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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무, 무슨 바보같은 네녀석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의 아종이였던 것이냐?"
"이 육체를 드래곤의 아종과 비교하면 섭섭하지. 물론 술식의 조종이라 불리우는 오리지널 드래곤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내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이 살인병기 용전사는 살만 뒤룩뒤룩찐 도마뱀들과 비교할바가 아니거든. 예를 들자면 무기를 사용하는 드래곤의 아종을 들어본적은 없을터. 바로 이렇게 말이지!"
쉐도우 블레이드(Shadow Blade). 그건 쉐도우 브레스를 사용하는 호흡기관을 아크네메시스의 손에 이식해 빔샤벨처럼 고밀도로 농축된 음에너지를 뿜어내는 아발란체 못지않은 마검이였다. 사실 이걸 검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었지만 분수처럼 뿜어나오는 음에너지 덕분에 아발란체 이상의 상처회복저지, 세포부패 효과를 갖고 있었다.
그 공전절후한 위력때문에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으로도 12분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였지만 12분까지 갈 필요도없이 5분이면 이 바퀴벌레같은 분신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삼지족이 달린 용발의 한가운데가 쉐도우 브레스를 발사할때 성대가 예열되는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통칭 용혈이라 불리우는 이 장소에는 쉐도우 블레이드의 부하를 견딜 수 있게 언옥타늄으로 이중삼중 코팅을 해두었다. 타오르는 어둠의 불꽃을 자유의 여신상처럼 움켜쥐고 새장의 외벽에서 한가운데로 뛰어오른 나는 익숙치않은 날개짓과 꼬리까지 휘두르며 난투를 시작했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몸이 아니였기에 다소 어색한 광대놀음같은 움직임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긴고의 분신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A++랭크의 영력으로는 도저히 쉐도우스틸의 영혼을 제압할 자신이 없어서 스펙트럴 드래곤을 생략하고 본 드래곤과 좀비 드래곤만 결합시킨 도박이 아주 제대로 통했던 셈이다.
'불완전한 술식을 펼치는건 내 성향에는 좀처럼 맞지 않는 일이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
"내 주먹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니 이 무슨 바보같은. 여의창이라도 있었으면..."
"그러니까 평소에 무기관리를 잘하셨어야죠. 이 덜떨어지는 왕님아! 그 여의창 지금 나한테 있는데 빌려줄까? 말까? 빌려줄까? 말까? 줄까말까?"
"닥쳐라! 같잖은 힘에 금새 우쭐해져서는 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꼴사납구나!"
"그 같잖은 힘에 쳐발리고 있는건 어디의 누구더라?"
앞서 말했듯이 본래 이 몸의 주인인 마룡 쉐도우스틸의 영혼, 즉 스펙트럴 드래곤의 부재로 내 싸움은 마치 3살 짜리 아이가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긴고의 분신들은 마치 그 3살짜리 아이의 눈먼 장난감 칼에 짓눌린 개미떼와 같아서 겉잡을 수 없이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마검 아발렌체에 날카롭게 벼려진 음에너지가 깃들어 있다면 쉐도우 블레이드는 온천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농축된 음에너지 그 자체. 스치기만해도 생명력이 빨려 미라가 되버리고 말았으니 새장이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은 이제 긴고에게 악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500명에 달하는 긴고의 분신이 어느새 반절로 줄어든건 쉐도우 블레이드를 발동 시킨 후 3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긴고가 뒤늦게 산개대형을 펼쳐 사룡 아크네메시스를 다각도에서 공략해보려 했지만 아크토두스폼과는 다르게 이 용전사는 완력뿐만 아니라 내구력까지 향상되어 빈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백병술이 전부인 긴고에게 그 격차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아서 5분이 지났을대 남은 긴고의 분신은 열명남짓에 불과했다. 그 시점부터 나는 쉐도우 블레이드의 발동을 종료했다. 내 드래곤 폼은 다른 드래곤의 육체와 합체를 하는 형태인 만큼 막대한 양의 변이에너지가 소모되는지라 지금부터는 마력을 아낄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사리카야보다 빨리 끝낼 수 있겠군. 고맙다, 긴고. 이 새장안에 나를 너와 함께 가둬줘서 말이야! 내가 도망가는 적을 추적하는데는 별로 재주가 없거든."
"빌어먹을!!!! 왜 내가 사리카야도 아니고 한낱 인간따위에게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 나는 왕이란 말이다, 왕!"
