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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정해진 배율대로 물과 우주 쓰레기 잿더미를 원목 판틀에 부은 다음 티베타르 원사가 품안에서 특이한 시약을 꺼내더니 9개의 벽돌 크기로 분리된 원목 판틀에 정확히 9방울을 떨어뜨렸다. 그 후 인어 자경대원들에게 강철 노를 하나씩 쥐어주더니 자기가 멈추라고 하기전까지 계속해서 저어주라고 한다. 긴장하고 있던 인어 자경대원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작업에 미소를 띠며 노를 저어갔다.
하지만 벽돌 반죽 덩어리는 저어주면 저어줄 수 록 그 점성이 강해지더니 어느순간 전심전력을 대해야만 강철 노를 한바퀴 저을 수 있을정도로 끈끈해졌다. 약간이라도 인어 자경대원들이 강철 노를 젓는 것을 주춤하면 티베타르 원사의 비싼 벽돌 날려먹을 일 있냐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시작된 지옥의 반죽 타임.
인어 자경대원들은 두개의 원목 판틀에서 작업할 생각을 버리고 한개의 원목 판틀에 달라붙어 차륜전을 펼쳤다. 그럴수 밖에 없던것이 벽돌 반죽의 점성이 너무 끈끈해져서 아무리 창찌르기 천번을 준비운동으로 아는 그들이라도 강철 노를 몇번 돌리고 나면 근육이 찢어질듯한 부하를 받았던 것이다. 한 눈에 봐도 벽돌 반죽이 엄청나게 끈끈한 것이 저 반죽으로 노를 저을 바에야 차라리 맨땅을 헤집으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나아보였다.
"최소한 지금 성벽의 세 배로 증축할려면 필요한 벽돌이 몇 개인데 이렇게 뜸을 들여서야 날 새겠구만 날 새겠어. 춘이하고 술사 양반은 나랑같이 이쪽 판틀 작업 좀 같이 합시다."
후우 드디어 싸이클롭스 좀비 두 마리를 운용해 볼 차례인가?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언 메이든을 꺼내들어 조심스럽게 공터에 싸이클롭스 좀비 두 마리를 소환했다. 싸이클롭스 킹 좀비에 비하면 덩치가 반밖에 되지 않지만 근육돼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외형이 든든하기 짝이없었다.
주변에서 작은 소란스러움이 있었지만 이미 내가 강령술사라는 사실은 같이 작업을 한 정비중대나 전투 지원을 받은 보병 1중대나 모르는 바가 아니였기 때문에 이내 잠잠해졌다.
"호오 고 외눈깔 거인 두 놈은 아주 팔뚝이 실하구만. 술사 양반 설마 이녀석들 겉보기만 튼실한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녀석들은 언데드라 지구력이라는 개념이 없기때문에 아마 든든한 일꾼이 되 줄겁니다."
"그래도 좀 미심쩍은데 내가 팔씨름이라도 해서 한번 검증을..."
"허허 티베타르 원사님 안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유용한 일꾼의 팔을 못쓰게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원목 판틀을 옮기는 모습만으로 이미 힘자랑은 충분히 하셨으니 팔씨름은 다음 기회로 미루시지요."
"아니 누가 힘자랑을 한다고 그래! 벽돌 반죽 과정이 도중에 중단되면 우주 쓰레기 잿더미는 둘째치고 비싼 배합액이 날아가니까 그러지. 이게 한 방울이라고 무시할게 못되요. 들어가는 재료가격이 어마어마 하다고."
투덜투덜되며 강철 노를 집어든 티베타르 원사가 주위 병사들에게 다시 정해진 비율대로 물과 우주 쓰레기 잿더미를 원목 판틀에 부어넣도록 지시했다. 나 또한 내 양손의 신경망과 싸이클롭스 좀비의 언데드 회로망을 영력으로 링크 시키기 위해 집중력을 최고조로 높히기 시작했다.
싸이클롭스 킹 좀비때처럼 영력을 일대일 연결시키는게 아니라 와이파이처럼 영력을 퍼뜨렸다. 싸이클롭스 좀비에 내장된 언데드 회로망이 미리 설정해두었던 커맨드를 통해 자동적으로 내 영력에 귀속되자 내 양 손의 신경망이 두 싸이클롭스 좀비의 언데드 회로망과 동기화 되었다.
내 손이 내 손인듯 내 손같지않은 기이한 감각을 느끼며 나는 조심스럽게 싸이클롭스 좀비 두마리를 움직여 강철노를 두개씩 집어들었다.
