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625화 (625/648)

< 625화 > 협상하는 법 (2)

- 미국 헌터 협회 에커먼 회장의 폭탄 발언. 세계의 뒷면에 이호연을 음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 안젤라 길드. 에커먼 회장을 도와 천재 마법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

이호연은 스마트 워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3일간 돌아다니며 작업을 해놓은 보람이 있다.

드디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구나."

이호연의 진심을 담은 설득이 통한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들은 판데믹이 선정한 VIP들답게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감이 있었다.

물론 세뇌당한 고위직들은 아직도 많았지만, 의식이 뒤바뀐 세뇌와 자신의 목숨이 걸린 VIP들은 절박함부터 달랐다.

그들은 검은 기둥을 부수는 게 왜 나쁜지 말할 수 없다.

강한 세뇌가 아닌 단순히 의식이 바뀌었을 뿐이니까.

그러나 VIP들은 목숨을 걸고 이호연을 변호했다.

이호연의 이미지가 다시 좋아지는 건 금방이다.

벌써부터 효과가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시간문제겠지.

"근데 벌써 3일이나 지났네."

미국에 온 지도 3일이 지났다.

3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서, 장부에 써있는 VIP 중 중요한 인물은 대부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과 프랑스 쪽 일도 끝난 모양이다.

이호연은 다른 뉴스도 확인했다.

- 임솔 마법사와 빅토리아 아카데미 생도의 주도로 한국에 존재하는 검은 기둥이 전부 무너졌습니다. 처음엔 부정적이었던 언론도 외국의 바뀌는 분위기에 조금씩….

- 아이리스 길드를 비롯해 마법사 협회, 미국의 헌터 협회까지. 검은 기둥에 대한 이미지가 점점 반전되고 있습니다. 이호연 마법사는 이런 사태를 예상한 것일까요. 이호연 마법사는 아직 침묵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에 있는 검은 기둥이 전부 부서졌습니다. 아이리스 길드의 주도였지만 그것을 주장한 건 이호연이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 [속보] 미국이 놀라고 프랑스가 무릎 꿇은 천재 마법사 이호연의 통찰력?!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에게 매달린 이유….

히로인들이 한국과 프랑스의 검은 기둥을 부수는 건 3일이면 충분했다.

사실 좀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호연의 생각보다 히로인들이 유능했다.

이호연이 혼자 돌아다닐 때는 자신의 마력으로 전부 해결해야 했지만, 5명이 팀을 이뤄 움직이다 보니 서로 부담을 나눌 수 있어서 더 편했던 모양이다.

그때, 이호연의 머리 위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베카가 뉴스를 틀 때마다 네 욕만 나왔는데 이제 아닌가 봐? 드디어 사람들이 너의 성실함을 알아줬구나?]

"응. 비슷하지.일대일로 만나서 내 진심을 전했더니 다들 동의해주더라고."

이호연은 숙소 안에서 붕붕 떠다니는 릴리아나를 보며 대답했다.

저번에 봤던 강령술이다.

그녀는 허공에 누운 채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흔들려서 스마트 워치에 시선을 고정하기가 참 힘들었다.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있는데 반투명한 릴리아나가 가슴에서 튀어나왔다.

자신의 말로는 검은 기둥을 부수는 일이 끝난 걸 알려주기 위해서 왔다고 한다.

스마트 워치로 연락하면 되는 일을 직접 온 걸 보면 아마 보고싶어서 온 게 아닐까.

릴리아나는 이호연이 보는 스마트워치를 훔쳐보다 흠칫 놀라며 말했다.

[근데 이러다가 갑자기 배신하는 건 아니겠지?! 인간은 야비하잖아.]

"다 대비해놨으니까 괜찮아."

이번 일은 철두철미해야했다. 일단 걸리지않는 게 중요하지만, 후속처리도 중요했다.

마에스트로의 세뇌에 다시 걸리는 것도 대비해놨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상해지면 이호연에게 연락하라고 말해놓는 것도 조건이었으니까.

이걸로 마에스트로의 뒤를 쫓을 수도 있다.

'… 하지만 다시 세뇌를 걸 것 같진 않아.'

자신이 생각하는 걸 그놈이 생각하지 못할 리는 없다.

아마 다른 방법을 찾겠지.

붕- 붕-

이호연이 고민하든 말든 릴리아나는 숙소를 날아다녔다.

어이가 없긴 하지만, 릴리아나 덕분에 외로움이 좀 가셨다.

"릴리아나. 한국에선 다들 뭐 하고 있어?"

-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네가 다른 일을 시킨 게 없잖아.

"걱정하지 마. 이제 또 바빠질 테니까.

- 그건 모르겠고! 그래서 언제 한국에 올 거냐구. 내가 이렇게 찾아왔잖아.

"오늘 갈 거야."

- 헉, 정말?!

"응."

미국에서 할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야지.

이호연도 히로인들을 보고 싶었다.

- 으으음! 그럼 나도 준비해야겠네. 미리 치킨을 시켜놓을게. 기다리고 있어!

릴리아나는 기분 좋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고 뿅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호연은 몸을 일으켰다.

가기 전에 협회장님한테 인사는 해야지.

*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실.

아서 협회장은 응접용 소파에 앉은 채 커피를 홀짝였다.

"벌써 가려는 건가."

"예. 미국에서 할 일이 다 끝나서요."

"… 허어. 이것 참 신기하구먼."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아서 케네디는 눈앞의 이호연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3일 전만 해도 이호연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자신이 도와주려고 해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겨우 3일 만에 미국 내부의 여론을 이렇게 바꾼 건지 너무나 궁금했다.

마치 협박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무한의 엔트로피]를 슬쩍하긴 했지만, 이호연은 그 정도로 나쁜 청년이 아니다.

