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61화 (26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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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사건님 설마 금의위 강시를 아군으로 만드신겁니까?"

"응, 맞아. 이제 내가 왜 앞으로의 전투를 모두 전담하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하지만 이 아군화가 일시적일뿐이라면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치우는 편이..."

"아니. 일시적인게 아니야. 이 금의위 강시는 영구적으로 내 부하 언데드가 된거야.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금의위 강시들이 내 휘하로 들어오겠지. 물론 지금 내게는 그 녀석들을 수용할만한 이공간 아티팩트가 없긴 하지만 어차피 최종 보스를 상대할때 소모품으로 사용할 놈들이니까."

"그런 치트키같은 일이 가능합니까?"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붙긴하지만 분명 가능한 일이야. 직접 두눈으로 보고도 못믿겠어? 뭣하면 이 금의위 강시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춰보라고 해볼까? 물론 잘출거란 보장은 없지만서도."

"아뇨. 사건님을 믿겠습니다."

직접 나와 싸워본적이 있는 매드독스 왕루옌은 VOT 온라인에서 언데드에 관한 지식으로 나를 뛰어넘을 자가 없다는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이제는 아군이 된 금의위 강시에게 배후를 내주고 다음 층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더 이상 몬스터와 싸울 필요없이 보이는 족족 금의위 강시의 육체를 이매망량으로 강탈했기에 우리 파티의 전진속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빨라졌다. 왕루옌의 말마따라 이런 치트키같은 일이 가능했던건 전반적인 상황이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였다.

원래 영혼과 육체를 잇는 끈은 죽음이라고 하는 가위가 아니면 절대 끊을 수 없었다. 즉 살아있는 몬스터의 몸에 빙의해봤자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영혼과 육체를 잇는 끈이 잘린 언데드 몬스터는 무조건 아군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아니였다.

영혼석을 중심으로 한 언데드 회로에 다른 영혼의 침입을 차단할 수 있는 보안장치가 없을 것. 언데드를 부리는 강령술사의 영력망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태가 아닐 것. 마지막으로 빙의를 시도하는 영혼의 정신력이 본래 육체의 주인보다 한 랭크 더 높을 것. 이 세가지 조건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모든건 말짱 도루묵이였다.

"사건님 전방에 금의위 강시가 2명씩 짝지어 있습니다."

"그래? 흥! 전우조라도 되는건가. 좋아, 한꺼번에 우리편으로 만들어주지."

나는 이매망량군 200기를 추출해 반씩 나눠서 금의위 강시에게 돌진시켰다. 이 금의위 강시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생전 저 육체의 주인이였을 자들의 충성심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그 어떤 목줄도 채워놓지 않은 것이 실책이였다.

100마리의 이매망량들이 상단전에 침입해 닥달을 하자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무사의 영혼조차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버리고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망령 상태가 되어서도 나와 싸우려는 의지를 내비치는 무사의 영혼들이 있었지만 Ex랭크의 영력을 지닌 내 앞에서는 모기의 날개짓만도 못한 저항이였다.

그저 기합만으로 무사의 망령들을 진토로 돌려보낸 나는 계속해서 금의위 강시의 숫자를 불리며 아래층으로 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십만 이매망량군이 모두 한자리씩 차지해 1000명의 금의위 강시 부대를 이루었으니 그 이후에 만난 금의위 강시는 물량으로 찍어눌러 전진속도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마침내 진시황릉의 99층에 도달했을때는 빙의된 이매망량의 조종도 익숙해져 1000명의 금의위 강시들을 마치 잘 훈련된 정예군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최종보스를 앞에 두고도 두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였기에 풍운 길드로부터 강탈한 아니 인계받은 버프 포션으로 풀도핑을 한채로 금빛관이 놓여진 최종 에어리어로 입성했다.

"드디어 마지막 최종 보스로군요. 처음에는 이 파티로 가능할까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괜한 기우였던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10명 밖에 없는 북두십성 유저가 3명이나 포함된 파티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누구누구씨가 마지막에 깍두기 코스프레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중간에 전멸했을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말이지. 뭐 어쨌든 Ex등급 던전의 최종보스를 보는건 나도 처음이라 조금 두근두근 거리는걸. 아껴뒀던 인챈티드 미스릴 탄환을 아낌없이 퍼부울때가 온거겠지."

