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63화 (26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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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아크데빌이 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을때는 솔직히 좀 뜨끔했다. 아니 저 새끼는 어떻게 내가 서큐버스 프린세스 릴리를 빼앗았다는걸 눈치챈거지? 영혼의 표식이 지옥의 표식을 뒤덮을때 뭔가 팟!하고 느낌이 온건가. 내 하수인을 뺏겨본적이 없으니 알 수 가 있나.

하지만 아크데빌의 말투로 봐서는 SSS의 가스킬 대령이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소거법을 통해 내짓임을 유추했을뿐 확증도 없고 내 정체가 뭔지도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그렇다면 구태여 내쪽에서 조바심 낼 필요없이 지금 쇼파 위에 애처롭게 깔려있는 아야사의 핑크빛 보지나 느긋하게 시식하면 되리라.

내 주니어를 뜨끈뜨끈하고 탄력있는 아야사의 둔덕살 사이로 밀어넣자 말미잘같은 질벽이 옳다구니하고 압박해온다. 여기서 천천히 하지만 깊게 허리를 진퇴시키면 나는 은혜로운 운우지정의 쾌락을 맛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 TV의 다음 장면에서 아크데빌이 자신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꾸려나갈 사도들이라며 산양 뿔투구를 쓴 자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는 허겁지겁 자지를 뽑아낼 수 밖에 없었다. 검집을 잃은 내 마검이 아쉽다며 펄떡거렸지만 아크데빌의 사도들중 내 친모인 김여령 여사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걸 보고나니 씹질할 생각이 싹 달아났다.

"아니 저 아줌마가 왜 저기 있는거야. 빌어먹을! 아야사 너 혹시 한국의 특수부대인 GFT랑 연락가능하냐?"

"국방부 관계자중에서 GFT의 예산을 심의하는 자를 한명 알고있긴 합니다만 정확히 누구와 연락을 취해야 할련지?"

"한강철 소령. 그 작자랑 연결시켜줘."

"예, 알겠습니다."

아야사도 내 분위기가 심상치않다는걸 눈치챘는지 옷매무새를 서둘러 단정히 한다음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과연 인맥에 있어서 만큼은 탁월한 수완가인 그녀였던지라 5분도 채 지나지않아 내게 무뚝뚝한 한강철 소령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GTF소속 한강철 소령입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길래 이쪽 라인으로 연락을 시도한겁니까?

"그건 내가 할말이야, 한강철 소령.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GTF의 핵심 연구고문인 김여령 박사가 한국도 아니고 하와이에서 봉기한 무장세력에게 납치되도록 방치한거야!?"

-이 목소리는... 설마 김여령 박사님의 아들인 김사건군인가? 미안하지만 김여령 박사님은 납치된게 아닐세. 애시당초 하와이의 무장세력 인페르노가 한국에 입국한적도 없고 말이지.

"아니 그럼 우리 엄마가 제발로 아크데빌 그 싸이코 밑에 들어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안타깝게도 그렇네. 아무래도 김여령 박사님 본인의 의지는 아니였던것 같네만 그녀가 일개분대의 GFT 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특본을 탈출한건 사실이야. 비디오 기록도 남아있지. 사실 이 사실은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되는 기밀정보. 김여령 박사님의 하나뿐인 아들인 자네니까 해주는 이야기일세. 기억하고 있겠지. 우리들의 씁쓸했던 첫만남이 있었던 예비군 동원령이 선포된 날을...

이어지는 한강철 소령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인 것이였다. 평소 사회에 많은 불만을 지니고 있었던 예비군 한명이 VOT 온라인의 이적으로 유추되는 문신의 힘으로 다른 예비군들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소위를 단지 얼마되지않은 주성규라는 군인을 구출했고, 그는 무선으로 GFT를 호출해 문신 남자를 제압하게끔 했다. 그렇게 시체가 되어 GFT(Genetic Force Trooper)의 특본으로 이송된 문신 남자.

위에서는 정밀 부검을 실시한 후 별다른 소득이 없으면 시체를 소각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지만 김여령 여사가 그 명을 어기고 불법적인 시술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건 다름아닌 문신 남자의 피부세포를 자신의 피부에 통채로 이식하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시술이였다. 문신을 이식하면 자신도 그 문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거라는 일차원적인 생각.

