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3 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 Reg
시커면 연기와 함께 활활 타오르고 있는 눈앞의 건물을 나는 넋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앱솔루트 모나크 녀석! 설마하니 여기를 습격할줄이야...'
물론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였다. 그곳은 이미 한번 습격을 당했기에 경찰과 GFT(Genetic Force Trooper) 부대가 출동해 엄중한 경비를 서고 있는 상황이였다. 본래 백월교와의 평화협정 이후에 불가침 영역 취급을 받아온 연구소였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울려퍼졌으니 과잉경호를 받는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뭐 사실상 내가 믿고 있는건 경찰이나 유전자 개조 병사들이 아니라 월영공(月詠公) 듀리스 단 한명뿐이였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 눈앞에서 잿더미가 된 건물이 바로 인천 중부결찰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월도까지 안경잡이 여자 동기를 데려가는건 무리가 있을것 같아, 경찰서에 맡겨둔 것이 화근이였다. 일반 경찰 병력으로는 화이트 팬텀 슈트를 입은 군인을 상대할 수 없다는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였지만, 설마하니 녀석들이 정말로 경찰서 습격 사건이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를 줄이야...
"잠시 좀 비켜주세요. 응급환자입니다!"
위옹위옹.
나는 소방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화상 플러스 총상을 입은 경찰관을 들것에 싣고 급하게 움직이는걸 보고 옆으로 비켜섰다. 일반사람이라면야 그런 장면을 보고 자신의 책임이라며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김사건은 달랐다.
그저 다른곳도 아니고 경찰서 앞에 소방차와 구급차가 가득 들어찬 모습은 꽤나 이색적이구나라고 생각할뿐.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안경잡이 여자 동기의 행방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것은 아니였다. 이것은 내가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껴서가 아니라 미하엘로프 소장의 행태가 내 신경을 아주 짜증나는 뱡향으로 건드린 탓이였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으니 나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은 모조리 납치해다가 협박을 하겠다는 수작인것 같은데, 차라리 전세계에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던 아크데빌이 상대하기 편할것 같았다. 무슨 두더지 잡기도 아니고 본인은 어딘가 숨어서 쫄병들만 내보내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죽은줄 알았던 겸여령 여사가 돌연변이 인간이 되긴 했어도 살아돌아와 한숨 돌리는줄 알았는데 한숨 쉴 일이 곱절로 늘어난 기분이였다.
"혹시 여기에 김사건씨 계십니까? 김사건씨 계시면 말씀좀 해주십쇼."
"제가 김사건입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그렇게 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는데 방금 내 옆을 지나쳐간 소방관이 난데없이 내 이름을 동네방네 외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옥사건도 아니고 김사건이란 이름은 흔해 빠진 한국식 이름중 하나였지만 정황상 미하엘로프 소장이 내게 메시지를 남긴것일 수 도 있어 나는 급히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지금 당장 응급실로 이송해야하는 중환자가 김사건씨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만나게 해주기 전까진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고 있어서 그런데 잠시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이렇게 큰불을 진화하는 광경은 처음이라 좀 더 보고싶었는데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사실은 제가 이 사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사람입니다라고 해봐야 긁어 부스럼이였기 때문에, 나는 마치 근처에서 자욱한 연기를 보고 구경을 온 철없는 시민 코스프레를 하며 소방관의 뒤를 쫓았다.
근처의 응급차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딱봐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양반이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형사님 김사건씨 찾아왔니까 이제 응급실로 가도 되죠? 할 얘기가 있으면 병원으로 가면서 합시다."
"USB... 달의 신전... 왕원희..."
"예? 뭐라고요? 똑바로 좀 말해보세요."
"저 김사건씨 지금 환자는 극도로 안정을 취해야하는 상황이라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주시면..."
"여기 USB에 달의 신전의 설계도가 있다! 왕원희양을 구하고 싶다면 앞서 한번 얘기 했듯이 달에 이 신전을 지어라!! 으어어억!!!"
목소리를 낮추라고 한 소방관의 요청이 무색하게 내 이름을 거론한 형사가 중환자답지않게 우렁차고 쌩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일종의 회광반조 현상이였는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졸도해버린 형사. 그와 연결된 심전도 그래프가 파도처럼 출렁이더니 종국에는 띠이이이이이잉~ 소리와 함께 일직선을 그리고 말았다.
소방관이 다급하게 심장 충격기로 회생시키려 애썼지만 형사는 이미 삼도천을 건넌 뒤였다. 나는 강령술사도 아니고 시체를 되살리려 애쓰는 소방관 몰래 형사가 손에 꼭 쥐고 있던 USB를 챙긴 뒤 응급차를 벗어났다.
