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4화 (1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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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LPTM(Liquid Physical Tranining Machine)을 사용한지도 5일째가 넘어섰다. 개강 후 첫주는 개략적인 과목 설명만 이루어졌기에 나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LPTM에 할애할 수 있었다. 개강파티처럼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을 만날 수 있는 일전에 말했던 봄바람 내음이 나는 이벤트가 있었고 생명공학과 학생회장인 우레가 나를 초대해주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그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스스로의 중심축을 흔들리지 않을만큼 단련하는 일이 최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야사와의 만남이 내 행동 우선순위중 일순위였던 청춘 이벤트를 잠시 뒤로 미루게 만든 것이다.

뉴스에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지만 나는 언젠가 세상을 떠들석하게할 파도가 밀려올것을 의심치 않았다.

나 김사건은 분명 명석한 두뇌에 무서운 집념을 지닌 인재다. 그렇기에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네임드 스킬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에서도 유용한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넓은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맹신하진 않는다.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선 VOT 온라인의 지식을 기반으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것이고 이 세계의 지식은 분명 지구에 파란을 몰고 오겠지.

-옥사건 사용자님 산소 융화 중수의 파동분석 결과 표준 팔굽혀펴기 자세와 비교했을때 오차가 발생하였습니다. 즉시 시정해주지 않으시면 중수의 농도가 높아집니다.

알았어. 알았어. 임마. 잠깐 딴 생각 하느라 자세가 흐트러진것뿐이야. 하도 고객센터 상담원이 금칠을 해대서 나는 LPTM을 사용하면 5일안에 식스펙의 윤곽정도는 만들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LPTM의 모토는 '겉으로 번지르르한 근육이 아니라 전투에 최적화된 실전근육을 키우자'였고 그 과정은 과학적인 스파르타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과학적인 스파르타가 뭔고 하니 일단 표준 중수 농도에서 사용자가 할 수 있을만큼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용자의 초기 근력수치를 추출함은 물론 자세를 실전근육 양성에 적합하게 교정한다.

여기까지는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괜히 스파르타라고 부르는게 아니였다. 표준 중수 농도아래에서 팔굽혀펴기 횟수를 계속 측정해서 근력회복속도 및 근력증강속도를 분석하고 나면 본격적인 스파르타 교육방식의 시작이다. 정중한 목소리로 '즉시 시정해주지 않으시면 중수의 농도가 높아집니다'라고 말하길래 만만하게 생각하고 대충했더니 LPTM시스템이 중수의 농도를 점진적으로 상승시켰고 나는 중수가 온 몸을 짓누르는 고통에 항복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옥사건 사용자님 산소 융화 중수의 파동분석 결과 옥사건님의 팔굽혀펴기 속도가 표준 팔굽혀펴기 속도와 비교해서 30%감소 되었습니다. 표준 팔굽혀펴기 속도를 회복하실 때까지 중수의 농도를 낮추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LPTM시스템이 나를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기만 하는것도 아니였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5일동안 이 협소한 캡슐안에서 팔굽혀펴기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간해서 효과적인 실전근육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걸 나도 체감하고 있었다. 처음과 비교해서 부쩍 팔굽혀펴기 횟수가 늘어난것에 보람도 느끼고 있었다. 끝내 내 근섬유 세포 하나하나 놓치지않고 쥐어짜낸 후에야 LPTM시스템이 나를 해방시켜줬다.

중수가 천천히 빠져나갔고 나는 폐안까지 가득찬 산소 융화 중수를 토해냈다. 이 느낌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네.

LPTM 시스템이 나를 보송보송하게 풍건조시키고 나서야 나는 LPTM 캡슐을 빠져나왔고 극심한 피로감에 엉금엉금 기어서 냉장고안에 있는 물과 함께 적하수오환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그나마 이 사은품으로 준 적하수오환이 있어서 지금까지 근육의 피로를 금방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진통제 역할도 해주어 나는 금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5알 남았는데 이거 없으면 이제 어떻게 사냐? LPTM 사측도 꽤나 영리한것이 선심쓰듯 이런 귀한 약을 서비스 해주는척 했지만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로 이 약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VOT 단말기 초회 사용자에게 주는 배송 무료 쿠폰도 없고  무엇인가를 주문하려면 일단 기본으로 1000 VP가 필요했다. VP를 벌려면 수왕성으로 다시 돌아가서 디파일러들을 잡아야한다는 소린데.

