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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49화 (149/374)

〈 149화 〉 149­ 빈집털이의 시작이다!

* * *

김준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연장자 언니 3인방과 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래서 이제 저기 터는거야?”

이야기를 전부 들은 에밀리가 커튼을 들추면서 집 근처에 있는 곳들을 가리켰다.

김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인아가 조용히 물었다.

“그…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저희야 상관은 없지만, 오빠한테 있어선 이웃 아닌가요?”

“이웃, 이웃이라….”

김준은 이웃이라는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그런 이야기가 나올만도 한 게,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할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잘 살아오면서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알 정도였다.

“확실히 옆집에 들어왔는데, 알고 지내던 동네 이웃 보면 조금 그렇긴 하지.”

“흐음, 가슴 아픈 일이죠.”

은지도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마리는 뺨을 긁적이면서 역시 무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김준은 거기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근데, 지금에 와서 그런 거 따지기는 좀 그렇다.”

“네?”

“너희들 오기 전에 내가 이 주변 좀비들을 잡았거든? 동네 철물점 아저씨, 감나무골 할머니, 옛날 저수지 물꼬 틀던 물장수 할배 등등 말이야.”

“아….”

“우리집 밭농사 지을 때, 물꼬 대는걸로 싸우다가 고구마 밭에 붕산 뿌린 할망구가 있어서 좀비 된거 보자마자 쐈어.”

“쿨럭! 쿨럭!”

“그레이트….”

김준은 옛 추억을 생각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앞집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긴 했는데, 술만 먹으면 개가 됐거든. 동네 싸움 났다가 열받는다고 주차표지판 집어던진걸로 우리 집 1층 상가 유리문 깨부순 거 유명했지.”

“으윽….”

“오빠, 여기 도그빌(Dogville)이었어?”

에밀리의 말에 김준은 머리를 긁적거렸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짜 악감정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랬으면 할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신경도 안 쓰고 이 집 팔아버린 다음에 딴 동네로 이사 갔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지 김준이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서 좀 합리화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앞집부터 천천히 수색해볼거야. 진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무장 단단히 하고, 미리 연습좀 하자.”

“그거 다시하는 거야? 2인 1조!”

에밀리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전기충격기로 만든 창과, 지팡이 밀대를 가지고서 근접에서 다가오는 역할을 김준과 도경이 했다.

“끼얏!”

쿠당탕탕탕!

“아 씨발! 미친년아! 뭐 이렇게 세게 때려?”

“언니, 미안해요? 많이 안 다쳤어요?”

“나니카 너 말고 에밀리 저 년!”

“이렇게 쳐야 좀비를 잡지~”

에밀리와 나니카가 외국인 듀오로 공격과 방어를 맡았다.

그중에 에밀리가 등의 상처 치료한 이후로 힘이 넘치는지 도경이를 냅다 밀대로 들이받아버렸고, 순간 힘에 밀린 그녀가 엉덩방아를 거하게 찧었다.

“그만 투닥거리고 다음 사람 나와!”

“아, 오빠!”

“자, 도경이 잠깐 쉬고 좀비 역할은 내가 할게.”

김준은 그녀가 쓰고 있는 헤드캡을 벗겨내고 자신이 쓰면서 가슴을 팡팡 쳤다.

그리고 다음 상대로 나온 것은 라나하고 인아였다.

둘이 각각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 때, 김준은 힘을 써서 버텨냈고 그녀들은 좀비의 기본 피지컬이 김준급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잡으면서 계속 훈련에 몰두했다.

***

훈련을 계속해서 마친 다음 이번에 나설 빈집털이는 누가 할지 성과를 보고서 김준이 결정했다.

“파트너는 제가 하죠.”

마리가 손을 들었지만, 김준은 순번상 아니라면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미 명국 부부네 다녀왔잖아? 쉬어.”

“한 번이잖아요? 제가 할게요.”

