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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5화 (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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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이제서야 왜 네임드 NPC들이 그토록 까탈스러웠는지 상위 넘버링된 네임드 스킬들 특히 얼티밋 언데드 폼의 원형이된 팔십번대 술식인 리치폼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이해가 간다.

그 모든 것은 VOT(Vaccine Of Things)가 게임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니지만 내 몸을 칼날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연대위에게서 풍기는 괴이한 피비릿내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 나이트스토커 덕분에 나는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지각했다.

전장에 도달하기 전에 정신을 차려 다행이였다. 나는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두뇌를 풀가동하여 지금 내 마력과 영력 랭크로 부릴 수 있는 최대 전력의 엔트리를 짜기 시작했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의 첫 전투였지만 두려움보다는 흥분감이 앞선다.

"도착했습니다. 저는 다른 소대장들과 함께 병사들을 인솔해서 퇴각준비를 해야하니 여기서 부터는 개별 행동을 하겠습니다."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고함치는 소리와 빗발치는 탄약때문에 귀가 먹먹해지는 전장에 드디어 도착했다. 평화롭고 고요하던 인어들의 수중도시와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나는 전장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호버 크래프트에서 내렸다. 내 배부분에서 꼼짝않던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도 나를 따라 붕붕 떠다니기 시작했다.

이 정도 오버테크놀로지에 놀라기엔 이미 너무 많은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는 시큰둥했다.

전차 바퀴가 달린 벙커들이 일렬로 나란히 세워져 전방을 향해 불을 뿜고 있었는데 연대위가 후퇴신호를 보내서인지 멈춰 있던 전차 바퀴들이 서서히 움직이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전방을 향한 화력이 약화되었고 나는 사람들이 입아프게 떠들어대던 디파일러의 정체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흙먼지를 헤치며 등장한 그 기괴한 생명체는 근육이 피부 바깥으로 들어난 끔찍한 4족 보행체였다.

제 어미라도 감싸주기 힘들듯한 비쥬얼이 마치 내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 타입을 연상시킨다. 다른 유저들이 몬스터로 착각하고 공격할까봐 간신히 지금의 사람다운 모습으로 개량했지만 특유의 녹색 피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잠시 집중포화를 멈춘 이유가 밝혀졌다. 전차 벙커로 부터 기다란 포신이 튀어나

오더니 귀청을 찢을듯한 단발성 포격이 디파일러들을 흔적도 없이 박살내버린다. 아마 후퇴를 위한 시간벌기용 포격이었나보다. 단발성 포격으로 디파일러 폰들의 돌진을 저지하고나자 전차 벙커들이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용린검가에서 오신 용린검객님 그러면 뒷일 부탁하겠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받으십쇼."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전차 벙커에서 연대위가 내게 무언가를 던져왔다. 얼떨결에 받고 살펴보니 매끈한 흑색 나신의 복합형소총이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용한 M16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묵직한 느낌이다.

"스텔아 이거 뭐하는 물건이니?"

-VOT 시스템에 등록된 정규군들의 기본화기인 쿼짓 서틴입니다. 디파일러 나이트의 재생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특수 유탄이 장착되어 있어 병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입니다. 처음 사용하시는 거라면 훈련병을 대상으로한 튜토리얼 홀로그램 파일을 VOT 시스템 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불러올까요?

아니 뭐 그럴 필요는 없고. 나는 머리에 직접적으로 속삭이는듯한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의 설명에 움찔했다. 아마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와 동기화했기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어떤 원리인지 심히 궁금해졌다.

"스텔아 이거 지금 내 머리 속에서 속삭이듯이 말하는거 어떻게 하는거야?"

-VOT 시스템의 라이브러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분이라 설명해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 다른 옵티컬로이드의 전황 관찰정보에 따르면 방금의 포격으로 주춤했던 디파일러들이 다시 동쪽 전선으로 돌진해고 오고 있습니다. 주인님은 신속히 전투준비를 마치시고 다른 볼일이 없으시다면 저 또한 상공으로 올라가 동료들과 함께 전황 관찰에 집중하겠습니다.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은 그렇게 말하곤 상공으로 올라가버렸다. 결국 내 주변에는 연대위와 함께 타고온 호버 크래프트만이 남았다. 아 잠깐 전투가 벌어지면 이 호버 크래프트는 산산조각 날텐데 이렇게 놔둬도 되나?  아이언 메이든에다 넣어둘까? 그러다가 군용 물자 횡령으로 잡혀가는건 아니겠지? 아 이걸 스텔이한테 물어봤어야 했는데.

