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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드디어 대망의 토너먼트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본래 토너먼트의 목적인 전생유적(前生遺跡) 입장권 분배를 위한 순위권 결정은 이미 끝난 상황이지만 최강자를 가리는 싸움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법이다. 관중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어족들은 이솔다 공주를 이기고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을 응원하고 있는건 각잡고 앉아있는 구룡대원들 뿐이였다.
단 하나의 경기만 남은 탓이였을까 아니면 이번 결승이 기존 경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격렬해질것임을 예상했는지 무려 용린은리 사저가 직접 심판을 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분필로 그어두었던 경계선을 모두지우고 운동장만한 구역을 분필로 새로 칠하게 되었다. 그리고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관중석과 경기장간의 거리가 세 배나 늘어났다. 딱히 계단석이 있는게 아니였기 때문에 어른 인어족들이 어린 인어족들 위해 기마를 태워주는 풍경이 연출됬다. 다시봐도 남자다움을 간직한 미소년상인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이 분필로 그려진 경계선을 넘어온다.
한쪽발을 절뚝이는 푸스카와 함께 나 또한 반대쪽 분필 경계선을 넘어 천주랑과 마주보게 되었다. 키는 둘째치고 천주랑의 얼굴만 보면 베알이 뒤틀리는 기분이다. 솔직히 말해 용린은리 사저가 천주랑을 싫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같은 남자가 봐도 저렇게 매력적인 얼굴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양측 선수는 서로의 우열을 가리는것도 좋지만 DF 등급의 검사와 술사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파에 신경써주길 바랍니다. 두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기술도 관중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경기의 감독자인 혈린검 용린은리는 용린검에 맹세하건데 관중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사사로운 은원에 휘말려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양측 선수 인사 나누고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청룡문의 소문주인 뇌신검 천주랑이라고 합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본문의 어르신들이 저를 너무 어여삐 여기셔서 분에 넘치는 칭호를 지니고 있습니다. DF 등급의 술사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일인지라 배움의 장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용린검가의 1대 제자 옥사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남자랑 대화를 오래끌고 싶은 생각이 없던 나는 간결하게 인사를 끝냈다.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은 딱히 기분나빠하는 기색은 없었다. 다만 이 먼거리에서도 우리둘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모양인지 구용대원들의 눈길이 날카로워졌을 뿐이다. 뭐? 뭐? 뭐? 니들이 째려보면 어쩔건데? 저치들이 분에 못이겨 경기장에 난입한다한들 용린은리 사저가 단칼에 썰어버릴 것이다. 같은 DF 등급이라고 해도 격이 다른 것이다.
서로 인사를 끝내고 용린은리 사저가 경기시작 호루라기를 불려고 하는데 천주랑이 경기 시작 위치에 의의를 제기했다.
"가급적이면 그냥 넘어가려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검사와 술사가 맞붙는데 그림자가 닿을정도로 가까이에서 시작하는건 불합리해 보이는군요. 은리가 아니 용린은리 감독관님이 적절한 시작 위치로 조정해주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그딴걸 어떻게 알아! 흠흠... 아니 천주랑 선수의 의견도 분명 일리가 있군요. 그렇다면 천주랑 선수가 생각하는 적절한 시작 위치는 어느정도입니까?"
"혹여 옥사건씨가 개의치 않다면 옥사건씨가 원하는 위치에서 시작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거리에 따라 눈에 띄는 이득을 취하는건 사실상 검사쪽이니까요."
"옥사건 선수 이 제안에 동의하십니까?"
"아니 뭐 저는 아무래도 좋긴한데 굳이 천주랑씨가 신경써주신다면 분필로 그어진 경계선 동쪽끝과 서쪽끝에서 시작하고 싶은데요."
"야 옥사건! 그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냐? 아니 아니 옥사건 선수와 천주랑 선수 양측이 합의된 결론이라면 감독관인 제가 간섭할 부분은 아닌것 같군요. 허용합니다."
그렇게 천주랑이 말했던대로 그림자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던 우리 둘은 분필로 그어진 경계선 양쪽 끝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딱히 가까운 거리에서 시작하는게 부담스러운건 아니였고 일종의 심리전을 건 것이다. 천주랑이 구태여 술사인 내게 시작 거리를 벌려준것은 자신의 실력에 확고한 자신감이 있어서일것이다.