논리적 프로세스를 중요시하는 엄마답지않은 도박적인 강수였지만 놀랍게도 그 결과는 성공적. 과학과는 동떨어진 이적의 힘에 대한 갈망이 엄마에게 악마의 촉수를 다루는 이능을 선사했던 것이다. 물론 적지않은 면역거부반응이 동반되었겠지만 유전자 조작에 이골이난 엄마에게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이였을 것이다.

-그 과정이야 어찌됬든 천외천은 커녕 VOT 온라인의 캐릭터조차 없는 일반인이 VOT 온라인의 이적을 손에넣었으니 GTF 특본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지. 위에서도 처음에는 김여령 박사님에게 징계를 내리려다가 그 결과를 보고 오히려 상여금을 내릴정도였으니.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 모든것이 꼬이고 말았다네. 김여령 박사님이 고래의 초음파 소리가 들린다면서 단 1분조차 제대로 쉬질 못하게 된거야. 원래 하루에 3시간 밖에 잠을 안자시는 분이긴 했지만 아예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자 점점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고 그 뒤는 처음에 했던 이야기대로네.

"빌어먹을 아크데빌 새끼 도대체 문신에 무슨 개수작을 부려놓은거야."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어떻게하긴 뭘 어떻게 해. 아무리 무심한 엄마였어도 엄마는 엄마니까 구하러 가야지. 아오 개같은 아크데빌놈 진작에 조져났어야 했는데 귀찮게 됬네 진짜."

-그런가. 그렇다면 서두르는편이 좋을것 같군. 한미연합 사령부측에서 오늘밤안에 하와이를 점거한 무장세력 인페르노를 총력을 다해 소탕하겠다는 서신을 보내왔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혹시나 제정신으로 돌아온 김여령 박사님을 탈환하게 되어도 GTF로 데려오지는 말게. 박사님은 이미 1급 간첩으로 간주되어 수배중인 상태니까... 마지막으로 자네가 괜찮다면 박사님에게 가장 괴로울때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전해주겠나?

"전혀 안괜찮은데. 이 내가 그런 닭살 돋는 멘트를 전해줄리가 없잖아!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김여령 여사는 앞으로 호위호식하면서 만수무강할거니까 신경끄셔. 뭐 정보는 고맙게 받지. 그럼 이만 끊겠어."

그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천생군인 한강철 소령의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올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설마 그 남자 내심 우리 엄마를 좋아하고 있었던건가? 항상 푸석푸석하게 엉킨 머리에 얼굴의 반을 가리는 뿔테안경을 착용한 여자가 뭐가 좋다고 저리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부를 전해달라는건지.

아니 잠깐 근데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잖아. 국방부 예산만 천조에 가깝다고 해서 천조국이라 불리우는 미합중국의 총력을 다한다는 서신은 그 말의 무게감부터가 남다르다. 잘하면 12시가 지나기도 전에 아크데빌의 무장세력 인페르노의 이름처럼 하와이가 불지옥으로 화할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빨리 기야스에 올라타야 했다.

나는 부띠끄에서 뜨개질이 한창인 시스트린을 호출해 아야사의 호위를 일임하고 듀리스를 기야스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왕루옌에게도 신라호텔 화랑대점으로 총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전력을 보강했다.

비록 게임내의 전투였다곤 하지만 진시황릉이라는 초고렙 던전에서 손발을 맞춰본 쿤메이나 샤오밍을 호출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아직 아크데빌의 전력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밥값을 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만을 호출한 것이다. 그런데 거의 다왔다는 왕루옌의 답신을 받은 순간 TV가 굉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앙---삐이이이이익!

"이런 젠장할 진짜 TV가 폭발하는줄 알았네. 뭐가 어떻게 된거야."

"미군의 폭격이 벌써 시작된것 같습니다, 사건님."

"이렇게나 빨리?"

"저 아크데빌이란 남자가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방송을 하기 이전부터 미국측에서는 하와이에 이상이 생겼다는걸 감지했을테니 무리도 아니지요. 사실 스트리밍 방송이 시작된 순간부터 출발했다고 가정해도 미국의 최신형 스텔스기라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만 아무래도 해군 함정들과 템포를 맞춘것 같군요."