그 정도 실수는 스승인 자신과 임솔이 잘못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고위직들에게 자신의 비전과 재능을 보여주며 설득했겠지.

그 언변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참 궁금했다.

"그래서 마도구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마법사 협회는 이호연의 요청대로 그가 설계한 마도구를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마도구는 필요한 사람이 있어야 제작하는 법이다.

이 마도구를 어떻게 홍보하고 누구에게 제공하고 싶은지는 이호연에게 물어봐야 했다.

"아직 한국에 설득할 사람들이 조금 더 남아있어요. 제가 금방 연락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래. 어차피 자네에게 받은 도움이 많으니.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지."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믿어주신 만큼 보답할게요."

아서는 고개를 숙이는 이호연을 보며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면서도 예의가 바른 이호연의 모습은 호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청년이 더 많아져야 세상이 평화로워질 텐데….'

아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그게 정말이에요? 릴리아나 씨?"

"웅. 오늘 온다고 하던뎅?"

오물오물.

릴리아나는 순살치킨을 입에 쑤셔 넣으며 대답했다.

이호연을 위해 시킨 건데, 한 조각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는 중이다.

이호연이 오면 또 시키면 되니까 괜찮겠지.

"잘됐네. 다은 양. 애기 아빠가 오면 우리 엄청 힘들었다구 말하자."

"네. 레베카 씨. 제가 레베카 씨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꼭 말할게요…."

"으으응. 착하다. 착해.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누가 같이 잘 차례지? 기억이 안 나면 일단 가장 급한 나부터 하는 게…."

릴리아나가 치킨에 정신이 팔리고 남다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레베카는 자연스럽게 잠자리 순서를 바꿨다.

"순서는 나중에 생각하시죠. 레베카 님. 일단은 그가 여독을 풀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오늘따라 테이블에 앉아있던 스칼렛이 레베카의 계획을 망쳤다.

평소라면 일하러 갈 시간인데도 스칼렛은 외출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부정하겠지만, 보나마나 이호연 때문이었다.

"스칼렛 양. 반응이 옛날과는 달라진 기분이네. 애기 아빠를 기다리느라 출근을 안 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수상해."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감이 좋거든. 혹시 우리 몰래 애기 아빠랑 이상한 일 있던 건 아니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스칼렛 양?"

레베카는 순식간에 자리를 뜬 스칼렛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마지막 순간에 얼굴이 붉어진 걸 보면 분명 뭐가 있는데, 영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때, 릴리아나가 레베카의 앞접시에 치킨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레베카. 화내지 말구 치킨이나 먹어봐. 이거 엄청 맛있당."

"웅. 언니! 치킨 맛있엉."

"야. 남다희. 너 적당히 먹어. 이거 내가 산 거란 말이야."

"릴리아나 씨. 제가 더 시킬게요. 다희도 조금 나눠주세요."

"으음. 다은이가 그런다면…."

남다은은 미소를 지으며 치킨을 하나 더 주문했다.

동생 남다희가 웃는 걸 볼 때마다 자신도 웃음이 나왔고, 다들 화목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기만 해도 참 행복했다.

'이제 한 명만 오면 될 텐데.'

남다은은 빈 자리를 바라보며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오늘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이제 금방 오지 않을까?

띠리링-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여자들이 집 안에 있었으니 집에 들어올 사람은 딱 한 명.

남다은은 종종걸음으로 현관문까지 걸어갔다.

"호연아!"

"다녀왔어. 다은이는 3일 만에 보니까 더 예쁘네."

이호연은 다가오는 남다은을 안아줬다.

대놓고 가슴으로 돌진하는데 안아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없는 3일 동안 고생했을테니까.

겉옷을 벗은 이호연은 안쪽을 보며 말했다.

"다들 안에 있나 보네?"

"응. 호연이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것 같아."

남다은은 자연스럽게 이호연의 겉옷을 챙겼고, 이호연은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테이블에 앉아있던 레베카가 손을 흔들었다.

"애기 아빠!"

"다녀왔어요. 레베카 씨."

"음음. 웅으음. 음!"

"넌 다 먹고 말해."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 다가온 스칼렛이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호연 님."

"너도 고생했어. 스칼렛. 지옥의 마력을 다루는 게 더 익숙해졌더라?"

"… 감사합니다."

"스칼렛 양. 역시 반응이 소녀 같아졌네. 그래도 첫 차례는 나야."

"… 그건 나중에 생각하시죠. 호연 님. 돌아오셨는데 당분간은 쉬실 생각이십니까?"

"그러고 싶은데, 할 게 너무 많네. 높은 사람들을 좀 만나야 해서."

이호연은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오는 길에 수린 누나에게도 연락을 넣어놨다.

습격은 곧 시작할 테니 그 전에 한국에 있는 고위직들도 최대한 세뇌를 풀어놓을 생각이다.

원작에서도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한국에 있고, 중요한 이벤트들은 한국에서 많이 일어난다.

한국에서 움직이기 편해지면 일을 처리하기도 쉬워진다.

"너도 권력의 맛에 취하고 싶은 거야?"

"시끄러워. 릴리아나. 근데 내 치킨은 어디 갔어? 준비해놓는다면서 너 혼자 다 먹으면 어떡해."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헛소리를 무시하며 테이블에 앉아 치킨에 손을 뻗었다.

3일 만에 히로인들과 만나니 자신도 기분이 좋았다.

"호연아. 내가 더 주문했으니까 금방 올 거야."

"역시 다은이 뿐이구나."

"애기 아빠.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니까. 내가 가장 급하다는 걸 인정해줘야 해."

"… 네?"

"무시하셔도 됩니다. 호연 님."

스칼렛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호연에게 차를 내왔고, 이호연은 오랜만에 시끄러운 분위기에 적응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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