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화 〉 518화. 잠시간 일상 (6)
* * *
"힘들다 힘들어…."
문수린과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돌아온 이호연은 비실 비실대며 문을 열었다.
역시 자세가 문제였나.
섹스 조금 했다고 허리가 더럽게 아팠다.
"다녀왔습니다…. 응?"
이호연은 인기척이 없는 거실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다 어디 갔지?"
혹시나해서 거실이나 부엌까지 확인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집에 사는 여자들이 방에 틀어박혀있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이호연은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혹시 단체로 놀러 나간 건가?'
루시퍼에게 공격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설마 그러진 않았겠지.
릴리아나라면 몰라도 레베카와 스칼렛까지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진 않을 거다.
스마트워치를 켜서 스칼렛에게 연락이라도 해보려던 그때.
릴리아나의 방이 천천히 열렸다.
"드디어 왔구나!…엥. 이호연이네."
"뭐야? 방에 있었어?"
"으응. 다들 나 빼고 나갔거든."
반가운 표정으로 나왔던 릴리아나는 이호연에게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그 모습이 주인을 기다리던 반려동물 같았다.
"걔들은 나가지 말라니까 어디로 간 거야?"
"옆 집."
"… 옆 집은 왜 간 건데?"
"나도 몰랑. 엄청 자주 놀러 가."
옆 집이라면 당연히 엘리스의 집이겠지.
엘리스의 집에 자주 가는 이유가 뭐지?
'아이린을 만나러 가는 건가?'
그녀들이 그 정도로 친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여자들만의 비밀이 있겠지.
원래 예쁜 여자들끼리는 금방 친해지더라.
걸즈 토크가 필요한 날도 있을테고.
"으어어… 그래도 누군가 와서 다행이야. 아무도 없어서 너무 심심했어."
포옥
이호연은 자신에게 안긴 채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릴리아나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입술이 댓 발 튀어나온 게 자신을 빼고 놀러 간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심심하면 방송이라도 하지 그랬어."
"요즘 시청자가 줄어서 재미가 없어. 내가 얼마나 예쁜데 왜 안 보는 거야? 멍청한 인간들."
"… 그런 태도라서 안보는 거 아니야?"
한때는 릴리아나가 우리 집의 생활비를 담당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릴리아나가 방송으로 돈을 벌 필요는 없어졌다.
남다은을 구하며 많은 돈을 벌기도 했고, 여러 가지 돈을 벌 구석이 생겨났으니까.
"예전에는 릴리아나 네가 번 돈으로 치킨 먹고 그랬는데. 그치."
"지금도 수입은 많거든. 시청자가 적어져서 그렇지."
"그래그래. 몇 명이나 줄었길래 그래?"
"원래 만 명이 넘었는데 어제 9000명 밖에 안보더라고. 기분 나빠서 조금만 하다가 꺼버렸어."
"너 계속 그런 식으로 방송하면 망한다. 진짜 망하면 울면서 징징댈거잖아."
"… 진짜 망하는 건 싫어. 하지만 서운한 걸."
릴리아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남다은의 동생인 남다희보다도 정신연령이 어린것 같다.
가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직 인간 세상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루 종일 지옥에서 게임만 하던 버릇이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르고.
"이리 와. 오랜만에 같이 텔레비전이라도 보자."
"응."
이호연은 넓지막한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벌려 릴리아나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었다.
그 틈으로 익숙하게 엉덩이를 집어넣은 릴리아나는 이호연의 가슴에 등을 기댔다.
릴리아나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물론 그 집에 가면 내가 지루한 티를 내긴 하지만, 그래도 날 놓고 가면 안 되는 거잖아. 그렇지?"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러는데?"
"잘 안 들어서 몰라."
"… 그랬구나."
이호연은 울상인 릴리아나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스칼렛과 레베카가 무슨 생각으로 릴리아나를 두고 가는 지 알 것만 같았다.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릴리아나가 테이블에 있는 찻잔을 건드리며 놀고 있다면 당연히 다음에는 놓고 와야겠지.
"아무튼 난 잘못한 거 없어."
"다음에 내가 좀 더 일찍 와서 놀아줄게."
"거짓말쟁이. 매일 늦게 오면서."
"미안해. 릴리아나."
칫. 칫.
이호연은 불평의 소리를 내뱉는 릴리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예전에는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줄어들었으니 릴리아나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러고 있으면 예전 생각나지 않아?"
"으응. 내가 집의 가장이던… 아니, 지금도 가장이야!"
"아무도 뭐라고 안 했어."
이호연은 자세를 고쳐 앉기 위해 릴리아나와 잠깐 떨어졌다.
이렇게 딱 붙어있으면, 눈치없이 커진 물건이 릴리아나와 닿게된다.
착
하지만 릴리아나는 눈치도 없이 다시 엉덩이를 갖다 붙였다.
"왜 뒤로 도망가는 거야?"
"으음…. 그게."
"응? 아하. 단단해졌구나. 서큐버스의 엉덩이에게 굴복했어."
"…."
릴리아나의 헛소리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엉덩이에 닿는 자신의 물건에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자식은 왜 방금 싸고 왔는데도 반응하는 거냐고.
"예전에는 하루에 5번도 하고 그랬잖아. 지금 마침 아무도 없어."
"… 해줄 수는 있는데, 오늘 진짜 컨디션이 안 좋거든? 조금만 쉬고 하면 안될까?"
어느새 몸을 돌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릴리아나를 보니 금방 성욕이 올라왔지만, 아직도 허리가 아팠다.
