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 돌아가면 히야신스 3세 여왕의 쓰리 사이즈에 맞는 망사 속옷부터 맞춰야겠군. 크하하하하하하!00428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조카손에 들어간 레고 조립품마냥 박살난 아리수 본부와 간신히 특1급수로 정화시켜놨더니 생선시체와 산호초 찌꺼기로 난장판이 된 인근 바다. 히야신스 3세와 떡칠 생각으로 한껏 부풀어 있던 내가 지구로 넘어와 처음 목격한 장면은 한마디로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명절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택을 급습한 사촌동생들이 한정판 피규어 콜렉션의 팔다리를 뿐질군듯한 기분이 이런것일까? 아랫도리로 몰렸던 피가 머릿꼭대기 위로 솟자 발기도 잘 안된다. 눈에 불을 켜고 이 사태의 주범을 쫓으니 프랑케네트, 레레, 황일 그리고 못보던 도마뱀 대가리 새끼 한놈. 올타쿠나! 저 놈이겠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짐승주제에 건방지게 팔짱을 끼고 망토를 휘날리고 있는 녀석을 소.새.쥐 마왕에게 그랬던것처럼 일격에 초전박살을 내고 싶었지만, 프랑케네트가 부상을 입은듯 했기에 나는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히야신스 3세와 궁정술법사 파크스를 위시한 요정족 피난민들은 밴쉬아쳐 하희빈에게 맡긴채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전방으로 돌격. 간김에 전후사정에 대한 좌초지종도 들어볼까.
"프랑케네트야 팔을 조금 다친것 같은데 괜찮니?"
"아버지 돌아오셨군요. 저는 괜찮아요. 조금 긁힌것뿐이고 충분히 자가 수리가 가능한 수준이니까요. 저보다는 황일 아저씨가 많이 다치셨어요. 제 초소형위성의 생체치료빔으로는 도저히 복구가 안돼는데 아버지가 한번 살펴봐주실 수 있어요?"
"옥승상 면목없소이다. 본인이 프랑케네트 아가씨를 끝가지 수호했어야 했는데 역으로 당해버렸으니 못난꼴을 보이고 말았군."
"어디보자. 허어... 이거 꽤 심하게 당했군."
나는 마치 상어에게 물려뜯긴것처럼 거칠게 뜯겨나간 황일의 두팔을 확인하곤 영혼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프랑케네트는 마치 진짜 친한 이웃집 아저씨가 다친것마냥 걱정하는 기색이였지만, 사실상 나에겐 황월방도의 서열 일인자인 황일조차 조금 우수한 실험체중 하나에 불과했기에 별다른 감상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뭐 귀혼강시의 팔다리쯤이야 관절채로 뽑혀나가도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지 차라리 그편이 사지를 통채로 바꿀 수 있어 편할지도. 아무튼간에 프랑케네트가 보기보다 멀쩡하다는걸 파악한 나는 이매망량 군단장 레레에게 손짓을 해 두팔을 잃은 황일을 부축하게 한 다음 프랑케네트에게 사정을 캐물었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황일 아저씨의 용태는 어떤것 같아요?"
"이번 소란이 끝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너무 걱정하지마라. 그것보다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련?"
"그, 그게 저도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본건 아니라 확실치는 않지만 반신타락자라는 단체에서 나온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 같아요. 그 왜 있잖아요. 전에 아버지랑 같이 참가했던 성토전이란 이벤트의 반대측 진영이요. 제 집음모듈이 감지한 바로는 분명 반신타락자 서열 5위 괴룡왕 바하무트라고 했던것 같은데 방해전파때문에 무슨 목적으로 지구를 찾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어요."
"반신타락자 서열 5위라고!? 시부럴 이거 골치아프게 됐네. 하필이면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하고난 직후에 이런 일이... 어쨌든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았으니까 프랑케네트 너는 하희빈 협회장을 도와서 요정족 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라. 다른 이들은 몰라도 히야신스 3세 여왕만큼은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 참 히야신스 4세랑 튜리파라는 호위기사는 어떻게 됐지?"
"제가 황일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기야스를 타고 색향천월관쪽에 가있게 했어요. 제 분석결과로는 황월방도들도 그닥 도움이 될것 같지않아서 같이 보냈는데 좋은 판단이였을까요?"
