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칼날단 서열 20위 아수라몽크 트렉슐과 서열 31위 대지의 수호정령 몰이로군요. 트렉슐군과는 같이 임무를 수행해본적이 없지만 대인 전투능력이 서열에 비해 상당히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몰양 같은 경우는 전투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지만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하에 대륙 범위의 정보스캔이 가능하죠. 역시 엔도미야님의 혜안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요. 제가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밸런스 있게 팀을 구성해주셨어요. 아직 마지막 팀원이 도착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팀 구성을 봤을땐 그 누가 오더라도 무난할것 같에요."00370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묻지도 않았는데 주저리 주저리 새로운 여신칼날단원 두명에대한 신상을 털어주는 앙그릿사 덕분에 나는 대략적으로나마 새로온 여신칼날단 멤버 두명의 출신성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성별이 불분명한 난쟁이 쪽은 오르시나와 같은 전생유적의 수호정령인듯 한데 수호정령이 여신칼날단원이 될 수 있다는건 상당히 특이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혹시 오르시나도 여신칼날단에 입단 시킨 다음 녀석의 연봉을 내가 꿀꺽할 순... 없는건가? 쳇! 그딴게 될리가 있나 고용주가 다른 누구도 아닌 초월 인터페이스 엔도미야인데 그런 허술한 회삿돈 빼먹기가 통할리가 없었다.
아무튼 갓들어온 신입인 내 서열이 27위인데(물론 아직 공식 임무를 통해 공적을 인정받은적이 없기 때문이긴 하지만) 선배쪽인 난쟁이의 서열이 31위인걸 보면 앙그릿사의 말마따라 대지의 수호정령 몰의 전투력은 그리 대단치 않은 수준인듯 했다. 이른바 서포팅형 포지션이라는건가.
반대로 난쟁이쪽 보다 덩치가 2.5배는 될듯한 아수라몽크 트렉슐은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한 근육으로 보건대 서포팅형 포지션은 절대 아닌듯 했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트렉슐의 이목구비는 그가 에녹의 과거기억속에 등장하는 제 1 성기사단장과 동일인물임을 시사하고 있었다.
풍성충이였던 과거와는 달리 거칠게 스크래치가 난 스킨헤드를 하고 있었지만 제 1 성기사단장 트렉슐 또한 주먹을 쓰는 몽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을 착각했을 가능성은 적으리라. 제 4 성기사단장인 에녹은 성질 더러운 고융주 밑에서 개처럼 고생하는데 누구는 아주 출세했구만.
"아수라몽크 트렉슐 그리고 대지의 수호정령 몰 모두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Ex랭크 임무 천익성 수복작전의 지휘를 맡게된 비취드래곤 앙그릿사라고 합니다."
"......"
"아,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앙그릿사님. 정말 다행이에요. 모르는 사람이랑 임무를 같이하게 되면 어떻게하나 노심초사했는데 앙그릿사님과 함께라면 여러모로 안심이죠."
"저도 몰양과 또 한번 임무를 하게되서 참 기쁘네요. 모름지기 점령전의 기본은 정찰에서 시작해서 정찰로 끝나는거니까요. 옥사건군도 거기서 멀뚱멀뚱 보고 있지만 말고 어서 인사를 나누세요. 정체를 알 수 도 없는 사람에게 등뒤를 맡길 수 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나는 여신칼날단 서열 27위 아크리퍼 옥사건이라고 한다. 등뒤를 맡길 동료같은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좀 늦지말고 째깎재깍 다니도록."
"......"
"앗! 죄송해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별에 대 흉년이 들어서 쇠약해진 지력을 회복시키느라 메시지를 보고도 바로 올 수 가 없었어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몰은 자기 몸만큼이나 커다란 꼬깔모자를 조아리며 내게 정중히 사과를 해왔다. 허나 트렉슐은 말없이 원탁 테이블의 한자리를 차지한 뒤 내 쿠사리는 물론 앙그릿사의 인사도 생까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생긴것만큼이나 천차만별의 태도를 보여주는 트렉슐과 몰.
나는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앙그릿사가 앞서 지적한대로 우주 각지에 파발을 띄우다보니 메시지를 늦게 받은 케이스일 수 도 있었기에 일단 트렉슐을 따라서 자리에 착석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Ex랭크 임무를 맡은 팀의 총 인원은 5명.
그말인즉슨 아직까지도 이곳에 도착하지 않은 여신칼날단원이 있다는 뜻이였기에 지금 쟁여둔 분노의 화살은 그 녀석에게 모두 꽂아넣어주리라. 그렇게 앙그릿사와 몰이 오랜만에 만나 이번에 새로 태어난 헤츌링이 걸음마를 시작했느니 노움족 아이가 너무 귀엽니 어쩌니하며 담소를 나눌동안 나는 원탁 테이블위에 똑같은 무늬가 몇쌍이나 있는지 세아리며 시간을 죽였다.
