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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612화 (612/648)

Chapter 612 - 612화. 범인은 이호연이었습니다. (21)

세상에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고, 모든 걸 못 하는 사람도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남이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있는 재능이 자신에게 없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스칼렛. "

스칼렛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특기는 잠입, 암살, 그리고 기척을 숨기는 것.

누가 봐도 암살자에 특화되어 있는 재능이다.

그 재능은 이호연도 몇 번이나 느꼈다.

자신이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집중력이 약해진다곤 하지만, 자신을 놀라게 하는 건 대부분 스칼렛이었다.

이호연은 그녀의 재능을 알고있다.

겨우 지옥의 마력을 익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가 죽어있는 걸 보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었다.

'지옥의 마력은 못 익힐 수도 있지.'

이호연이 검을 배우는 걸 포기하고 마법에 집중한 것처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그녀에게 의지가 있다면 마력에 대한 건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

"스칼렛. 이거 보여?"

"… 예. 보입니다."

이호연은 손 위에 지옥의 마력을 구형으로 형상화했다.

레베카가 쓰는 그것보다 더욱 짙고 어두운 마력이었다.

방금 백아영을 만나고 온 덕분에 생각났다.

지옥의 마력 중독자.

억지로 지옥의 마력을 받아들이려다 마나 회로가 망가진 사람들.

최근 엄청나게 늘어난 사회문제다.

실제로 몸에 지옥의 마력을 쑤셔 넣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재능이 없는데 억지로 마력을 받아들였으니 마나 회로가 망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호연은 다르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어차피 자신보다 지옥의 마력을 잘 다루는 사람은 없다.

스륵-

손 위에 떠올랐던 지옥의 마력을 잠재운다.

'내가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옥의 마력에 중독되는 이유는 재능 없는 몸에 억지로 지옥의 마력을 받아들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호연 같은 완벽한 마법사가 도움을 준다면 어떨까.

설령 스칼렛에게 지옥의 마력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해도, 이호연의 마력 컨트롤이라면 억지로 몸에 새길 수 있다.

"스칼렛. 지옥의 마련 수련은 내가 도와줄게."

"감사한 말이지만, 대련이라면 조금 휴식이 필요합니다."

"괜찮아. 대련은 아니거든. 일단 나와서 좀 앉아봐."

이호연은 스칼렛의 손을 잡은 채 훈련장 구석으로 인도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고 있는데, 마침 눈에 간이침대가 보였다.

촤악-

간이침대를 펼치고, 스칼렛을 바라봤다.

"누워."

"앉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상한 거로 트집 잡지 말고 누워봐."

스칼렛은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누웠다.

마침 그녀도 긴 훈련에 지쳐서 쉬고 싶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그냥 뭘 하려는 건 지 지켜보기로 했다.

"지옥의 마력 중독자라는 거 들어봤어?"

"예. 들어봤습니다. 역시 호연 님도 정보를 얻는 곳이 있으시군요."

"당연하지.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잖아."

"그렇다면 검은 기둥을 부수는 행동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도 알고 계십니까?"

"응. 그러니까 스칼렛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더 욕먹기 전에 빨리 부술 생각이거든."

"저같은…, 후우."

스칼렛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이호연의 말에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알고 있다.

이호연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재능과 실력은 이상할 정도로 뛰어나다.

레베카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벌써 룬의 결계에 지옥의 마력을 녹여냈다.

아마 자신이 없더라도 검은 기둥 정도는 가뿐하게 부수러 다니겠지.

이호연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힘을 내라며 도와달라고 하는 거다.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자신도 최대한 협조해야겠지.

"그래서 뭘 하실 생각인가요?

"네 몸에 지옥의 마력을 집어넣을거야."

"… 절 지옥의 마력 중독자로 만드실 생각인가요?"

스칼렛은 고개를 들어 이호연에게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호연에게 협조하는 건 좋지만, 천재 마법사의 실험체가 되는 건 싫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스칼렛. 그 사람들 옆에는 내가 없었잖아. 내가 보고 있는데 네 몸에 문제가 생기겠어?"

스칼렛은 마력을 움직이며 몸을 푸는 이호연을 기가 찬 듯 바라봤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지옥의 마력 중독자에 대한 논란은 끝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옥의 마력에 오래 노출되었다는 것만으로 마나 회로가 전부 망가지는 무서운 증상.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평생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스칼렛도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직접 검은 기둥에 들이박는 게 아니라 레베카와 대련을 하며 간접적인 접촉을 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무시하는 듯 이호연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다 생각이 있다니까. 한 번 해보고 너무 이상하다 싶으면 멈출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스칼렛은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실험체로 쓰려는 건 아닌 것 같으니 괜찮겠지. 

설마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진 않을 거다.

"이제 저의 몸을 당신 마음대로 즐기시면 됩니다."

"너도 릴리아나처럼 사람 하나 변태 만드는구나."

"농담입니다. 어느 정도 고통은 참을 수 있으니, 편한 대로 진행하셔도 됩니다."

지금은 프리랜서지만, 스칼렛은 세계 최고의 정보 길드인 아이리스 길드의 에이스였다.

여성이라도 웬만한 고통은 견딜 수 있는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

"후우."

이호연은 집중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허락을 받았으니 할 거면 제대로 해줘야지.

'개안, 심.'

이호연의 눈이 금색으로 빛났다.

