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04화 (10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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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손모가지 잘릴 일을 했습니다."

"또 도박에 손을 댄게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시장조사하라고 보내주신 미국에서 카지노에 들락거리다가 가진돈 다 탕진하고 본전 생각이 너무 간절해서 회사돈을 끌어다 썼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서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브로커가 한국에서 일거리를 하나 제안해왔습니다. 잃은 돈을 메꿔주는것은 물론 외국음반시장 진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다는 말에 도저히 거부할수가...

과격시위조장이랑 잠깐 사람 한명 납치했다가 풀어주면 되는 일이라기에 뒤탈도 없을것 같아 경비 1, 2팀 애들을 꼬득여서 일을 벌였습니다."

"그 의뢰가 이분들이랑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거냐? 고향에 내려갔다던 경호 1, 2팀 애들은 지금 어디 있는거고?"

"납치대상은... 저기 계신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장님이 다니고 계신 화랑대학교의 지인이였고 과격시위조장도... 마찬가지로 지부장님이 거주중인 호텔 근처에서 시선을 끌기위해서 였습니다. 경호 1, 2팀 애들은 일끝나면 미리 지정해둔 안전가옥에 내려가서 잠잠해질때까지 나오지 않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됩니다. 아무래도 무슨 변고를 당한것 같습니다."

"춘복아 너 카드패 집을때 무슨 손 쓰냐?"

"외... 왼손입니다."

"일단 사과를 하던 수습을 하던 왼쪽 손모가지부터 자르고 시작하자."

"형님, 죄송합니닷!"

선량한 인상은 어디가고 청도 소싸움 챔피언처럼 성난 얼굴을 한 이강건이 김춘복의 왼손을 우악스럽게 잡아 끌었다. 김춘복은 꼴사납게 발버둥치다가 품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목에 핏대를 새우며 "지금 덮쳐!"라고 소리치니 중화코스요리전문점 바깥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행위예술이라도 하려는지 골프채, 맥주병, 야구방망이등 별의별 둔기를 꼬나든 양복쟁이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이제 막 전채요리를 들고 나오려던 종업원이 기겁하며 주방으로 뒷걸음질 친다. 김춘복 이 놈이 궁지에 몰릴거라는걸 미리 알고 준비한 깜짝 이벤트인가?

시스트린이 있었다면 아야사를 지키게 만들고 마음놓고 날뛸 수 있었을테지만 현재 은리 사저에게 입힐 옥단예 차파오를 완성한 공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반나절 정도의 휴가를 준 상태였다. 인간들의 패션쇼를 구경한 다음 해가지면 자취방으로 귀환하겠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한참 런웨이 삼매경에 빠져있을터.

방해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지금 부른다고 재때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다소 수비적인 포지션에서 아야사를 지킨다. 그리고 이매망량의 검을 구체화해 근처에 누군가 다가오면 손속의 사정을 두지않고 휘두른다. 왠만하면 골절상을 최대한도로 잡고 싶었지만 역시 피를 보지않을 수 없을것 같다.

뭐 저쪽도 사생결단낼 기세인데 꺼리낄 필요 있나?

"이제는 대놓고 외부인을 끌어들이다니 춘복이 네놈 완전히 맛이 갔구나."

"의뢰선금으로 받은 돈만해도 저같은 월급쟁이가 평생 일해도 벌 수 없을정도입니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세상인지... 그러니까 진작에 고아원에 기부따위는 때려치고 고향동생 주머니나 좀 두둑하게 챙겨주셨어야죠. 언제까지 국밥 한그릇 싹 비우고 커피 한잔이면 세상부러울게 없다던 춘복이를 마음속에 안고계실셈이였습니까?

저도 비싼 외제차 타고싶고! 젊고 이쁜여자랑 팔짱 딱 끼고 으리으리한 호텔 들락날락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저는 언제 인생 즐겨봅니까?"

"젠장할 B플랫 엔터테이먼트 식구들이 언제 이렇게 콩가루집안이 된거야? 그 놈의 돈! 돈! 돈! 지겨워 죽겠네. 사장님 나와봐요."

"잠깐 노아! 그걸 쓰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지마, 엉클. 수십대일로 싸울자신있으면 네가 한번 이 상황 수습해보던지."

아야사를 배후에 둔채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매망량을 전진배치한 나는 레이븐의 보컬, 레이디 노아가 뜬금없이 테이블 위로 올라서자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테이블 밑으로 숨어도 모자랄판에 테이블 위로 올라오다니? 이런 난전에서 눈에 띄는것만큼 악수가 또 있을까?