"뭐 상대가 정말 반신타락자 서열 5위가 맞다면 네 판단이 옳다. 잘해봐야 고기방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을테니까. 그러면 이제부터는 아빠가 다 처리할테니 가서 쉬어라."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나는 이 정도면 네가 충분히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비스트코인 우주정거장에서 제가 소란을 피웠던 일 말이에요. 막상 제가 당해보니까 그때의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이였는지 깨달았어요. 아무리 사춘기때의 투정이라지만 허용될 수 있는 범위라는게 있는건데 전 그걸 아득히 넘어버렸죠."
때아닌 청춘성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프랑케네트때문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사춘기를 겪었다지만 저런 종류의 화제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전혀 아니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히 여기서 엄한 선택지를 골랐다간 프랑케네트가 또 폭주할지도 모르는 일이였기에 나는 적당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어차피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몸이긴 하지만 이래서 더 결혼하기가 무섭다니까. 그렇게 프랑케네트를 떠나보낸 나는 도마뱀 대가리의 동태를 살폈다.
녀석은 현재 성체쯤으로 보이는 드래곤과 아웅다웅하고 있는 중이였는데 같은 용대가리끼리 핸들링이라도 하고 있는줄 알았더니 실상은 서로 죽일듯이 싸우고 있는중이였다. 다만 망토를 착용한 용대가리쪽이 무슨 성가신 파리 쫓듯 성체 드래곤의 공격을 쳐내고 있는 실정이라 긴장감이 없어 보였던 것.
"이 나쁜 자식이 용제형을 죽였어!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흐아아아아아앙!!! 용제 오빠 살려내, 용제 오빠 살려내란 말이야!"
"한끼 식사거리들이 정말 쓸데없이 소란스럽게 구는군. 그건 그렇고 마지막 남은 세번째 드래곤은 이무기 계열이였던건가. 여의주는 소화하기가 까다로우니 어쩔 수 없이 기생체로 흡수해야겠군. 물론 주변의 자잘한 벌레들은 소독을 한 다음에. 박멸!!!"
투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두두둑!
세상에나 성체 드래곤 두명이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대놓고 망토를 재낀 다음 자신의 등을 내주는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가. 싶었는데 용대가리의 등이 마치 등창이라도 난것처럼 울룩불룩하더니 도복을 찢고 수십마리의 용대가리들이 튀어나와 수룡 세류가 있는곳으로 덮쳐들어간다.
프랑케네트와 하희빈이 지키고 있다지만 저 살벌하기 그지없는 다중공격을 모두 막아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였기에 나는 다시 후방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히야신스 3세의 생보지에 생자지를 박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녀가 죽게 나둘까보냐!
나는 일단 용대가리 기생체들을 한마리라도 더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유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매망량만을 남겨두고 저지용으로 전개시키는데 이놈들 힘이 보통이 아니다. 무슨 천년묵은 민물장어도 아니고 팔딱거리는 모양새가 어찌나 지랄맞은지 십만이매망량을 총집합 시켜도 열마리 남짓 제어하는게 고작일듯 싶었다.
뭐야 뭐야 이거 드래곤처럼 생긴 기생체가 아니라 진짜 드래곤을 흡수한거야? 정작 나 자신도 마룡(魔龍), 쉐도우스틸을 잘개 쪼개서 흡수한 몸이지만 이렇게 많은 드래곤을 흡수하고도 본체를 유지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밖이다.
결국 토구 대륙에서 넘어온 직후라 이매망량 군단을 정비하지 못한 나는 열마리도 채 안되는 드래곤 기생체를 포박하는데 그쳤고, 그때는 이미 수비턴이 슈퍼로이드와 밴쉬아쳐에게 넘어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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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짐 레이저(Jungle-gym Razer) 분사 개시!"
천공의 아치 시동기 발(發) 만천시우[Rain Storm Of Arrow, 滿天矢雨]
프랑케네트가 일전에 휘르 행수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을 토막낼때 사용했던 다중레이저 공격을 펼쳤지만 드래곤 스케일이 어찌나 단단한지 기스만 잔뜩나는데 그쳤고 보다못한 하희빈이 행동에 나섰다. 천공의 아치를 공중에 겨눈채 수십, 수백 그리고 수천발의 영자시를 쏘아내니 이런 장관이 또 없었다.
사실 이런 속편한 소리나 하고 있을때가 아니였지만 하희빈이 성궁(聖弓), 천공의 아치의 시동기를 발동했다는건 개관천선(Valkyrja Mode) 모드를 발동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했기에 이번 공격턴만큼은 요정족 난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