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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148화 (148/374)

〈 148화 〉 148­ 집에가는 길.

* * *

김준 일행이 숨을 돌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때, 마리가 조용히 나왔다.

“후우­”

“어, 어떻게 됐습니까?”

“많이 놀란 상황에서 진정제를 쓸 수도 없고, 카운슬링으로 어떻게 편히 쉬게 했어요. 아이도 괜찮고요.”

청진기를 이리저리 까딱이는 마리의 말에 명국은 안도하면서 그녀의 두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살 사람은 살아야죠.”

자기가 전문의는 아니라 상세하게 살피지는 못해도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그녀였으니 중요성이 더욱더 높아졌다.

“나는 바깥에 좀 나가봐야겠다.”

“네? 지금요?”

“오늘 좀 이상한 걸 많이 봐서.”

“형님, 잠시만요! 정 나가신다면….”

명국은 황급히 창고로 들어가서 안에서 뭔가를 여러개 가져왔다.

농사철에 논에 들어갈 때 쓰는 일체형 장화 두 벌.

그리고 명국도 지난번 김준이 준 경찰 방검복을 갖춰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끼이이익­

쇠사슬로 단단히 채워졌던 철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왔을 때, 매캐한 냄새에 김준의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욱­ 후욱­”

썩은 시체가 기름 부어 한 번씩 구워진 상황이라 시취에 타들어간 냄새가 역했지만, 김준은 그 상황에서 라나를 불렀다.

“나라야! 그거 가져와.”

“네, 오빠! 여기요.”

차 안에서 라나가 가져온 것은 소화기였다.

잔불도 안 보이는데 갑자기 무슨 소화기냐고 명국이 물으려는 순간 김준은 비키라고 한 다음에 바로 핀을 뽑고 레버를 당겼다.

촤아아아아아악­

소화기에서 나온 건, 소화분말이 아닌 희석 락스였다.

그동안 만들어 놓고는 잘 안썼는데, 오랜만에 가동했는데 시원하게 흩뿌려지는 락스는 시취를 파묻어 버리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좀비 시체조각들에 흩뿌려졌다.

생각같아선 시원하게 펌프로 끌어낸 물을 뿌려대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물을 아껴야 했다.

락스를 한 번 쫙 뿌린 뒤로 좀비가 나타난 골목부터 슬며시 다가가 고개를 내민 김준은 그 근처에 더 이상 좀비의 흔적이 보이지 않자 안도했다.

“여기서 이렇게 왔단 말이지?”

좀비가 여기까지 오기 전까지 피에 젖은 발자국 흔적을 확인한 김준은 그 이후 플래시라이트를 비춰서 저 멀리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돌아왔다.

한 통을 다 쓴 소화기를 다시 차에 집어넣고 주변을 확인하는 김준이 넌지시 말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요?”

“갑자기 튀어나왔잖아. 나는 무슨 리스폰된줄 알았어.”

게임에서 몬스터 튀어나오듯이 나타난 좀비들의 습격에 김준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말했다.

“이번에는 거의 다 뛰는 놈들이었어.”

“좀비도 지치나봐요. 오면서 피를 막 토해내면서 달려들던데….”

라나가 그 상황에서 끼어들었지만, 김준은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명국씨, 최근에 바깥에서 좀비 잡아본게 언제지?”

“요새는 아내 때문에… 2주 전에 읍내 나가서 잡은 뒤로 집에만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잡은 건 4일인가, 5일 전?”

거의 집 안에서만 지내면서 요새화를 신경 쓰느라 집 근처로 다가오는 좀비만 잡았다고 말한 명국.

김준은 그 말을 듣고서 뭔가 떠오른 것 같아 계속 머리를 굴렸다.

“요새 들어 느끼는건데, 뛰는 좀비들이 점점 늘어난 거 같아.”

“어, 맞아요! 예전엔 좀비들이 ‘으으으~’이러면서 느릿느릿 거렸는데, 요새 나오면 뛰는 애들이 많아졌어요.”

라나가 한 번 더 껴들었을 때, 마리도 자신이 말해도 되냐는 식으로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까 보니까 피를 막 토해내면서 비틀거리다가 달려오는 좀비들이요.”

“어. 그게 왜?”

“원래 인간의 몸은… 그 정도로 수분이 빠지면 그렇게 못 달려요. 사실 좀비 나타나는데 그걸 따진다는게 이상하긴 한데….”

“흐음.”

“혹시 뭐, 지금 이놈들이 진화한다… 이런 말은 아니겠죠?”

