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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61화 (6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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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이솔다 공주가 사용한 쿼짓 서틴의 유탄때문에 무릎이 녹아내린 푸스카였지만 멀쩡한 무릎의 조직을 육십번대 변이술식인 제네틱 맵핑(Genetic Mapping)으로 메모라이즈한 뒤 무릎이 새것마냥 복구된 상황이였다. 그러나 정황상 강산성 캡슐에 녹아내린 무릎을 잠깐사이에 수복시키는 일은 누가봐도 불가능한 일. 그 점을 이용해 푸스카에게 절름발이 행세를 시킨 뒤 역습의 기회를 노린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닌 카드를 드러낼때는 한꺼번에 몰아쳐야만 적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법.

직진으로 우직하게 두 뿔을 천주랑에게 박아넣는듯 했던 푸스카는 피부에 이식된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 쉐이드의 고유능력인 그림자 도약을 사용해서 90도로 방향을 틀어 천주랑을 덮쳐버렸다. 속절없이 나가떨어진 천주랑이 맨땅에서 100m 가량 구른 후에야 정지했다. 나는 내 손에 박힌 장검을 조심스럽게 빼어냈다. 천주랑이 말했던대로 보통이라면 다시는 팔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이 빠른 속도로 수복되고 있었다.

"푸스카 박을때 느낌이 어땠어?"

"제 박치기가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 호신강기를 제 쪽으로 집중시키는것은 물론 장검을 포기하고 낙법을 펼쳐 데미지를 줄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강자입니다. 일단 상대의 주력무기인 장검을 폐기해서 맨손격투를 유도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어쩐지 푸스카, 네 뿔에 피가 안묻어 있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유효타는 아니였던 모양이군. 그리고 장검 폐기안은 기각한다. 검손잡이에 새겨진 문양이 범상치가 않은게 망가트렸다가 손해배상금으로 우승상금이 날아갈지도 몰라."

"적이 제 무기를 소중히 여겨주길 바랄만큼 제가 안일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확실히 인정할건 인정해야겠군요. 옥사건씨와 우인족 친구는 검없이도 이길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어느새 몸을 추스리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천주랑이 태연한 기색으로 내 말을 받았다. 흙먼지로 더렵혀진 무복이 살짝 찢어져 있었지만 싸움에 지장이 있을만한 상처는 없어 보였다. 천주랑이 나와 푸스카의 저력을 인정한 만큼 나 또한 천주랑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방금 일격으로 천주랑이 완전히 전투불능 상태가 될거라 생각한건 아니다.

하지만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만한 유효타격을 입힐 수 있을거라 자신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옥사건씨의 팔에 꽂아넣은 장검이 요지부동할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정체불명의 순간이동 기술로 우인족 친구가 돌격방향을 틀었을때는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옥사건씨가 왠만한 검상에는 끄떡도 없는 특이체질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저도 제 장기를 발휘할 수 있겠군요.

그 전에 저도 자존심이 있는지라 맡겨두었던 검은 제 힘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이기어검(以氣御劍)

천주랑의 손끝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내가 땅에 꼽아두었던 장검이 마치 자석에 끌리듯 천주랑의 손으로 복귀했다. 나는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는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푸스카와 함께 천주랑에게 돌진할 준비를 했다. 천주랑의 손끝에서 번쩍이던 스파크가 장검으로 확장되더니 어느새 장검전체가 샛노란 검기로 뒤덮혀 위협적인 소리를 내뿜었다.

치지직 치지직 찌지직 치지지지직

천주랑이 검을 휘두르는 제스쳐를 취하자 샛노란 검기가 외부로 발현되어 쏘아진다. 어느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푸스카가 저 검기를 맞고 전투에 지장이 생기면 경기도중이라 수복할 수 가 없다. 겉으로 보면 주인이 부하를 위해 몸을 날리는 멋진 상황이였지만 차가운 전략적 계산아래에서 나는 뇌전의 검기를 몸으로 막아섰다.

"으아아아악!"

"주인님! 괘...괜찮으십니까?"

