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94화 (19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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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옥사건 준위 휴가는 즐거우셨나요?"

"글쌔요. 늘 그렇듯이 본체의 일이 바빠서 제대로된 휴가라고 할 수 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유능한 부하를 몇명 받아서 말이죠."

"호오 이곳에서는 제 부하지만 그곳에서는 누군가의 상사시군요. 아바타를 가진다는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인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이솔다 공주님께서도 아바타를 구입하신걸로 알고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그게 꼭 아바타가 좋은것만은 아니더군요. 따지고보면 주어진 24시간으로 두가지 인생을 동시에 살아야하는 꼴이니 결국 한쪽에 소흘히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담금성의 상아탑 대학 빙결술식학과에서 계절학기를 이수한 상태입니다만 다음 정규학기는 휴학을 할까 고민중입니다."

"최근 상당히 바빠지셨으니까요. 제가 옥사건 준위에게 그랬던것처럼 이솔다 공주님에게 휴가를 드릴 수 있는것도 아니니 곤란한 일이네요. 아무쪼록 원하시는 성과를 이루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향했던 저승행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둔 나는 흥겨운 마음으로 저녁 간부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발두인 함장과 가볍게 담화를 나누고 주위를 살펴보니 반가운 얼굴이 한둘이 아니다.

제 1보병 중대를 맡고 있는 연단철 대위, 정비중대를 맡고 있는 티베르타 원사, 공수중대장 도르칸을 대신해 출석한 용린환 중위. 제 2보병 중대를 맡고 있는 플로라족 키샤 대위의 경우 이렇다할 인연없이 면식만 있는 상대였지만 오랜만에 보니 그마저도 반가웠다.

실버 스케일의 식구 말고도 이번에 새롭게 용병자격으로 합류한 라라펠이 뚱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솔직히 말해 내 자지가 그리워하고 있는것은 라라펠의 보지가 아니라 휘르 행수의 보지였다. 저 천둥벌거숭이 용병녀가 내 사랑을 받고 싶다면 휘르 행수의 우아한 귀부인 자태를 좀 본받을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지금까지 훑어본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나와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였지만 이솔다 공주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묘령의 여인은 풍문으로도 들어본적 없는 인물이였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 웨이브펌에 이솔다 공주와 맞먹는 청순미를 지니고 있는 그녀는 여동생 속성으로 그 청순미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러면 안부인사는 여기까지 해두는걸로 하고 북해용궁 난민수용건에 관해서 마저 토론해볼까요? 우선 식량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이솔다 공주님?"

"지금 당장은 수출을 위해서 포장해 두었던 해산물들을 풀어 배불리 먹일 수 있었습니다만 앞으로는 다른 대책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측에서 칼로리 캡슐을 제공해드릴까요? 딱히 맛은 없지만 영양학적으로 상당히 밸런스있는 음식이랍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인어족들에게 있어 해산물은 단순히 주식량의 개념을 넘어서서 삶의 일부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칼로리 캡슐이라고 하는 물건의 경제적 비용이 저렴하다는건 알고 있지만 저도 인어족들의 배를 곯게 할정도로 무능한 리더는 아니니까요. 여차하면 유능한 인어족 전사 몇을 추스려서 고래사냥을 나가는 선택지도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다음으로 주거지와 생필품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만... 제 2의 혹은 제 3의 빙린여관을 건설하지 못할바가 아닙니다. 실제로 현재 도르칸 대위가 실버사이드를 이끌고 우주쓰레기와 각종 생필품을 구하러 나선참이니까요. 문제는 다소 냉정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빙린여관을 건설했을때의 기회비용입니다.

저희 실버스케일이 가디언 커뮤니티를 자처한건 북해용궁이 아닌 동해용궁이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동해용궁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어떤 투자도 불사했던건 그로 인해 동해용궁이 성장할때마다 VOT 시스템이 투자비용 이상으로 VP를 환급해줬기 때문입니다. 즉 제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물심양면으로 북해용궁을 지원하는 일에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거죠."