“가능성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닐거에요.”

마리의 말을 들은 김준은 뺨을 긁적이다 넌지시 중얼거렸다.

“뭐, 그러면 여기도 헐크 같은 괴물 좀비나, 날아다니는 놈도 나오는 거 아니야?”

“글쎄요. 그래도 아직까지 짐승감염자는 못 봤으니.”

“그것도 그렇지.”

결국 찝찝하긴 하지만, 여기에 대비하면서 무장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뭐, 각자 조심할 수밖에 없어. 일단 서로 물자나 교환하고 이만 시마이 하자.”

김준은 더 늦기 전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캠핑카 문을 열고 물건들을 꺼내려고 했을 때, 명국은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비닐봉지에 잔뜩 쌓인 고깃덩이를 가져온 명국은 김준일행에게 그것을 선뜻 내밀었다.

“원래는 이틀 전쯤에 오실줄 알고 미리 잡아놨어요. 닭 다섯 마리에 오리 세 마리에요.”

“오~ 푸짐하네.”

사실 집안 생각을 하면 이 정도면 금방 먹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고기가 공급되니 불만은 없었다.

“한달 정도만 기다리면 다음 번엔 많이 챙겨드릴게요.”

명국이 부화기를 가리켰을 때, 그 안에는 수많은 병아리들이 삐약거리고 있었고, 몇몇 개체는 슬슬 자라서 닭깃털이 보이고 있었다.

“저 쪼끄만 애들이 나중에 다 치킨되는거죠?”

“네, 맞아요.”

라나는 연신 부화기 근처에 있는 수많은 병아리를 보고 귀엽다며 눈을 반짝였고, 명국이 그것들을 데리고 갓 만든 사육장에다가 풀었다.

“사료는 충분해?”

“아, 그것 때문에 보여드릴게 있어요.”

명국은 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가득 쌓여있는 과자들을 보였다.

이미 유통기한이 옛날에 지난 봉지과자들이었다.

“이거 빻아서 줬는데 잘 먹더라고요. 기름기가 많아서 주력으로는 못 주지만”

“뭐야? 언제 챙겼어?”

“그게…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났거든요.”

“!”

김준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고, 라나와 마리도 자신들 외에 새로운 인물이 있다는 말에 수군거렸다.

“사실 제대로 본 것도 딱 한번인데, 저걸 보여주더군요. 계란 한 판이랑 교환했어요.”

“…물물교환?”

“네.”

“혹시 트럭타고 다녀?”

“네, 아세요? 자기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생존자들 두고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이 좀 있는 분이였고요.”

그가 과자와 함께 커피와 통조림, 껌 등을 농산물과 교환한 것에 대해 말해줬다.

“진짜 오다가다 계속 볼 사람 갔구만.”

“형님네도 뭐 교환하셨어요?”

“말린 전갱이.”

“오….”

두 집안은 새로운 정보에 관해서 확인하고는 서로 손을 흔들며 다음 물물교환때까지 살아있기를 기원했다.

돌아가는 길에 김준은 생각이 복잡했다.

“우리도 진짜 추가로 뭐 해야 될까?”

“네?”

“골목 몇 개 폐쇄해서 바리케이트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는데, 돌아오는 길 문제 때문에 괜히 성가셔질수 있어서.”

“그건… 그렇죠?”

조수석에 앉은 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뒤쪽 창고 담장은 못 타게 그 일대 빌라 입구는 다 막아서 그리로 좀비가 치고 올라갈 일은 없었지만, 나머지 길은 다 막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일단은 무기들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고, 우리도 방어태세 잘 갖춰야지.”

“맞아요. 오빠.”

김준의 말에 모두 맞다면서 계속 맞장구를 쳐 주는 라나.

그때 뒤에 있던 마리가 조용히 노크하면서 물었다.

“오빠, 그래서 말인데요.”

“음, 뭔데?”

“이제껏 우리들 사는 근처에 수많은 집이 있잖아요? 다들 단독주택이고.”

“그렇지?”

“한 번쯤은… 거기 문 따면서 전부 뒤질 수 있지 않을까요?”

“뭐?”

마리의 말에 김준이 잠시 머뭇거렸을 때, 라나가 외쳤다.

“오빠! 앞에 좀비!”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가서 하기로 하고, 김준이 옆에 놓인 엽총을 들었다.

철컥­

차를 옆으로 세우고 길을 떡하니 막고 있는 좀비들.

