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93화 (19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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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덩치에 맞지않게 수준높은 은신술을 구사하는 괴생명체 때문에 한껏 긴장하고 있었던 나는 호구스러운 녀석의 말투때문에 점점 여유를 갖고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자신을 아뮤트라고 밝힌 괴생명체는 악어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갑교룡과 같은 사족보행 악어가 아닌 이족보행 악어였다. 마치 어린이 만화영화에서 의인화된 악어의 실사화?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신체적 구조가 그렇다는거지 기갑교룡 못지않게 날카로운 톱니이빨과 파충류 특유의 동공과 피부를 보고있자면 어린이에게 보여줄만한 비쥬얼은 아니였다.

사신의 낫을 들고 있지않은걸 보면 일단 사신은 아니였다. 사실 생김새만 놓고봐도 사신과는 어울리지않는 외양이였지만 잠자리 사신 갸갸멜이 사신은 검은망토를 두른 해골바가지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박살냈기에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녀석의 정체가 뭘까?

"이 생선내장들은 내가 홀어머니에게 해물잡탕을 끓여들이기 위해 어부들에게 사정사정에서 얻어온거야. 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 생선내장을 먹고싶다면 당연히 너도 가장 소중한 물건을 내놔야겠지."

"에에에에에엑!? 방금은 낚시해서 건져올린 물고기에서 얻었다고..."

"시끄렀! 이게 어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끼어들고 난리야.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부모님은 뭐하시는분이고."

"아뮤트는 심장이 있는 혼령에게 건네줄 뇌를 지키고 있는 수호신이에요. 제 부모님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태어난 순간부터 아뮤트라는 이름과 아뮤트가 해야할 역할을 기억하고 있을뿐."

"수.호.신? 거참 이제는 별게 다 자기가 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군. 그건 그렇고 이 세상에 아니 저승에 심장이 있는 혼령이 어디있다고 그걸 찾고 자빠졌냐. 혼령이란건 산 사람이 죽어서 되는거라고. 저승에서 살다보니 그런 기본적인 메커니즘도 모르는거냐?"

"아뮤트는 천리밖에 있는 장기 냄새도 맡을 수 있으니까 언젠간 찾을 수 있을거에요. 아조씨를 찾아온것도 그 덕분인데."

"어쨌든간에 네놈이 가진건 그 뇌밖에 없는것 같군. 좋아! 내가 선심써서 생선내장이랑 바꿔주도록하지."

"에에에에에엑!? 그건 절대 안돼요!"

절대 그 호구스러운 말투에는 담길 수 없을것 같은 패기가 나를 짓눌렀다.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기세에서 밀렸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형성해 밑에서부터 아뮤트의 턱주가리를 쳐올렸다.

혀를 깨물었는지 '아다다닷닷!'같은 소리를 내며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연발하는 아뮤트. 정규병사 500명의 힘이 담긴 주먹을 쳐맞고도 피한방울 흘리지 않는걸 보고 있자니 문득 십이신장 호랑이신이 떠오른다. '신'자가 붙은 녀석들은 일단 맷집 하나는 끝내주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 전투의지도 꺽이고 말았다. 이런 녀석을 상대로 싸워봤자 흥도 나지않고 좀 더 대화를 해보고 잘 구슬려서 그 뇌라는 물건을 토해내게 해야겠군. 아니면 최악의 경우 강탈하는 수 밖에 없겠지만. 턱주가리를 쳐올린 순간 아뮤트의 목에서 호리병이 달린 목걸이를 확인했던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자 이걸보라고 아뮤트 너무나 신선해서 아직 바다내음을 풍기는 생선내장들을. 혹자들은 이런걸 비린내라고 칭하면서 경멸하지만 진정한 미식가는 이런 등푸른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즐길줄 알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심장 달린 혼령때문에 이런 특식을 포기하다니 나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않겠어."

"하, 하지만 아뮤트의 머리속에서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쯧쯧쯧.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않아, 아뮤트.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즐기란 말이야. 나는 지금까지 내 눈앞에 나타난 새끈한 암컷들을 절대 내버려두지 않았지. 왜냐? 임무니 숭고한 사명이니 하는것들 때문에 눈앞의 쾌락을 포기하는건 나 자신에게 크나큰 죄악을 짓는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아조씨가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허억 큰일났다!"

"뭐야 이제야 너도 눈앞의 생선내장을 먹지않는게 죄악이라는걸 깨달은거냐?"

"그, 그게 아니라 생선내장 아조씨한테 말을 거느라 모래속에서 나왔더니 낫을 든 아조씨들이 제가 있는 곳을 눈치챈거 같아요. 어, 어떡하지."