즉 지금 이 상태로 내가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에게 승리를 거뭐진다면 천주랑은 괜한짓을 해서 패배를 자초했다는 정신적 데미지까지 입게 되겠지.
사실 불구지대천의 원수도 아니고 그저 친선경기 상대에 불과한 천주랑에게 이런 심리전을 펼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잘한 심리전을 거는건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 아크리퍼(Arcreaper)로 이름을 날릴때부터 내 몸에 베어있는 습관이였다. 상대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던 불리한 상황이던 자잘한 심리전으로 이득을 취할때면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함이 있었다.
"그러면 경기 개시!"
나는 천주랑을 주시하면서 푸스카의 단검과 암기에 오십번대 강화술식인 쉐도우 블레이드(Shadow Blade)를 걸기 시작했다. 미노타우르스의 뿔로 만든 9개의 우각전(牛角箭)에 일일히 쉐도우 블레이드를 인챈트하고 난 뒤에도 천주랑은 묵묵히 이쪽을 바라만볼 뿐,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내가 준비를 마칠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보인가?
이 자식이 이거, 그렇게 자만하다가 훅간다.
나는 천주랑의 태도에 오기가 생겨 쉐도우 블레이드를 다시 중첩해서 9개의 우각전(牛角箭)에 인챈트했다. 마력입자가 우각전(牛角箭)을 가득메워 찰 곳이 없을때까지 쉐도우 블레이드를 중첩했으니 한나절은 끄떡없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뼈조각 의자에 앉아 푸스카에게 모든걸 맡겼다가는 각개격파를 당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일선에서 싸울 준비를 했다.
"푸스카 이번에는 내가 앞에서 접근전을 펼칠테니까 암기로 엄호해. 암기는 아낄 생각하지 말고 여차하면 내가 이매망량으로 회수해서 너한테 돌려줄 수 있으니까."
"명령을 받듭니다."
"옥사건씨 이제 싸움준비는 모두 끝난겁니까?"
"보통은 쫓기는 기분으로 하는건데 천주랑씨 덕분에 다과를 즐기는 기분으로 편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왜 점점 저한테 가까이 오시는거죠? 파괴술식을 제창할 거리를 기껏 벌려들였는데 이러시면 무용지물이 되버리지 않습니까? 아, 그리고 방금 내딛은 발걸음을 기점으로 제 검격의 범위안에 들어오셨다는거 혹시 알고 계십니까?"
"어머나, 참 친절도 하셔라. 술사가 검격의 범위안으로 들어오면 주저말고 검을 뽑아들면 되는것을 구태여 귀중한 정보를 노출시키면서까지 저에게 잘보이고 싶었던 모양이군요."
"은리의 직속 사제니까 밉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쪽다리를 쩔뚝이며 내뒤를 쫓는 푸스카에게 신호를 보내 멈추게 한뒤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에게 달려들었다. 만약 천주랑이 나를 지나쳐 일숨에 푸스카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것이다. 천주랑이 자신의 입으로 반경 19m 정도를 검격의 범위로 인정했으니 일단 믿고 푸스카를 범위 밖에 위치시킬 수 밖에 없다.
용린연환각 갑(甲) 다리후리기
서로의 그림자가 닿을락 말락하는 시점에 내가 먼저 움직였다. 천주랑의 발목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가하며 균형을 무너트리려 했지만 어느새 뽑힌 장검에 가로막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내 팔보다 얇은 검이 땅에 박혀 용린연환각 갑(甲) 다리후리기를 깔금하게 막아내는데 무슨 태산이 버티고 있는것 마냥 둔중한 타격감이 느껴진다.
캉! 캉! 캉!
내가 천주랑과 처음으로 격돌하는 시점을 푸스카가 놓칠리가 없었으니 우각전(牛角箭)이 날라들어 천주랑의 급소를 교묘하게 노렸지만 어느새 땅에서 뽑혀든 장검이 우각전(牛角箭)을 모조리 팅겨내고 말았다. 나는 이매망량으로 우각전(牛角箭)을 모조리 회수해 푸스카가 있는쪽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와동시에 용린연환각 병(丙)초식인 반달차기로 묵직한 일격을 가하는데 천주랑은 제자리에서 칼등으로 회전력이 실린 발등을 쳐내버렸다.