테이블 위에 올라선 레이디 노아는 가볍게 높고 낮은음을 번갈아 테스트하며 목을 풀더니 갑자기 성악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깐 레이븐은 락 밴드 아니였어? 락이랑 성악이 서로 호환이 되는 장르였던가? 단순히 취미수준으로 배운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오페라 하우스에 서도 위화감이 없을정도의 실력이다.

허나 지금 노래나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김춘복만큼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강건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김춘복의 뒤로 접근했다. 경호 1팀 대원들처럼 다리몽둥이를 아작내려는데 좀처럼 투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특히나 싸움에서 분노, 투지, 호승심이 없이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인다면 이빨빠진 호랑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헌데 지금 내 앞길을 가로막은 적을 죽이겠다는것도 아니고 운신을 제약하기 위해 다리를 부러트리는것 뿐인대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정사 이후의 현자타임과 비슷한 상태랄까?

전장에서 귀환한 전사들이여

투구에 찌든 피를 냇물에 씻겨내릴때

분노와 증오도 같이 훨훨 털어내거라

아내와 자식이 자비로운 아버지를 기다린다

"이봐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나만의 방식으로 싸움을 끝낸거야. 같은 식구끼리 피흘리면서 치고싸울 필요는 없잖아?"

"너희 식구들간에 풀어야할 은원만 있는게 아니잖아? 나는 저 김춘복이라는 작자의 골수까지 빼먹을 권리가있다고!"

"돈 있는 것들이 더 한다더니 크로스데일같은 초국적기업 밑에서 일하면 연봉도 장난 아니지 않나? 꼭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챙겨야겠어?"

"내 여자를 건든 녀석한테 응징을 해서 다시는 그딴 짓을 못하게 만들려는거지 코묻은돈 훔쳐서 재산을 불리자는게 아니야."

"뭐야 그냥 돈으로 엮인 보디가드가 아니였어? 내 여자라... 완전 오글거리네. 뭐 그래도 재력과 미모에 그렇게 말해주는 남자까지 있다니 지부장씨도 없는게 없군."

"노아 누나한테는 천상의 미모는 없지만 천상의 목소리가 있잖아요. 그리고 국민 연하남 강루키와 가장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자라는 타이틀도 무시할 수 없다고요."

"연장 그림자만 보고 테이블 밑으로 내뺀 자식은 좀 닥쳐줄래?"

흉흉한 기세로 중화코스요리전문점을 덮쳤던 양복쟁이들은 나보다 더 심한 현자타임을 겪고 있었다. 둔기를 손에서 놓은것은 물론 전부다 오체투지 자세로 눈물을 흘리며 참회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연겨푸 토해내는 고해성사들은 솔직히 소음공해에 가까웠다.

하지만 레이디 노아의 성악을 듣고난 이후로 분노라는 감정이 고갈되버린 나는 폭력적인 행동이나 언사로 그들을 제지할 의욕을 낼 수 없었다. 상황은 김춘복도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더 심한 꼴이였다. 완전히 동공이 풀린채로 죄송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는 그 모습은 마치 고장난 알람인형처럼 보였다.

그 모든 상황을 직시하고도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이강건 사장이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종업원에게 다시 전채요리를 갖다줄것을 요청했다. 그 초연함에 벌벌떨면서 전화기를 부여잡고 있던 종업원도 '그... 금방 갖다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해온다.

"곧 경찰이 들이닥칠겁니다. 그 전에 이번에 제 고향동생이 크로스데일양에게 끼친 심적, 물적 피해에 관한 보상안에 관해서 토의했으면 좋겠군요. 투자를 가장해 저희를 찾아오셨을 정도면 미리 생각해두신게 있을것 같은데 기탄없이 말씀해주시죠."

"원래는 골수까지 빨아먹을 노예계약을 맺을 생각이였는데 생각이 바꼈어. 더 흥미로운걸 발견했거든. 레이디 제인이라는 레이븐의 보컬이 방금 불렀던 성악에 무슨 이능이 깃들어져 있는거지? 아무리봐도 저치들이 단순히 노래에 감동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것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죄송합니다. 그건 좀 말하기 곤란한 사항인지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숨겨서 뭐할려고? 지금부터는 내가 협상할테니까 사장님은 잠깐 빠져 있어. 이봐 보디가드양반 내가 만약 방금 사용한 이능의 정체에 대해서 전부다 말해주면 그쪽에서는 뭘 해줄 수 있지? 분명 김춘복 실장이 먼저 잘못을 한건 맞지만 그렇다고 B플랫 엔터테이먼트 식구들이 앞다퉈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다면 수지가 안맞잖아?"

