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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즉 과거의 힘을 믿고 어줍짢게 자존심을 뻗뻗하게 세웠다간 좋을 꼴은 못볼것이다. 특히나 수백마리의 디파일러 폰들을 상대로 군 제복에 핏방울 하나 튀기지않을 수 있는 여검사를 상대로는 말할것도 없었다. 정말이지 눈빛만으로 나를 베어버릴것처럼 쳐다보던 용린은리 사저가 조심스럽게 내 멱살을 내려놓았다. 휴우 살았다.
"지휘통제실의 전투기록에 따르면 동부전선에서 제법 날뛰었다는데 비실비실하게 생긴것 치곤 숨겨진 한 수 가 있는 모양이군. 함선의 전력은 모조리 토착민들의 도시를 보호하는 실드로 돌릴 수 밖에 없었으니까 에너지 무기를 위한 에너지 쉘도 못쓰고 대 디파일러용 탄약도 가격이 올라서 마구잡이로 쓸만큼 함선의 재정형편이 좋질 못해.
너나 나처럼 디파일러 무리를 상대로 유효 전투력을 지닌 DF(Defiler Figter)들이 몸으로 때워야 탄약을 사기 위해 소모되는 VP(Vaccine Point)도 아끼고 일반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일도 없는거지. 고생했다."
제법 누그러진 눈빛으로 용린은리 사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보다 용린은리 사저의 키가 컸기 때문에 마치 누나가 어린 동생을 칭찬하는듯한 형세였다. 지금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서 나를 구슬려보려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헤헤 근데 머리 쓰다듬어지는게 왜이리 기분좋지. 고양이과 동물이 사람에게 쓰다듬어달라고 보채는 이유가 뭔지 알것 같아.
"지금 함장에게 너를 소개해주고 싶지만 토착민인 인어들의 지도자와의 협의나 오늘 있었던 전투때문에 부대 재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중으로 미뤄야할것 같군. 그러고보니 너 아바타 소유자지?"
"예 그런데요."
아하 드디어 아바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줄 사람을 찾은건가? 대충 내게 또 하나의 육체가 생겼다는 점을 인식하긴 했지만 도대체 왜 이런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됬는지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에 의해 아바타가 만들어졌고 제어망이라는 보통은 볼 수 없는 선에의해 그 아바타가 제어될 수 있지만 혁 영감의 용린무형검이 그 제어망과 내 아바타와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허나 이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의 제어망은 제어하는 아바타의 부재 또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혁 영감은 내가 얼티밋 언데드 폼으로 갈아타기 전 육체에 제어망을 연결하기 까지 한것이다. 즉 내가 지금 이 아바타로 이 세계에 자유롭게 두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는데에는 혁 영감의 조력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궁금한것은 애초에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왜 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 아바타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저 그런데 사저 제가 아직 주위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데 VOT 시스템은 무엇이고 아바타는 어떻게 만들어진겁니까?"
"하아? 너 그런것도 모르면서 연단철 대위에게 협조해서 전투에 참여한거야? 그러니까 나도 원래 내 행성에선 몰랐던 지식이지만 VOT 단말기를 손에 넣고 알게 된건데 말이야. 기초면역학이라는게 있잖아. 너도 술사니까 먹물좀 먹어봤다면 나보다 잘 알꺼아니야. 세균이 몸안에 침입하면 사람 몸안의 면역체계가 발동해서 세균을 몰아내잖아. 만약 세균을 몰아내지 못하면 상처가 썩게 되는거고. 그런것과 마찬가지야.
디파일러놈들은 세균이고 VOT 시스템은 우주의 면역체계야. 지성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썩는걸 방지하기 위해 정체모를 우주의 초월적 의지가 디파일러를 제거하기 위한 VOT 시스템 즉 대우주적 면역체계를 발동시킨거지. 뭐 내 의견이 아니라 VOT 커뮤니티에서도 저명한 학자 모임에서 제시된 논문의 내용이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나도 사실은 VOT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지 디파일러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몰라.
단지 내가 아는건 이 디파일러놈들이 내 모행성을 멸망시킨 장본인이라는 거야. 그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행성을 점령하려 하고 있고 나는 그걸 막고 싶어. 자신이 살고있던 세계가 부서지는 경험을 또 누군가가 겪게하고 싶진 않으니까. 물론 디파일러 놈들에 대한 복수의 감정또한 남아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리고 아바타라는건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중에서도 유달리 디파일러들에 대해 저항력이 약한 행성을 보호하기 위해 VOT 시스템이 직접 항생제를 주사했다고 보면돼. 나같은 경우 모행성에서 디파일러들을 격퇴하면서 쌓은 Vaccine Point로 VOT 시스템을 통해 구입한 영약으로 직접적으로 내 본체를 강화시켰지만 어떤 행성의 경우에는 지적생명체가 대인 전투 능력에 관련된 학문이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곳이 있다고 하는군.
