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204 북쪽과 남쪽의 차이.
* * *
타앙
김준은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를 꿩탄으로 갈가리 찢어버려 확인사살을 했다.
좀비라고는 해도 결국은 인간의 신체, 그것도 죽은 지 오래되어 부패된 더 약해 보이는 상태이다.
원거리에서 꿩이나 까치 잡는 탄으로 쏴도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썩은 피부에서 새카만 피를 바닥에 흩뿌리며 쓰러졌다.
“후우”
김준은 앞을 막는 좀비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미 한 번 쓸고 나갔던 자리였지만, 언제 또 나왔는지 모를 좀비 무리였다.
“여기… 한 번 다녀온 곳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 중간쯤 가면 휴게소 있는데, 거기서 물이랑 담배좀 챙기자.”
“담배?”
조수석에 있는 도경의 물음에는 뒤에 있는 마리가 대답해줬다.
“담배가 의외로 교환에 도움이 많이 돼. 오늘 갈 농가도 담배랑 치즈랑 교환했어.”
“오~”
도경은 김준이 하루종일 10갑씩 펴도 남아나는 담배는 왜 그리 많이 챙기나 했는데, 그게 물물교환 물자라는 말에 수긍했다.
김준 역시도 담배 교환을 두고 도경에게 말했다.
“일단 담배로 교환되는데가 거기 황 여사네랑 저 농가밖에 없긴 해.”
“그렇군요. 하긴 하나는 임산부 있다고 하고, 다른 곳은 스님들이니….”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액셀을 밟고 시체들과 폐차가 널브러진 서해안 도로를 달려갔다.
그리고 중간쯤 와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김준은 지난번 헤집어 놨던 불에탄 흔적 근처로 왔다.
지난번 미끼를 달아놓고서 다가오는 좀비마다 전부 잡아서 불태워 버린 자리는 그슬린 흔적은 있어도 좀비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잠깐만 기다려봤다가 슬슬 움직이자.”
김준은 그 말을 하고, 클락션을 울렸고 잠잠해진 분위기 속에서 이미 한 번 털었던 휴게소에는 더 이상 좀비가 없는 것 같았다.
“됐다! 나가자.”
“넵!”
“잠깐만요. 장비 챙길게요.”
조수석의 도경과 손수레 하나 챙기고서 뒷좌석에서 내린 마리는 김준의 주변에 딱 붙어서 각자의 무기를 준비했다.
도경은 석궁, 마리는 장대에 매단 전기충격기와 새총을 가지고 있었다.
김준이 먼저 엽총을 든채 천천히 안으로 진입했을 때, 여기저기 깨져서 널브러진 유리조각들과 엉망진창으로 부숴진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했다.
천 명은 수용가능하다는 휴게소 식당은 폐허 그 자체였다.
국수집, 분식집, 국밥집, 백반집 등의 각각의 식당들은 주방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대기알람을 알리는 기계 역시도 박살나 있었다.
“휘유~ 한 번 싹 쓴 보람이 있나?”
“대체 얼마나 좀비가 많았는데 여기가 이렇게….”
“장난 아니었어.”
마리가 도경의 등을 토닥이면서 주변 경계를 했고, 김준 역시 총을 겨누고 플래시 라이트로 안을 비춰봤다.
저번에는 신경 못 썻는데, 편의점을 제외하고 이 안에서 의외로 괜찮은게 나올지 몰랐다.
그리고 김준의 수색에서 바로 찾은게 있었다.
“마리야! 도경이랑 수레 들고 이쪽으로 와라!”
“네!”
난장판이 된 곳에서 도경이 의자랑 테이블을 밀어 길을 낸 자리에 마리가 수레를 들고 갔다.
김준이 가장 끝에 있는 백반집부터 안으로 들어가 샅샅이 수색했다.
업소용 대형 냉장고에는 잔뜩 썩어 곰팡이가 그득한 식자재만 있어 아웃.
하지만, 그 안쪽을 찾아보니 대형 전기 밥솥 근처에 쌀이 가득했다.
이미 뜯어진 것들은 혹시 몰라 버리고 간다 쳐도 40kg 짜리로 몇 가마는 됐다.
“끄으응!”
“오빠, 괜찮아요. 거들게요.”
도경이 석궁을 잠시 선반위에 올려놓고 김준이 든 쌀가마니를 받았을 때 생각 이상의 무게에 휘청이다가 겨우 마리가 가진 손수레 카트에 담았다.
“어우, 40kg 짜리?”
“두 개 더 간다!”
김준은 쌀 두 가마를 한꺼번에 들어올려서 바로 선반 위에 올렸고, 도경이와 같이 그것을 옮겨서 겨우 숨을 돌렸다.
“후우~”
백반집에서 털어낸 것은 40kg짜리 쌀 세 가마, 그리고 상온에 보관되도 괜찮은 굵은 소금과 설탕, 다시다 가루 등이었다.
특히 조미료가 커다란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겨 밀봉된 상태여서 들고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얘들아. 일단 이거 차에 나른 다음에 다시 오자.”
“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내가 앞에서 총 들고 갈테니까 둘이서 나를 수 있겠어?”
“바퀴 달린거니 괜찮… 끄으응!”
마리가 힘껏 카트 손잡이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딸려나오지가 않았다.
결국 도경과 마리가 같이 나르면서 둘이 같이 나르는 동안 김준은 문 밖에서 엽총을 들고 경계를 섰다.
그때 저 멀리서 차선을 타고 넘어오려는 좀비가 몇 마리 있었다.