"그래 맞아, 왕. 네가 한낱 왕이니까 내게 질 수 밖에 없는거야. 네녀석이 태어날때부터 주어진 그 강대한 힘에 만족해서 연극놀이나 하고있을때 나는 레벨 1에서부터 대사신의 직위까지 걸어올라갔으니 그 힘의 깊이가 다르단 말이닷!"
고작 열댓명 밖에 분신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무작정 돌격명령을 내리는 긴고녀석의 우둔함에는 정말이지 질리고 말았다. 삼지족이 달린 용발로 한놈한놈 움켜쥐어 재생이 불가능하도록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노라니 분신무리와 떨어진 긴고 한마리가 손을 땅에 짚은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한테 지는게 그렇게 분했던건가?'
"나도 충분히 노력했단 말이다. 사리카야를 따라 사신성에서 무공을 배우고, 사리카야를 따라 수왕성에 도착해서 쿰바숲이라는 대지의 배꼽까지 찾아냈다. 그 쿰바숲에서 막대한 별의 생명력을 추출해 아투쿰바라는 그랜드룩까지 만들었는데 뭐가 안주했다는거냐!?"
"그래? 그러면 그냥 재능의 차이인가 보지. 이 머저리 새끼야!"
"아아아아아악! 나는 분명 말했다. 옥사건 네녀석만큼은 죽인다고. 2차전, 3차전 아니 이 수왕성의 생명력이 모두 소진될때까지 분신을 뽑아내서 압사시켜주마!"
디파일러 킹 더 스텔라 비타 흡성대법(Absorb Mode)
마애혈불 긴고가 또 한번 별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미 쿰바숲은 죽음의 숲이 된지 오래였지만 긴고의 주위로 막대한 기운이 몰려들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나는 곤죽이 된 긴고의 분신을 집어던지고 다시 용혈에서 쉐도우 블레이드를 뽑아낼 준비를 했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 박살내주마!
디파일러 퀸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육체초월(Phoenix Mode)
그러나 내가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을 예열하기도 전에 긴고의 목을 움켜쥔 이형의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온몸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사리카야였다. 내가 이 세상을 인식하는 프레임의 간극을 건너뛰고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존재했던것처럼 자리한 사리카야는 도중에 사념체가 깃든 나무줄기는 물론 500명의 분신까지 불태운 모양이였다.
사리카야가 지나왔을거라고 짐작되는 궤적은 마치 태양마차가 지나간것처럼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 사리카야의 등쪽에서 불의 날개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내가 Ex랭크의 영력을 회복한다한들 그녀와 대적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워졌다.
"옥사건 이대로 우주로 간다."
"앙? 그게 갑자기 그게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야? 우주로 가자니."
"문자 뜻 그대로 대기권을 돌파해서 우주로 가자는 소리다. 이 쿰바숲과 같은 영지를 우리 디파일러들은 대지의 배꼽이라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이 곳 한자리에서 수왕성의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지. 이제 수왕성은 내 별이 되니까 그딴건 용납할 수 가 없어. 그러니까 더 이상 긴고 이 버러지새끼가 수왕성에 손 될 수 없도록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해.
먼저 갈테니까 천천히 따라와라. 네녀석이 없으면 긴고를 끝장낼 수 없다는건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니까."
"크윽! 사, 사리카야 살려줘."
"흥 진즉에 따라쟁이 짓을 그만뒀으면 이런 일은 없엇어. 모든건 네가 자초한거다, 긴고!"
사리카야가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앗차!하는 사이에 하늘의 별이 되버린 사리카야를 나도 쫓기 위해 날개짖을 해보려했지만 평생 다뤄본적 없는 신체기관이 용을 쓴다고 해서 작동할리가 없었다.
결국 삐걱꺼리기만 하는 날개짓 대신 이매망량을 타고 올라가기로 마음먹은 나는 기간틱 레이스까지 역소환시키고 하늘로 부유해 올라갔다. 스펙트럴 드래곤은 무게가 나가는 존재가 아니였기에 결국 마룡 쉐도우스틸의 시체를 고스란히 지고 올라가는 격이였던지라 속도가 더디기 그지 없었다.
