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86화 (8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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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전방 150m에 목적지가 있습니다.

"후우 벌써 호텔 근처에 도착했네요. 너무 아쉽네요. 하지만 30분동안 2발이나 뽑아냈으면 저 잘한거 아닌가요?"

"으... 응. 너무 기분좋았어. 고마워, 시스."

나는 시스트린에게 어떻게 그런 황홀한 테크닉을 선보이면서 사고없이 운전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기씨앗을 두 번이나 연달아 시스트린의 압안에 싸지른 덕분에 쾌감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구강성교의 여파는 이제는 동정도 아닌 내 말초신경을 뒤집어 흔들정도로 굉장한 것이였다. 찹!찹! 정신차리고 어서 아야사나 구하러 가봐야지.

아야사가 펜트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호텔은 분주히 움직이는 소방관과 대형 사다리가 달린 소방차때문에 발딛을 틈이 없었다.

"여기서부터 걸어갈게."

"그러면 저는 오랜만에 포식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물이랑 같이 꼭꼭씹어먹으라고 지구의 현대인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찌들어서 육질 상태가 안좋을 수 도 있으니까."

"명심하죠. 그러면 사건님도 무사히 하시는 일 마치시기를."

시스트린이 말한 '무사히'라는 단어에서 뼈가 느껴졌다.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아바타 옥사건과는 달리 본체인 김사건은 재생력이 없다. 눈먼 총알이 급소를 스치기만 해도 바로 응급실에 실려갈 수 가 있는 것이다. 나는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로 WAS(Wearable Archane Shield)의 반응성을 재설정한 뒤 이매망량 천인대중 십인대를 꾸려 머리, 심장 그리고 고간을 물셀틈없이 지키도록 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수왕성에서 빙린장성은 물론 빙린여관 건설작업에 동참하면서 육십번대 싸이킥 능력인 사고분할(思考分轄)을 통해 작업효율을 높이다보니 지구에서도 한번에 두 가지 일을 하기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높아 한번에 두가지 이상의 일을 하려고하면 버퍼링이 걸린것처럼 원래 하고 있던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는 타입이였다.

그래서 이매망량을 통한 수비에 만족하지 않고 WAS와 귀갑흑석단까지 구비했던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이매망량 천인대중 십인대를 따로 방패병으로 구체화시키는게 가능하다면 WAS나 귀갑흑석단이 활약할 기회는 줄어들것이다. 물론 목숨을 지킬 카드는 많으면 많을 수 록 좋은것인지라 VP가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돌아가 주세요."

"호텔안에 애인이 있어요. 신원확인이라도 해주시면 안됩니까?"

"죄송합니다. 저희 소방관들도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구조자를 따로 체크할 수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구조하고 있는중이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그리고 보기보다 불길이 거세지 않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 사상자도 없고 연기를 마신뒤 가벼운 호흡곤란을 일으킨 투숙객 몇명이 병원으로 향했을뿐입니다."

"너무 고생하시는데 제 생각만 했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애인분은 무사하실겁니다.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호텔 반대편 까페라도 들어가셔서 기다리세요."

아야사가 거주하고 있는 호텔은 사실상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나는 친절한 소방대원이 지목했던 까페건물을 쳐다봤다. 도심 한복판인 만큼 단층이 아니라 고층건물의 1층에 점포를 두고 있는 형태였다. 2층 부터는 각종 회사들의 간판이 눈에 띈다. 출퇴근하는 회사원들의 유동인구를 생각하면 제법 장사가 잘될것 같다는 이 상황에서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예의 소방관이 말했던것처럼 까페에 죽치고 앉아 있을 수 는 없었으므로 나는 까페 반대편으로 돌아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정말 대책없는 행동이였지만 일단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 세부 계획를 짤 작정이였다. 이매망량의 힘을 빌어 천천히 부유를 시도하자 점점 땅이 멀어지고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m는 진즉에 넘어서 버렸다. 만약 옥사건이였다면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결국에는 다시 재생하겠지. 하지만 본체는 2층에서 잘못 떨어져 다리가 골절되기라도 하면 최소 한달은 기부스 신세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소 극성스럽게 보험을 둘 수 밖에 없다. 마치 스키장 리프트에서 밑에 그물을 치듯이 이매망량으로 그물을 2중, 3중으로 치다보니 부유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것보다는 훨씬 빠른속도였다. 애시당초 보통 고층건물은 옥상 출입문을 관계자외출입금지로 해두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로는 옥상으로 올라갈 수 조차 없지만.

