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70화 (27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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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아크리퍼 네이놈 어디 한번 내 뱃속에서도 그리 큰소리 칠 수 있는지 두고보겠다!!

햇빛이 닿지않아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심해속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띄는 거대한 덩치의 고래가 내게 돌진해온다. 하지만 나는 구태여 어린세랑에게서 배운 수공을 사용해서 피할 생각도 않고 팔짱을 낀채로 레비아탄의 두번째 발끈 어택을 방관했다.

어차피 이곳이 심상세계가 아닌 진짜 바닷속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통상의 무공으로 레비아탄의 움직임을 쫓을 수 도 없을뿐더러 내가 레비아탄에게 먹힌다고 해서 그것이 곧 패배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그건 와일슬레이어(Whaleslayer)라는 별칭을 지닌 괴물 물고기 던클레오와의 전투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여차하면 레비아탄의 배떼기를 안쪽에서 뚫어버릴 요량으로 대기하고 있는데 마치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것처럼 주위 공간이 바스라져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레비아탄에게는 심상세계를 장기간 유지할만한 마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단한번도 사용해본적 없는 심상세계에 대해서 빠삭한건 VOT 온라인을 플레이 하던 시절의 노하우덕분이였다. 레벨이 수천에 달하는 보스들만 사용하는 스킬인 심상세계는 일반적인 게임 시스템의 룰을 뒤틀어버렸기 때문에 보스를 공략할때 유달리 주의해서 연구를 해야 했던 것.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심상세계 스킬이 지닌 특이성이야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일이지만 엔도미야가 그와 관련된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을지가 의문이로군.'

문득 엔도미야가 절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라 상념에 젖어있던 나는 심해속에서 다시 하와이섬으로 돌아온 주위환경을 확인하고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무리 전투 무대가 바닷속이 아닌 육지위로 바꼈다고 해도 고층 아파트를 눕혀놓은듯한 덩치를 지닌 괴물 고래를 상대로 방심은 금물이였다.

레비아탄이 죽자살자 몸부림을 치기만해도 이 하와이섬 본토에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하여 나는 레비아탄이 마력 고갈로 인해 심상세계가 강제로 캔슬된 휴유증으로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고래의 정수리로 짐작되는 장소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뭐 사실 너무 덩치가 크다보니 콕 집어 정수리라고 칭할만한 부위가 있는건 아니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였다. 요는 이 덩치로 내 필살의 일권을 피해내는 일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였다.

마샬아츠 더 뎀프시롤(Dempseyroll) 백호패왕권 권묘결 연축(年蓄)

타격계 기술을 폭발적으로 강화하는 마샬아츠 더 비타와 백호문의 상승무공인 백호패왕권 오의(奧義) 회신멸지(灰身滅智)의 조합. 그것은 게임으로 따진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 컴비네이션이였다.

마치 주먹 주위로 공간이 비틀어지는듯한 착각도 잠시 레비아탄의 머리위로 터무니없는 물리력이 퍼부어졌다. 그와 동시에 내 왼손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난 용조송에 휩쌓여 몇개월간 사용할 수 없게 되버리고 말았다. 만약 내가 곁에 여자 한명없이 직접 자기위로를 해야하는 처지였다면 꽤나 끔찍한 상황이였겠지.

아니 진짜 끔찍한쪽은 돌 맞은 개구리처럼 몸이 터져서 하와이섬 본토에 쑤셔박힌 레비아탄 쪽이려나? 나는 시체조각과 돌무더기가 한데 뒤엉켜 인세지옥이 되버린 하와이를 힐끗 한번 일견한 뒤 쌜쭉한 표정을 짓고있는 듀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부상해 올라갔다.

그러자 듀리스가 더 이상 심상세계 5번째 달이 지는 밤을 유지할 필요성을 못느꼈는지 손을 휘젖는다. 그 손짓에 맞추어 마주보는 절벽처럼 갈라졌던 바다가 다시 허물어지고 더 이상 신혼여행의 메카 하와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    *    *

"아크리퍼, 아크엔젤, 매드독스, 올라운더 네 히어로들을 위하여!"

