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화 (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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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자세히 살펴보니 내게 말을 건넨 군인의 슈트 이곳 저곳에 날카로운 짐승의 발톱이 남긴 듯한 긁힌 자국과 인간의 피같지는 않은 액체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지금 막 긴박한 전투를 하고온 군인이 나를 마중나올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걸 보면 상황은 정말로 심각한 모양이였다. 여기서 '제가 지금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서요. 일단 설명좀 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말한다면 정말 눈치 없는 인간이 되는거다.

"좋습니다. 일단 동부 전선에 도착하면 가능한한 빨리 병사들을 제 주위에서 물러주십쇼. 제 싸움 방식이 조금 정서함양에 좋지 못해서요."

"디파일러 무리들과 홀로 싸우러 가는데 농담을 하시다니 굉장하신 분이군요. 저는 연단철 대위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연대위라고 부르십쇼. 싸움이 끝나고 서로 무사히 만날 수 만 있다면 제가 술 한 잔 사겠습니다. 그럼 제 뒤에 타시죠."

나를 운동장만한 격낙고 한 켠으로 인도한 연대위가 호버 크래프트 비스무리하게 생긴 탈 것에 탑승했다. 연대위의 슈트마냥 여기저기 상처와 괴상한 액체자국이 가득한 호버 크래프트에 나는 찜찜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올라탔다. 설마 이거 가는 도중에 폭발하는건 아니겠지? 차라리 내 언데드 전투마인 나이트메어(Nightmare)를 아이언 메이든에서 꺼내 타는게 좋지않을까? '꽉 잡으십쇼'라는 연대위의 말에 어설프게 뒷자석에 있는 손잡이를 움켜줬다.

그리고 시동을 거는 액션도 없이 매섭게 격납고를 뛰쳐나가는 호버 크래프트의 스피드는 내가 상상했던것 이상이였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ㅈ...자잠깐만 헬맷이 필요해! 수왕성에는 헬맷없이 오픈형 차량을 탑승하면 벌금딱지를 메기는 경찰이 없는거야? 나는 안그래도 항성 도약 이후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감각으로 얼굴 피부가 바람에 찢겨져 나가는 감촉을 만끽하고 있었다. 못해도 시속 300km쯤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매망량들을 불러들여 얼굴을 헬멧처럼 감싸고 나서야 주위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도대체 경고도 하지 않고 이런 스피드로 내달리는 연대위의 저의가 뭘까? 혹시 이정도도 견딜 수 없으면 디파일러라는 놈들과 싸울 자격이 없다라는건가. 허나 그의 다급해보이는 핸들링을 보면 그냥 단순히 정말 급해서 엑셀을 무턱대고 밟은것 같다. 분명 격납고와 많은 거리가 벌어졌는데도 거대해 보이는 함선이 웅장하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와 같은 수상도시가 함선의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건물과 정교한 강줄기가 어우러져 장관을 펼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불투명한 막으로 둘려쌓여 있었는데 토착민이라는 인어들은 단 한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전시중이니 아마 피난소같은데 모여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 전쟁하러가는건데 이렇게 관광이나 하고 있어도 되나?

"곧 있으면 동부 전선의 최후 진지에 도착합니다. 용린은리 소령님이 있는곳과는 달리 협소한 길목따위는 없는 평원이니 지금부터 전투 준비를 단단히 하십쇼. 아 그리고 이건 옵티컬로이드라는 장치입니다만 저나 지휘통제실과의 통신은 물론 전황에 대한 정찰도 할 수 있으니 챙겨두십쇼."

연대위가 품에서 뭔가를 던지는데, 양손을 호버크래프트의 뒷자석 손잡이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나는 당황했다. 허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인공지능이 있는 장치인듯 자연스럽게 내 배부분에 자리를 잡고 바람의 저항으로 부터 몸을 숨겼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몸체에 가운데에 단추구멍만한 렌즈가 달려있는게 꽤 귀엽게 생긴 놈이였다.

