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81 밤일이 더 바쁘다.
* * *
“우리도 좀비떼가 집으로 침범했다고 했지?”
“네, 아까 그렇게 말하셨죠.”
“아무래도 원인 찾은 거 같아.”
김준은 잘 돌아가고 있는 캠핑 발전기를 보고 말했다.
“저거 우리는 10개 넘게 돌리는데, 덕분에 전기는 풍족해도….”
그 동안 소음 문제 같은 것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일부러 창고 안에 넣거나 소음 방지로 스티로폼을 깔긴 했지만, 그래도 다 합치면 그 일대가 시끌시끌하긴 했다.
“이거… 저희도 방음을 따로 준비해야겠네요.”
확실하게 알려면 이것저것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좀비가 꼬이는 이유에 대해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다.
“일단 나도 돌아가는 대로 준비해야겠네.”
“네, 일단은 이거 소음 처리를 해 본 다음 좀비 출몰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요.”
“아, 그전에 말인데. 혹시 나무 좀 있으면 챙겨갈 거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무라면….”
명국은 잠시 생각하다가 창고 한 쪽에서 시트를 걷어내자 장작용으로 쓰려던 원목이 드러났다.
“필요한만큼 가져가세요.”
“오~ 땡큐.”
창고 벽 한쪽을 가득 메운 목재를 보고 김준은 에밀리와 나니카를 불러서 셋이서 나무를 날랐다.
차 안에 차곡차곡 쌓인 것들은 집에 가져가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을거다.
그렇게 두 번째 거래까지 마친 뒤로 밤이 어두워서야 김준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집으로 돌아갔다.
명국 내외의 배웅을 받으면서 떠날 때 아직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좀비들을 보고 나니카가 흠칫했다.
“자~ 가자.”
“후아….”
정말 하늘에 있는 달과 별, 그리고 지금 김준이 운전하고 있는 차 빼고는 완전히 암흑 속이었다.
빛 한줄기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나니카는 이런 길을 김준은 언제나 묵묵히 달려왔고, 다른 언니들과 동생들 역시도 생존을 위해 이걸 보며 견뎌왔다는 걸 알게 됐다.
“집에 가서 할 일 많을 거 같다.”
“저 나무 가지고 뭐 할 거야? 침대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에밀리의 말에 김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어디 목공소라도 털면 그때 만들어 줄게.”
“어? 가능해?”
“이쯤 돼서 못 만들게 어딨겠니.”
그의 말대로 이제는 진짜 재료만 있다면 생존을 위해 뭐든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늦은 밤 두 건의 거래를 통해서 살아있는 생존자를 만난 두 톱스타들은 가는 길까지 좀비들을 몇 잡아가면서 안전하게 돌아왔다.
물론 중간중간에 헤드라이트에 비친 좀비가 나타날 때마다 공포 무비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던 것만 제하면 말이다.
***
“와, 다양하게 가져왔네요?”
감자자루를 보고서 번쩍 들어올린 도경, 그리고 막내 라나랑 맏언니 가야가 둘이서 손잡고 다른 자루를 들어올렸다.
김준 역시 직접 힘을 써서 수많은 목재를 날랐고, 그것을 모두가 모여서 하나씩 나르고 있을때였다.
“자!”
“아… 이거….”
많은 물자를 가져왔지만, 그중에서 은지가 요청했던 나물 시루를 김준이 챙겨서 그녀에게 전해줬다.
“고마워요. 이걸로 콩나물 기를께요.”
“다 자라면 국밥 한그릇.”
“네~ 맛나게 만들어드릴게요.”
이거저거 챙기면서 캠핑카 내부에 있는 물자가 줄어들 때였다.
그동안 김준과 거리를 뒀지만, 그래도 모두가 같이 일을 할때는 움직이려고 했던 인아가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무슨 옷을 이렇게 많이 챙겼…!”