"뭐야 고층건물 창문청소업체라도 있는건..."

나는 옥상에 가까워지자 점점 진해지는 담배연기 냄새에 기척을 죽이고 옥상위를 힐끔거리다 급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FPS 게임도 아니고 한국 도심 한복판에 대물저격총을 겨누고 있는 스나이퍼가 연초를 피우며 옥상에 엎드려 있던것이다. 이건 단검을 꼬나든 기획사소속 경비팀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나는 숨을 죽이고 발소리가 나지 않게 이매망량을 통한 부유를 유지하며 조준경에 눈을 때지않는 남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내 자취방에 침입한 경호팀장에게서 강탈한 단검끝이 남자의 목덜미에 닿을 정도로 들이민다.

그 뿐만 아니라 이매망량의 보이지 않는 검을 구체화하여 양 옆구리를 사수했으니 여차하면 내장이 흘러나오게 만들 심산이였다. 청룡문의 무인들과는 다르게 지구인들은 호신강기를 펼칠 수 없었으니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은 군인이라 해도 날붙이 앞에선 연약한 살덩이일 뿐이였다. 설마 이 옥상을 누군가 기습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는지 남자가 한참 타들어가고 있는 연초를 뚝하고 떨어뜨렸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두 손을 돌고 이쪽을 힐끔 돌아본 콧수염 외국남성이 대뜸 한국말로 지껄인다.

"저 한국말 잘 못해요."

"개똥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댁 신원이랑 여기에 무슨목적으로 왔는지 불어. 내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지않으면 댁 다리 사이에 있는 메추리 알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거야."

"와우 유창한 영어실력이군. 게다가 센스있는 농담까지. 백월교에 이런 친구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내가 농담하는것 같아? 한번만 더 실실거리면서 대답회피하면 한쪽 메추리 알부터 적출들어간다."

"오케이, 오케이. 설명할게. 난 미국 SSS에서 나온 사람이야. 스페셜 시큐리티 서비스의 약자지. 형편없는 네이밍 센스지만 내가 만든게 아니니까 지적하지 말아줘. 최근에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어서 조사하다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까지 흘러들어왔지. 결국 놈들이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장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정보수집이였거든.

헌데 알고보니 내 파트너가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장이랑 조금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야. 나는 별로 오지랖을 펼치고 싶진 않았는데 파트너가 도와야한다고 해서 이 더운 날씨에 저격총을 들고 15층을 걸어 올라와야했지. 아 혹시 계단에 설치해둔 경고트랩은 어떻게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일이 다끝나면 회수해야되서 말이지.

쫌생이 국장이 내가 바가 어두워서 잘못 꺼내든 법인카드로 200달러를 결제한 일을 빌미삼아 탄피까지 검열하려 들고 있거든."

멋들어진 콧수염에 고급 브랜드 양복을 착용한 외국남성은 어디가서 회사의 중역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말끔한 모습이였다. 골프채 가방에 저격총을 담아 땀을 뻘뻘흘리며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이 건물의 다른 누군가에 들킨다한들 저격을 위해 옥상으로 향하는 스나이퍼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받는 일은 없으리라.

일단 자기입으로는 아야사를 헤치려는게 아니라 오히려 지키고 있는 쪽이라고 주장했지만 사령안이 없는 이상 진실을 판별할 길이 없이다.

"그러면 네 파트너는 지금 어디있지?"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장이랑 같이 있을걸? 일단 호텔에 잠입한 고스트놈들이 펜트하우스에 접근하는걸 일차로 막아내긴 했지만 뭐랄까 병력도 시원찮고 암살보다는 소란을 피우기 위한 목적이 커보였단 말이지. 그래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습적인 이차돌입을 막기위해 내 파트너는 에어콘이 빵방한 펜트하우스에서 호위호식중이고,

나는 태양이 직격으로 내려쬐는 옥상에서 몇십분째 뺑이나 치고있지. 그러다가 그쪽의 단검이 목덜미에 닿았을때는 소름이 쫘악 돋아서 더위가 확 가셨지. 그 부분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좋아, 네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는 지금 내가 여기서 아야사와 통화를 하면 단박에 드러나겠군.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통화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헛지거리를 하면 그 더워보이는 정장에 바람구멍을 내줄거야."

"그쪽도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장이랑 인연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나는 아무짓도 하지 않을거야. 위험분자라는 타이틀을 일분이라도 빨리 벗고싶은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는 이매망량의 보이지 않는 검은 유지한채로 단검은 품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든 다음 통화기록에서 아야사를 찍으니 얼마안가 전화를 받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아기고양이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아가씨게서는 현재 몸이 편찮으신지라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메시지를 남겨둘가요?