“그렇긴 하지만….”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번에 훈련 성과 제일 좋은 애를 고를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 갈 아이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여덟 명의 시선이 몰렸을 때, 김준이 첫 번째를 골랐다.

“일단 에밀리.”

“오우~ 탁월한 선택이야.”

에밀리는 양팔을 빙빙 돌리면서 지난번 칼 맞은 부상 이후 PTSD따위는 없다는 듯 쌩쌩하게 움직였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도 ‘괜찮을까?’ 생각했지만, 김준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포트야. 큰 일은 없고 내가 먼저 나설테니까 걱정하지 마.”

“오케이~”

“그 다음으로 눈썰미 좋은 애가 필요한데… 그건 역시….”

눈썰미를 말하자 누구라는 지 다 안다는 듯 남은 톱스타들이 한 여성에게로 향했다.

“그래, 은지.”

“네, 그래요. 제가 가죠.”

은지는 조용히 손을 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에밀리 역시 활짝 웃었다.

은지와 에밀리.

이 둘은 은근히 안 맞을 것 같으면서도 잘 맞는 조합이었고 김준은 내일을 위해서 미리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그리고 은지와 에밀리 모두 새벽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가야와 같이 종이에 펜으로 쓰면서 돌입 방법에 대해 알고 어두운 밤, 플래시를 비춰서 내일의 목적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 날.

각자가 장비를 단단히 채우고 면 마스크를 두 겹씩 찬 다음에 무기를 챙기고, 사다리와 밧줄을 챙긴채 문을 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서 3층과 2층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이었고, 가야와 라나가 각각 무전기를 가지고 교신했다.

[치직­ 바깥에선 확실히 안 보여요.]

“담장 안쪽까지?”

[치직­ 네, 3층에서 봤을 때 문제 없어요.]

가야가 그렇다고 하니까 김준은 앞집 담벼락에 사다리를 고정시키고 먼저 올라갔다.

빠르게 올라가 공기권총을 겨눴을 때, 오랜 시간 인적이 닿지 않아 마당이 보였다.

콘크리트가 쩍쩍 갈라지고 그 틈으로 민들레와 이름 모를 풀들이 잔뜩 자라있는 곳.

그 옆에는 장독과 수도가 있는데 둘 다 사람의 손길이 없는 채 방치됐다.

“됐어. 들어와!”

에밀리가 재빠르게 올라와 우아하게 착지하고, 은지 역시도 조용히 내려와서 주변을 살폈다.

김준이 먼저 장독을 열어봤을 때, 쓴내와 함께 곰팡이가 가득 슬은 새카만 고추장에 말라붙은 간장이 보였다.

“이건 못 챙기겠네.”

한숨을 쉬면서 앞집을 돌아봤을 때, 계단을 타고 1.5층 구조로 된 집으로 향했다.

복도에 화분이 몇 개 있었지만, 그것들은 전부 말라 비틀어진 풀만 있었다.

김준은 먼저 그것들을 챙기고, 화분을 뒤집어 흙을 쏟아버린 다음에 빈 것을 뒤에 있는 에밀리에게 건넸다.

일단 화분 다섯 개와 물받이 다섯 개.

이것들은 잘 씻은 다음에 1층에서 야채 키우는데 쓸 수 있을 거다.

그 다음으로 철문을 열려고 했을 때 안은 굳게 잠겨있었다.

철컹­ 철컹­

“잠겼네?”

“나도 알아.”

뒤에서 기웃거리는 에밀리를 두고서 김준이 다시 복도를 타고 창가를 살펴봤다.

끼익­ 끼이이익­ 드르르륵­

초반에 문틈이 끼어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 뒤로 안에서 역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우욱!!!”

“웩, 어우~ 냄새~”

안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해서 차마 접근하기도 꺼려할 정도였다.

창문은 열렸고, 그 뒤로 실리콘에 고정된 방충망만 보였다.

“은지야.”

