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5화 (2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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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다른 누구도 아닌 함장이 직접 '옥사건씨는 놀고먹어도 됩니다'라고 선언한 상황이므로 선금으로 받은 3달치 월급으로 침대에 누어 백신 마켓이나 뒤적일 수 도 있었지만 언데드 크리쳐를 조종해 건설 작업을 돕는 일은 나에게 더이상 단순한 노동이 아니였다. 일단 용린춘 장로와 무공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방벽 건설작업의 잔업을 돕기로 약속했었고 영력으로 내 손의 신경망과 언데드 회로망을 링크시키는 일이 영력을 단련시켜 스텟 포인트를 투자하는 효과를 낸다는것 또한 깨달았다.

즉 발두인 함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나는 더욱더 열심히 방벽 건설작업에 동참해야할 동기가 생긴것이다.

나는 브리핑 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에게 용린춘 장로가 있는곳으로 안내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주요 간부들의 위치의 경우 함선 인트라넷에 상시 기록하게 되어 있었고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은 그 인트라넷을 참조하여 어렵지않게 나를 용린춘 장로가 있는 격납고로 당도하게 해줬다. 마치 진짜 여동생에게 말하듯이 '나중에 필요해지면 부를게'라고 함선 안쪽으로 멀어져가는 스텔리온을 배웅한 나는 용린춘 장로에게 아침인사를 전했다.

"춘 장로님 어제 꽤 늦게 주무셨을텐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러는 옥사건 자네야말로 밖에서 벌벌떨다가 늦은 새벽에 함선으로 복귀했는데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가?"

"저야 아직 젊으니까요. 그렇게 간단히 감기에 걸리겠습니까?"

"하하하 나도 아직 젊다네. 티베타르 원사님에 비하면 말이지."

"거기 힘이 넘치는 젊은이 두 놈은 언능 와서 이 것좀 옮겨봐라."

어제 작업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티베르타 원사가 테니스 경기장만한 원목재질의 판틀을 지목하며 용린춘 장로와 나를 호출했다. 혹시 보병 2중대장 키샤대위가 짬때렸다고 놀리니까 발끈해서 현장에 나오신건가? 그게 아니라면 우주 쓰레기 잿더미를 기반으로 벽돌 반죽을 배합하는 일이 티베르타 원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나왔을지도 모른다.

정비중대 기관사들은 물론 연단철 대위를 위시한 보병 1중대 병사들이 우주 쓰레기 잿더미가 담긴 포대를 하나씩 짊어지고 있었지만 테니스 경기장만한 원목재질의 판틀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중기로 옮기기에도 부피가 여의치 않아 티베르타 원사가 힘깨나 쓸법한 용린춘 장로와 나를 호출한 것이다.

저기요? 저는 일단 연약한 술사인데 말이죠. 이 사람들이 디파일러 파이터라고 하면 무슨 능력이든 초인인줄 아는 모양이다. 물론 실제로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나는 분명 월등한 신체능력을 지닌 신화속의 괴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DF 레벨의 술사라고 해도 보통은 나정도의 신체능력을 지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람들 앞에서 힘을 숨겨봐야 의미 없는지라 나는 테니스 경기장만한 원목재질의 판틀 한귀퉁이를 집어들었다.

"하나둘셋하면 드는거야. 어디 젊은 놈들 힘이 얼마나 좋은지 보자!"

"티베르타 원사님 나이도 있으신데 너무 무리하시지는 마시죠."

"허어 아직 근력 하나만큼은 젊은 놈들한테 안진다! 헛소리 하지말고 춘이 네놈이나 까딱하다 허리분질러지지 않게 잘해!"

용린춘 장로와 함께 판틀의 한쪽 귀퉁이를 들어올리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최소한 몇 톤은 될 것 같았다. 용린춘 장로의 근력이야 새삼스러울것도 없지만 놀랍게도 티베르타 원사가 판틀의 반대쪽 부분을 혼자서 지탱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키만 좀 작다뿐이지 티베르타 원사의 팔근육이 용린춘 장로못지 않게 두꺼운건 둘째치고 마치 바위같이 단단한 질감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여차하면 싸이클롭스 좀비를 소환할까 생각했지만 티베르타 원사가 상상도 못했던 신력을 뽐내자 조용히 한 쪽 귀퉁이를 지탱하는데만 집중했다.