"으으윽 조금 아니 많이 짜릿한데? 조심해서 싸워라. 이미 한번 죽은 몸이라 감전사를 당할 일이야 없겠지만 내부 언데드 서킷이 고압전류에 타버리면 운동능력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

설마하니 내가 맨몸으로 뇌전의 검기를 받아낼줄은 몰랐는지 천주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이런 무식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매망량들은 물리력을 행사하여 상대의 검격을 둔화시킬 순 있어도 뇌전의 검기와 같은 무형의 에너지를 막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몸으로 피격데미지를 익혀서 나 자신이 고기방패로서 어느정도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지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다.

고압전류에 흉하게 타버린 피부가 이내 재생되어 말끔한 모습을 되찾았다. 물론 보급품으로 받은 군 제복은 걸레로도 재활용하기 힘들정도로 누더기가 되버렸지만.

냉정을 되찾은 천주랑이 노련하게 뇌전의 검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검사인 천주랑이 원거리 공격을 술사인 내가 근거리 공격을 위해 천주랑에게 돌진하는 꼴이다. 내가 푸스카보다 앞장서 고기방패 역할을 수행하자 뇌전의 검기가 연이어 내 몸에 꽂힌다. 온 몸의 신경계가 타버리는듯한 고통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하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은 언제 뇌전의 검기를 맞았냐는듯 쉼없이 육체를 재생시켜버린다.

이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면 내가 지닌 최고의 카드중 하나인 월등한 재생력이 무의미해진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전진한다. 푸스카를 만전의 상태로 천주랑이 있는 곳에 도착시키면 뭐라도 해주지 않겠는가?

"아으으으! 이제는 말도 잘 안나오네. 푸스카 준비해라 기회를 만들어줄테니까."

"주인님이 분골쇄신하여 만든 기회를 반드시 승리로 이어보이겠습니다."

푸스카가 분골쇄신이라고 말한게 절대 과장이 아니였다. 온몸의 신경계가 뇌전의 검기에 타버렸다가 다시 재생되는 과정을 몇번이나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던가하는 의문은 잠시 뒤로 미루고 나는 천주랑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아이언 메이든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초일류검사들은 반사신경은 말할것도 없이 몸이 보통 날랜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안에서라면 뛰어봐야 벼룩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이언 메이든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뼈조각들이 튀어나와 천주랑과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사실 좋게말해도 견고하다고 볼 수 없는 원형방벽이였지만 약간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을것이다. 어차피 이매망량으로는 뇌전의 검기를 막을 수 없었으므로 모조리 공격용으로 전환해 천주랑의 손발을 묶기 시작했다. 한 술 더떠서 내가 천주랑에게 달려들어 허깅을 하려는데 천주랑이 섣불리 검을 내 몸에 쑤셔넣지 못한다.

첫 교전에서 검을 밀어넣었다가 빠지질 않아 역습을 허용한 기억이 떠오른 거겠지. 남자를 끌어안는 취미따윈 없지만 이번 기회에 경기를 끝내고 싶었던 나는 우악스럽게 천주랑을 덮쳤다. 푸스카가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우각전(牛角箭) 3개를 날림과 동시에 쉐도우 블레이드(Shadow Blade)가 인챈트된 단검으로 천주랑의 뒤통수를 노렸다.

"정말이지 무림 아니 우주는 넓군요. 제가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릴줄은... 우승상금에 욕심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닥 명분이 걸린 싸움도 아니지만 은리와 제 부하인 구룡대원들이 보고 있는지라 진심으로 가는 수 밖에 없겠군요. 방금 보여주셨던 재생력이라면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부디 몸보전 잘하시길."

천주랑 이 자식아, 너 아까도 장기를 선보인다니 어쩌니 하지 않았냐? 작작 좀 하지 그래. 내심 천주랑의 태도가 말뿐인 허세였으면 했지만 뒤통수에 호신강기를 집중시켜 쉐도우 블레이드가 내뿜는 음에너지에 저항하고 있는 천주랑의 태도는 여유로워 보였다. 뿐만 아니라 천주랑의 장검에 덧쒸워진 샛노란 검기가 거세게 요동치며 내게 위험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나는 사령안 제 2형인 샤프마인드(Sharp Mind)를 발동시켜 천주랑의 육체를 관찰했다.