결국 이매망량 백인장까지 동원해 우주행에 박차를 가한 나는 점점 희박해지는 산소와 떨어지는 온도때문에 무기호흡모드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태에서는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순간조차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나는 진짜 시체처럼 꼼짝도 안하고 이매망량의 물결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만약 내가 무기호흡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였으면 사리카야 이년은 어떻게 할려고 했었던거지? 그 상황에서 내가 우주선이나 우주복을 빌릴 수 있을리가 없으니 결론은 사리카야가 진짜 대책없는 년이라는 것이였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지닌 생명체라도 유기호흡을 기반으로 한다면 우주에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기압차로 인해 세포막이 터지는건 또 어떻고? 아크네메시스의 내구력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생각할 수 록 어처구니가 없네. 올라가면 한 소리 해야겠어.'
대기권의 높이는 무려 1000km에 달했지만 지상 32km를 벗어난 순간 공기저항력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나는 엄청난 속도로 부유해 우주와의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도가 지랄맞게 오르락 내리락 한다거나 터럭만한 얼음조각과 부딪혔는데 마치 대포를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들이였다.
그러나 역시 대기권을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돌파하는 일은 두번 다시 하고 싶지않았다. 실버스케일 함선을 타고 우주로 향한다면 우르사티를 불러 떡이라도 치지 이게 무슨 영양가 없는 극한도전이란 말인가? 마치 붉은사막뿐인 저승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몇시간을 부유해 마침내 대기권 밖에 도착하자 나는 불만이 입으로 쏙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우주밖에서 보이는 수왕성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였다. 그렇다. 이제는 죽음의 별이 됐다는 용린은리 사저의 고향별인 사신성과는 달리 수왕성은 아직 갓태어난 아기처럼 그 생명력이 맥동하고 있는 샛별. 괜히 디파일러 퀸조차 관광특구로 만들고 싶다는 발언을 한것이 아니리라.
"늦었잖아! 이 옥사건 굼벵이야. 천천히 오랬다고 진짜 천천히 오냐?"
"닥쳐 사리카야 이 무식한 년아! 애초에 인간이 당연히 우주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 네년이 잘못된거라고."
"뭐야? 인간은 우주에 오를 수 없다는 제약이라도 걸려 있는거냐? 전에 보니 이상한 상자같은걸 타고 잘도 다니더만."
"그건 우주선에 탑승했을때의 이야기고 보통의 인간은 우주는 커녕 대기권의 초입에서 숨이 막혀 죽거나 얼어죽거나 둘중의 하나란 말이야!"
"지, 진즉에 말을 하던가. 어쨌든 긴고 녀석 완전히 빈사상태로 만들어 놨으니까 빨리 죽여."
"쿨럭쿨럭. 으으윽."
아름다운 수왕성을 눈동자에 담았던 나는 곧이어 못볼꼴을 보고 말았다. 전신 4도 화상을 입은 긴고가 디파일러 킹의 끈질긴 생명력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다시 재생을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리카야에게 멱살을 잡힌채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고 있는 금발홍안의 미남자였었던 긴고를 보고 있자니 측은지심이 생길 정도다. 사리카야 이 녀석 정말로 적으로 돌리고 싶지않은 녀석이로군. 뇌가 순수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고해성사정도는 들어주지 그래."
"고해성사? 뭐야 그건? 뭐 보나마나 인간들의 쓸데없이 장황한 허례허식같은 거겠지."
"죽기직전에 자신이 지은 죄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거지."
"아 정말 귀찮게시리. 어이 긴고 할말 있으면 빨리 해봐."
"쿨럭쿨럭. 내, 내게 죄가 있다면 사리카야 너를 조, 좋아한것 뿐이다."
"나를 좋아했다고? 긴고 네가? 크크크크킄킄. 멋들어진 유언이라도 남길줄 알았더니 마지막까지 개헛소리를 지껄이고 자빠졌네. 나를 좋아해서 탄생직후부터 졸졸 쫓아다녔다는거냐? 다른 팔각의 침식자들이 뿔뿔이 흩어졌을때 너 혼자만 사신성으로 향한 나를 따라왔지.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이거야.
그때는 아직 미성숙했던 우리들이였으니까 일종의 보험으로 두명의 킹과 퀸이 한행성을 노릴 수 도 있지. 흡수할 수 있는 별의 생명력은 반으로 줄어들겠지만 안정성은 2배로 늘어나니까. 그런데 설마하니 긴고 네녀석이 수왕성까지 쫓아올줄은 몰랐다고. 이쯤되면 네녀석이 내 지분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않나? 앙 긴고 이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