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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47화 (347/599)

<--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내가 몸쪽 꽉찬 직구로 이미 황갈색 액체를 토해낸 소라 껍데기를 던지자 리쿤다룬이 혼비백산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듀라한이 자기 머리까지 놓쳐버릴 정도였으니 말 다한거지 뭐. 움파카, 롬파카 형제의 육체는 근력만 강할뿐만 아니라 바위보다 수십, 수백배는 단단한 내구성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재생능력은 전무했기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였다.

그러나 리쿤다룬이 막 드럼통 화로에서 꺼낸 뜨거운 군고구마를 다루듯 황린탄을 이리저리 저글링해도 부식성 액체가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다. 내가 던진 소라 껍데기는 이미 모든 내용물을 내 얼굴에 쏟아낸 빈텅터리였기 때문이였다.

저 육체에 방부처리를 하고 언데드 회로를 까는데 VP가 얼마나 들었는데 고작 화풀이로 망가트릴 수 있겠는가? 물론 빅 보이(Big Boy)가 내가 만족할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묻지도 따지지않고 유니온키네시스(Unionkinesis)를 사용해서 노쿨 권묘결로 복날의 개처럼 뚜드려 패줬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탄속이 느린 발사체를 누가 맞아줄까 싶지만 그래도 일순간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니 합격점을 주지. 하지만 앞으로 만날 적들이 나처럼 무방비하게 소라 껍데기안을 들여다볼거라 생각하진마."

"아, 알겠네. 일인저격보다는 광범위 지역의 무차별 폭격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무기긴 하지만 확실히 그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겠군."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이 황린탄이란 무기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의 기술력을 응용해서 만든것치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도대체 이 말도 안돼는 부식성을 지닌 액체의 정체는 뭐고 그 액체를 견뎌내는 이 소라껍데기는 또 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황갈색 액체는 지옥의 유황온천수고 이 소라껍데기는 고내식 합금도금강판에 내가 아는 노블메탈의 배합식을 살짝 섞고 술법적 처리까지 더해진 술법탄환일세. 후자는 지구의 기술력에 내 노하우를 더한 오롯이 내 노력에 의한 산물이지만 전자는 그대가 모시고 있는 신의 축복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

"내가 모시고 있는 신? 설마 오시리스를 말하는거라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어. 그와 나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전략적 MOU에 불과하다고. 나 또한 죽음의 신일지언데 누가 누굴 모신다는거야?"

"아, 아크리퍼 그대의 기분을 얹짢게 했다면 내 정중히 사과하겠네. 아무튼 그대와 동맹을 맺은 오시리스가 나에게 지옥의 유황온천과 링크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그 덕분에 빅 보이는 아주 단순한 내부구조로 큰 위력을 낼 수 있게 되었다네. 대지조차 녹아내리게 만드는 대포가 우물의 두레박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면 믿겠는가?"

부글부글.

리쿤다룬이 방금 전 빅 보이가 황린탄을 투사한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수십여개의 소라 껍데기들이 균열을 일으키며 황갈색 액체 그러니까 지옥온천수를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자 마치 달의 표면이 치즈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자그마한 계곡을 이루는게 아닌가? 그럴일은 없겠지만 이정도면 혹자가 이게 웬 노상온천이냐 하면서 뛰어들 경우 0.1초만에 한줌 핏물로 변하고 말정도의 위력이였다.

"그러니까 이 황린탄이란게 진짜 아낙네들이 두레박으로 우물물 퍼내듯이 지옥의 유황온천수를 소라껍데기로다가 퍼올린거란 거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답일세."

"아니 위력은 둘째치고 그 정도라면 진짜 아낙네들도 만들 수 있는 원시적 무기 아니야? 태엽왕의 명성에 걸맞는 무기같지는 않은데..."

"확실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구만. 사실 나는 빅 보이 이전에 소총, 기관총, 권총, 샷건, 자주포, 대물 저격총같은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을 제작한 바가 있다네."

리쿤다룬이 빅 보이의 하단 부분에 부착한 군장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려는 액션을 취하자 갑자기 산더미 같은 무기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쿤다룬이 말했던대로 현대무기 박물관을 방불케할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컬렉션들이 총 집합해 있었다.

총기 애호가가 보면 아주 흐뭇해할 장면이로군. 게다가 각각의 무기가 모두 공산품이 아닌 수제품이라는걸 총기애호가가 알게된다면 눈이 훼까닥하고 뒤집힐게 분명했다. 나는 일종의 기념품으로 삼기위해 산더미처럼 쌓인 무기들중에서 권총을 하나 집어들었다.