그렇게 나름 포함한 셋이서 인간 기중기가 되어 원목 판틀을 옮기자 주변 병사들이 기겁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길을 비켜준다. 심지어 우주 쓰레기 잿더미 포대를 겹겹이 둘러맨 연단철 대위도 이쪽을 보더니 못당하겠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서로의 신장이 제각각이 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균형을 맞추느라 걸음이 늦춰졌지만 이내 빠른걸음으로 원목 판틀을 방벽 건설현장에 배치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얼얼한 팔근육을 풀어주는데 저 멀리서 해군 제복을 입은 남자 인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건설 작업을 감독하시는 은린선의 간부님들이시군요. 저희는 이솔다 공주님이 보내서온 아이스 바운드의 자경대입니다. 비록 건설 일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으나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지 열심히 할테니 부디 건설작업을 돕게 해주십쇼."

"춘아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냐?"

"어제 제가 건설 작업을 감독하던 도중에 이솔다 공주님이 건설 작업을 돕고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내일은 벽돌 반죽작업을 진행할터이니 팔힘이 좋은 인어들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마 이 분들이 이솔다 공주님이 선별한 인어분들인것 같습니다."

"흐음 우리 정비중대 애들도 아닌 사람들을 마구 부려먹기는  좀 꺼려지는데. 뭐 하나같이 팔뚝이 젓가락만한데 일하다가 뚝 뿌러지면 내가 가혹행위죄로 덤터기 쓰는거아녀?"

엄연히 이 남자인어들도 아이스바운드의 자경대로서 어릴때부터 창과 동거동락한 자들이었기 때문에 팔뚝이 제법 실했다. 따라서 팔뚝이 젓가락만하다는 표현은 다소 모욕적인 언사가 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 티베타르 원사의 바위처럼 단단하고 통나무처럼 굵은 팔뚝을 목격한 자경대원들은 그 표현을 듣고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헛기침을 남발하며 이 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로서 맨처음 입을연 리더격 남자인어를 간절히 바라볼 뿐이였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므로써 절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가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이솔다 공주님께 큰 꾸중을 듣게되오니 잡일이라도 시켜주십시요."

"허어 그 소리는 고된 일은 다 우리한테 떠넘기고 쉬운 일만 골라하겠다는 말인가?"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비록 이솔다 공주님의 명령이 있었다고는 하나 자경대원으로서 저 또한 아이스바운드를 지키는 방벽의 건설을 동맹관계라고는 하나 외부인에게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떤 일이든 군소리하지 않고 임할테니 제 진심을 알아주십쇼!"

"농담이었수다, 농담. 거참 인어 양반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니 놀리는 재미가 없구만. 일손이 많으면 많을 수 록 우리 정비중대 애들이 편해지니 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일단 이 원목 판틀을 가득채울만한 물을 떠오시오. 단 해수는 절대 불가하오. 한 번 물을 채워서 끝나는게 아니라 수십번은 더 왔다갔다 해야하니 각오들 하시요. 허나 일이 척척 잘 진행되면 내 이솔다 공주님께는 여러분이 큰 도움이 됬다고 따로 말씀드리겠수다."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희는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헌데 저희는 이솔다 공주님으로부터 벽돌 반죽일을 돕게 될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에 비하면 다소 손색이 있겠지만 팔힘이 보통이 아닌 인어 자경대원들로만 모아왔습니다. 벽돌을 반죽하는 작업에서는 달리 저희가 도움을 드릴 부분이 없겠습니까?"

"흐흐흐흐흐 그러면 인어 양반 물옮기는거 말고 벽돌 반죽하는거 하실라우? 미리 말하지만 물을 옮기는 것보다 곱절은 더 힘든 일이요. 인어 양반이 맡아주신다면야 나야 땡큐지."

"아이스바운드를 감싸는 방벽의 주축이될 벽돌 반죽 작업이 고될 수 록 아이스바운드에서 살아가는 인어들의 안전은 강화될텐데 자경대원으로서 어찌 쉬운일을 쫓겠습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이 곳에 있는 자경대원 모두 창 찌르기 천번정도는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면 물을 길러올 수 있는 장소를 안내할 수 있는 길잡이 한 분만 따로 빼주시요. 물길러오는 일은 보병 1중대에게 부탁할 생각이니. 그리고 춘이하고 새로 오신 술사양반은 한 번만 더 고생해야 겠수다. 원목 판틀이 하나인거하고 둘인거는 벽돌 제작 속도가 천지 차이니 오늘 작업을 후딱 끝내버릴려면 하나 더 가져와야 한다."

그렇게 다시 실버 스케일 함선의 격납고로 향했는데 어느새 산더미 같던 우주 쓰레기 잿더미 포대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정비중대와 보병 1중대 사람들까지 합해 200명은 될법한 병사들이 달려드니 어느새 격납고에 있던 포대의 산을 방벽 건설작업 현장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나와 용린춘 장로는 다시금 티베타르 원사와 함께 또 다른 원목 판틀을 들고 방벽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벽돌 반죽작업이 시작 되었고 덩달아 티베타르 원사의 목소리도 귀청을 뚫을듯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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