"옵티컬로이드 4세대 스텔리온 주인님께 인사드립니다. 주인님의 팔목부분 VOT 시스템 커스텀 단말기 용린검 TM2 모델을 인식하였습니다. 동기화중입니다. 동기화 완료되었습니다. 군용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옵티컬로이드들의 관찰 정보와 지휘통제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재 동부 전선을 공격하고 있는 디파일러 무리들은 대략 수백에 이르는것으로 판단 됩니다.

디파일러 폰들이 대부분이지만 중간 중간 디파일러 나이트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전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 디파일러 전투 기록 데이터베이스 통계에 따르면 주인님의 전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쭈쭈쭈 그래요? 스텔이는 걱정말아요. 이 주인님이 다 쓸어버릴테니까."

나는 기계음이 살짝 섞여 있긴 하지만 귀여운 여자아이 목소리로 내게 보고를 하는 옵티컬로이드가 귀여워 나도 모르게 비음섞인 목소로 말했다. 호버 크래프트이 운전에 몰두하고 있는 연대위의 어께가 움찔한것처럼 보이는것은 착각일까?

그러고보니 연대위를 따라나서다가 미처 내 상태창을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 진짜 변수는 디파일러 나이트가 아니라 스텟포인트와 스킬포인트가 소멸로인한 내 전력 약화가 어느정도냐인가겠지.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하므로서 손상된 신체를 수복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강화 손톱을 통해 격투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C(0/128)

스텟포인트: 0

역시나 예상대로 강령술사의 전용 스텟인 영력이 눈에 띄게 하락해 버렸다. 어쩐지 이매망량들이 예전보다 시원찮더라니 영력 랭크 하락의 영향이었나. 896 스텟 포인트를 투자해 Ex랭크로 만들어 두었었는데 어디가서 강령술사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할정도로 비루한 C랭크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자체 보정으로 무력과 마력은 A랭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강대한 육체를 지닌 언데드 크리쳐를 부릴 수 록 많은 마력이 요구되고 강대한 정신을 지닌 언데드 크리쳐를 부릴 수 록 많은 영력이 요구된다.

즉 지금의 나는 덩치는 크지만 멍청한 언데드 크리쳐들로 편대를 짜야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내가 직접 얼티밋 언데드 폼을 믿고 전장에 뛰어들어야 할 수 도 있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VOT(Vaccine Of Things)에서도 극히 드물다는 랭크 보정 장비 아이템인 전쟁용 낫, 나이트 스토커가 내게는 있었다. 칠십번대의 넘버링을 받은 무기답게 성능이 월등한 내 주력 무기를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나이트 스토커를 찾아 꺼내들었다.

[No.71 나이트스토커]

-????????????????????????

-????????????????????????

영력+????

스르르르르르르르륵

허나 한 손으로 호버 크래프트의 손잡이를 지탱하며 간신이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전쟁용 낫, 나이트스토커는 모래 알갱이 마냥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1억이나 주고 아이템 경매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건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그러고보니 나이트스토커는 커스텀 아이템이였다.

내구도가 있는 것이 네임드 아이템이고 내구도가 없는 것이 커스텀 아이템이였다.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커스텀 아이템을 선호했는데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하고 보니 이렇게 후회될 수 가 없다.

칠십번대의 무기를 수리하는 비용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천외천의 일인인 자신의 벌이에 비하면 그렇게 큰 돈도 아니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 경매 사이트에서 네임드 아이템인 나이트스토커를 팔았던것은 아니지만.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나는 이제서야 커몬 Things라는 것이 VOT(Vaccine Of Things)의 보호구역에서만 유효한 것들이라는 몸으로 깨달았다.

스킬포인트도 모조리 소멸했으니 아마 커스텀 스킬들은 패시브건 액티브건 사용할 수 없게 됬겠지.

과연 혁 영감이 좋아하는 고사성어로 치면 백문이불여일견이라 1억에 주고산 아이템이 가루가되어 사라지자 나는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네임드 스킬이나 아이템들은 단순히 게임 내의 프로그래밍된 컨텐츠가 아니라 진짜 다른 행성들의 기술이였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기획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가 되어버린 나이트스토커 덕분에 현실감을 찾은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있을 전투는 컴퓨터 그래픽스로 구현된 피가 아닌 진짜 뜨끈뜨끈한 피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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