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6화 (1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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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외부인한테 군복을 보급할정도로 함선 보급 물자상태가 넉넉한게 아니야. 일단 네 옷이 걸레가 된건 내 책임도 일부 있으니 일단 내 군복이라도 입고 있어. 신장때문에 조금 길게 느껴지겠지만 그 정도로 군인이 칭얼거리면 안된다는건 알고 있겠지?"

"감사히 입겠습니다."

"주머니에 건너편 방 출입카드 넣어놨으니까 가서 갈아입고 몸이 괜찮다 싶으면 춘 할아범 한테 가봐. 앞으론 그게 너한테 할당된 방이니까 로그아웃도 거기서 해. 그리고 몸이 않좋다 싶으면 의무실로 재깍재깍 가봐. 괜히 참았다가 병을 키워서 급사하지말고. 네가 비싼 몸이라는건 알고 있지? 멋대로 죽으면 함선을 끌고 네 모행성까지 쫓아가서 아바타 워프 비용을 받아낼줄 알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신장이 작다는게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나는 빳빳하게 다려진 군 제복을 손에 쥔채로 용린은리 사저의 방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군 제복의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과연 딱딱한 카드같은것이 손에 잡힌다. 그 키 카드를 건너편 방의 출입제어 단말기의 홈에 긁어버리자 6평정도 되어 보이는 깔금한 방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기랄 나는 운동장만한 함선에 올라타서도 6평 원룸 신세인건가. 어쨌든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냉장고나 TV 그리고 침대 같은 시설이 잘 갖쳐줘 있기도 했고 이정도면 감지덕지지. 용린은리 사저는 자신이 생각해도 좀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몸이 안좋으면 쉬라고 말했지만 가만히 쉬고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시간이 안가서 고역이다.

뭔가 작업이라도 해야 시간이 훌쩍간다는걸 이미 군대에서 체득하고 있었다. 나는 용린은치 사저의 체취가 남아 있을까 킁킁거리며 군 제봅의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역시나 빨래한지 얼마 안됬는지 세제냄새만 날뿐이다. 다갈아입고 보니 확실히 약간 기장이 길긴했지만 나름 핏이 살아 있는 괜찮은 제복이였다.

그럼 용린춘이라는 작업감독하시는 분한테 가볼까. 군대있을때 나를 고생시켰던 꼰대 행보관같은 스타일만 아니기를 빌며 나는 함선밖으로 향했다.

*    *    *    *

일전에 분명 용린은리 소저를 졸졸 따라서 함선안을 이동한 탓인지 나는 함선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무슨 커다란 저택처럼 생각한것이 오산이였다. 돌아가서 용린은리 소저에게 함선밖으로 나가는길을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아니 애시당초 원래자리로 돌아가는 길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 운좋게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과 조우했고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스텔아 나 길을 잃어버렸어'라고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기내 순찰용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을 파손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는 함내 규정 위반입니다. 물러서주십시요.'라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아 이 스텔리온이 그 스텔이 아닌 모양이구나. 나는 뻘줌해져서 뒤로물러나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정을 정중하게 전했다. 조금 사무적인 어투긴 했으나 어찌어찌 기내 순찰용 옵티컬로이드의 안내에 따라 용린춘이라는 작업 감독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군대있을때 나를 고생시켰던 꼰대 행보관과는 정 반대로 온화한 분위기를 지닌 분이었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오금이 조그라들 수 밖에 없었다.

과장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팔뚝이 내 몸통만한 구리빛 피부의 할아버지가 무슨 대형냉장고만한 벽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은 나를 절로 겸손하게 만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용린검가에 들어온 옥사건이라고 합니다. 용린은리 사저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뭐든 맡겨만 주십시요!

"오호 은리 아가씨께서 사람을 보내주셨군. 그래. 이 늙은이가 혼자할 수 있다고 하는데도  은리 아가씨가 나를 너무 늙은이 취급하는것이 기쁘면서도 섭섭하네 그려."

"그냥 돌아가면 용린은리 사저께 혼날 수 있으니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시켜주시겠습니까?"

"군기가 바짝 든걸 보아하니 자네 은리 아가씨께 혼쭐이 난 모양이군. 은린선(銀鱗船)에 탄 병사들이 가끔 기강이 헤이해져 아가씨께 기합을 받고 나면 다들 자네처럼 행동하곤 하지. 헌데 아가씨께서 보낸 사람이라면 응분 큰일을 시켜야지 어찌 잡일이나 시킬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람을 겉보기로 판단하는것이 실례라는것을 알고 있으나 자네는 아무리 봐도 무투파보다는 학자에 가깝구만."

