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7화 (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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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내 손톱인 블랙탈론을 이루고 있는 언옥타늄이 괜히 Un Obtable Num이라고 불리우는게 아니였다. 도달할 수 없는 넘버링의 재질을 지닌 비원의 무기 블랙 탈론은 내 신체 일부로 판정되어 VOT(Vaccine Of Things)로부터 무기 넘버링을 받지는 못했지만 단언컨데 혁 영감의 진천용린검에 비해 꿀리지 않을 것이다. 네임드 던전 '무간지옥'의 99층에서 손에 넣은 주먹만한 돌덩어리였던 언옥타늄은 변이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었다.

물론 마력을 머금어 그 마력의 성질을 자신의 형질처럼 융화할 수 있는 금속이 언옥타늄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허나 언옥타늄만의 상상을 초월한 특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 어떤 형태로 바뀌어도 금속의 강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형태였던 돌덩어리가 됬던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이 되었던 오함마로 내리찍어도 잔상처 하나 나지 않는게 바로 내 손톱, 블랙탈론이였다. 즉 이런 방식의 운용법이 가능하다는거지. 내 손톱, 블랙탈론이 도데카 코어의 마력으로 부터 정제 되어진 변이 에너지로 인해 내 키보다 10배정도 길게 뻗어 나간다. 단순히 길이뿐만 아니라 변이 에너지로 예리하게 벼려진 손톱의 절삭력은 어느 명검 못지 않았다.

"크에에에에에에웩!"

비운의 디파일러 나이트 트리플 크라운씨가 채 소화되기도 전에 끝없는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어보미네이션이 내게 어기적 어기적 다가왔다. 나는 구역질나는 시체덩어리들의 다리를 블랙탈론으로 썰어버렸다. 어보미네이션의 경우 내 얼티밋 언데드 폼과는 달리 자연 치유력은 전무하고 오직 생명체를 씹어삼키는것만으로 스스로의 상처를 수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거대한 덩치가 무색하게 어보미네이션의 신형이 금세 무너졌다.

하반신이 채썰리듯 아작나도 엉금엉금 기어와 주인을 잡아먹으려 하는 어보미네이션의 집념은 확실히 소름돋는 것이다. 영력이 Ex랭크였을때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하극상에 나는 다시금 냉혹한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 수백의 디파일러 폰 무리를 손쉽게 물리쳤다고 자만했다간 디파일러가 문제가 아니라 내 언데드 크리쳐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시체덩어리가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아가리가 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17m에 가까운 내 손톱, 블랙탈론으로 어보미네이션에게 회생불가의 상처를 입혔다. 갈기갈기 찢겨진 시체덩어리들이 꿈틀거리다 어느새 미동도 없이 축 늘어진다. 이런 흉측한 것을 방치할 수 도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아이언 메이든이 아닌 에보니 메이든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그저 생긴것 만으로 괴이한 암운을 뿌리는 이 관에는 Ex랭크의 영력을 지니고 있던 때에도 다루는데 애먹었던 괴물중의 괴물들이 잠들어 있었다.

당연한 애기지만 영력이 C랭크인 지금의 나로서는 이 에보니 메이든안의 존재들을 컨트롤할 자신이 없었다. 싸워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자신의 언데드 크리쳐를 내 손으로 회를 쳐버리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 어보미네이션들의 살덩이를 에보니 메이든에 넣는것은 가능했으니 아마 그 녀석이 흔적도 없이 시체들을 먹어치워 주겠지.

-주인님 동료 옵티컬로이드의 탐색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동부전선에는 더 이상 디파일러 생명체 반응이 없다는 판단을 지휘통제실에서 내렸습니다. 서부전선의 전황 또한 용린은리 소령의 활약으로 일단락되었으니 함선 실버 스케일로 귀환하라는 권고사항이 내려왔습니다. 아직 주인님의 직위가 지휘체계상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령사항은 아니지만 다른 볼일이 없으시다면 전투 피로를 풀고 다음 전투를 위한 정비를 위해 지금 실버 스케일로 돌아갈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니 내가 갈곳이 어디있다고 함선으로 귀환하라고 부탁까지 하는거지? 오히려 함선에 오지말라고 하면 곤란한것은 나였다. 나는 단 한발도 발사해보지 못한 복합형 소총 퀴짓 서틴을 주워들었다. 생각해보니까 연대위가 주고갔는데 써먹어보질 못했다. 이 쿼짓 서틴이 아무리 좋은 무기라고 해도 솔직히 블랙탈론보다 좋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총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는 무기는 역시 부담스럽다.