김준이 은지를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와 품 안에서 손바닥 만한 탁상시계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창틀에 놓은 다음 알람에 맞춰서 바로 스위치를 울렸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알람 시계 소리가 울리면서 창틀에 진동이 생겼을 때 그들은 귀를 막으면서도 누가 나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5분 동안 알람이 울려도 반응이 없자 김준은 바로 시계를 꺼 버린다음 다시 은지에게 건네줬다.

“뒤로 물러나. 방충망 뚫고 들어갈거야.”

김준의 말에 은지와 에밀리는 슬금슬금 물러났고, 그가 허릿춤에서 도끼를 꺼내 방충망을 내리쳐 힘없이 찢어졌다.

방충망을 다 걷어내고 천천히 발을 뻗었을 때 그 안에는 점점 더 심한 악취에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후우­ 후우­”

마스크 두 겹으로도 안 될 것 같은 냄새였다.

과연 이런데서 뭘 건질수 있을까 생각이 불현 듯 들었지만, 일단은 수색해봐야 했다.

김준이 하나하나 문을 열어봤고, 마지막으로 안 방을 열 때였다.

끼이이익­

“…아, 씨발.”

안에는 바닥에 녹아 늘러붙어 오랫동안 방치된 시체가 두 구 있었다.

이미 백골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원래는 하얀 벽지가 발라진 곳이 새카만 곰팡이에 벌레들이 기어다녀 토할뻔했다.

덜컥­

천만다행인 것은 그 방 외에 나머지는 전부 비어있다는 것이다.

“우욱­ 뭐야?”

“진짜 뭐가 있어요?”

“시체 빼고 없어. 좀비는 걱정 안해도 되겠다.”

김준의 말에 주저하면서 들어온 에밀리와 은지.

그리고 수색을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대야와 몇 개 없는 두루마기 휴지를 발견한 은지가 그것들을 집어 킁킁 거리다가 일단 가방에 담았다.

에밀리는 다른 방을 찾으며 시체 냄새가 가득 밴 옷과 의류는 도저히 못 챙겼고, 그나마 전자제품 몇 개 있는걸 챙겼다.

멀티탭, 외장 배터리, 에어프라이어 등은 어떻게 바깥에 널어놓으면 냄새는 빠질 것 같다.

그리고 김준이 거실을 뒤적였다.

냉장고는 슬쩍 열었다가 새카만 구정물이 뚝뚝 떨어지자 바로 닫아버렸다.

그리고 싱크대에서는 구더기와 바퀴벌레가 보였다.

“왓 더…으븝!”

“벌레 보고 놀랄거 대비했잖아?”

쥐를 보고도 안 놀래했으면서 바퀴벌레는 질색하는 에밀리.

은지가 재빨리 입을 막으며 다른 것을 챙기게 했고, 찬장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낡은 그릇들, 그리고 캔이 몇 개 있었다.

“그래도 이건 어디나 있구만.”

상온이지만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찬장의 물건들.

김준은 거기서 나무젓가락 뭉치, 참치캔 세트, 그리고 밀봉된 소금과 설탕, 다시다 등을 챙겼다.

얼추 더블백 하나가 꽉 찰 정도로 나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있기 싫다는 듯 바로 잠겨있던 대문을 열고 나왔다.

그 순간 선선한 날씨에 깨끗한 공기가 코와 입으로 들어와 오염된 몸 안에 급히 들어왔다.

“쓰으으읍­ 하아아아­”

“하악­ 학! 어우, 코 떨어지는 줄 알았어.”

마스크에 불룩 튀어나온 자신의 커다란 코를 매만지면서 손사래를 치는 에밀리.

김준은 그녀를 쓰다듬어 주고는 바로 3층을 가리켰다.

“옥탑방도 가야되는데 넌 쉴래?”

“쉣….”

또 한 번 시취를 겪을 것 같았지만, 은지와 에밀리 모두 김준을 따라갈 준비가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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