"저, 저는 던전 보스 자체가 처음이라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어짜피 전투는 정령왕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혹시나 제가 보스를 코앞에 두고도 멍때리면 꼭 좀 타일러주세요."

"아무도 캐스터 딜러한테 회피기동같은거 기대안하니까 그냥 마음 편히 먹어. 그건그렇고 딱히 비밀장치같은거 없는것 같은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최종보스는 어서 신입 모험가 받아랏! 99층까지 오는 모험가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이렇게 늦장대응을 하는건 명백히 업무태만이라고. GM 불러서 쿠사리 넣기전에 빨리 튀어 나왓!!"

"누.가. 감.히. 짐.의. 안.식.을. 방.해.하.는.가."

내가 꽥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황금색 관을 걷어차자 한자, 한자 뚝뚝 끊어지는 기분나쁜 목소리가 99층의 공동을 울렸다. 그리고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것 같았던 황금색 관이 드르륵하고 열리며 키가 3m에 이르는 거한이 앉은 상태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

도금이라고 쳐도 제법 돈이 될것 같은 황금전신갑주를 입은 사내가 형형한 안광을 쏟아내며 나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지만, 내 눈에는 그의 옆에 있던 값진 부장품들만이 들어올뿐이였다. 지체할것 없이 1000명의 금의위 강시들을 출동시킨 나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진시황으로 추정되는 이 최종보스의 패턴을 분석하기로 했다.

무간지옥 던전의 최종보스 심연의 크라켄(Lv.3500)을 사냥할떄도 그랬지만 보스의 패턴을 숙지하고 싸우는 것과 그냥 싸우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설사 금의위 강시들을 모두 잃는 한이 있더라도 보스의 숨겨진 패턴을 하나라도 더 꺼내게 만드는게 이득이였기에 진시황을 향해 돌진하는 강시들은 하나같이 동귀어진을 각오한 기세였다.

"진시황릉의 수호자들이 어찌하여 반역의 칼을 뽑아들었는가. 게다가 짐이 직접 이 폭도들들의 난을 진압하게 만들다니 3대를 멸해도 모자랄 불경죄로구나."

"폭도라니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우리는 그냥 지나가던 피스앤 러브를 응호하는 도굴꾼일뿐이라고."

"짐에게 대항하는 자들에게 그런 거창한 칭호따위는 필요없다!!!"

진시황이 쩌렁쩌렁한 고성을 토해냄과 동시에 자신이 누워있던 황금색 관에서 2.5m길이의 상아빛 대검을 꺼내들어 금의위 강시들에게 휘둘렀다. 본래 육체의 주인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찬탓에 호신강기는 커녕 검기조차 사용할 줄 모르는 금의위 강시들이 그 검격에 우르르 허리가 두동강난다.

분명 저 금의위 강시도 내가 언데드의 재료가 될 시체를 방부처리 하는것과 비슷한 방식을 통해 살점의 강도가 무쇠마냥 단단해진 상태였는데 진시황이 다루는 무기의 절삭력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였다. 하지만 워낙 많은 금의위 강시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빈자리는 빠르게 메워졌다.

마치 자신보다 거대한 동물을 잡기 위해 개미떼가 드글드글 달려드는 모양새가 한동안 이어졌다. 진시황도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여겼는지 상아빛 대검에 황금빛 강기를 집중시킨 다음 우악스러운 반월베기를 시전했다.

단순히 대검에 강기가 실린것뿐이라고 생각해 방심하고 있던 나는 반월형의 강기가 금의위 강시무리를 모세의 기적마냥 갈라버리고 코앞으로 쇄도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F랭크 무력의 유리몸을 지켜줄 이매망량들이 금의위 강시들의 몸에 빙의되어 있었기 때문이였다. 꼼짝없이 몸통이 반쪽나기 반보직전 왕루옌이 내 앞을 막아섰다.

