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51화 (351/599)

00351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어느정도 분위기를 잡은 나는 인벤토리에서 랑페이의 손으로 리뉴얼된 성궁(聖弓), 천공의 아치 ver.2를 꺼낸다음 하희빈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결정해라. 본인의 의지로 내 밑에 기어들어와서 이 활로 나를 가로막는 적들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릴지 아니면 사특한 강령술법으로 심신을 제압당해 천년동안 내 꼭두각시로 살지말이야. 지금 당장은 시간이 좀 걸릴지 몰라도 3대 강령술서의 지식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나라면 너하나 찜쪄먹는건 일도 아니야. 냉동만두를 전자렌지에 돌려먹는것 보다도 더 쉬울걸?"

사실 지금의 내 발언은 100% 진실은 아니였다. 일단 3대 강령술서 네크로노미콘, 데모닉 그리모어, 귀혼강신법을 모두 내가 소유(전부 카피본이라곤 해도)하고 있는건 사실이였지만 그 지식을 모두 흡수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였다. 잘쳐줘야 10분지 1정도?

허나 VOT 온라인 내에서 아크리퍼가 전설의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고위 넘버링의 강령술법을 습득했다는 구설수는 논란거리조차 안될 정도로 공공연한 소문이였기에 하희빈 입장에서는 마냥 내 얘기를 뻥카로 치부하기엔 어려울것이다. 하물며 달위에 지어진 오버테크놀로지 건축물이란 카드가 필드위에 공개된 마당에 내 손에 어떤 카드가 또 숨겨져있을지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크흐으윽! 지금 나보고 차악을 선택하기라도 하라는거냐!!"

"차악? 흐음. 글쎄 과연 내 밑으로 들어오는게 차악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꼭두각시가 되는편이 네 입장에선 훨씬 더 괜찮을 수 도 있어. 왜냐하면 내 정식부하가 되는순간 너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노예 대우를 받게 될거거든."

주물럭, 주물럭.

나는 대놓고 하희빈의 젓탱이를 주므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가슴을 희롱하는 변태의 사악한 미소를 본 하희빈의 머리카락이 잠잠하나 싶더니 또 뱀으로 변해 날뛰었지만 레레가 진즉에 커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물리는 일은 없었다.

뭐 사실 본체도 아니고 아바타가 독사따위에게 물려받자 끄떡도 하지않을게 분명했지만 힘의 격차를 지속해서 하희빈에게 보여주는건 아주 중요한 일이였다. 네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내 발밑에도 못믿치니까 얌전히 숙이고 들어와라. 뭐 그런 느낌?

"흐음, 유방이 제법 딴딴한걸? 이 정도면 꽉찬 B컵정도는 되려나? 양궁을 쏠때 제법 불편했겠는데. 옛날 아마존의 여전사들은 활을 쏠때 불편할까봐 오른쪽 가슴을 도려냈다는데 하희빈 너는 용캐 이런 로켓 가슴으로 금메달을 싹쓸이 했구나. 도대체 비결이 뭐야?"

"...비결이 뭐냐고? 바로 이렇게다, 이 쓰레기 자식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너는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다, 아크리퍼 김사건!!!"

마치 농부의 억센손에 이파리를 붙잡힌 무처럼 하희빈도 머리채를 속박당해 꼼짝도 못할줄 알았다. 그러나 무와 달리 인간에게는 엄현히 손발이 존재하는 바. 슬라이딩 킥으로 성궁, 천공의 아치를 쓰러트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 하희빈이 발재간만으로 시위를 당기더니 머리카락 뱀중 유달리 큰 더듬이처럼 생긴 앞머리에서 거무튀튀한 창을 꺼내 화살처럼 장전하는게 아닌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스파크가 튀는 모습을 보고 그 창이 성창(聖槍) 아니 마창(魔槍),

악타이온임을 뒤늦게 눈치챈 나는 손가락을 튕겨 밖에서 대기중인 소소를 호출했다. 디아나 여신과의 전투 당시 진토술 ~뱀의 형상편~을 통해 쌍두사가 되버린 천공의 아치와 악타이온중 천공의 아치만을 회수에 성공한 이유가 여기서 밝혀진 것이다.

설마하니 독배에 삼켜지는 그 순간 하희빈이 악타이온을 소유하고 있었을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뱀이 된 악타이온이 하희빈의 몸속으로 기어들어갔다고 보는쪽이 맞겠지만서도. 일전에 성녀 누시아가 성령 아발란체를 소유하고 독배를 들이켰다가 마검 아발란체가 탄생한 일화를 바로 곁에서 목격한 나였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마(魔)자가 들어간것들이 얼티밋 언데드 폼에다 친화력[暗] 스텟까지 지닌 나를 해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그런데 문앞을 지키고 있던 소소가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난 순간 하희빈이 시위를 마저 당기지 못하고 천공의 아치를 그대로 놓아버렸다. 제는

또 왜 저래? 혹시 소소의 쌩얼이라도 본건가?