-김사건이 전화했다고 지금 당장 전해. 몸져 누운 상태에서도 벌떡 일어나 받을테니까.

-예? 아...알겠습니다.

-아야사... 크로스데일입니다. 사건... 님이십니까?

-우리 아기고양이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어디 아파?

-본가에서... 분기마다 배송되는 해독제를... 도둑맞았습니다. 우우욱. 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가려움이... 멈추지않아서 흐으윽.

-아기고양이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내가 금방가서 도와줄테니까. 그전에 한가지만 대답해줘. 나 지금 아기고양이가 살고있는 옥탑방 건너편에 있는 건물 옥상인데 콧수염을 한 저격수가 한명 대기하고 있더군. 혹시 이녀석 아군이야? 아니면 적군이야?

-일전에 말했던 엔지 민슨... 일단은 아군입니다... 너무 가려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겼다. 엔지 민슨이라면 위대한 탐험가라는 이명을 지닌 오지랖 넓은 VOTO 유저였다. 천외천의 일원으로서 이명을 받은게 아니라 하도 괴상한 짓을 많이 하고다녀서 유저들에게 칭호를 받은것이다.

"당신 이름이 뭐야? 본명을 대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거야. 지금 아야사로부터 댁 이름을 받아둔 상태거든."

"후우 본래는 규정위반이지만 어쩔 수 없군. 엔지 민슨이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서 천외천 유저들 신상을 털어 위대한 탐험가라는 칭호를 받은 그 엔지 민슨?"

"오 VOTO 시절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한국에서 만나다니 반갑군. 그런데 신상을 털었다니, 나 상처받는다구. 취재라는 말로 순화해주겠어?"

"오지전문 기자라고 들었었는데 언제 특수요원이 된거야? 처음부터 신분을 위장한건가?"

"위장신분으로 다큐멘터리를 열개나 넘게 찍는 특수요원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당연히 중간에 스카우트된거지. 그런 쫌생이 국장이 있는줄 미리 알았다면 거절했겠지만 천외천에 대해서 나만큼 잘아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치켜세우는 통에 고용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없었지.

이제 내가 아군이라는 것도 밝혀졌겠다, 나도 질문 몇개 정도는 해도 될 권리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불량학생도 아니고 손들고 벌을 스느라 팔이 빠지는줄 알았다고."

아야사는 분명 일단 아군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이매망량을 통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아야사를 지키려한 사람을, 몰랐다고는 하나, 몰아붙인건 사실이였으므로 나는 인심을 쓰기로 했다. 물론 껍데기에 불과한 정보말고는 제공할 생각이 없었지만.

"일단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

"김사건."

"그래, 미스터 김이로군. 한국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반가워요, 미스터 김이라고 인사하면 반은 정답이라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빨리 질문해. 당장 아야사한테 가봐야하니까."

"말나온김에 아야사 크로스데일과는 어떤 관계인지 알고싶군."

"대학교 동기다."

"내 파트너는 크로스데일양과 고등학교 동기라더군.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인가? 너무 외모지상주의적 발언같지만 보라구. 유능한 동창이 두명씩이나 위험할때 발벗고 나서준다는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내 동창들은 가끔씩 전화를 걸어서 보험이나 다단계 사기가 권유하..."

"마지막 질문."

"좋아, 좋아. 사교계의 얼음공주님이라고 불리우는 대학 동기가 어디서 굴러온지 모를 고등학생 동기랑 같이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이 급해지겠지. 이번 질문은 사실 내 억울함을 성토하는 자리기도 해. SSS에서는 분명 백월교에 정식으로 방문목적과 신상명세까지 밝혀가며 입국신고를 따로 했는데 왜 백월교 내부에서 그 프로필이 공유가 되지 않은거지?

오히려 백월교에도 공항에도 신고하지않고 멋대로 한국땅을 밟은건 고스트놈들이라구. 이런식으로 구니까 법지키는 놈만 손해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거 아니겠어? 혹시 백월교에 고객센터가 있다면 번호좀 알려줄래?"

"나는 소속집단같은거 없어. 백월교라는 집단은 난생 처음 들어보고. 질문 다 끝났으면 장비 챙겨서 따라와. 아야사가 있는곳으로 간다. 여기서 보니 화재는 대충 진압된것 같군."

"내가 헛다리 짚었다는 소리군. 기척 숨기는 솜씨가 귀신같아서 백월교에 소속된 천외천 요원인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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