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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 Oxogan The Goddess of the Moon
반신타락자 움파카, 롬파카 형제와 시리우스, 프리우스 콤비와의 싸움은 그 어느때보다 위험한 싸움이였다. 하지만 위험했던만큼 엄청난 보상이 돌아왔으니 하나하나 세아려 보자면 일단 엔도미야의 감시 범위 밖에 있는 행성을 손에 넣었다는게 가장 큰 소득이였다.
야미도엔이 내게 부여해준 미들네임 디파일러의 힘이 굉장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해서 아무 행성이나 건들였다간 엔도미야가 빡돌아서 여신칼날단의 자객을 내게 보낼지도 모르는 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우주에서 최초로 초월 인터페이스 둘에게 목숨의 위험을 받는 인간이 될터 아무리 내가 생또라이라고 해도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흉성의 경우 아직 그 누구의 때도 타지 않은 신상(?) 행성이였기 때문에 내가 모든 별의 생명력 즉 스텔라 비타를 흡수한다고 해도 뭐라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고작 해봐야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사흉신교의 잔당들 정도가 걸림돌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컨트롤 타워를 잃어버린 조무래기들이 해봐야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극상승의 무공을 또 하나 대성할 수 있게 된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황룡기공파를 점찍었다. 사실 이번에 사흉신교의 본단을 점거하게 되면서 흉마심법을 필두로한 사흉신교의 각종 무공들을 익힐 수 도 있었지만, 나는 반신타락자들과의 싸움을 거치고 염라라는 존재를 만나면서 하나에 집중된 극적인 힘만이 진짜베기 실력임을 깨우쳤다.
나와 같은 북두십성 유저중 한명인 올라운더처럼 잡다하게 이것저것 익히면 이도저도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에 새기자 앞으로의 성장방향을 정하는 것도 쉬워졌다. 거기에 내가 사흉신교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흉마심법이 전형적인 마공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용린소심공처럼 다른 유파의 무공과 크게 충돌하지 않는(하지만 딱히 시너지도 없는) 정순한 심법으로 간신히 1갑자가 넘는 내공을 축적했는데(사실상 청룡문의 태상장문인이였던 노태막의 공청석유빨이였지만), 이제와서 그 성과를 내다던지고 마공으로 갈아탄다는건 그닥 효율적인 일이 아니였다.
'사흉신교의 무공중 마땅한 권법이 없기도 했고.'
사흉신교의 무공은 크게 새갈래로 나뉘였는데 스피드를 중시한 도올분광도, 위력을 중시한 도철무흔도 그리고 원거리 공격을 다루는 궁기쇄격전이 각각의 갈래를 대표하는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그래도 무공의 재능이 미천한 내가 생전 잡아본적도 없는 도와 활이란 무기를 들고 싸울 수 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물론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를 사용하면 무공의 성취를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와 활이라고 하는 무기의 기본적인 이해도까지 향상시켜주는 것은 아니였다. 어디까지나 비급에 나와있는 초식의 근육 움직임과 그에 따른 내공의 흐름만을 강제로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 괄목상대의 공능이였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특정 무공을 대성(12성)했다고 하더라도 몸에 체화를 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고, 소위 깨달음의 벽을 넘을 필요성이 있는 상승무공의 경우 극성(10성)까지 밖에 익힐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황룡기공파를 습득하는 와중에 알게된 사실로 팔륜성의 일부 생명력만으로도 대성이 가능했던 백호패왕권과 달리 황룡기공파에는 단순 해석조차 난해한 구절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백호패왕권 또한 백호문의 상승무공이였으나 황룡거사의 절학이 비하면 손색이 있을뿐더러 애초에 구전으로만 전수된다는 백호패황권의 열화된 버전이였기에 생긴 현상으로 보였다. 뭐 어찌됬든 그렇게 나는 사흉성을 죽음의 별로 만든 대가로 지구의 본체에서도 쉐도우 브레스와 맞먹는 원거리 공격기를 손에 넣은 셈이였다.
성취가 소성(5성)조차 되지 않았을때에도 뒷동산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황룡기공파였는데, 과연 극성을 달성한 지금은 어느정도의 위력을 보여줄지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충격파가 발생할지 가늠이 안되니까 지구가 아닌 달에서나 시험해 봐야겠지.
다음으로 내가 손에 넣은 대박 전리품은 움파카와 롬파카 형제의 시체였는데, 놀랍게도 이 트윈헤드오크의 몸에는 요슈아의 형제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벨제붑의 심장이 이식되어 있었다. 즉 머리만 두개였던게 아니라 심장도 두개였고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하지만, 오크에 불과한 두 형제가 반신급 완력을 지니고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순간이였다.
스스로의 이름을 불칸이라고 밝힌 녀석은 요슈아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내면세계에 초대해서 감히 나의 역량을 시험하려 들었다.