그녀는 에밀리와 나니카가 챙긴 옷들을 보고서 한곳에 모아 가져가려고 했다가 그 안쪽에 있는 박스를 보고는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에 있는 것은 10대 때 입을 수 있는 ‘교복’이랑 루즈삭스가 사이즈 별로 잔뜩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이거…”
인아는 딱 8명의 연예인들이 모두 입을 수 있는 학교별의 교복들을 보고 뒤를 돌아봤다.
“뭐해? 남은거 꺼내지.”
“아니 그게….”
인아가 들고 있던 교복 치마와 블라우스를 보고 그 순간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조금도 웃지 않으면서 조용히 김준을 응시하는 은지.
자신의 나이를 계산하듯 손가락으로 세면서 교복과 김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는 가야와 마리.
그런 취향이었냐면서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나와 도경.
김준은 그 시선들의 의미를 알고서 바로 해명했다.
“내가 챙긴거 아니다.”
“그럼 버릴까?”
김준의 뒤에서 작게 속삭이는 에밀리.
따지고 보면 이 녀석이 가자고 해서 챙긴 건데 김준이 덤터기를 모두 쓰게 되었다.
다행인 점은 입고서 할 만한 가능성이 8명 중 절반 이상은 된다는 거였다.
아무튼 뻘줌한 상황 속에서 김준은 올라가기 전에 창고에서 정리하는 마리와 도경에게 말했다.
“거기 둘, 올라올 때 아바켐하고 공구 상자 좀 가져와 줘.”
“아, 네!”
김준은 자신의 품 안에 들려있는 육중한 무게의 재봉틀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고, 그렇게 루팅 물자가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 들어와서는 교복에 대한 시선을 줄이기 위해 늦은 밤에도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두 개 있어.”
“흐음, 뭐죠?”
“일단 지금 가져온 이 재봉틀. 해체하고서 싹 한번 손질한 다음에 돌려볼거야.”
“지금 하신다고요? 흐음.”
굳이 내일 해도 되는 걸 필요가 있냐 싶어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안 그랬다간 계속 교복 이야기 추궁될 것 같아서 김준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거 손질 끝나는대로 1층가서 발전기 하나 남기고 다 내릴거야.”
“음?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이거 손질하면서 말해줄게.”
그리고 마리와 도경이 공구 상자를 들고 아바켐이라 부르는 명사의 녹 제거제와 윤활제를 보고서 모두 모이게했다.
8명의 아이들을 앉혀 놓은 다음 보루로 먼지부터 닦아내고 드라이버로 하나하나 해체하는 가운데, 김준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절하고 명국 부부네 다녀오면서 하나 깨달은게 있었어.”
깨달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6명, 그리고 뭔지 알 것 같다는 오늘의 파트너 에밀리와 나니카였다.
“두 번에 걸쳐서 좀비가 집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다들 기억하지?”
“….”
“휘유~”
다들 겁내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중에서 에밀리나 은지는 차분하게 좀비를 잡기 위해 움직였던 아이들이라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내가 거래하면서 닭고기랑 오리 받아오고 줬던 캠핑용 발전기… 그거 돌아가는 소음과 진동.”
“아!”
“진짜 그거 때문이에요?”
“어머, 그럼 우리… 전기 못 써?”
그제야 깨달은 아이들은 서로 웅성거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어느새 재봉틀을 해체해서 녹이 잔뜩 낀 내부 부품을 줄… 약칭 야쓰리라 부르는 공구로 긁어냈다.
그리고 바늘도 날카롭게 벼리고, 윤활제를 뿌리면서 닦아내자 새카만 때가 벗겨졌다.
물론 손과 눈은 분주하게 낡은 재봉틀을 수리하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일단은 전기는 필수지.”
“흐으음, 사실 전기라는 거요. 계산해보면 대략….”
8명중 가장 수학적으로 셈이 빠른 마리는 바로 소비 전기들을 말했다.
“2층과 3층에 있는 냉장고, 그리고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인덕션, 그리고 또….”
“다 합쳐봐야 제일 전기 많이 나가는 건 관정펌프지.”
“아… 전력 소모가 그렇게 심한가요?”
“그러니까 여러 개 붙인 거잖아.
