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62화 (16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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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기갑교룡 골리앗 기동합니다. 주위환경 분석중... 관리자 권한을 지닌 생명체를 인식했습니다. 자동 호위 모드로 돌입합니다.

-기갑교룡 아처 기동합니다. 주위환경 분석중... 관리자 권한을 지닌 생명체를 인식했습니다. 자동 정찰 모드로 돌입합니다.

"시발 이제야 겨우 움직이네!"

우르사티의 도움으로 시작한 메카 언데드 기갑교룡 프로젝트를 마침내 성공한 나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주조실의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사실 처음에는 소울스톤을 기반으로한 동력모듈을 우르사티에게 주고 인공지능모듈을 받을 생각이였으나 개발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혀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인공지능모듈을 먼저 받아 메카 언데드 제작에 착수한 뒤 그 과정을 연구노트에 상세하게 작성해 우르사티에게 건네기로 한것이다. 덕분에 안그래도 라라펠을 구하느라 반토막난 나의 여름방학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우르사티가 챙겨준 부품과 기갑교룡을 무장시킬 고성능 에너지 웨폰의 대금 및 전이술 서비스 비용에, 소울스톤과 인공지능 모듈끼리 통신을 가능케 하는 130만 VP짜리 하이브리드 어댑터 2개분 값까지 추가지불 해야 했으니, 이제 내게 남은건 단 200만 VP뿐.

비비앙의 베갯머리 송사를 들어주려다 일이 이 지경이 될줄이야,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물론 완성된 메카 언데드의 성능은 사일런트워커 푸스카를 능가할정도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단가가 맞지않아 핵심전력으로 삼기에 무리가 있었다.

"하이브리드 어댑터의 제작법을 알 수 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러나 마력입자 축전기도 그렇고 하이브리드 어댑터도 그렇고 마력과 전력의 치환과 통신을 이루는 기술은 아케인족들 중에서도 고위관계자만이 알고 있어 같은 아케인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나 아케인족들의 마스터피스라는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라면 단서를 갖고있을까 싶어 찾아봤지만 조금의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고 VP를 주고 완제품을 사는것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이였다.

그것도 기야스의 자체수리로봇인 메카로이드 고블린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생유적에서 기연으로 받은 철갑교룡의 체내에 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전생유적에서 주려고 했던 기연은 철갑교룡피로 이 거대악어의 가죽이였지만 거인족조차 쩔쩔매게 만들었던 이 둘의 치악력을 그냥 두기엔 아깝지 않겠는가?

-기갑교룡 아처 주위반경 1km 스캔 완료했습니다. 관리자 의외의 생명체 반응이 있었습니다만 피아식별을 지정하시겠습니까?

"아군이야, 아군. 여차하면 지켜야할 내 여자다. 하지만 명령권한은 절대 주지 말도록."

-관리자 명령 수리했습니다.

쫄깃한 보지를 월세로 완전히 기야스의 식객으로 눌러붙은 비비앙이였지만, 거의 해상경비용 구축함급 크기를 자랑하는 기갑교룡의 제어권을 맡길 정도는 아니였다. 단순히 크기만 큰게 아니라 무시무시한 위력의 에너지 웨폰으로 무장하고 있는터라 더욱 그랬다.

기갑교룡 골리앗의 경우 수비적 능력과 근접전을 특화하기 위해 라라펠의 친우이자 동료인 릭이 사용했던 건틀릿 쉴드와 유사한 바리케이트형 쉴드 모듈과 송곳니 형태로 개량한 초진동 빔샤벨로 임플란트를 해줬고,

기갑교룡 아처의 경우 원거리 교전 능력을 특화하기 위해 에너지 웨폰 계열의 게틀링건과 중거리 유도 미사일을 달아주었다. 사실상 메카로이드 고블린이 탄두를 직접 설계한것은 물론 장착까지 전담했으니 나는 디자인만 손 본 꼴이였다.

기계공학 분야라는게 비전문가가 쉽게 손될 수 있는것이 아니였으니, 나는 이런 기계화된 무장을 장착하고도 기갑교룡이 살아있을적의 피지컬을 십분발휘할 수 있게 소울스톤의 출력과 언데드 회로의 설계에만 집중했던것이다.