"잠깐만요, 발두인 함장. 스와레 공주가 있는 곳에서 그런 발언은 용납할 수 없군요."

간부회의가 한참인 브리핑룸에 때아닌 북풍한설이 몰아닥쳤다. 언제나 좋은 리더로서의 표본을 보여줬던 발두인 함장과 이솔다 공주였기에 이런 모습은 둘 다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종족인만큼 무조건 인도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이솔다 공주와 가디언 커뮤니티를 사업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발두인 함장의 충돌.

각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누구하나 틀린 말이 없었기에 나를 포함한 다른 간부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그렇고 이솔다 공주옆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미소녀의 정체는 북해용궁의 인어공주였던 모양이군. 지금 살펴보니 귀에 에메랄드빛 비늘까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북해용궁의 임시 대표이신 스와레 공주님께서 계시기때문에 더더욱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다시말하지만 북해용궁이 당장 저희 실버스케일과 가디언 커뮤니티 계약을 맺던가 아니면 동해용궁 세력에 편입되던가 둘 중 하나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저희 실버스케일은 북해용궁의 인어족들을 진심을 다해 도울 수 없다는걸 정식으로 공표하는 바입니다."

"발두인 함장이 이런분인줄은 몰랐군요. 스와레 공주 아니 스와레는 며칠전까지만 해도 디파일러들에 의해 자국민이 몰살당하는 악몽에 씨달려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정치적 선택을 그렇게나 강요하고 싶으신겁니까?"

"저에 대해서 잘 모르셨다니 지금 알려드리죠. 저는 비스트코인 상단의 5대 행수중 한명인 휘르 실버코인의 밑에서 태어나 뼛속까지 상인이길 강요받아왔습니다. 자유롭게 우주 각지를 쏘다닌 라라펠 누나와는 달리 방구석에 쳐박혀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가 없었죠. 이른바 행수 후계자 수업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진 제 유년시절을 위해서라도 저는 이번 가디언 커뮤니티 사업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겁니다.

그런데 밖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렇게나 북적였던 관광객들과 보따리상인들이 다 어디로 간걸까요?"

"그런건 난민들의 상처를 보듬은 다음 재개하면 되는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 자체가 무르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겁니다. 한번 끊었던 거래나 한번 끊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이."

"자, 잠깐만요. 제가 실버스케일과 가디언 커뮤니티 계약을 맺을테니 두분이 더 이상 싸우지않으셨으면 조, 좋겠어요."

다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때문에 작전참모인 용린은리 사저는 물론 발두인 함장의 친누나인 라라펠마저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그 때, 겁에 질린 아기새처럼 벌벌 떨고 있었던 스와레 공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마치 아기새가 지저귀는듯한 가련한 목소리에 얼어붙은 브리핑룸의 공기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였다. 수줍은 여학생이 고백을 하듯 어렵사리 입을 연 스와레 공주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고, 발두인 함장도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스와레 공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 단 조건이 있어요."

"진작에 그렇게 나오셨어야죠. 양친이 돌아가신 지금 북해용궁의 운명은 스와레 공주님에게 달려있습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아직 돌아가시지않았어요!"

"하지만 스와레 공주님과 국민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북해용궁에 남았다고..."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북해용궁에는 왕가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은신처가 있어요. 제가 내걸 조건은 다름아닌 이 은신처를 저와 함께 확인할 DF등급의 병사를 차출해 달라는거에요. 부, 분명 살아계실거에요. 그리고 아바마마랑 어마마마를 되찾으면 더 이상 저같은 답답이랑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발두인 함장님에게도 이득이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제발 힘을 보태주세요. 저는 이솔다처럼 똑똑이가 아니라서 북해용궁의 운명을 짊어진다던가 그런건 못하겠어요."

"스와레 그런 말은 하지마. 북해용궁의 주민들을 이곳 아이스바운드까지 이끈것만 봐도 너는 충분히 현명한 아이니까."

