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81화 (28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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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Oxogan The Twin Head and Twin Soul

-삐비빅. 골렘로이드-X1070이 내부의 무법자에게 알립니다. 귀하는 뫼비우스 의회가 지정한 충격진동 기준 데시벨 이상을 발생시키셨습니다. 지금 당장 소지한 무장을 해제하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오십시오. 다시한번 알립니다. 지금 당장 소지한 무장을 해제하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오십시오."

가능하다면 아바타에게는 쓸모없는 내단을 제외하고 도올무기의 머리에서 꼬리뼈까지 모조리 꼭꼭 씹어삼키고 싶었지만, 갑자기 '주사위의 속사정' 술집 주위로 모여든 골렘로이드 때문에 나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절대 흙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에 모여든 개미떼처럼 집합한 골렘로이드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였다. 일전에 확인했듯이 골렘로이드 개개인이 지닌 화력이나 내구성은 그렇게까지 뛰어난것은 아니였기에, 로봇같은 비생명체에게 음에너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나 혼자서 일개연대까지는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술집을 에워싼 골렘로이드가 어림잡아 일개중대정도였으니 놀면서 쉬엄쉬엄 싸워도 충분히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는 부분이였으나, 혹여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에 또 다른 사흉신교의 잔당이 남아있을 경우를 생각하면 궁기련의 생사를 비밀리에 붙이는게 좋았다.

아무리 내가 강하다고 해도 다른 어떤 멀고먼 행성에 존재하는 궁기련의 본체를 원격으로 보호할만한 수단은 전무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나는 내단을 제외한 도올무기의 시체는 에보니 메이든으로 집어넣고 무너진 석조미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제기랄 이래가지고서는 베히모스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잖아.'

숨겨진 땅굴을 발견하자마자 아크네메시스 모드를 해제하고 퍼시벨과 궁기련을 들쳐업은 나는 지금쯤 슈퍼구울 베히모스의 뱃속으로 반이상 사라졌을 도올무기의 시체를 떠올리며 괜스레 투덜거렸다. 물론 속으로만 불만을 읊조렸을뿐 두다리는 부지런히 그 끝을 알 수 없는 석조 미로를 내달렸다.

헌데 궁기련은 깃털처럼 가벼운 반면 혹시나 추적의 단서가 될까봐 천근무게추를 다시 장착 시킨 퍼시벨은 아바타의 완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정도였다. 하여 왼쪽으로 기우뚱 하려는 퍼시벨을 이애망량으로 고쳐업으려는데 모든 마력이 방전됬었던 늑대권사가 그르릉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이고야 누가 수인족 아니랄까봐 회복력 하나는 끝내주네.'

"으으윽. 그 도를 쓰는 남자는 어떻게 됬지?"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되. 댁이 제대로 마무리를 못해서 내가 실력발휘 좀 했지. 뭐 따지고 보면 어차피 내가 상대해야할 적이긴 했지만서도."

"그런가... 내 수련도 아직 한참 멀었군."

"뭐 그래도 수인족치고는 나름 분발한거니까 너무 풀죽어 있진 말라고. 내가 봤을땐 그 대행수 그라트록도 지금 당신에게는 한주먹거리도 안될것 같은데, 사실상 현 수인족 최강자는 댁 아닌가?"

"힘에 대한 열망만 놓고보자면 그라트록은 나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인 사내였다. 허나 대행수라고 하는 크나큰 짐을 짊어지다보니 개인의 수련은 소흘히 할 수 밖에 없었지. 그가 지금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나 또한 쉬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결코 수인족 최강자가 될 수 없어. 나보다 먼저 귀갑노사의 가르침을 받은 사저때문에 말이지."

"호오 댁에게도 사저가 있는줄은 몰랐군. 아참 그러고보니 그라트록에게는 준트록이라는 아들이 한명 있었지?"

"그래. 내가 폐관수련을 하는동안 어찌나 끈질기게 가르침을 청하던지 역시 피는 못속이겠더군. 언젠가 적당한 때가오면 그녀석을 귀갑노사님께 소개시켜줄 생각이다. 내 사저가 방황하던 나를 인도했던것처럼."

"아니아니 내가 궁금했던건 그 애송이의 근황따위가 아니야. 자식이 있다는건 아내가 있다는 소리. 그렇다면 휘르 행수와 비교했을때 그라트록의 마누라는 어때? 얼굴, 몸매, 분위기까지 소상히 좀 알려주겠어?"

내 딴에는 도올무기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퍼시벨을 위로하기 위해 건넨 농이였건만, 그간의 행실때문인지 돌아온건 우주 쓰레기를 보는듯한 궁기련의 경멸어린 시선이였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실업자가 된걸로 모자라서 외간남자에게 보쌈을 당해 반쯤 정신이 나간 그녀였지만, 주위 돌아가는 상황을 아예 좌시하고 있었던건 아닌 모양이였다.