"본래 이번 모임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미국음반시장 진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지. 김춘복이 저질렀던 잘못도 눈감아줄 수 있어. 물론 나라면 더 이상 그런 파렴치한이랑은 단 일분, 일초도 같은 지붕아래에서 살고싶지 않겠지만 그거야 너희들이 알아서 할일이고."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긴 한데 보디가드 양반한테 그걸 결정할 권한이 있는거야? 엄연히 물주는 지부장씨잖아."

"저와 이 보디가드분은 이미 한배를 탄사이입니다. 이 분의 결정이 곧 제 결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아! 전부 말해줄테니까 방금 말했던 조건들 약식이라도 좋으니까 종이계약서에 써줘. 그리고 조금 뻔뻔한 이야기지만 투자하는 김에 통크게 써서 우리 사장님 개인빚좀 갚아줘. 우리 사장님이 비는 돈은 자기 사비로 채우면서 투자금은 회사공금이라 건들일 수 없다고 하는 천하의 답답이라서 말이야.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사채업자들이 사장님뿐만 아니라 우리 장기까지 때갈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레이디 노아와 나는 지장까지 찍어가며 간이계약서를 작성했다. 실제 우두머리인 이강인 사장과 아야사는 배제된채로 채결된 협상에 의해 레이디 노아가 이능을 얻게된 경위에 대해서 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작에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이 있었다.

그녀는 이렇다할 지식없이 VOTO를 시작해 싸이킥 캐릭터를 생성하는 우를 범했다고 한다. 사실 싸이킥 캐릭터는 처음부터 임의의 싸이킥 능력 세가지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술식이나 무공의 성장치 패널티가 있어 초심자가 할만한 캐릭터가 아니였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VOTO를 시작했던 그녀였기에 게의치 않고 매일아침 스타팅 마을의 광장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네임드 바드 NPC가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며 그녀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스타팅 싸이킥 능력 언어교감(言語校監)을 지도해주었다고 한다.

언어교감(言語校監) 그 싸이킥 능력은 말에 감정을 쓰고 글에서 감정을 읽는 말그대로 언어와 교감하는 힘이였고, 네임드 바드 NPC는 악보의 원본에서 작곡가의 의념을 읽어내는법과 음악에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을 실는법을 위주로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냥으로 레벨업을 할 생각도 않고 언어교감(言語校監)을 단련하는데 힘쓰다보니 어느샌가 현실에서도 쓸 수 있게 됬다는 이야기.

"언어교감은 공략사이트에서도 본적이 없는 싸이킥 스킬인데."

"나를 지도해줬던 네임드 바드 NPC도 타고나기 쉽지 않은 능력이라고 하던걸."

"타고나기 쉽지 않다고? 스타팅 싸이킥 능력은 VOTO에서 랜덤으로 지정해주는게 아니였나? 뭐 어쨌든 굉장히 흥미로운 능력이군. 레이디 노아 당신만 따로 다음 약속을 잡았으면 하는데."

"좋아. 우리 매니저랑 번호 교환해. 스케쥴이 비는날에 이쪽에서 연락하겠어. 그... 혹시 보디가드 양반도 VOTO에서 초능력을 손에 넣은 사람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게임에서 초능력을 얻었다는 내 이야기에 별로 놀라는 눈치도 아니였고 솔직히 그 체구에 구대일로 싸워서 상처하나 없다는게 보통일은 아니니까."

"너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정부에서 최대한 숨기려고 하곤 있지만 인터넷이라는게 있는 세상에서 언제까지 VOTO의 비밀을 숨길 수 있겠어? 곧 세상이 바뀔거야. 그때가 되면 팬들에게 당당하게 나 초능력자에요라고 커밍아웃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이만 먼저 일어서지."

호오! 언어교감(言語校監)이라, 나는 구십번대 넘버링을 지닌 정체불명의 항아리 겉표면에 새겨진 문자를 해독할 단서를 얻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애라도 레이디 노아를 끌고 항아리를 보관해둔 기야스로 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일단 레이븐의 예능녹화일정도 있었고 곧 경찰이 도착하면 형식적으로나마 사정청취에 응해야 했다. 사실 아야사가 일전에 자월도에서 해운회사 사장님과의 인연을 과시한것처럼 이번에도 경찰고위관계자와 이미 언질이 오간 상태였다.

아야사가 처음 한국에 넘어왔을때 제일 신경쓴 부분이 바로 정재계에 두루 인연을 만드는 일이였다고 한다. 아야사가 비록 이렇다할 전투수행능력이 있는것은 아니였지만 이렇게 뛰어난 수완을 피부로 느끼고 나니 새삼 아야사를 부하로 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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