리쿤다룬이 트롤답지 않은 미적 기준으로 앤티크한 느낌이 나게 디자인한 리볼빙 권총이 제법 내 마음을 흡족케했다. 거기다 묵직한 그립감에 엄지손가락을 세개는 합친듯한 대구경 탄환까지. 뭐 그래봤자 앞으로의 싸움에서는 비비탄 총이나 다름없을 장난감에 불과하겠지만 심심풀이로 갖고 놀기엔 이 정도가 딱이였다.

아무리 아바타에 인벤토리가 있다해도 자주포를 들고다닐 수 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허나 내가 술법탄환을 통해 위력을 강화시켰다고는 하지만 여기있는 화약무기들은 본질적이 지구의 현대무기들 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엔 어렵네. 술법탄환을 통해 유도 기능과 중독기능을 추가한다한들 탄환이 피부를 꿰뚫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말일세. 시험삼아 아크리퍼 그대가 집어든 권총으로 내 심장을 쏴보겠... 어이쿠!"

탕!

나는 리쿤다룬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안전장치를 풀고 리볼빙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무쇠턱오크 형제의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직접 몸을 맡대고 혈전을 벌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행동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비장의 배합이 섞인 방부처리때문에 한층 더 단단해진 무쇠턱 오크의 검녹색 피부에는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탄환이 찌그러져 근처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은 비비탄과 다름없을 거라던 나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였다.

"그래서 나를 만족시킬만한 성과가 없어서 신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건가?"

"어찌보면 그렇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그건에 관해서는 내가 부연설명을 잠깐해야겠군.'

잠자코 나와 리쿤다룬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도저히 안돼겠는지 오시리스가 눈을 뜨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의 축복은 신들중 유일하게 언데드들에게도 적용된다는건 이미 한번 언급한적이 있었을걸세. 그리고 그 축복의 구체적인 효능에 대해서 말할때가 온것 같군. 일단 언데드란 존재는 이미 한번 죽은 자가 사특한 술법으로 다시 부활한탓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거닐게 되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물고기한테 헤엄을 가르치는거나 다름없는 얘깁니다만..."

'그렇겠지. 허나 기초적인 사실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에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네. 언데드가 그릇된 존재로서 살아가야만 하는데도 삶의 끈을 놓지않는건 살아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어떤 강한 원념때문일세. 그리고 나의 축복은 그 원념을 실체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지. 원념은 나의 축복의 원동력이자 설계도가 되기 때문에 강하고 구체적인 원념을 지닌 언데드일 수 록 더욱 더 강한 축복을 받게된다네. 이 또한 신도의 신앙심이 강해질 수 록 축복의 위력이 강해지는 여타신들과 차별되는 점이지. 이것은 실로 다행인 일이야.

왜냐하면 아크리퍼 그대의 나를 향한 신앙심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일세.'

"신이 또 다른 신을 숭배한다는것도 좀 우습지 않나요?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의 팬이 될 수 없는것처럼 말이죠. 아니 이건 좀 다른 문젠가."

'나의 경우 충실한 신도가 많고 적은건 아무래도 좋은 일일세. 세계의 섭리를 어그러트리려는 동생 세트의 야망을 저지할 수 만 있다면 태초의 사자를 윤허한 자, 나 오시리스가 역으로 그대를 숭배할 수 도 있는 일이지. 물론 아크리퍼 그대가 그만한 격을 갖추고 있을때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한때 트롤들의 왕이였던 리쿤다룬은 신분에 걸맞지 않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네. 어찌된 일인고 하니...'

오시리스가 갑자기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구전설화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모드로 전환하자 나는 급히 두 귀를 막아버렸다. 그러나 오시리스의 전언은 텔레파시처럼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울리는 방식이였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꼼짝없이 별로 알고싶은 생각도 없는 리쿤다룬의 철전팔기 성장록을 듣게된 나는 리쿤다룬의 군장을 베게 삼아 달의 표면 위에 드러누웠다. 씨발 옛날에 병장 3호봉달고 행군훈련에 끌려갔을때도 휴식시간에 이렇게 누워서 밤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는데.

설마하니 행보관의 잔소리가 그리워질 날이 올줄은 몰랐군. 그래도 그 성격 더러운 꼰대 잔소리는 짧고 굵기라도 하지 오시리스의 옛 이야기는 성격문제를 떠나서 너무 지루하고 길었다.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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