"오랜만에 자취방에서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야겠네."

한동안 주조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이동식 함장석에서 쪽잠만 청하다보니 나의 스위트홈이 여간 그리운게 아니였다. 한동안 청소를 하지않아 먼지투성이일게 뻔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자는게 마음이 편했다.

마샬아츠 더 비타, 권묘결 연축을 사용해 독룡 팔타로스를 격퇴하느라 한동안 못쓰게된 왼쪽 다리를 쩔뚝이며 함장석에 오른 나는 기야스에게 외부사출을 요청했다. 마음같아선 모든 일의 발단이 된 비비앙을 주조실에 불러 보지를 사정없이 유린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성욕보다 수면욕이 우선이였다.

내 자취방 상공에서 은신중인 기야스의 밖으로 나오자 매서운 바람이 작업복 삼아 입은 트레이닝복을 세차게 출렁이게 만들었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m 따위는 가볍게 돌파한 높이였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매망량을 낙하산삼아 좁은 골목에 착지한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왼쪽발을 절며 자취방 현관으로 들어서려니 왠 편지가 후드득 떨어졌다. 전기요금 청구서인가 싶어 집어드니 이게 왠걸? 발신자가 무려 병무청이였다.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전반기 학생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응...? 아니 무슨 예비군 소집이야 미쳐버리겠네 진짜!"

순간 잘못 확인한것인가 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훈련이 아닌 예비군 정식 소집이였다. 드디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것인가!라고 하기엔 주위 분위기가 너무나 평온했다.

급히 자취방안으로 진입해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예비군 소집명을 받은건 나뿐만이 아니였다. 그야말로 예비군 전체 소집령이 떨어졌고 휴가중인 군인들도 복귀명령이 내려졌단다.

그렇다고해서 진돗개가 발령된건 아니였고 대통령령의 발효로 그 목적은 생태계 교란종의 대대적 척살. 아니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베스랑 뉴트리아나 잡겠다고 전시상황급의 동원소집령을 내리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베스가 토종물고기를 학살하고 뉴트리아가 농가에 끼치는 피해가 적지않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있었지만... 아니지 잠깐만 생태계 교란종이 꼭 그런걸 의미하는건 아닐지도. 나는 급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아야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안그래도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역시 사건님도 예비군 소집 대상자입니까?

"어, 맞아. 혹시나 해서 묻는거다만 여기서 소집 목적이라고 씨부린 생태계 교란종이란게...

-맞습니다. 제 조부,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의 유작이죠. 무슨 수를 쓴건진 모르겠지만 그의 죽음을 기점으로 생체병기 배양캡슐이 담긴 미사일을 전세계에 발사됐어요. VOT의 이적에 대해서 숨기고 싶어하는 세계열강들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드러나진 않았지만 자주국방력을 지니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게다가 본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생체병기는 번식을 못하는것이 정상인데 이 녀석들은 조금 다른것 같더군요.

"뭐야 블루아주 그 영감 정말로 세계정복이라도 할 생각이였나? 진작에 족쳐놓길 잘했군. 그런데 생체병기가 이렇게 이슈화되면 아야사 너는 괜찮은거냐?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의 지하연구실에 사찰이 들어온다던가 하는건 아니겠지?"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럴때를 대비해서 한국 정재계에 두루두루 입지를 다져왔으니까요. 혹여나 정부의 의사와 별개로 혼(魂)에서 독자적인 사찰을 시도한다 해도 사건님이 호위로 붙여주신 레드위도우님과 륭님이라면 안심이죠. 아 그리고 예비군 소집이라면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소재지를 외국에 있는것처럼 조작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아니 블루아주가 도대체 어떤 똥을 싸질러놨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이만 끊는다."

평소라면 '우리 아기고양이 잘 지냈어?'라고 살갑게 안부인사라도 전했겠지만 기갑교룡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너무 지쳐 있던 나는 볼일만보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언제 한번 날을 잡아서 아야사랑도 떡을 쳐야하는데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는군.