스칼렛의 몸에 흐르는 마력을 분석하고, 마나 회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등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온몸으로 퍼트리면 되겠네.'

몸 안에서 지옥의 마력을 뽑아낸다.

스칼렛의 몸에 지옥의 마력이 자리 잡으면서도, 그녀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교한 컨트롤.

하지만 이호연의 머릿속엔 이미 계산이 끝나있었다.

"넣을게. 스칼렛."

"그냥 조용히 작업에만 집중을… 흐읏, 아, 앗."

스칼렛의 몸에 올라탄 이호연은 등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천천히 지옥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읏…."

따끔-

처음엔 등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동시에 검은 기둥에서 느꼈던 두통과 어지러움도 찾아왔다.

스칼렛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 정도는 그녀의 기준에서 고통도 아니다.

충분히 무시할 수 있었다.

"하아. 흡…."

그러나 지옥의 마력이 그녀의 등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상체로 흘러갔을 때.

온 몸이 화끈거리는 고통이 찾아왔다.

스칼렛은 호흡에 집중하며 고통을 참아내려 했지만,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크흡, 끄읏…!"

결국 스칼렛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불에 지진 바늘 몇 천개가 그녀의 몸을 동시에 찌르는 것 같았다.

"스칼렛, 괜찮아?" 

다행히 이호연은 스칼렛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호연은 스칼렛의 상태를 파악하자마자 지옥의 마력을 회수했다.

스칼렛의 몸에서 내려온 이호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스칼렛을 바라봤다.

"미안해. 많이 아팠어?"

"하아, 하아…."

스칼렛은 경련하는 손가락을 보며 침을 삼켰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미안. 많이 아파?"

"…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지속성이 있는 고통은 아니네요."

스칼렛을 괴롭히던 고통은 지옥의 마력을 거두자마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녀가 겪은 고통을 증명하는 건 온몸을 적신 식은땀밖에 없었다.

"스읍. 이상하네. 이렇게 아플 리가 없는데."

이호연은 개안으로 스칼렛의 몸을 다시 한번 살폈다.

어느 정도의 고통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스칼렛이 견디지 못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호연은 그녀의 마나 회로를 살피며 눈을 찌푸렸다.

'지옥의 마력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어.'

물론 고통 자체가 거부 반응의 일종이지만, 본래 새로운 것이 몸에 들어오려고 하면 약간의 거부 반응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건 그녀의 마나 회로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스칼렛에겐 지옥의 마력을 받아들일 만한 재능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호연 님. 기껏 신경 써주셨는데 제가 부족하네요."

"아니야. 으음, 계산이 이상했나봐."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호연은 의문을 가졌다.

자신의 계산은 틀릴리가 없었으니까.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레베카 씨도 다은 양도 금방 마력을 깨달았는데, 저는 항상 늦었거든요."

"… 그런 건 아닐 텐데."

이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뭐가 문제지? 

스칼렛의 몸 내부를 확인해봤지만, 그녀가 지옥의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겐 충분히 재능이 있었다.

'지옥의 마력과 궁합이 나쁜 건 아니야. 심리적인 문제라도 있는건가?'

이호연은 스칼렛을 바라보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 히로인 상태창

[스칼렛]

- [ 호감도 : 100 ] ( + 2.9)

- [ 성욕 : 5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60 ]

현재 상태 : 다은 양과 레베카 씨는 이런 고통 없이도 지옥의 마력을 다루는데. 나는....

[호감도 100 달성 시 이호연을 위해 봉사합니다.]

'레베카와 남다은은 고통 없이도 지옥의 마력을…. 음?'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지옥의 마력과 관련있는 사건이 분명히 존재했었다.

이호연은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

'릴리아나의 마력이 폭주했었어.'

지옥의 문이 열렸을 때.

한국으로 돌아온 이호연을 맞이한 건 쓰러져있는 남다은과 레베카였다.

지옥의 문이 열리며 릴리아나의 금제에 살짝 금이 갔고, 거기서 빠져나온 지옥의 마력에 중독된 것이었다. 

그녀들의 몸에 가득 찬 지옥의 마력을 빼냈던 기억이 있다.

이호연은 그제서야 헛웃음을 지었다.

스칼렛도 자신도 그 일을 까먹고 있었다.

"그래. 그 이후로 지옥의 마력을 빠르게 익혔던 거야."

"예? 무슨 말씀인가요."

"스칼렛. 기억 안 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말이야."

이호연의 말을 들은 스칼렛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뒤늦게 집에 들어온 그녀는 그 사건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 결국 제가 고통을 참아야하네요."

스칼렛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방금 좋은 생각이 났거든."

이호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스칼렛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낙담하는 그녀의 자궁 주변에 기분 좋은 쾌락을 흘려넣었다.

"흐, 흐읏?! 꺄악! 다, 당신. 뭐하시는 건가요!"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느껴지는 쾌감.

스칼렛은 '이런 미친 사람이 있나?' 하는 눈으로 이호연을 바라봤다.

"방금은 어땠어?"

"네?"

"많이 고통스러웠어?"

"그게 무슨…."

스칼렛은 그제서야 자신의 몸 안에 들어있는 불길한 마력을 느꼈다.

아주 조금이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몸 안에서 느껴졌다.

"오늘 밤은 나랑 특훈이야. 스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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