"도대체 너란 인간은 머릿속에 뭐가들었길래 자꾸 임자 있는 사람을 건들 생각을 하는거야?"

"오구오구. 우리 련이 서방님이 다른 여자 생각해서 삐졌어요?"

"누가 누구 서방님이야!! 내 서방님은 명이 한명 뿐이거든! 아, 아직 고백은 안했지만서도..."

"옥사건 네녀석이 강하다는건 인정하지만 너는 절대로 그라트록의 아내를 안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궁기련과 투닥거리는 사이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회상에 잠겨있었던 퍼시벨이 뜬금없이 쉰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전투력 부등호가 옥사건 >>>>>> 퍼시벨, 퍼시벨 > 그라트록이라고 가정했을때 옥사건 >>>>>> 그라트록이 되는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던가?

물론 자신들의 수장이 암컷을 빼았기는걸 비스트코인의 주민들이 용납할것인가는 생각해볼만한 문제긴 했지만, 일단 암컷쟁탈전이 열리기만 하면 제 아무리 비스트코인의 안주인이라고 해도 내앞에서 가랑이를 활짝 벌릴 수 밖에 없었다.

"흥. 머리가 싸움을 피해 몸통의 눈과 귀가 되주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머리냐고 떠들더니 결국 제 마누라를 뺐길것 같을때는 대행수의 직권을 행사한다는건가."

"그런게 아니다. 그라트록의 아내, 섬광의 암사자 레이오네는 나를 귀갑노사님께 인도했던 예의 사저이자 수인족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최강의 암컷이기 때문이다. 한때 나와 그라트록 그리고 붉은곰, 푸른표범, 청동물소, 검은하이애나 일족의 행수가 동시에 레이오네에게 덤벼든적도 있었지만 문자 그대로 그녀의 털끝하나 건들지 못한적도 있었지. 지금이야 비스트코인 우주정거장을 떠난지 오래라 근황을 알 수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것이다.

애시당초 수인족중에서 더 이상 대적할 상대가 없어서 떠난 무사수행이였으니..."

"호오 수인족중에 라라펠 보다 기가 센 여자가 있을줄은 몰랐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묻고싶지만 출구에 도달한듯 하니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나는 저 멀리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형광빛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수인족 역사상 최강의 암컷이라...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포기할거라고 퍼시벨은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그건 내 변태성을 얕봐도 한참 얕본 처사였다.

매드독스 왕루옌을 조련시키는 과정에서 드센 여성을 굴복시키는 정복감이 얼마나 달콤한가를 맛본 나는 지금 없던 구미도 다시 생길 판이였다. 물론 지금 당장의 최우선순위는 궁기련의 본체 확보였기에 레이오네라는 이름 4자는 머릿속 한켠에 미뤄둘 수 밖에 없었지만 때가 오면 새끼에 젖을 물려주는 어미 사자처럼 내 좆을 그녀에게 물려주리라.

*    *    *    *

석조미로를 벗어나 어딘가의 빈민가 골목에서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의 인공태양을 맞이한 나는 VOT 단말기로 옵티컬로이드를 호출해 황룡선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아직 마력 탈진과 도올무기가 입힌 목의 상처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퍼시벨을 의료실로 이송시키고 그를 대신해서 무법자들과의 보급품 물물거래를 감독했다.

사흉신교의 연락지부 역할을 수행하던 술집 '주사위의 속삭임'의 갑작스런 폐업이 알려지는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둘러 보급품 물물거래를 일찍 파하고 그 자리를 떠버리면 오히려 다른이의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였다.

어차피 수라감찰대가 한명도 남김없이 전멸한 상황에서 술집안에서 일어난 일의 전모를 알아내기란 요원한 일이였으니, 설사 사흉신교측 인사가 궁기련의 본체에게 이번 일을 추궁해오면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아바타가 소멸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였다.

이럴때는 서열 77위에 궁사계열의 무공을 익힌 궁기련의 약함(?)이 빛을 발한단 말이지. 그렇게 사흉신교측에서 취해올 행동패턴을 케이스별로 분류해 궁기련과 입을 맞춰둔 나는 안심하고 보급품 물물거래를 감독할 수 있었다.

물론 겉으로만 사회자이자 감정사인 펑키를 주시하는척 하고 있었을뿐, 머릿속으로는 사흉신교 본단으로 향하는 동안 궁기련과 어떤 체위로 스타트를 끊을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앞으로? 뒤로? 이거이거 동전이라도 던져서 결정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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