아야사의 말마따나 커다란 굉음과 함께 새하얗게 물들었던 TV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지평선 너머를 가득 메운 함선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하늘 위를 수놓는 폭격기들의 폭탄세례.

아니 그런데 이 장면을 찍고있는 카메라맨은 도대체 얼마나 담이 크길래 다큐멘터리 찍듯이 침착하게 구는거지. 그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아크데빌이 셀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빼앗아드는 사이 거대한 날개를 지닌 악마의 실루엣이 스쳐지나간 것이다.

잠깐 동안이였지만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코끼리의 상아마냥 쭉뻗은 송곳니를 보고 나는 단숨에 그 악마가 식인귀(Cannibal Demon)라는걸 눈치챘다. 주걱턱아귀는 물론 핏 로드보다 상위종의 악마로 구울이 시체를 섭취해 재생력을 얻는다면 이 녀석은 폭발적인 완력을 손에 넣는 타입이였다.

많은 인육을 먹을 수 록 종국에는 거인족마저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는 힘을 발휘했으니, 헬 게이트를 개방한다거나 하는 신변잡기가 없어도 제거대상 1순위였다.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폭발음에도 마치 불꽃놀이축제에 참여한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아크데빌. 도대체 이녀석의 꿈속에는 얼마나 더 끔찍한 악마들이 잠들어 있을지.

'상상만해도 몸서리가 쳐지는군.'

-와우! 와우! 와우! 크리스마스는 진즉에 끝났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장난감 배랑 비행기를 잔뜩 보네왔군 그래. 이 배불뚝이 할아버지야 선물을 해준것 까지는 좋은데 말이야. 이건 내가 원하던 선물이 아니란 말이야, 씨이이이이바아아알!!! 이 아크데빌에게 어울리는 선물이라고 하면 사탄의 영혼이 빙의된 인형이라든가, 살아있는 인간으로 만든 허수아비라든가 그런걸 가져왔어야지. 내가 장난감 배나 비행기를 들고 뚜루뚜루뚜 빠바밤이나할 나이냐고! 그런 관계로 이 선물들은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기로 하겠습니다.

아크데빌이 카메라를 다시 식인귀에게 건네주자 시계가 극변하며 마치 스카이캠을 통해 도시의 전경을 비추듯 하와이의 근해를 한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중기동력을 갖춘것도 식인귀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지라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미해군 함정들 사이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현대전의 최종병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항공모함들이 바다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론 수중에서도 가동할 수 있게 설계된 기체였지만 그야말로 해저바닥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듯 소용돌이가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는 까닭에 손도 못써보고 침몰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의 힘앞에서는 인간의 찬란한 문명조차 무력하기 그지없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였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자연의 힘조차 제 수족 부리듯 주무르는 태초의 마수이자 바다의 화신인 레비아탄의 작품이라고 해야겠지만서도.

나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시커먼 바다속에 베히모스와 쌍벽을 이루는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 녀석이 소환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살아있는 인간 제물들이 희생되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어쩌면 제 2차 세계대전의 전사자들을 뛰어넘을지도. 물론 레비아탄의 온전한 육신이 이 땅에 강림한거라면 그때는...

'노아의 대홍수가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겠지. 이거 희생자의 수가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존폐자체가 불투명해질지도.'

-혹시 이 장면을 보고 캐리어의 해적3가 생각난 사람은 주변 사람들 몰래 조용히 손을 들어도 좋아. 아 참고로 이건 CG가 아니라 리얼이라고. 너희 시청자들이 그렇게 빨아재끼는 리이이이어어어얼 말이야!!! 할리우드 보고있나? 섭외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물론 출연료는 순금으로만 받겠어. 이제 곧 온세상이 물난리에 휩쌓이면 달러따위는 똥닦는데도 쓰지 못할 거적때기가 될테니까 말이야.

미해군 함정들이 단 한기도 남김없이 수장되고 나자 화면은 하늘로 이어졌다. 카메라맨을 자처하고 있는 식인귀와 같은 종의 악마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전투기들을 종이 비행기처럼 찢어발긴 뒤 조종사가 미처 탈출하기도 전에 특유의 송곳니로 물어뜯는 장면이 생생하게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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