그래서 아바타라고 하는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육체를 통해 최소한 그 행성이 디파일러들에게 힘을 축적하는 근거지가 되는것은 막으려 하는거지. 물론 VOT 시스템의 맹점을 파고들어 그 아바타라는 또 다른 육체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무법자들이 양성되긴 했지만 단시간에 디파일러들을 상대로 죽음을 불사하는 Defiler Fighter들을 양성했다는 점을 일부 학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지.
그러고보면 나는 아바타를 악용하는 무법자녀석들 때문에 지금까지 개고생만 했는데 너가 실버 스케일 함선에 들어와서 DF의 업무를 분할하게 되었으니 이제야 아바타 시스템덕분에 재미를 보는군.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용린검가 커뮤니티에서 탈퇴하고 다른데로 가버리면 우주 끝가지 쫓아가서 평생 앉지도 못하게 볼기짝을 찢어버릴줄 알아!"
사저 저는 용린검가에 절대충성입니다. 나는 금방이라도 내 볼기짝을 날려버릴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용린은리 사저에게 제법 그럴듯한 충성 제식을 선보였다. 용린은리 사저는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충성을 받아줬지만 확실히 헌역 군인은 티가난다. 용린 은리 사저의 말에 따르면 혁 영감이 한 행동 또한 VOT 시스템의 맹정을 파고들어 나를 VOT 시스템에 귀속된 아바타가 아닌 무법자 아바타로 만든 셈이라는거다. 물론 용린은리 사저가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있는 와중에는 범죄는 커녕 용린검가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을겠지.
"저 그러면 용린은리 사저는 아바타가 아니라 본체로 디파일러들을 상대하신겁니까?"
"뭐 그런셈이지. 내가 있던 모행성인 검림성에는 무공이라고 하는 대인전투학문이 대중적으로 퍼져 있었거든. 은거기인같은 분들도 많았고. 결국 검림성이 멸망하긴 했지만 디파일러라는 괴생명체에게 대항하기 위해 서로 원수지간이던 문파들마저 힘을 하나로 뭉쳤을때는 정말로 디파일러들을 몰아낼 수 있을줄 알았지. 뭐 결국 문파 단위로 그동안 디파일러들을 격퇴하며 모은 Vaccine Point로 셔틀을 구입해서 검림성을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야.
아무튼 나도 이번 디파일러와의 교전으로 인한 피해와 보급품 수요를 사열해야하니까 질문은 그정도로 해둬. 심심하면 어느정도 일이 일단락되기전까지 로그아웃해서 본체에게 갔다오던가."
에엥? 로...로그아웃 할 수 있는건가. 옥사건이 아닌 김사건으로서의 인생은 영영 바이 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군. 본래 VOT(Vaccine Of Things) 게임 내에서의 로그아웃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니 정말로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아바타의 안전을 위해 안전한 장소에서 로그아웃 해주십쇼'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난다. 원래는 세이프티 토치라는 소모품을 사용해서 아바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세이프티 토치는 커스텀 아이템이였다.
물론 얼티밋 언데드 폼이 더럽게 튼튼해서 왠만한 충격에는 꿈적도 안하겠지만 나름의 보호장치를 준비해야만 본체로 돌아가도 안심할 수 있을것 같았다.
"아 맞다. 아바타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않으면 바로 옆의 내 방에 쳐박아두도록. 병사들이야 말할것도 없고 함장도 내 방은 함부로 못들어 오니까 안심하고 보관해. 함선내에서의 네 방배정도 일이 일단락되고 나면 해줄테니까."
"아 사저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곤 용린은리 사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함장도 함부로 못대하는 소령계급의 간부라. 비단 사저라서가 아니라 이 실버 스케일 함선에서 평탄하게 생활할려면 제대로 줄을 대야할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옆방으로 진입했다. 사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갈한 방에 검 몇자루만이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대충 구석에 쭈구려 앉아 이매망량으로 하여금 아바타의 급소부위를 감싸게끔 명령한 뒤 몇 가지 소소한 방어 술식을 아바타에 걸어두었다. 영력이 Ex랭크 였다면 지능이 있는 강력한 언데드 크리쳐로 하여금 아바타를 지키게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정도가 최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