그래도 기왕 받은김에 한번 쏴볼까? 나는 근처의 나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더듬더듬 거리며 총기를 만져가며 안전고리 장치를 해제하고 노리쇠를 당겼다. 어째서 이런 대우주시대에 이런 고전적인 총기 장전 방식이 계속해서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야 익숙하니 좋다. 묵직한 그립감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기니 매서운 파쇄음이 귓가를 때린다.

타아아아아아앙!!!

내 허리둘레쯤을 될법한 나무가 그대로 두동강 나버렸다. 와우! 이거 생각이상으로 괜찮은데? 이 정도면 못해도 이십번대의 파괴술식급을 될듯한 파괴력이다. 탄약만 받쳐준다면 이십번대의 파괴술식을 쉴새없이 연사할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일반탄약보다 파괴력이 높은 유탄까지 발사할 수 있다고하니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의 장비 넘버링에 따르면 복합형소총 쿼짓 서틴은 최소 삼십번대라는 소리다. 함선으로 돌아가면 연대위한테 이거 가져도 되냐고 졸라볼까?

나는 특수부대 요원이라도 된듯 쿼짓 서틴을 이리 저리 겨냥하며 함선으로 향했다. 오오옷 블루팀 스나 삼대 일상황에서 역올킬을 이루어냅니다라는 헛소리를 내지르며 나는 상황극에 빠졌다. 함선으로 귀환하는 다른 옵티컬로이드와는 달리 스텔리온이 내 곁에서 붕붕 떠다니고 있었다. 설마 이거 지휘통제실로 송출하는건 아니겠지?

*    *    *    *

"영감탱이가 보낸 강냉이술사인지 강령술사인지 뭔지가 너냐?"

어깨까지 내려오는 손질안된 흑단같은 머리카락, 명검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흉흉하지만 기본적으론 동양 미인의 이목구비를 지닌 여성이 다소 껄렁껄렁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았다. 붉은색 넥타이가 돋보이는 군 제복이 수백의 디파일러 폰들을 상대한 사람답지 않게 깔끔했다. 과연 혁 영감의 손녀라는건가? 보통 실력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거겠지. 아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코앞에 있는 제복의 허리에 매여져 있는 검집이 부담스럽다.

C랭크로 하락된 영력의 이매망량으로 내가 이 여검사의 검격을 이 거리에서 막아낼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느라 용린은리 소령의 물음에대한 대답은 고개를 까딱거리는것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득달같이 내 멱살을 잡아오는 용린은리 소령의 손놀림이 매섭기 그지없다. 제길 몸이 반응하지 못한것은 물론이고 눈으로 손이 움직인다는걸 인식하지 못할뻔했다.

"이 건방진 자식이 사저가 묻는데 고개나 까딱거리기나하고 제대로 혼나볼래?"

사저라고? 같은 사부를 모시고 있지만 연배가 높은 여자를 칭하는 그거 말하는건가. '아니 언제부터 댁이 내 사저가 된거요?'라고 말하기엔 용린은리 소령의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 베일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소심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기 제가 언제 어떻게 용린은리 소령님의 사제가 된건가요?"

"뭐야 그 영감탱이 제대로 언질도 해주지않고 외부인을 1대 제자로 받아들인거야? 노망이 난건가 이 영감탱이가. VOT 단말기로 커뮤니티 공지사항 확인해봐. 작성자가 용린혁으로 되있는 글에 너를 자신의 직전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있으니까. 그리고 일단은 나도 영감탱이의 손녀이자 직전제자이니 내가 네 사저가 되는게 맞지. 그러니까 앞으로 잘 모셔라.

방금처럼 하늘처럼 높으신 사저가 묻는데 고개만 까딱거리지 말고. 봐주는건 이번 한 번뿐이다.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나는 내 멱살을 뒤흔들며 눈에 불을 켜는 용린은리 소령 아니 사저의 윽박지름에 군기가 바짝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세계로 넘어오기전에는 내가 어디가서 기세에 눌리고 다니는 유저는 아니였다. 레벨 1000을 달성한 유저들 중에서도 돋보적인 실력을 지닌 천외천의 일원인 내가 뭐가 아쉬워 자존심을 굽히겠는가? 솔직히 말해 같은 천외천의 일원들도 나와 마찰을 일으키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혁 영감의 말마따라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고 군세이되 군세가아닌 나는 최소한 일대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였다. 하지만 혁 영감의 말에 따르면 내가 게임이라고 알고 있던 세상은 그야말로 튜토리얼 공간에 불과했다. 또 다른 현실로 넘어온 나는 네임드 술식을 발전시킨 얼티밋 언데드 폼 덕분에 전투력 손실이 적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Ex랭크였던 영력이 C랭크로 하락한 덕분에 진짜 핵심전력은 사용할 수 없게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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