"죄송합니다, 주군. 밴쉬아쳐의 행동을 바로 저지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됐고 레레 너는 머리카락이나 잘 붙잡고 있어. 괜히 독배의 독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물리면 짜증나니까. 야 하희빈 엄살떨지 말고 바로 쳐 일어나! 악의 축 김사건님을 처단하겠다고 큰소리 뻥뻥치시던 정의의 여전사님께서 고작 이런걸로 드러누우면 안돼지."

내가 한껏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도발해봤지만 하희빈은 천공의 아치의 시위를 당겼던 다리를 움켜잡고 앓는 소리를 연발할뿐이였다. 자세히보니 마창 악타이온이 아닌 그녀의 다리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그건 아무래도 마의 존재인 밴쉬아쳐가 성궁을 다루려다보니 생긴 부작용인듯 했다.

우연히 독배에 함께 딸려들어간 악타이온은 아무런 패널티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외양은 바꼈어도 엄연히 성령이 깃든 성스러운 무기인 천공의 아치는 그저 피부에 닿는것 만으로 큰 화상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배의 절대적인 반전효과였고 누시아의 상처회복용 아리아가 상처부패용 아리아로 바뀐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여기서 그녀를 더 몰아붙여봤자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을것 같지않자 나는 천공의 아치를 다시 인벤토리로 회수했다. 그러고보니 소소와 레레도 천공의 아치가 이 자리에 있는것만으로도 살짝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밴쉬아쳐와 이매망량 이 둘 모두 천공의 아치를 다룰 수 없다면 사실상 이 커다란 활은 장식용 하프랑 다를바 없는 애물단지였기에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쓰자니 활이란 무기의 숙련도가 너무 떨어지고... 에라이 이럴바엔 그냥 차라리 궁기련한테 갖다줘? 순간 그런 엉뚱한 생각도 떠올랐으나 천공의 아치가 있는 하희빈과 없는 하희빈의 전력차는 너무 극심한것이였기에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결국 하희빈 너도 아주 죽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군? 독배가 선사하는 지옥의 고통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않았고 방금전에도 성궁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었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지. 살고 싶지? 응?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고 계속해서 살아남아서 뭔가를 이뤄보고 싶은거 아니야?"

"크으으읔! 그렇다고 해서 네놈의 지구 정복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따윈 없다. 내가 이루고 싶은건 오직 디아나님의 뜻을 받들어 이 땅에 정의를 실현 시키는 것 뿐...!!"

"지구 정복? 푸하하하하하! 지금 지구 정복이라고 했어? 정말 웃기지도 않는군. 설마하니 내 꿈이 고작 이런 변방의 별 하나를 정복하는거라 생각하고 있던건가? 그건 아크데빌처럼 수준떨어지는 녀석들이나 할법한 발상이고 나 아크리퍼의 꿈이라고 한다면 지구정복이 아니라 우주정복쯤은 되야하지 않겠어? 아무튼 오늘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조련이 시작될테니까 각오해두는게 좋아. 그리고 네가 그토록 존경을 표하지 못해 안달난 디아나님을 다시 보고싶다면 웬만하면 얌전히 수구리고 들어와."

"디, 디아나님을 다시 뵐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독배에 들어가더니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건가? 디아나는 달의 신전을 지은 공로를 대가로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었지만 결국 두가지 소원밖에 이뤄주지 못했지. 아직 내 소원권은 남아 있다 이거야. 율법의 서의 패널티를 받고싶은게 아니라면 언젠가 그쪽에서 나를 만나러 오지 않겠어?"

누가 디아나 여신의 빠순이 아니랄까봐 내가 무슨 말을해도 콧방귀만 뀌던 하희빈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디아나 여신이 신의 권능: 유성을 사용해 지구를 공격했을때처럼 율법의 서가 부여하는 페널티를 감수한다는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어차피 나는 언젠가 아스트랄계의 여신들을 내 기쁨조로 만들기위한 원정을 떠날 계획이였기에 결국 어떤식으로든 나와 디아나 여신은 다시 만나게 되있었다.

물론 그 다시 만나는 순간 하희빈과 디아나는 감동의 재회를...은 개뿔! 둘다 머리채를 붙잡고 한쪽은 내 주니어를 한쪽은 내 엉덩이를 햛게 만들 생각이였기에 그런 감동의 재회는 절대 있을 수 가 없었다. 내가 그런 윰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하희빈은 입술을 꽉 깨물고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고있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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