"그러고보니 용린은리 사저를 본지도 꽤 됬군. 인사차 잠깐 갔다올까?"

종종 용린검가 커뮤니티에 들리고 있는데 딱히 용린은리 사저가 나를 호출하는 글은 없었다. 만약 디파일러가 공격해왔다면 분명 대 디파일러 유효전투력을 지닌 DF(Defiler Fighter)인 나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이 1대 제자로 들어온 나에대한 불만이 게재된 글을 볼 수 있엇는데 댓글을 보아하니 찬반 여론이 뜨거웠다. 하하하 이 용린검가 제자분들 뒷담화를 하려면 최소한 상대가 볼 수 없는 장소에서 하던가.

그래도 다행인점은 용린검가 내에서 직위가 높은 장로분들이 나를 변호해줬다는 점이다. 가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으니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제자들은 경거망동하지마라는 댓글 이후로는 신나게 악플을 달던 2대 제자들이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나는 자취방의 낡은 침대에 몸을 누이고 이불을 덮어쓴 후 VOT 단말기에서 아바타 로그인 기능을 실행했다. 캡슐에서 접속하는게 아니라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간편하다는 생각을 할무렵 정신이 아득해지고 시야가 암전된다. 약간의 딜레이 후 다시 밝아진 시야에 용린은리 사저의 정갈한 방과 용린은리 사저가 군 제복을 갈아입는 장면이 포착된다. 잠깐 뭐뭐?

"웬 놈이냐!"

브래지어로 받쳐지고 있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의무봉한 자태를 뽐내는 용린은리 사저의 가슴끝에 겨울내 열린 산딸기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생에 단 한번 있을까 말까한 좋은 구경을 하게된 셈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목숨의 위협도 받게되었다.

목전에 닿아 있는 용린은리 사저의 용린검이 그렇게 시릴 수 없었다. 분명 검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팔목에서 홀로그램이 일렁이더니 어느새 용린검이 용린은리 사저의 손에 쥐어졌고 사저는 번개같은 반응속도로 아바타인 내가 제어권을 찾아 기척을 내자 검을 들이민것이다. No.24 용린검 TM2에 저런 기능이 있었구나.

내 목전에 밀집된 이매망량들이 힘겹게 그 검격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용린은리 사저의 서슬퍼런 기세가 검기로 발현된다면 C랭크의 영력으로 운용되는 이매망량으로는 버틸재간이 없을것이다. 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용린은리 사저의 가슴끝 산딸기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그래 죽을땐 죽더라도 좋은 구경이나 하다 죽자.

"이 지경이 됬는데도 눈알을 굴리다니 네 녀석도 거시기 달린 수컷이라 이거냐?"

"죄송합니다. 사저."

"뭐가 죄송한지는 알고? 아바타들이 본체로 돌아갈때 자신의 아바타가 위험한 외부환경에 노출되는걸 극도록 꺼린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선심써서 내 방에서 로그아웃하게 해준거야. 아직 네 방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상식이 있는 놈이라면 자신의 아바타가 사저 방에 있다면 로그인 하기 전에 내게 의사를 물었어야지. 그렇지 않아? 설마 용린검가 커뮤니티 기능중에서 쪽지기능이 있는지 몰랐다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겠지?"

"일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무릎이라도 꿇을가요?"

"무릎을 꿇기전에 눈을 감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이지 수컷놈들은 하나같이 이런식이라니까. 원래라면 네 놈의 두눈을 파내서 디파일러들에게 내줘야겠지만 영감탱이가 얼마안남은 선천지기가지 써가며 얻어온 귀한 술사를 잃을 순 없으니 특별히 한 번만 봐주겠어."

"가...감사합니다. 사저"

"그렇다고 해서 맨입으로 넘어가겠다는건 아니야. 나는 입으로만 나불대는 사과따윈 경멸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일을 해서 내 화를 풀어라."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지금 수왕성 각지에 있는 인어 피난민들을 실버 스케일 함선 옆에 있는 도시로 집결시키고 있는 중이야. 그때문에 거주지 확충은 물론 디파일러들의 침략을 대비해서 요새화작업도 진행중이지. DF라고 해서 뒷짐지고 거들먹거리지 말고 네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서 건설작업을 도와."

"사저 힘쓰는건 자신있긴 한데 건설같은건 군대에 있을때 모래포대 진지같은것 밖에는 안해봐서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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