그 중에서 계속 비틀거리면서 피 거품을 무는 녀석을 가장 먼저 겨눴다.

‘저 놈은 뛰는 좀비다.’

타앙!

“크어­”

산탄 한 발을 맞은 좀비가 제 자리에서 날뛰다가 달려들었고, 김준은 여유있게 다음 탄을 날렸다.

탕­!!!

콰직­

수십, 수백발의 벅샷이 뛰는 좀비의 피부를 갈가리 찢어버리며 쓰러졌고, 거기에 맞춰 라나도 바로 새총을 당겼다.

파아앙­

쩍­

“나이스 샷!”

새총으로 느릿느릿한 좀비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춰 눈알이 빠져나오는 걸 본 라나는 그 모습에 오싹오싹거리면서 대쉬보드에서 너트를 꺼내 겨눴다.

“뒤쪽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계속 지켜봐!”

마리의 후방 경계를 들은 김준은 라나와 같이 전방의 좀비들을 하나하나 잡아갔다.

띵­

연발 산탄총 이후, 재장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공기총을 꺼내 교환하고 발사해 다른 좀비 하나를 쓰러트렸다.

거리를 두고 확실하게 잡아내 모든 좀비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것을 확인한 김준이 다시 차를 돌렸다.

혹시라도 차 밑에 끼지 안게 조심조심 넘어갈 때 바퀴에 좀비 시체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쩌적­ 쩌저저적­

차바퀴로 깔아뭉개 넘어간 뒤로 골목골목 마다 좀비가 하나둘씩 보였지만, 뛰는 놈이 아니라면 바로 직진했다.

***

집에 돌아온 뒤로 김준은 락스를 물에 풀어 차 밑에 뿌려 청소를 한 다음, 8명의 아이들이 짐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흐음, 닭이 다섯 마리에, 오리가 세 마리. 그리고 계란 10개짜리 두 묶음, 그리고 김치국…이거 용량이 어떻게 돼지?”

가야가 노트를 들고서 오늘 가져온 물품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는게 총무 역할 잘 하고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올리고, 냉동실 인아가 치웠으니까 나머지는 2층에 올릴게.”

은지가 가져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담을 곳에 뒀고, 나머지 아이들은 차 안에서 가져온 물자를 모두 비웠다.

그날 밤.

김준은 마리, 은지, 가야 삼인방을 부르고서 아까의 말을 생각했다.

“다음부터 이 근처의 집들을 한 번 돌아보려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네?”

“아, 그동안 앞집이나 옆집… 가정집들 말이죠?”

“그래, 무장 단단히 한 다음에 하나씩 확인해 보자고, 일단 철문들부터 따고.”

어쩌면 등잔 밑이 어두울 수도 있었다.

그동안 근처의 집들을 털지 않은건 이웃이라는 감정도 있었지만, 부족한 무장과 겨우 급소만 가리는 방어구를 가지고 집안 복잡한 곳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사각에 숨어있던 집주인 좀비들에게 습격당할 위험이 제일 컸다.

“아예 처음부터… 불을 질러보는건 어때요?”

“그러다가 다 죽어.”

“바로 옆집에… 사람이 있긴 하겠어요?”

은지가 이럴 때는 진짜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저는 오빠가 하는대로 따를게요. 어차피 물자 관리는 잘 하고 있어요.”

가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은 선택하는대로 따르겠다는 반응이었고, 이 제안을 먼저 꺼낸 마리도 한 마디 했다.

“정 위험하다면, 절충안도 가능하죠.”

“절충안이라니?”

“그… 아예 옆집이나 앞집 등에 들어가기 전에 알람시계나 막 소리나는 물건을 가져다 놓고 반응을 보는게 어떨까요?”

“그러다 다른 좀비까지 나온다면?”

“그럼 일단 여기 집안부터 방어 튼튼하게 하고, 저기 저 철망… 저것도 전기 틀고 그런 다음에 미끼 하나 던져서 반응 보면 되지 않을까요?”

마리의 제안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해 볼 법 했다.

“좋아, 일단 오늘 음식도 넉넉히 챙겼으니까 내일부터 전체적으로 집 한 번씩 점검하자. 그리고 철사랑 합판 이런 걸로 혹시라도 뚫린데 없는지 찾아보고.”

“네, 오빠.”

“그러면 내친김에 대청소 한 번 더 할까요?”

“그거 좋네. 대청소.”

그렇게 잘하면 이제껏의 먼 길이 아닌 ‘어두울 것 같은 등잔밑’ 뒤지기를 검토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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