집결지만 확인한뒤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나는 옷장에서 군복을 꺼내 책생위에 올려둔 뒤 침대에 파고들었다. 소집일까지 하루정도는 여유가 있으니 그 사이에 피로를 충분히 풀어둬야겠지.

*    *    *    *

"예비군들 학교별로 질서있게 서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예비군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입니다. 본 지휘관의 말을 잘 따라주시지 않으면 바로 고발조치 들어갑니다."

서울시 소재의 대학교 소속 학생예비군들은 전시상황이 발생했을때 대부분 거석체대에 집결한다. 거석체대의 운동장과 체육관이 왠만한 신병교육대대 이상으로 광할했기 때문이였다. 개미때처럼 모여든 학생예비군들에 비해 지휘관들의 숫자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학생들은 제법 지휘에 잘 따라주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별로 집합하자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내 모교이기도 한 화랑대학교였다. 한국 최고의 대학교인만큼 워낙 학사생들의 석박사 진학률이 높은 곳인지라 예비군 자원이 타대학에 비해 훨씬 적었던 것이다.

굳이 사람이 적다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화랑대학교라는 타이틀때문에 다른 학생예비군은 물론 지휘관들까지 이쪽을 힐끔거리는데 솔직히 우리안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 달갑지 않았다. 물론 개중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시선을 즐기는 부류도 있긴 했지만.

학교별 집합이 완료되자 지휘관과 현역병사들의 주도로 M16소총이 배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내 실탄은 받지 못했으니 내 생각에도 군기가 풀릴때로 풀린 예비군들에게는 그게 적합한 처사로 보였다. 대신 날이 잘 갈린 대검을 받았고 몰래 손바닥을 그어보니 살갗이 제법 예리하게 갈라진다.

"자 예비군들 아마 뜬금없이 소집령을 받은터라 많이들 당황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전쟁이 일어나거나 한건 아니니까 모두 안심하시고 오늘의 작전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각 예비군들은 지휘관을 따라서 도심 인근의 산을 수색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공표한대로 생태계 교란종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될텐데 끽해봐야 뉴트리아 정도의 덩치를 지닌 녀석이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잠깐만 대위양반 그게 답니까? 실제로 싸우러 나가는 사람들한테 그 교란종이 왜 나타났는지 정도는 이야기 해줘야 할거 아니요! 그리고 실탄은 왜 안주는 겁니까? 지휘관이 뉴트리아를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얕보는 모양인데 여차하면 사람 손가락도 물어뜯을 수 있는 놈입니다. TV에서 그 흉악한 이빨 못봤어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하늘에 맹새코 저도 윗선에서 제대로 전달받은게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여러분들처럼 신체건강한 성인들에게 뉴트리아가 큰 위협은 아닐 수 있겠지만 아이나 노인들에게는 다릅니다. 혹여나 이 생체교란종이 도심으로 내려오면 여러분들의 자식... 아니 자식이 있을 나이대는 아니지만 조카나 동생분들이 다칠 수 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니 그러면 헌역, 경찰, 소방관들을 총동원해서 잡아들이면 되는거 아닙니까? 굳이 예비군까지 소집한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후우... 이봐요 예비군. 내가 지금 이렇게 단상 위에 올라와 있지만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나도 그냥 위에서 구르라면 구를 수 밖에 없는 쫄병이라고요. 절대 예비군들 몸상하는 일없이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하게 작전 진행할테니까 그냥 따라주세요. 이 이상 태클이 들어오면 별 수 없이 저도 FM으로 지휘관의 권한을 발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예비군이라 해도 전시상황이 발동했을때는 지휘체계에 복종해야만 한다. 하지만 예비군들에게 채찍질을 해봤자 반발만 심해질뿐이니 저 대위는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해 예비군들을 어르고 달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는지 예비군들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것이다. 예비군들도 이병에서 병장까지 군생활을 해본터라 대위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다.

그렇게 잠잠해진 예비군들을 인솔해 거석체대를 벗어나기 시작한 지휘관들. 나 또한 차례가 되어 그 행렬에 몸을 실어 도보로 걷다보니 시민들이 무슨 진기한 장면이라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아야사 말대로 그냥 불참할걸. 아오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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