내가 아크데빌 본인 보다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레비아탄을 처치했다는 소식이 가스킬 대령에게 전해졌을때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던 항공모함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그리고 얼마안가 이번 작전을 지원한 각 열강국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져 각종 진귀한 술와 산해진미가 항공모함으로 실시간 운송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철저하게 전쟁용으로 설계된 항공모함이 호화파티 여객선으로 변모했지만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술한모금 입에 되지않았다. 술과 안주는 있었지만 정작 그걸 먹여줄 쌔끈한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내가 그런 상태였으니 매드독스 왕루옌도 내 눈치를 보며 안주나 깨작이는 정도였고 아크엔젤 하희빈은 이번 인페르노 소탕작전의 주인공을 내게 빼았겼다는 생각에 아직도 분을 삭히는 중이였다. 하나같이 신나서 큰소리로 건배를 외치는 병사 무리와 어울라는건 사실상 올라운더 한명정도였다.

그렇게 내 기분이야 어찌됬든 세상에서 제일 비싼 파티 여객선에서의 밤이 깊어가고 지휘관인 가스킬 대령조차 만취해서 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을때, 나는 어둠속에서 올라운더가 슬그머니 선실 내부로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일부러 감시하고 있던것도 아니고 그저 색향천월관이 있는 달을 보며 다음엔 3:1로 질펀하게 놀아볼까? 생각하던 와중에 우연히 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뭔가 심상치않은 낌새를 느낀 나는 표홀신법까지 동원해 올라운더의 뒤를 은밀히 쫓았다.

표홀신법이 은신에 특화된 경신법은 아니였지만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 올라운더를 속이기에는 차고도 남을정도의 무공이였기에 틀킬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올라운더의 그림자가 닿을듯 말듯한 거리에서 추적하기를 십여분 내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항공모함의 시체안치실이였다.

'이번 인페르노 소탕작전에서 사상자가 있었던가?'

내가 모든 작전구역을 커버한것은 아니라서 장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 눈앞에서 군인이 죽어나간 경우는 없었다. 한층더 의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나는 올라운더가 다른 누구도 아닌 아크데빌의 시체 머리맡에 멈춰선 것을 확인하고 일부러 기척을 노출했다.

"쥐새끼처럼 슬금슬금 기어내려와서는 지금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있는거지, 올라운더?"

"아, 아크리퍼공. 이, 이건 그러니까 시체의 상태가 멀쩡한지 화, 확인하려고..."

"좆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죽고싶지 않으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말해."

"크어어어억!"

나는 안그래도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올라운더 에이지의 모가지를 움켜쥐고 살벌하게 읊조렸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 숨겨왔던 VOT의 이적같은걸 발휘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소 거칠게 몰아붙인거였지만 컥컥거리며 산소를 갈구하는 올라운더의 모습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였다.

"허어억, 허어억... 아크리퍼공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전우를 이리 대하는 법이 어디있소?"

"이봐 올라운더 네 말에는 두가지 오류가 있어. 내가 아크데빌 따위를 상대로 목숨을 건적도 없고 너를 전우라고 생각한적은 더더욱 없다. 잔말 말고 무슨 꿍꿍이로 아크데빌의 시체를 건들려고 했는지 말해. 또 한번 시덥잖은 소리를 했다간 목이 날아갈줄 알아. 본인도 잘 알고 있겠지? 이 배에서 너따위가 한명 사라진다고 해서 눈치챌 사람은 없다는거. 아니 눈치를 채도 내게 대항할 사람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군."

"...글쎄올시다. 나를 이곳으로 보낸 또다른 북두십성의 일원 사이킥 마스터라면 그 부재를 눈치채는 것은 물론 아크리퍼공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오만."

"뭐!? 너를 이곳으로 보낸게 사이킥 마스터 그 음침한 놈이라고?"

나는 생각치도 못한 이명에 침음성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사이킥 마스터. 그는 북두십성의 일원이지만 워낙 신비주의를 고수해서 이명말고는 그 어떤 다른 정보도 드러나지 않은 비밀스러운 인물이였다. 성별은 물론이거니와 나이, 키, 덩치조차 그 누구도 몰랐다.