"아 혹시 타인을 상처입히는걸 싫어하는 타입?"
"설마요. 만약 그랬다면 저는 지금 이 소문주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겁니다."
"하지만 내가보기엔 천주랑씨는 공격의사가 없어보이는것 같은데?"
"후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도 검을 찔러넣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는중입니다."
"뭘 그런걸 참고있어. 설마 용린은리 사저의 눈치를 보고 있는건 아니지?"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나도 빈틈투성이라서 말이죠. DF 등급의 술사가 이렇게 간단히 급소를 허용할리가 없다는 생각에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네요. 애시당초 검사랑 주먹다짐을 하려는 술사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하아 뭐 좋을대로해. 나도 많이 물러졌군. 공격을 망설이는 적따위를 염려해주다니. 어디 한번 계속해서 방어만 해봐. 구룡대원들은 몰라도 인어족들은 술사인 내가 검사인 천주랑씨를 맨손격투로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할걸?"
촤아아아아아악!
도발이 먹혀들어 즉각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방어일변도였던 천주랑의 장검이 어느새 내 어깻죽지를 베어내고 초록 피를 뒤집어썼다. 이매망량을 전신에 둘러싸 검격을 둔화시킨 덕분에 깊은 상처를 입진 않았고 입은 자상도 얼마안가 흔적도 없이 재생되었지만 내 동체시력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검격이 펼쳐졌다는 사실이 나를 사뭇 긴장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받은것을 되갚아주지 않으면 아크리퍼(Arcreaper)의 이름이 아깝지 않겠는가?
급소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이매망량만을 남겨둔채 칠할의 이매망량을 동원하여 천주랑의 발을 묶어버렸다. DF 등급의 검사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나 용린정권을 내지를 시간정도는 벌 수 있으리라. 골반, 허리 그리고 주먹으로 이어지는 근육의 하모니는 얼티밋 언데드 폼을 기반으로 펼쳐져 훨씬더 웅장했다.
내력이 실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A랭크의 무력이 지닌 물리력 자체만으로 무시할게 못된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게 있었으니 기본적으로 날붙이와 살덩어리가 맞붙었을때 생기는 유불리였다. 천주랑은 미증유의 힘때문에 발이 묶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전처럼 내 주먹을 칼등으로 쳐내는게 아니라 칼끝으로 예리하게 찔러왔다. 내 연약한 살갗이 찟기는것은 물론 용린정권을 내지른 힘이 고스란히 내 손근육을 아작내는데 사용되고 말았다."아이고 아파라!"
"은리를 볼 낯이 없군요. 별것 아닌 도발에 넘어가 사제의 팔을 못쓰게 만들었으니."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것임을 미리 알고 각오를 다지기는 했지만 자상이 여간 고통스러운게 아니다. 천주랑의 장검이 손을 넘어 팔근육까지 밀고들어 옴을 느꼈을때 나는 작업을 개시했다. 도데카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에서 변이 에너지가 정제되어 내 녹색 피를 끈적하다 못해 억세게 만들어 천주랑의 장검을 요지부동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캉! 캉! 캉! 캉! 캉! 캉!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푸스카가 쏘아낸 우각전(牛角箭) 6개가 천주랑에게로 짓쳐든다. 내가 찔린 부위가 다를뿐 도올명이 당한 수법과 똑같은 함정이 천주랑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천주랑은 일단 호신강기를 발동해 우각전(牛角箭)을 막아내보지만 미리 중첩 인챈트된 쉐도우 블레이드가 호신강기의 기운을 점진적으로 쇠하게 만들었다.
이미 재가된 물건을 탈 수 없듯이 이미 죽어버린 언데드를 제외한 만물을 쇠하게 만드는 음에너지가 절륜한 내력을 기반으로한 천주랑의 호신강기 또한 약화시킨 것이다. 허나 6개의 우각전(牛角箭)으로는 역부족이였는지 결과적으로 천주랑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허나 아직 끝이 아니였다. 내 지시에 따라 절름발이 행세를 하고 있던 푸스카가 천주랑을 향해 매섭게 돌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