나는 땅의 떨림이 두드러지게 느껴질정도로 디파일러들이 근처에 다가왔다는걸 깨닫고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호버 크래프트를 아이언 메이든 안으로 쑤셔넣었다. 운동장만한 드래곤도 들어가는 마당에 호버 크래프트 정도야 짐이랄 것도 없었다.

그러면 이제 저 멋모르고 달려드는 하룻강아지들한테 진짜 지옥이 무엇인지 보여줄 차롄가? 나는 아이언 메이든 안에서 시체 덩어리 들이 결합된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들을 꺼내들었다. 저런 하룻강아지들을 상대로 내 진짜 콜렉션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적당히 소모품으로 쓰고 버리는 용도의 언데드 크리쳐만으로 충분했다.

5층 정도의 상가 건물만한 시체덩어리가 지옥에서 들려올법한 괴이한 소리를 지르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어보미네이션들이 내 1억 짜리 전쟁용 낫, 나이트스토커처럼 모래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애시당초 커몬 몬스터의 경우 시체를 남기지 않고 하얀입자가 되어 사라지니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지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놈들이였기 때문에 나는 직접 이 녀석들을 조종해야만 했다. 뭐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그저 전진하라는 단순한 명령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그들의 추악한 본능이 알아서 디파일러 폰들을 찢어발겨 줄테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은 놈들이라 나는 아낌없이 전장에 어보미네이션들을 뿌렸다.

-주인님 함선의 지휘통제실에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주변에 생선된 괴생명체에 아군인식표를 설정해도 되냐는 내용입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아니 안그러는게 좋을걸? 이 녀석들 살아있는거라면 가리지 않고 찢어발기는 녀석들이라 괜히 아군하고 섞이면 큰일난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만 어그로가 끌리기 때문에 내 언데드 병사하고는 무리없이 섞여서 싸울 수 있긴 하지만. 나는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있던 어보미네이션들을 모조리 비우고 나서야 아이언 메이든을 다시 인벤토리로 집어넣었다.

단순히 전력의 균형을 맞추는것과는 별개로 넓은 평지지역을 모두 커버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였다.

뭐 다시 만들면 되는거니까 아깝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디파일러들과 내 어보미네이션들이 맞붙었다. 흉칙함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역시 내 어보미네이션들이 한 수 위였다. 물론 비단 흉칙함뿐만 아니라 힘의 차이도 극명하다. 마치 강아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시체덩어리의 거인들이 디파일러 네 다리를 잡고 찢어버린다. 전장에는 때아닌 지옥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광경이기는 했지만 괴이한 비명과 뜨끈뜨끈한 선혈이 주는 청각과 촉감은 전장에 현실감을 더하고 있었다. 향기가 없는 조화가 진짜 꽃이 되어 나는 지독한 현실이라는 향기에 취해 전장에 눈을 때지 못했다. 도대체 김사건 너는 뭐하는 놈이냐? 이런 지옥같은 상황을 코앞에 두고 헛구역질 정도는 해주는게 예의아닌가?

허나 내 머리속은 게임에서 하던것처럼 어떻게 효과적으로 디파일러들을 격퇴시킬것인가에 대한 계산으로 가득했다.

-주인님 전황을 지켜만 보고있던 디파일러 나이트 3개체가 현재 굉장한 속도로 주인님에게 접근중입니다. 다대일 근접전투를 대비해 주십시요.

흐응 저쪽의 수뇌부도 똥줄이 타는 모양이지? 나름 디파일러 폰들이 내 어보미네이션에게 달려들어 살덩이를 한웅큼 물어뜯는등 분발하는 중이였지만 어보미네이션들이 그런 상처따위에 신경쓸 놈들이 아니였다. 오히려 자신을 물어뜯는 디파일러 폰들을 집어들어 삼켜서 더더욱 덩치를 불려나갈 뿐이다.

그렇게 적지 않은 수의 어보미네이션들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마룡 쉐도우스틸의 심장을 12개로 쪼갠 도데카 코어의 내 마력기관은 아직 워밍업상태였다.

따라서 백병전에 능한 언데드 크리쳐를 아이언 메이든으로 부터 더 불러들일 수 도 있었지만 나는 준비운동을 하며 디파일러 나이트란 놈들을 직접 맞이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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