'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진정한 육체의 힘을 각성한 자 뿐. 너처럼 비리비리한 강령술사에게는 내 몸을 의탁할 수 없다.'
라고 사과모양의 난쟁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자 뭔가 웃음이 나오려는걸 참을 수 없었지만, 포식의 대권능을 지닌 벨제붑의 심장 불칸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Ex랭크의 무력을 달성하는 것도 꿈이 아니였기에 나는 웃음기를 쫙뺀 일일 조교모드로 돌변했다.
요수아에게 그랬던것처럼 PT체조 8번을 수천, 수만번씩 시키다보면 제깟놈이 굴복안하고 베기겠는가?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불칸 이녀석은 요슈아와 달리 오리지널 육체파로 PT체조 1번 부터 14번까지의 동작을 십만번씩 반복시켰는데도 '이제야 몸이 좀 풀리는군. 좀 더 어려운 동작은 없는건가? 나는 이 체조가 아주 마음에 든다.'라고 엄지 손가락 하나로 푸쉬업을 하며 말하는게 아닌가?
사과에 짧은 팔다리가 난 불칸의 육체구조가 PT체조를 펼치기에 전혀 적합한 형태가 아님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건 그 어떠한 종류의 육체적 체벌도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일단 불칸을 그나마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지구의 본체에게 보내 다시 테스트를 받기로한 나는 계속해서 무쇠턱오크 형제의 시체를 부검했다.
비단 벨제붑의 멈추지않는 심장, 불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형제의 시체는 아주 양질의 언데드 재료였기 때문이였다. 여차하면 내가 골수까지 쪽하고 빨아먹어 시체가 남아 있지 않은 트롤왕 리쿤다룬을 트윈헤드듀라한으로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석의 경우 왕답지 않게 성격이 쫌생이 스러워서 아직 삐져있을 확률이 높지만(육체를 강탈한 다음 강제로 골수를 자신에게 이식시킨 상대에게 삐지지 않는다는게 더 힘든일이지만), 이렇게 휼륭한 육체로 부활하게 해준다면 필시 내게 충성을 바쳐올것이 분명했다. 뭐 그렇지 않을 경우 강제로라도 충성을 하게 만들어야겠지. PT체조 마의 15번같은걸 만들어서라도.
아무튼 그 부검과정에서 나는 장속에서 살아숨쉬는 헬리콥터균도 아니고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헤비메탈슬라임의 조직 일부를 발견했다. 만약 시리우스와 프리우스의 대화를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을 가도 이 생체조직의 정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 헤비메탈슬라임의 세포구조는 박사수준의 생명공학 지식으로도 규명하기 힘든 불가사의 덩어리였던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이 김여령 여사의 도움을 받아야할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지구에서 우주로 뛰쳐나와 많은 신문물을 경험했다고는 해도 생명공학분야에 있어서의 노하우를 엄마와 비교하자면 보름달 앞에 반딧불에 불과했다. 그만큼 김여령 여사가 생명공학 이론분야에서 쌓아온 커리어는 입지적인 것이였고, 실전부야에서도 VOT의 이적 없이 한국 특수부대 GFT(Genetic Force Trooper)의 유전자 강화 병사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한때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한계로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그녀였지만, VOT 온라인의 동대륙과 서대륙 사이에 있는 세계수의 세포를 가져다준다는 나의 약속을 믿고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에 출근(아야사의 말을 듣자하니 아예 회사에 눌러앉은 모양이지만)하고 있는 상태였다.
안그래도 3000레벨대의 몬스터(진시황이나 심연의 크라켄과 비슷한 레벨대지만 보스몬스터 판정은 받지 않는)가 우글거리는 중앙 산맥지역으로 레이드를 가는게 여의치가 않았는데, 이 헤비메탈슬라임의 세포를 김여령 여사에게 가져다 주면 한동안은 식음을 전폐하고 연구에 전념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은 내가 쏙하고 빼먹어야겠지.'
마지막으로 움파카와 롬파카 형제가 사용하던 이중검 아슈켈론이 내 수중에 들어왔지만, 사실상 이 검은 내가 아닌 에녹을 위한 물건이라고 봐야했다. 근데 문제는 이 이중검 아슈켈론이 마왕격살자 아니 라스트템플러 에녹에게 삐져도 단단히 삐진 상태라는 것이였다. 에녹이 누시아와 동반자살한 이후로 못해도 족히 몇백년은 흘렀을텐데 아직도 꽁해 있다니 이 녀석 리쿤다룬(누차 말하지만 그 누구나 자신의 골수를 통으로 빼았기면 삐질 수 밖에 없다) 이상의 삐쟁이잖아?
-에녹 오빠 그때 왜 내가 아니라 아발란체를 선택한거야? 그래놓고 이제와서 나의 주인이 되겠다고? 흥, 칫, 뿡! 오빠랑 나는 이제 완전절교야, 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