 단상위에 올려져있고, 검은 후드를 쓴 다수의 인물들이 그 앞에 기도를 올리고있는 모습이 딱 봐도 사이비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였다.
"여기 세트라는 놈이 누구냐."
-누가 감히 죽음의 구도자 세트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냐?
-아니 그전에 어떻게 세트님의 낙인이 없는자가 신앙의 고리에 들어온거지?
-설마 주교들중에 배신자가 나온 것인가?
그냥 이름 한번 불러봤을뿐인데 웅성웅성 지들끼리 각종 음모설을 제기하는 검은 후드를 쓴 자들. 나는 호기심이 생겨 가장 가까이 앉은 자의 검은 후드를 벗겨보려 했지만 홀로그램을 만진듯 그냥 손이 통과해버릴 뿐이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요가 멈추고 일행중 대표로 보이는자가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저 녀석들 설마 내가 안보이는건가.
-이 무엄한 이교도여 어찌 거룩한 세트님의 예배시간을 더렵히려 하는가!
"이교도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하여튼간에 종교쟁이 놈들은 이게 문제야. 지들이 믿는 신을 안믿으면 이단취급이나 하니. 아 됐고 너희같은 조무래기들이랑 할 얘기 없으니까 어서 세트라는 놈 불러와. 나랑 1:1 협상 좀 해야쓰겄다."
-수수께끼의 목소리의 신앙 네트워크 주소를 역추적냈습니다. 추적 결과 엘리자베스 프로젝트의 산물인 엘리자베스 NO.101쪽입니다.
-엘리자베스 NO.101이라면 지구라는 행성에 뿌리를 내렸다는 신도?
-지구라면 이번에 세트님께서 네크로폴리스를 이끌고 직접 언데드 십자군원정을 나서기로한 별이기도 합니다. 저희선에서 처리할게 아니라 진짜 세트님을 호출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리 불경한 자를 어찌 세트님 앞에 모시고 갈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저 버릇없는 말본새를 고치지 않고서는...
나는 검은 후드를 쓴 자들이 뭐라 떠들건 말건 성당을 이리저리 거닐며 탐색에 나섰다. 그 결과 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지금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검은 후드를 쓴 자들이 육성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였던 것이다.
검은 후드속에는 기도를 드리는 모습으로 풍화된 백골만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이 성당에 살아 숨쉬는 존재는 개미 새끼 한마리도 없다고 봐야 했다. 어쩐지 목소리가 구분감없이 연쇄적으로 들린다 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때 느꼈던 위화감도 그때문이였나.
-큰일입니다. 세트님께서 저희가 기도를 멈춘 것을 눈치채셨어요. 아무래도 직접 예배를 주관하실 모양입니다.
-자, 자칫 잘못하면 우리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르겠어요.
-이교도 취급을 받고 영멸당하는 일만은 피해야합니다. 그냥 어서 저자를 대성당쪽으로 링크시켜버립시다.
"이것들아 니들끼리 쑥떡거리지만 말고 어서 세트를 불러오란 말이닷!"
육안으로 살피는 것 만으론 더 이상 신앙 네트워크(FAI Network)에 대해서 파악하는게 불가능 하다고 판단내린 내가 윽박을 지른 순간,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주변 시계가 뒤바낀다. 성당이라기 보단 콜로세움에 가까운 건물에 검은 후드를 쓴 빼곡히 들어차 있고 내 앞에는 단상위에서 한참 연설중인 나비가면의 사나이가 있었다. 나는 한눈에 나비가면의 사나이가 세트임을 눈치챘으나 의뭉스럽게 소리쳤다.
"야 여기 세트라는 놈이 있다는데 누구냐. 나 옥사건 더 디파일러님께서 거래를 하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