저 형사가 멀쩡했을때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낱같은 생명력을 짜내어 던전 목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느글느글한 파마머리의 미하엘로프 소장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다죽어가는 인간의 성대를 빌려 말을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악취미다.
아무튼 이걸로 나는 앞으로의 행동양식을 정할 수 있었다. 죽은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돌아와 내면의 똘끼를 다소 억누룰 수 있었는데, 상대가 이렇게 정면대결을 피하고 추잡한 전략을 고수한다면 아크데빌 보다 다섯수는 위인 나의 또라이 기질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이매망량의 물결에 올라 경찰서 위에서 보호색 모드로 대기중인 기야스의 격납고 복귀한 나는 또 마중을 나온 비비앙 칼빌레이를 무시하고 바로 선장실로 직행했다. 나의 냉랭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비비앙은 평소처럼 유난스럽게 굴지않고 차분하게 질문을 던져왔다.
"아크리퍼 저 경찰서는 도대체 누가 그런거야?"
"앱솔루트 모나크."
"앱솔루트 모나크라면... 북두십성 유저임과 동시에 VOT 온라인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노우 엠파이어의 길드장이잖아. 그는 러시아 출신이라고 언뜻 들었던것 같은데 왜 한국의 경찰서를 건든거지? 혹시 아크리퍼 너 매드알케미스트의 포이즌스토커랑 충돌했을때처럼 스노우 엠파이어랑 한바탕 한거 아니야?"
"그럴리가. 아 딱히 스노우 엠파이어가 겁나서 싸우지않았다는게 아니야. 활동영역이 달라서 충돌할 일이 없었던것 뿐이지. 만약 사냥터가 조금이라도 겹쳤다면 둘중 하나는 끝장이 났겠지. 지금 앱솔루트 모나크가 저렇게 날뛰는건 일종의 협박이야."
"협박이라니 설마 아크리퍼 너한테 협박을 한다는거야? 도대체 뭘 위해서?"
"달에 신전을 지어달라는군. 아크엔젤이 서울 한복판에 지은 성당이랑 비슷한 양식의 건출물을 말이야."
"아니 신도들이 찾아올 수 도 없는 성당을 왜 지으려는건데? 그리고 네가 달에 거점을 지은건 또 어떻게 알아낸거고?"
"그건 나도 몰라. 앞으로도 알고싶지 않고. 그냥 앱솔루트 모나크와 함께 시베리아 대륙 전체를 그냥 통채로 날려버릴 생각이야."
"뭐, 뭐라고? 아크리퍼 그건 미친짓이야!!"
"누가 미친짓인지 몰라서 그러는줄 알아? 지금까지 점잔을 빼고 있으니까 별 거지같은것들이 내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대륙을 통채 날려버린다니 무고한 사람들이 몇억씩 죽을거야."
뒤에서 바짝 달라붙어 쫓아오던 비비앙이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내 바짓그댕이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 몇억 가운데 앱솔루트 모나크가 있다면 노 프라블럼이야."
"노 프라블럼이라니... 아크리퍼 내가 율리안을 버리고 네 곁에 머무는건 최소한 네가 변태적인 성욕을 갖고 있긴해도 그보다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금부터 내가 공식 하나를 알려줄테니까 잘 새겨들어.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을 부동호로 비교한다면 아크리퍼 < 아크데빌 < 율리안이야. 비비앙 네가 지금 여기 있는건 단지 강함의 수준으로 따졌을땐 위의 부등호가 역순이기 때문일뿐이라고. 알아들었어, 이 분홍색 암캐년아!!"
내가 비비앙의 인형같은 얼굴에다 대고 막말을 퍼붓자 위축된 그녀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바짓그댕이를 놓고 말았다. 그렇게 비비앙을 떼어놓은 나는 다시 잰걸음으로 선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몇걸음을 걷기도 전에 비비앙이 또 내 바짓그댕이를 붙잡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사 네 말이 맞다고해도 나는 그런 버튼 하나가 초래하는 참을 수 없을정도로 가벼운 대학살은 막아야겠어. 분홍색 암캐의 방식으로 말이지."
"비비앙 너는 러시아 출신도 아니면서 뭘 막겠다는..."
비비앙이 결연한 각오를 다진 표정을 짓더니 내 바짓그댕이를 붙잡다 못해 잡아당겨 아예 바지를 벗겨버렸다. 김여령 여사가 강산성 점액질로 버클을 녹여버렸기 때문에 마치 허물을 벗듯 자연스러운 탈의였다. 그 후 비비앙은 팬티까지 벗긴 다음 내 자지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에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