"아니야 이솔다. 나, 나는 그런게 아니야. 정말이지 소꿉친구랍시고 괜히 너한테 짐만 안겨주고 미안해."

"너야말로 네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를거야."

이솔다 공주가 스와레 공주를 부등켜 안고 위로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뭐 여신급 미모를 보유한 둘이니 같이 국민체조를 한다한들 보기 흐뭇한 관경이 연출되리라. 단단히 날이 서있었던 발두인 함장도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한 감정이 솟아올랐는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제가 죄인이 된 기분이군요. 그렇지만 함정으로서 악역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심장이 이해할 수 없었을뿐. 그런데 DF등급의 병사를 차출한다면 어느분이 가게 되는겁니까? 비록 약소하지만 동해용궁에서 사례비를 따로 지급할 생각입니다."

"글쌔요. 북해용궁을 점거했다는걸 보면 상당한 수준의 디파일러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런 위험한 장소에 선뜻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기! 여기! 디파일러 병력과의 교전경험 다수인 실버라군이 지원하겠습니다."

"아니 이번 작전은 섬멸전이 아니라 북해용궁에 몰래 잠입해서 스와레 공주님의 양친의 생사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야. 즉 인원이 적으면 적을 수 록 좋다는거지. 이동과정에서 호버크래프트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을때 스와레 공주를 포함해 넷이라고 하는 인원도 너무 많고."

"아니 용린은리 이 년이 전입한지 얼마 안됬다고 텃세부리는거냐?"

"텃세가 아니라 작전참모로서 냉정하게 의견을 내놓은것 뿐이야. 그러니까 이번 작전에는 내가 가도록하지.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도 분명 은신술을 익혔고 그동안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옥사건 녀석에게만 떠맡겨서 찜찜한 상태였으니까. 가끔은 나도 상급자이자 사저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 이말이지."

발두인 함장의 걱정과는 반대로 그런 위험한 장소에 선뜻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많아서 문제였다. 솔직히 처음에 DF등급의 병사가 필요하다고 했을때 알게모르게 나한테 시선이 집중된 탓에 얄짤없이 내가 차출되겠구나 싶었는데, 라라펠과 은리 사저가 나섬으로써 상황은 반전됐다."저, 저는 남자분이 가는게 더 좋다고 새, 생각해요."

"예?"

"그, 그게 여자는 보호받아야 마땅한 연약한 존재잖아요. 저는 왕가의 은신처를 열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 밖에 없지만 전투를 담당할 DF등급의 병사분이 여자분인건 조금..."

"스와레 그러니까 용린은리 소령이나 라라펠이란분은 절대 약하지않아. 특히나 용린은리 소령의 경우 내가 이 두눈으로 그 실력을 확인했는걸."

스와레 공주의 발언에 브리핑룸이 다시한번 침묵에 잠겼다. 이전처럼 냉혹한 분위기가 아닌 이 동화속에 사는 공주님에게 여자도 남자 이상으로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미묘한 분위기였다. 마지못해 이솔다 공주가 나서서 그 사실을 피력했지만 스와레 공주는 수긍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서, 설사 그렇다고 해도 같은 DF등급이라면 남자분을 원해요. 조금이라도 더 강한 분과 함께해야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구할 가능성이 높아질테니까요."

"잠깐 그 소리는 내가 옥사건 저녀석보다 약해보인다는거야!?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혈린검 용린은리의 진짜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

"용린은리 소령 거기까지. 방금전까지만 해도 스와레 공주를 몰아붙였던 제가 말하기엔 뭐히지만 지금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야할 때인것 같습니다. 용린은리 소령이 불세출의 검사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진정하고 옥사건 준위의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죠."

"잠깐 옥사건이 가는거면 가는거지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나."

"예. 스와레 공주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번 작전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옥사건 준위가 이번 작전을 거절한다면 저는 그의 의견을 우선할겁니다. 상급자라고 해서 무작정 부하를 사지로 내몰 수 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고로 옥사건 준위에게 묻습니다만 스와레 공주님을 동반한 이번 북해용궁행에 참여하실 용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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