"그렇소. 본인도 다른 북두십성 유저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소. 그럼에도 이번 인페르노 소탕작전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던건 사이킥 마스터가 다른 북두십성 유저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했기 때문이요."

"호오 그말인즉슨 지금 네가 사이킥 마스터의 꼬붕이라는거지?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둘 이유가 없어지는데 말이지."

"그, 그게 아니라 사이킥 마스터는 나를 완벽하게 정신지배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그런척 하고 있을뿐인..."

"그게 뭔 개소리야!?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봐!!"

금방이라도 올라운더를 도륙낼것 같았던 살벌한 나의 눈빛이 누그러지고 움켜쥐었던 멱살까지 풀어주자 올라운더가 조심스럽게 이번 출전의 뒷배경에 대해서 썰을 풀기 시작했다. 일단 첫마디 부터가 뒷골이 울릴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였는데 현재 일본 수뇌부의 70%정도가 사이킥 마스터의 최면에 걸린 상태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평소와 다를바없는 일생생활을 영위하지만 사이킥 마스터가 특별한 키워드를 읊조리면 그의 충실한 종으로 변모한다고 하니 사실상 일본은 사이킥 마스터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이는 아크데빌의 극단적인 무력정복과는 아주 상반되는 전략으로 피지배층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지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고도의 심계였다.

그리고 올라운더의 인적사항 또한 사이킥 마스터의 최면에 걸린 경찰 고위관계자가 아이템 거래사이트에 영장을 발부해서 드러난 것이라고 하니 사이킥 마스터의 정보력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수준이였다.

'이렇게 까다로운 적이 바로 옆나라를 활보하는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놀랠 노자로군.'

"그래서 네가 사이킥 마스터의 심복이 아니라는 증거는 언제쯤 말해줄건데?"

"아크리퍼공 생각해보십쇼. 본인이 정말 사이킥 마스터의 심복이라면 이런 중요한 정보를 적에게 술술 불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부러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그러는걸지도 모르지."

"그, 그게 아니라 본인에게는 VOT의 유니크 업적 다른계열의 스킬 1000개 마스터하기를 달성하면 주어지는 '마안(魔眼) 만류귀안'이 있었기 때문에 사이킥 마스터의 정신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정신지배에 저항할 수 있다고 해서 사이킥 마스터의 염동력까지 저항할 수 있는건 아니였기에 그의 부하가 된것처럼 행동했던거죠."

"만류귀안? 그건 또 뭐하는 눈깔인데?"

"한쪽 눈당 한번씩 다른 이가 배운 스킬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마안입니다. 그러니 아크리퍼공 이번 한번만 제 행동을 눈감아주십쇼. 제가 아크데빌의 스킬을 흡수해서 사이킥 마스터의 대항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악마 사역마라면 정신지배로부터도 자유로울테니 분명 사이킥 마스터와 대적할만 할겁니다."

"한쪽 눈당 한번씩이라... 그렇다면 하나는 나한테 토해내야겠네."

"예?"

"예는 무슨 예야. 뒤지기 싫으면 하나는 내놓으라고. 어차피 앙그라마이뉴 법진 스킬 하나만 흡수하면 다른건 필요도 없잖아!"

내가 유체화 상태의 십만 이매망량들까지 실체화 시키며 윽박을 지르자 올라운더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때문에 북두십성의 지위에 올랐지만 지닌 힘은 물론 정신력도 일반인과 다름없는 그였기 때문이였다.

올라운더 에이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두손으로 자신의 한쪽눈 앞에서 기괴한 수인을 맺자 찬란한 황금색 보석눈이 툭하고 떨어진다. 혹시나 진짜 생눈알을 뽑아서 주는건 아닐까하고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였던 모양이다.

이매망량을 이용해 잽싸게 그 황금색 보석눈을 낚아챈 나는 그 길로 시체 안치실을 벗어났다. 이제는 올라운더가 아크데빌의 스킬을 흡수하던 사이킥 마스터의 대항마가 되던 관심밖이였다. 어느놈이 됬건 내 눈앞에 나타났을때 박살내면 그만이였으니까. 라스트보스는 엉덩이가 무거운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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