으어어 크어
어어 으으으으
멀리서 신음과 함께 다가오는 녀석들을 보니 김준은 바로 총을 겨눴다.
신도시 때와는 다른, 하지만 그러면서도 절대 긴장할수 없게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들의 움직임.
김준은 바로 2발들이 엽총의 펌프를 당기면서 바로 발사했다.
탕 탕 철컥
두 발이 정확히 가드레일을 넘어오려는 두 좀비의 머리를 날려버렸고, 혹시라도 다른데서 나올지 몰라 재빠르게 두 발을 장전하고는 살펴봤다.
다행히 두 톱스타가 수레로 쌀과 소금, 조미료를 끌고 올 때까지 다른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자, 하나둘 셋 하면 든다?”
“나와바! 나와! 그냥 올려!”
김준은 도경과 마리가 같이 들어서 쌀을 옮기려는거에 위로 올라가라고 한 다음, 자신이 직접 들어올렸다.
위에서 도경과 마리가 그것을 받아 캠핑카 침대에 올려놓고 짐을 다 나른 다음, 다시 휴게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백반집 다음으로 있는 곳은 국수집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이런데는 밀가루가 있을까요?”
“어, 밀가루는 없고….”
김준은 역시나 주방에 있는 박스를 들어올려 선반위에 올렸다.
쿠웅
“휴게소 국수가 다 그렇지.”
“어머… 이게 다 건면이에요?”
도경이 박스를 뜯어보자 그 안에는 포장이 잘 된 공산품 소면과 중면이 가득했다.
“봐바! 여기도 다… 조미료잖아!”
쿵 쿵!!
김준이 그 위에 있는 박스들도 빼내자 안에는 뜯지 않은 멸치 다시다와 버섯 다시다, 그 외 미원이나 소금, 후추, 고춧가루등이 가득했다.
비록 쑥이나 유부 같은 야채류는 다 썩어서 못 쓴다고 해도 이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국수집에서도 건면 몇 박스를 넉넉하게 담아 카트로 여러번 오갈 정도로 담게 됐다.
이후 분식집에서는 진공포장된 떡과 치즈는 아쉽지만 전부 버려야했고, 야채도 썩었지만, 식용유 드럼과 물엿, 고추장 등을 챙겨 갈수 있었다.
“유통기한 지난 라면 박스인데, 괜찮으려나?”
“정 안되면 다른 곳에 넘기지 뭐.”
사람은 못먹어도 사료로 쓰거나, 정 안되면 스프만으로 어떻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테니 써먹기로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굳이 저번에 털다 만 편의점까지 가지 않아도 차 절반을 넉넉히 담을 정도의 양이 나왔다.
“이것만 챙기고 가자.”
“그것도 썩은거 아니에요? 무슨 무청이….”
“이게 시래기잖아?”
“쓰레기?”
“아아니! 된장국 끓이는 시래기!”
김준이 국밥집에서 말려서 포장한 시래기들을 마지막으로 휴게소 식당은 탈탈 털었다.
이후 편의점까지 가서 담배와 생수를 챙기는 것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였다.
“좀 늦었네? 이거저거 챙기다보니….”
“그래도 거기까지 밟으면 30분 안에 가지 않아요?”
“저번 이후에 장애물 없다면….”
마리의 말에 김준은 계산을 해 본 다음에 조수석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
도경이 뒤에서 후방을 살펴보고 차 안에 있는 루팅 물자들을 정리하는 동안, 마리는 조수석에 앉아서 새총을 가지고서 보조를 섰다.
김준은 기름을 채운 것을 마지막으로 휴게소를 떠났고, 이제 소와 닭이 한가롭게 뛰도는 목장으로 가 볼 차례였다.
“거기 할아버지 괜찮으실지 모르겠네.”
“그때 치료 잘 하지 않았어?”
소한테 들이 받혀서 상처가 썩어들어가는데도 치료약이 없어 소주를 부으면서 소독했다는 말에 경악했던 그녀였다.
메스로 썩은 살을 도려내고, 제대로 된 드레싱을 해서 응급처치를 했던 집이었다.
“다 살아 계셔야 할텐데 말이지. 거긴 좀비가 들어와도 짐승들이 하도 많아서 위험할 거 같은데 말이야.”
김준은 그곳으로 향하면서, 부디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얼마 안 있어서 멀리 떨어진 풀숲길에서 소와 닭이 있는 들판이 보였다.
“어머, 저거 뭐야? 진짜 소야?”
도경은 뒤에서 처음 보는 그 광경에 연신 신기해하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서 이대로 진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마리가 그 밑을 보고는 다급히 외쳤다.
“오빠! 오빠! 멈춰요!”
“응?!”
끼이이익
잘 가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멈추라는 마리의 말에 김준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외곽도로 빠져나가려고 코너링 하는 와중이라 덜컹거렸지만, 다행히 물건 떨어진 건 없었다.
“야, 뭐야?!”
“저기봐요! 저기!”
“!?”
김준은 마리가 가리킨 곳을 보면서 눈이 부릅 떠졌다.
“미친, 저거 뭐야?!”
아주 대단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목장주인이 사는 곳에 좀비들이 쳐들어온 것이었다.
그것도 하나둘도 아닌 여럿의 수였다.
근데 더 놀라운 것은… 소 한 마리가 뿔을 들이밀면서 그것들과 대치했고, 좀비들이 그대로 달려들었을 때 소가 힘으로 뿌리치고 있었다.
그동안 좀비가 인간을 습격하는 경우는 봤어도 소를 향해 달려든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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