마침내 내가 원탁 테이블 위에 4가지 모양의 무늬가 13쌍씩 있다는걸 알아냈을때 석조신전의 입구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이정도 시간이면 내가 단련실에서 선장실까지 오리걸음으로 걸어왔어도 더 빠른 수준이였기에 나는 걸걸한 욕한바가지를 장전해 속사포처럼 쏘아냈다.
"야, 이 새끼야! 아주 군기가 빠진것도 정도가 있지 엔도미야님께서 집합하라고 했는데 총알처럼 안튀어오고 뭐했냐? 여신칼날단 생활이 장난이냐? 니 연봉은 땅파서 나와? 니가 달려온 속도가 총알이면 쏜 사람이 달려가서 그 총알 집어다가 다시 장전도 할 수 있겠다!"
"그 엔도미야님께서 바로 나를 지금까지 놓아주지 않은 장본인이다, 이 건방진 강령술사놈아! 애시당초 엔도미야님에 대한 존경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놈이 군기를 따진다고? 여전히 주둥아리 하나만 살아서 나불대는 꼬라지가 안쓰러울 지경이로군. 너따위 놈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내 평생의 오류로 남을 것이다!!"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집중포화를 갈겼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대응사격을 해온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적반하장식으로 나와 멈칫했던 나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때 지구의 본체를 궁지로 몰고간 히트맨임을 확인하고 한껏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맞대응을 해주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깡통로봇 퀼레뮤츠 아니야. 나한테 나사하나 안남기고 개털려놓고 잘도 그 뻔뻔한 면상을 내 눈앞에 들고 나타났군. 용케 다시 부활한걸 보니 엔도미야가 10년치 연봉을 가불이라도 해준 모양이지?"
"뭐, 뭣이라고...!?"
"둘 다 거기까지. 이제부터 서로의 손을 맞잡고 험로를 해쳐나가야할 동료끼리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묵은 앙금때문에 얼굴을 붉히다니 이 무슨 꼴사나운 모습인가요. 옥사건군과 퀼레뮤츠양은 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자리에 착석하셔서 임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퀼레뮤츠양, 엔도미야님을 바로 곁에서 보필하는 당신이 늦은데에는 엔도미야님의 추가지시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일단 그것부터 들어보도록 할까요."
"흥! 그래도 좀 말이 통하는 녀석이 팀의 리더를 맡고 있어 다행이로군. 이런저런 자잘한 지시가 있었지만 엔도미야님의 전언중 가장 큰 골자는 천익성 수복을 위해선 반신타락자측에 성토전을 거는편이 여러모로 우리쪽에 유리할것 같다는 것이였다."
성토전(聖土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튀어나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약간 설명충 기질이 있는 앙그릿사가 묻지도 않았건만 또 구구절절 낱말풀이를 시작했다.
"싸움의 무대가 되는 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엔도미야님과 야미도엔이 공동으로 제작한 가상세계에서 여신칼날단과 반신타락자끼리만 5:5로 싸워 승패를 결정하는 성토전을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저희측에서 성토전을 하는게 유리하다는 뜻은 거꾸로 해석하면 천익성에서 그냥 전면전을 할 경우 반신타락자측이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연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 그런 제안을 수락할까요?"
"다른 누구도아닌 그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기 때문에 성토전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거다. 녀석은 자신의 흥미를 돋굴 수 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정신병자. 여신칼날단과 반신타락자가 전면전을 벌이다 천익성이 쑥대밭이 되든말든 관심도 없겠지만 반신타락자 다섯 명의 목숨 또한 그녀에게는 잠깐의 유흥을 위한 안줏거리에 불과하지. 100% 수락할거라 확정지을 순 없겠지만 제안을 해볼 가치는 충분해."
"그렇다면 야미도엔이 성토전을 수락했을때와 거절했을때 두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해서 전략을 짜야겠군요. 혹시 초신성급 전함 델타크롬의 출격허락은 받으셨습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야미도엔이 성토전을 수락하든 거절하든 델타크롬은 무조건 끌고간다. 천익성 전체가 놈들의 손아귀에 있는거나 다름없는데 델타크롬 없이 어찌 승부를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나, 아수라몽크 트렉슐? 네놈이 바로 그 천익성 출신이니 어떤 사정인지 대층은 알고 있을텐데."
"......"
"조개처럼 입다물고만 있지만 네가 죽기전에 보고 느낀것을 상세히 말해봐! 네녀석은 이번 임무에 강제로 차출된것도 아니고 스스로 지원했을터. 고향별을 되찾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우리와 공유하는게 좋을 것이다."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의 서열은 19위 그리고 아수라몽크 트렉슐의 서열은 20위. 기수로 따지자면 맞선후임에 해당해서 그런지 깡통로봇년의 추궁이 자못 거세었다. 모두의 시선 또한 트렉슐에게 몰렸던터라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순 없었는지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담배를 입이 아닌 직접 후두에 꽂아 핀듯 저음역이 상당히 두꺼운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