여기저기 우왕좌왕 움직이며 그 커다란 턱주가리를 갸우뚱거리는 야무트는 더 이상 생선내장따위는 관심사에 없는듯 했다. 낫을 든 아저씨라고 한다면 아마 사신을 지칭하는것 같은데 과연 이대로 내가 그들과 조우해도 되는 것일까?

갸갸멜이라고 하는 과장급 사신이 들고 있기엔 과분해 보였던 사신의 낫, 글래셜투스를 노획한 나는 괜시리 발이 저려 이제 지속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저승문을 힐끔거렸다. 아니아니지. 갸갸멜과의 싸움은 엄연히 정당방위였고 글래셜투스는 그 과정에서 얻은 정당한 전리품이였다.

내가 제발 저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지. VOT 온라인 시절,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많은 전리품을 획득했던 나였지만 구십번대 무기를 너무 손쉽게 얻은 나머지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됬었던 모양이다. 우왕좌왕거리기만 할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못한 야무트가 주저앉은 순간 내 주위를 다수의 인영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각자 각양각색의 낫을 들고 있다는 점은 똑같았지만 갸갸멜처럼 전대물의 괴수같은 외모를 한 사신은 없었다. 모두 그럭저럭 인간형이라고 쳐줄만한 수준으로 살짝 아슬아슬한 외모의 사신도 있었지만 갸갸멜을 생각하면 세이프였다. 아니 잠깐 중요한건 저치들의 영력수준이였는데 내가 왜 얼굴평가를 하고 자빠졌지.

"부장급 1명에 과장급 3명, 대리급 5명 그리고 사원급 40명인가."

"그쪽은 어느소속 사신입니까?"

"나는 무소속 기호 1번...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던 떠돌이 사신입니다."

"떠돌이 사신? 그런 뻔한 거짓말은 조금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부장급이나 되는 사신을 삭신이 으스러질때까지 부려먹었으면 부려먹었지 간단히 은퇴시켜줄 정도로 염라는 무른 사람이 아니야. 그것도 사신의 낫도 반납하지 않은채로 말이야."

살짝 뜨끔한 나였지만 결국 저 49명의 사신들중 내 소울웨폰이 본래 저승의 물건인 글래셜투스라는걸 알아보기는 커녕 내가 이승의 사람인것조차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걸 깨닫고 여유롭게 가기로 했다. 비밀임무중인 사신이라고 하면 지들이 어쩔거야?

내게 말을 건 변발스타일의 부장급 사신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전부 피래미에 불과했다. 최악의 경우 거짓말이 들통난다 해도 정면싸움을 한다면 모를까 도망친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으리라.

"그러니까 남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임무를 수행중이랄까? 에라이 거짓말이란걸 알았으면 대충 눈치껏 알아봐달라고."

"눈치껏이라... 이 홍사해에 부관 한명조차 대동하지 않고 부장급 사신이 떠돌아다니는 이유라. 혹시 그건가? 최근 송해 사장의 낫을 들고 튀었다는 과장급 사신 한명을 추적하기 위해서 라든지. 아마 그녀석의 이름이 갸갸멜이였던가? 너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지."

"머, 멋대로 생각하라고. 나는 마, 말해줄 생각이 없으니까."

"어이어이 정답이였던거냐? 영력은 제법인것 같지만 표정관리가 너무 안되는 친구로군. 아무튼 우리는 토벌과 소속의 까투리 팀으로 그쪽에 있는 아무튜라는 종을 영멸시키러 왔지. 도와달라고는 하지는 않겠다만 방해는 하지않았으면 좋겠군. 은신술이 워낙 뛰어나서 한번 놓치게 되면 다시 찾아내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거든."

"이런 귀여운 녀석을 왜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이 녀석이 귀엽다니 제정신인가? 윤회를 꿈꾸는 강령술사들이 만들어낸 이 뒤틀린 피조물을... 이 쥐새끼같은 놈이 어딜 도망가려고! 모두 각자 위치로!"

나와 까투리팀의 변발 팀장이 이야기하는 사이 모래속으로 도주를 꾀했던 아뮤트를 향해 쇠사슬과 연결된 낫이 쏘아졌다. 아뮤트는 마치 모래가 물이라도 되는것처럼 잠수해 들어가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했다. 어쩐지 저 덩치가 은신술이 뛰어나다는게 수긍이 잘 가지않았는데 저런 방식이였나.