원목 판틀로 만들 수 있는 벽돌은 모두 9개였으므로 양손에 강철노를 든 내 싸이클롭스 좀비는 물론 용린춘 장로 티베르타 원사 연단철 대위까지 달라 붙어 강철노를 저어 벽돌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내 싸이클롭스야 원체 덩치가 있다보니 강철노가 마치 연필같았기 때문에 양 손에 강철노를 쥐고 젓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헌데 용린춘 장로와 티베르타 원사가 양손에 강철노를 쥐고 젓는데도 마치 숙련된 사공이 나룻배를 타고가는듯해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힘의 문제를 떠나서 굉장히 노련한 기술이 가미되지 않으면 저렇게 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단철 대위도 비록 하나의 강철노를 젓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벽돌 반죽의 점성이 끈끈해져도 일정한 속도와 부드러운 곡선으로 쉼없이 강철노를 젓는 모습이 저 사람도 나름 한 수 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근력이 뛰어난 사람도 계속해서 강철노를 젓다보면 근육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제법 팔뚝이 튼실한 인어 자경대원들이 강철노를 젓는데 차륜전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예의 세 사람은 그러한 한계를 노련한 기술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렇게 실버 스케일 함선의 벽돌 반죽 팀과 인어 자경대원 벽돌반죽 팀간의 묘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솔다 공주의 귀에 파견된 인어 자경대원들이 변변치않더라는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기위해 인어 자경대원 벽돌반죽 팀이 맹렬하게 실버 스케일 함선의 벽돌 반죽팀을 쫓아가고 있는 형세였지만 말이다.
* * * *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티베타르 원사가 마지막 벽돌반죽을 끝마치고 휴식시간을 선언했다.
티베타르 원사가 더 이상 점성을 띠지않고 원목 판틀안에서 완전히 단단하게 굳어버린 벽돌을 강철노를 원목 판틀과 벽돌의 경계에 밀어넣고 지렛대처럼 사용해 꺼내들었다. 실버 스케일 함선의 벽돌 반죽팀의 36번째 대 디파일러 룩 벽돌이 완성된 것이다. 인어 자경대원 벽돌반죽 팀이 완성한 대 디파일러용 벽돌은 총 18개로 결국 승리는 실버 스케일 함선 벽돌 반죽팀에게로 돌아갔지만 이는 경험의 차이로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사실 무경험자인 인어 자경대원들이 18개의 벽돌을 만든것도 대단한 일이였고 그 결과 차륜전을 펼친 인어 자경대원들은 한 인어들도 빠짐없이 모두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인어 자경대원들이 자신들의 말마따라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티베타르 원사도 결과에 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고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파김치가 되어 널부러져 있는 인어 자경대원들 중 처음에 말을 거어왔던 리더격 인어만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티베르타 원사에게 '실버 스케일 함선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토해냈다.
사실 나를 포함한 티베르타 원사 일행도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적잖이 지쳐있는게 사실이였다. 물론 내경우 육체적인 부하보다는 정신적인 부하에 가까웠지만. 우리 중에 멀쩡한건 멀뚱히 서서 대기중인 싸이클롭스 좀비들 뿐이였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싱싱한 해물들을 넉넉히 준비했으니 마음껏 드시길 바랍니다."
아까부터 뭔가 바다내음이 섞인 해산물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이솔다 공주가 약속했던대로 음식을 준비해왔군.
모두가 녹초가되어 쉬고 있는데 이솔다 공주가 많은 여자 인어들을 대동해 불판과 각종 해산물 그리고 가마솥을 방벽 건설 현장 근처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비키니에 랩 스커트를 착용한 미모의 인어들에게 눈이 갈법도 했지만 지친 병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오로지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어지고 있는 해산물이였다.
파김치처럼 널부러져있던 인어 자경대원들이 벌떡 일어나 이솔다 공주에게 거수경례를 하려했지만 이솔다 공주가 제지한 뒤 편히 쉬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지치고 배고픈 상황이어도 군인은 군인인지라 정비중대와 보병 1중대 병사들은 연단철 대위의 지휘아래 배식대 앞을 혼잡함을 만들지 않고 자로 잰듯 정확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차례대로 접시와 집게를 받아들고 노릇노릇 구어진 생선 전복 조개 소라 꽃게 가재 오징어를 원하는 만큼 집어서 질서정연하게 이동한다.
해산물 구이를 먹을때도 이리저리 삼삼오오 흩어져서 먹는게 아니라 배식대앞에서 줄을 설때처럼 자로잰듯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산물 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병사들 또한 물을 나르고 우주 쓰레기 잿더미 포대를 원목 판틀에 붇느라 힘들었을테니 우리는 좀 나중에 먹도록 하세나."
"아이고 춘아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참을 수 가 없구나. 해산물이 모자라면 어떡하지?"
"이솔다 공주님이 넉넉히 준비했겠지만 보병 1중대의 몫은 계산에 넣지 못하셨을테니 분명 해산물이 모자랄 수 도 있겟지요. 하지만 티베타르 원사님 이 곳 아이스바운드의 연안은 해산물의 보고입니다. 설사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해도 여차하면 인어분들이 바다에 나가서 해산물을 또 잡아올 수 도 있는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