"오, 왕루옌 나이스 가드!"

"죄, 죄송합니다. 왕루옌 두모ㄱ... 아니 언니. 사건님의 호위는 제가 전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보스와 강시들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사과라면 사건님에게 하도록. 그 누구보다 사망 패널티에 민감하신분이니까."

"죄송합니다, 사건님. 제가 고기방패가 되는한이 있더라도 그 강기를 막았어야 했는데..."

"괜찮아. 오늘의 죄는 나중에 쿤메이 네 보지에 묻는걸로 결정됬으니까. 내 고기막대가 일초에 일곱번씩 네 보지를 쑤실거니까 그때야말로 제대로 고기방패 역할을 수행해보도록. 크크킄."

"그, 그것보다 사건님 이대로 금의위 강시들을 전부 소모해서 진시황의 패턴을 보는것도 좋은 전략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저 황금빛 갑주가 너무 단단해서 데미지가 누적되지 않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 금의위 강시들을 발판 삼아 큰 기술을 연속으로 퍼붓는건 어떨련지요?"

"호오 지금껏 숨겨뒀었던 필살기같은게 있는 모양이지?"

"네. 패널티가 너무 커서 자제하고 있었던 비장의 기술이 하나 있습니다. 장담하건대 엘리멘탈 로드님이 저 황금빛 갑주를 벗겨만 주신다면 일격에 진시황을 해치울 수 있을만큼 강력한 기술입니다."

"좋아, 허락해주지. 어디 한번 마음껏 날뛰어봐.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 너도 쿤메이 옆에 눕힌 다음에 싫다고 애원할때까지 따먹어버릴줄 알아."

"명심하겠습니다."

내 엄포에도 왕루옌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뒤로 돌아서서 엘리멘탈 로드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금의위 강시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엘리멘탈 로드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내게 주어진 역할을 이행했다.

비록 황금빛 갑주에 가로막혀 유효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한다고 해도 검을 휘두르는 시늉은 했던 금의위 강시들이 이제는 대놓고 검을 버리고 진시황에게 앵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진시황이 발이 묶임 틈을 타서 엘리멘탈 로드가 행동을 개시했다.

단발머리를 한 땅의 정령왕을 통해 99층의 던전 바닥을 뒤엎어 진시황을 반구형의 진흙동산에 가둬버린 것이다. 연이어서 진흙 동산의 굴뚝을 통해 불과 바람의 정령왕이 서로 손을 맞대고 용오름의 형태를 한 파이어스톰을 쏟아넣었다.

대병마용장들을 상대할때 사용했던 화덕 전법을 좀 더 집약된 방식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금의위 강시 수백기도 한줌의 잿더미가 되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조금도 아까워 하지 않았다. VOT 온라인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언데드 수하를 부리면서 아끼면 똥이 된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였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짐의 안식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서 이런식으로 짐을 우롱하다니 용서치않겠다!!!"

이대로 진시황도 한줌의 잿더미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택도없는 욕심이라는걸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있었다. 땅의 정령왕이 만든 반구형 화덕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황금빛 광채와 함께 풍선처럼 터지고 말았다.

비산하는 진흙더미와 금의위 강시의 시체조각 사이로 흉흉한 안광을 번뜩이는 거구의 사내가 여전히 굳건한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었다. 물론 아예 데미지를 입지 않은것은 아니였으니 황금빛 갑주가 흉물스럽게 녹아내려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아빛 대검만큼은 붉게 달아올랐을뿐 그 형태를 올곧게 유지하고 있어 나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만들었다. 진시황이 또 한번 상아빛 대검에 황금색 강기를 집중시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그 검격과 교차로 진시황을 노리고 들어간 물의 칼날이 있었다.

포니테일을 한 물의 정령왕이 초고압의 물줄기를 다중사출해 물렁물렁 해진 황금빛 갑주의 연결고리를 전부 끊어 버린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나를 지켜내보이겠다는듯 다리에 검기를 집약시킨 쿤메이가 황금빛 강기를 쳐낸 순간, 황금빛 갑주가 해체된 진시황의 배후를 점한 초고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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