붉은 모래가 들썩이며 자신의 도주로를 노출시킨 아먀튜를 향해 별의별 공격이 퍼부어졌다. 사신이라고 해서 꼭 사신의 낫을 주력무기로 사용하는건 아닌지 영력을 기반으로 한 술식인 영술 공격을 심심치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뮤트의 맷집이 보통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숫적 차이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나는 아뮤트의 일방적인 패배를 점쳤다. 하지만 곧이어 모래더미 속에서 돌고래처럼 솟아오른 아뮤트가 사원급 사신 한명을 물어뜯는걸 보고 그 생각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족보행을 하든 사족보행을 하든 악어의 치악력이 최강인건 바로 구강구조때문이라는걸 보여주듯 일격에 사신 한명을 영멸시킨 아뮤트는 다시 모래속으로 주둥이를 쳐박았다. 그러나 그 시도는 다시금 호선을 그린 쇠사슬 낫때문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모두 정신차리지 못해! 겉보기완 달리 노련한 사냥꾼이라고 몇번을 쳐 말해야 알아들을 셈이냐!"

그렇게 까투리팀의 팀장 변발남의 주도아래 살벌한 전투가 시작됐다. 나는 마치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보스 레이드를 보는것 같아 흥미롭게 그 관경을 주시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변발 남자가 내뱉은 말을 곱씹으며 정보를 추려내는 것도 잊이않았다.

아뮤트는 이름이 아니리 종을 지칭하는 것. 윤회를 꿈꾸는 강령술사들이 만들어낸 피조물임. 아뮤트의 존재는 따로 부서를 만들어 토벌해야 할정도로 저승에 해로움. 이 세가지 정보를 기반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아뮤트가 말했던 심장을 가진 혼령은 윤회를 꿈꾸는 강령술사가 분명했다.

아마 아뮤트들이 지키고 있는 각각의 장기들을 모으면 심장을 가진 혼령은 윤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확실하진 않았지만 저 정도의 전투력을 지닌 수호신이 악착같이 지키려하는 물건이 보통 물건일리는 없을테니 일단 강탈해도 손해는 없을 것이다.

나는 아뮤트와 토벌과 소속 까투리팀과의 싸움이 극한 순간까지 치닫는걸 기다렸다. 여기서 극한 순간이란 결국 어느 한쪽이 밀려 쓰러지기 직전일때를 의미했다. 사원급 사신의 첫 영멸 이후에도 간간히 사상자가 나왔지만 결국 승기는 까투리팀에게 있어 보였다. 애시당초 팀구성을 아뮤트라는 종에 맞춰서 짜온듯 했다.

"아조씨 저 좀 도와주시면.... 으어어어어억!"

"도와달라고? 크크킄. 그래 도와줄게."

나는 여기저기 패인 상처로 가득한 아뮤트를 보고 슬슬 때가 됬음을 인지했다. 모든 사신들이 아뮤트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영혼의 품안에서 글래셜투스를 꺼내들고 온힘을 다해 영력을 주입했다. 과장급 사신이였던 갸갸멜이 사용했을때 보다 한층 더 짙은 냉기가 낫의 칼날에 모여들었다.

응축된 냉기가 더 이상 갈길을 잃어 낫의 칼날 끝에 서리가 맺혔을때 나는 글래셜투스를 원형으로 휘둘렀다. 그야말로 빙하기가 찾아온것처럼 붉은사막이 얼어붙어 나갔고 때아닌 자연재해는 사신은 물론 아뮤트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

붉은사막 위에 조형된 얼음조각상들은 어느 전시회에 출품해도 좋을정도로 진풍경이였다. 그러나 그걸 감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나는 급히 이애망량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아뮤트의 목덜미로 다가섰다. 공중에서 얼어붙은 호리병 목걸이를 낚아챈 나는 한뼘밖에 남지않은 저승문으로 뛰쳐올랐다.

그런데 이 사연많은 저승과 작별을 고하려는 순간 내 눈에는 꼴사납게 얼어버린 아뮤트가 눈에 밟혔다. 퀼레뮤츠에게 썰려버린 기갑교룡 골리앗과 닮아서일까 마음이 편치않았던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아뮤트의 주둥이를 틀어쥐고 최대한 멀리 던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살면 사는거고 뒤지면 뒤지는거지.

"이 빌어먹을 저승아 이젠 진짜 안녕이다. 다신 안와 씨발!"

극변하는 시계의 끝에서 까투리팀의 유일한 부장급 사신이였던 변발남이 어느새 해동되어 내게 사슬낫을 쏘아보냈지만 내 알바는 아니였다. 이제는 단순히 저승의 황량한 환경이 싫어서가 아니라 만나면 껄끄러운 상대가 늘어났기에 당분간 저승에는 얼씬도 하지않을 작정이였다.

고래 잡는 물고기 던클레오를 언데드화 시켰던 죽음의 호수로 돌아온 나는 가장먼저 뇌가 담긴것으로 추정되는 호리병을 인벤토리에 담았다. 그리고 재빨리 이매망량의 물결에 몸을 실고 실버 스케일 함선이 있는곳으로 떠내려간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진것을 보아하니 서두르지 않으면 간부회의에 늦을 수 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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