또 두 번째로 많이 전기가 많이 드는거…”
“전기 철망.”
김준은 은지의 대답에 그녀를 가리키면서 엄지를 바로 올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기와 물을 지금 쓰는 것을 또 줄일 수가 없었다.
마른오징어에서는 물이 나올 리가 없었고, 지금도 잘하는 아이들을 두고서 절약을 강요하기도 그랬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부터 발전기를 소음 막을 방음박스 만들어서 담을거야.”
“!”
“일단 필요한게 몇 가지 있는데, 헌 옷가지. 그리고 나무랑 톱으로 해서 직접 만들어봐야지.”
당장에 발전기를 놀릴 수는 없으니 일단은 밤에 관정 펌프를 돌릴만한 정도로 최소한만 남겨놓고 전부 끄러갔다.
2층에서 나와 밖으로 나가 2호 창고 안에 있는 발전기들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위이이이잉
덜덜덜덜덜
다 합쳐 놓으니 확실히 소음이나 진동이 확 느껴졌었고, 이 정도는 그냥 시골에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딸깍
김준은 전원을 내리고 일단 전기철망과 관정펌프를 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나머지는 전부 전원을 내렸다.
그리고 안에 들어왔을 때, 김준이 고쳐놓은 재봉틀을 가지고 은지가 실을 꿰어서 옷을 수선하고 있었다.
덜덜덜덜덜
은지는 수동으로 돌리는 재봉틀을 능숙하게 다뤘고, 다른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리고 에밀리랑 도경이 남는 시간에 전기라도 만들어야겠다며 운동 삼매경.
다른 아이들은 일찍 자러 들어가거나, 각자 할 일을 두고서 하고 있었고, 김준 역시도 발전기용 방음 박스를 만들기 위해 노트를 펼치고 스케치를 해 봤다.
일단 디자인만 제대로 한다면 만드는거야 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밤이 늦게 돼서 하나둘씩 잠자리에 들고, 김준 역시도 불을 끄고 커튼너머의 바깥의 상황을 확인한 다음 조용히 들어가 자려고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나와 안방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메인 이벤터♥”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수 있지만, 지금 시간이 새벽 1시였다.
“나 피곤해.”
“이제부터 아니었어?”
아무래도 삘이 온 것 같았다.
김준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 것은 에밀리였다.
“야, 너.”
“어울려?”
복장이 굉장했는데, 오늘 입고 온 교복중에서 A여고, B여고, C학원의 교복을 어레인지 해서 입고 온 에밀리.
그런데 사이즈가 좀 빈약했다.
블라우스는 가장 작은 걸 입어서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 같이 위태위태, 에밀리의 다이너마이트의 가슴이 팽팽하게 꽉 끼면서 배꼽이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교복 치마도 억지로 줄인 것처럼 미니스커트 차림에 헐겁게 채워서 흔들거리는 벨트, 그 상황에서 엉덩이와 허벅지 끝의 살이 튀어나오는데 다리에는 루즈삭스.
건들거리며 껌을 씹고 오는데 웬만한 일진 여학생은커녕, 서양 야동에 나올 법한 기획물 복장이었다.
“어때?”
“미친, 어쩌자고…”
“짜잔, 이것 봐.”
치마 끝에 콘돔 포장을 주렁주렁 달고 온 모습에 김준은 웃음이 다 나왔다.
“니 몸한테 한참 작은건데, 왜 이렇게 입어?”
“그야 당연히.”
에밀리는 순간 몸을 웅크리다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펼쳤다.
찌직 툭
그 순간 가슴부위에서 단추가 뜯어지면서 김준의 이마를 때리고 공중에 날았다.
가슴에 껴서 단추 터지는 거 만화나 옛날 섹드립 코미디에서나 봤는데, 이걸 실제로 재현했다.
“이거 한 번 해 보고 싶었어.♥”
“하~ 진짜.”
김준은 그 상황에서 그대로 에밀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은 채 그대로 들어올렸다.
“꺄아~”
스파인 버스터처럼 그녀를 들어올린 김준은 바로 침대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