단전에서 내력이 범람하여 장검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술사처럼 순수마력으로 부터 전하 에너지를 정제해 내는게 아니라 본래 단전에 잠들어 있던 뇌전의 내력이 고스란히 장검에 집약되면서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내가 딱히 무공에 소양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저런식으로 덩치를 키워나가다 보면 결국 내력이 폭발할거라는 사실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제가랄! 골치아프네 진짜.

"푸스카 그림자 도약을 사용해서 최대한 멀리 도망쳐봐."

"하지만 뼈조각으로 만들어진 방벽때문에 햇빛이 닿지 않아서 발동할 수 가..."

"호오 그 순간이동 기술이 완전만능은 아니였군요. 죄송하지만 설사 이 방벽이 없었다 한들 도망치시기엔 이미 늦으셨습니다."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뇌우만개(雷雨滿開)

뇌전의 내력이 폭발하기 직전 경기규칙을 어기고 언데드 군단을 소환해 고기방패로 삼으려 했던 나보다 발빠르게 누군가 움직였다. 뼈조각 방벽을 박살내고 난입한 외부인은 다름아닌 용린은리 사저였다. 용린은리 사저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경지의 검기운용으로 검막을 펼쳐 내력의 폭발이 외부로 새어나가는걸 막았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신기에 감탄하고 있는데 용린은리 사저가 다짜고짜 천주랑의 뺨을 쳐올렸다.

"분명 본 감독관이 경기 시작전에 말했을텐데요. 관중들의 안전을 신경써달라고 말이죠. 방금 기술이 온전하게 발동되었을때 무슨 참사가 일어났을지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죠?"

"...그렇군요. 관중들이 있었죠. 제 실수였다는걸 인정합니다. 경기에 몰입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벤트성 토너먼트 경기를 생사결처럼 임했군요. 후우, 항복선언을 하겠습니다. 그런 규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중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뻔한 벌로 실격패 처리하셔도 좋습니다."

"안그래도 그렇게 할참이었어. 정말이지 못보던 사이에 조금은 성장했을줄 알았더니 여전히 철부지로군. 한때나마 너와 함께했었던 어린세랑한테 부끄러운줄 알아!"

"...그녀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천주랑, 너한테 그걸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닥치고 돌아가서 반성이나해. 너는 검을 휘두를줄만 알지 검의 무게는 조금도 생각못하지? 마음같아선 관중들과 이솔다 공주님께 무릎이라도 꿀리고 싶지만 긁어 부스럼일것 같아 그냥 보내주는거니까 어서 내 눈앞에서 썩 꺼져!"

역시 용린은리 사저가 천주랑을 불구지대천의 원수처럼 대하는 데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천주랑의 항복선언으로 얼떨결에 우승을 거뭐진 나는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얼어붙은 공기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용린은리 사저가 천주랑을 저리 홀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뇌우만개(雷雨滿開)라는 기술이 관중들을 위협할만큼 광역기술이였다면 천주랑은 더 혼나야했다.

아니 누구는 블록버스터 스케일로 못싸워서 안싸우는가? 나도 경기 규칙만 아니였으면 언데드 군단을 불러들여 대서사시 영화 한판을 찍을 수 도 있었다.

관중들과 선수 사이에는 오직 분필선만이 있을뿐 이렇다할 방호장치가 없었다. 아무리 용린은리 사저가 지키고 있다고 해도 한 손이 열 손 막을 수 없는법인지라 한계가 있었다. 혹여나 인어족들중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면 아이스바운드를 들썩였던 사상초유의 이벤트는 사상최악의 이벤트로 기억됬겠지. 아무튼 나는 7000 VP를 챙겼으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됬어도 남는장사를 한 셈이다.

거기에 이솔다 공주와 했던 입맞춤 내기도 있었으니 이번 토너먼트의 최대 수혜자는 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결승까지 올라온 실력자인 천주랑은 상금도 못받고 용린은리 사저에게 뺨이나 얻어터졌으니 조금 과장해서 최대 피해자가 되버렸다. 용린은리 사저가 정말로 사정없이 뺨을 올려붙여서 입안이 터졌던것 같은데 괜찮을려나 몰라. 구룡선에 있는 자기 개인선실에서 혼자 훌쩍이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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