"겉보기엔 이래도 힘쓰는건 꽤 자신있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이 노부와 팔씨름이라도 해보겠는가?"

용린춘 작업 감독이 내게 보란듯이 근육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외관으로만 봐도 범상치 않다는걸 알 수 있었지만 더욱 무서운건 이 용린춘 작업 감독이 분명 내공을 익히고 있다는 점이였다. 분명 장로직이라고 했으니 고강한 내공심법을 오랜기간 익혀왔을텐데 그 내력이 저 내 몸통만한 팔뚝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면 그 힘은 감히 짐작하기 힘들었다. 물론 옥사건이란 아바타의 무력은 A랭크이고 그것은 신화속의 괴물과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A랭크란 결과물은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과 손톱 '블랙탈론'을 종합한 근접 전투력 산정치이다. 정말 순수한 근력싸움으로 용린춘 작업 감독을 이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생각해보니 강령술사로서 언데드 크리쳐를 부리지 않고 직접 작업에 임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인것 같습니다."

"허허허 낙심하지말게. 누구나 지닌 장기가 다른것 아니겠나? 자네는 자네의 장기를 십분 활용해서 작업에 기여한다면 은리 아가씨께서도 뭐라 하지 않을걸세. 직접 땀흘려 손으로 옮겨야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건 편견이 아니겠는가?"

"그럼 힘쓰는 작업에 용이할만한 언데드 크리쳐를 소환해보겠습니다."

일단 건설 작업처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에는 지능이 있는 언데드를 부르는게 맞겠지만 현재 C랭크의 영력으로 에보니 메이든에 들어있는 녀석들을 제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이언 메이든에서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꺼내들기로 했다. 지능만 없다뿐이지 완력은 어디가서 밀리는 애는 아니였다.

그 시체는 무려 싸이클롭스들의 왕의 것으로 지닌바 힘과 덩치가 남달랐다. 거기에 최대한 살아있을때의 근력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블랙탈론으로 눈알을 꿰뚫어 죽인 다음 정말 독한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약초들을 배합해 만든 거대 인공호수에 시체를 푹 담궈 근육의 섬유세포들을 유지했다. 그 후 세밀하게 음에너지 핵을 동력원으로 구동하는 내부 언데드 회로망을 심혈을 기울여 짯기 때문에 건설 작업에도 큰 무리없이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투에 관련된 명령어 특히 바위 투척행위를 위주로 회로를 구성했기 때문에 영력망을 일일히 연결시켜서 내 손 신경망과 언데드 회로망을 동기화시켜 수동으로 조작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넓은 공터로 이동해 아이언 메이든에서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꺼내든 나는 C랭크 영력의 좁은 커버리지 때문에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언데드 회로망과 내 손의 신경망을 동기화 시키는데 애를 먹었다.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발 바로 옆에 있는대도 불구하고 싸이클롭스 킹의 덩치가 10층 아파트만하다보니 C랭크 영력의 커버리지로는 아슬아슬 했던 것이다.

Ex랭크의 영력을 소유하고 있었을때는 지평선이 보이는곳까지 언데드 크리쳐들을 일렬 종대로 세워도 운용하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왠지 서글퍼진다.

"호오 이 놈이라면 인어 피난민들의 새 거주지는 물론 대 디파일러용 요새화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될것 같으이. 내 늙은이처럼 옹고집을 부리지말고 일찍이 아가씨께 자네를 빌려달라고 말할 것을 괜히 병사들만 고생시켰군 그래. 헌데 말이야 조금 미묘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말씀만 하십쇼. 이왕 도와드리기로 한거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게 제 마음도 편합니다."

"혹시 환영술 계열 술식을 조금 할줄 아는가?"

"그...글쌔요. 손도 대본적이 없어서."

"이곳 수왕성의 토착민들은 워낙 물고기들과 어울리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와서 말이야. 이런 형태의 크리쳐는 다소 거부감을 줄 수 가 있네. 농담이 아니라 이 놈을 보고 이곳이 디파일러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는 피난민들이 있을 수 도 있네. 그런고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리게."

확실히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외관은 디파일러가 귀여울정도로 혐오스럽긴 했다. 각종 약물과 음에너지로 인해 온몸이 검게 타들어가 마왕의 현신이라고 해도 믿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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