그래도 이호연에게는 높은 자가 치유력이 있으니, 조금만 쉬면 금방 좋아질 거다.
"그럼 입으로 빨게 해 줘. 정액 보충이 필요해."
"… 그래. 그럼 입으로 해."
"히히. 맛있겠당."
몸을 숙인 채 바지 위로 자지를 주물럭거리던 릴리아나는 이호연의 허락을 받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귀두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물기.
릴리아나의 입은 방금까지 나누던 헛소리들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로 기분 좋았다.
서큐버스 특유의 혀놀림은 펠라치오만으로도 사정할 수 있는 위력이 있었다.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릴리아나, 내 자지 맛있어?"
"아니. 별 맛 안 나는데? 지금 네 팔을 핥아봐. 그 맛 하고 비슷할걸."
"…."
릴리아나는 자지를 빠는 것을 멈추고 자지를 볼에 붙인 채 말했다.
저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니까 당황스럽네.
심지어 자기가 맛있겠다고 해놓고, 물어보니까 저러는 건 매너가 아니잖아.
"서큐버스면 서비스로 야한 말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내가 왜?"
"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이호연도 원래 이런 말을 시키지는 않는다.
상대가 릴리아나라 한 번 해봤는데 저런 대답이 오니 왠지 슬펐다.
쪼옥 쮸붑
물론 그 불만은 금방 사라졌다.
릴리아나의 뜨거운 숨결이 이호연의 사타구니를 간지럽힌다.
넓은 소파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이호연의 다리 사이에 엎드린 릴리아나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이호연의 자지를 빨았다.
"으음… 음, 쪼옥. 쪽쪽."
착정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거겠지.
릴리아나의 머리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정액을 뽑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둥을 조이는 입술과 요도를 파고드는 혀.
서큐버스의 펠라치오는 금방 싸고 온 자지도 흥분하게 만들었고, 끈적한 타액에 둘러싸인 자지는 금방 사정감이 올라왔다.
석유를 뽑는 굴착기처럼 고개를 흔들어대니 이호연도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릴리아나. 입에 쌀게?"
"읍읍. 으읍."
고개를 끄덕거린 릴리아나는 팔로 다리를 붙잡은 채 자지를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었다.
목구멍의 강한 조임과 까슬까슬한 목구멍 안쪽의 감촉에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머리를 꾹 누르며 사정을 시작했다.
"후우…. 큭. 끝까지 빨아내 줘."
"으음. 꿀꺽."
릴리아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내기 위해 사정이 끝나고도 자지를 1분 넘게 물고 있었다.
푸하
"잘 먹었습니다. 주인님."
입술을 훔치며 고개를 꾸벅 숙인 릴리아나는 입에 남은 정액을 삼키며 웃었다.
서큐버스는 본래 정액의 향과 맛에 거부감이 없지만, 이호연의 정액은 특별했다.
설탕이 듬뿍 담긴 커피보다도 달았다.
서큐버스인 릴리아나도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희귀 체질이다.
"역시 맛있어. 나중에 나이 먹고 마법 못 쓰면 카페라도 차리는 게 어때? 이걸로 장사하면 분명 대박일거야."
"제발 이상한 소리는 하지말아줘라."
아무리 정액이 달다고 해도, 그걸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까 먹었던 저녁이 올라올 것 같다.
이호연은 눈을 찌푸리며 릴리아나의 머리카락을 흐트려뜨렸다.
"진짜 맛있는뎅…."
"알겠으니까 이리 와. 티비나 보자."
아까처럼 앉았다가는 섹스 분위기로 갈 것 같았으니, 이번에는 옆에 앉히기로 했다.
이호연은 릴리아나를 옆에 앉힌 채 어깨에 팔을 둘렀다.
판데믹의 테러가 가속화되면서 국제 사회의 협력이 불가피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뉴스에서 중요한 내용이 나오는 것 같길래 잠시 채널을 멈췄다.
"뉴스는 재미없는뎅."
"잠깐만 볼 거야."
릴리아나의 불만을 잠재운 이호연은 아나운서가 전하는 상황에 집중했다.
검은 기둥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아이리스 길드에서 찾아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속보입니다. 서울 동구를 덮친 판데믹의 마인들이 주민을 생포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헌터 협회와 빅토리아 아카데미에서 지원을 보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인데요….
"스카웃이 바깥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했어."
"그런 것 같네."
판데믹의 테러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기득권은 각자의 이권을 챙기고, 그걸 본 국민들이 원성을 보내고 있다는 뉴스였다.
지옥 출신인 릴리아나가 있을 때 저런 뉴스를 보여주니 괜히 창피했다.
"인간들은 왜 협력을 못하는 걸까? 바보들인가?"
"지옥 출신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네 고향은 지옥이잖아."
"지옥은 힘이 센 놈 말은 잘 들었거든. 의외로 살기 좋은 곳이야."
…힘이 센 놈한테는 살기 좋은 곳이겠지.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말을 들으며 소파에 몸을 맡겼다.
한 발 뽑은 상태로 쉬려니까 눈이 절로 감길 것 같았다.
조물조물.
"응…?"
"조금만 만질게."
"계속 만져도 상관없엉. 채널은 내가 바꿔도 괜찮지?"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부드러운 가슴을 만지며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낮잠을 자버리면 밤에 잠을 못 잔다.
띡 띡
릴리아나가 보고 싶은 채널을 찾는 동안, 이호연은 몸에 마력을 회전시키며 잠을 몰아냈다.
억지로 피곤을 몰아내고 나니 릴리아나도 볼 채널을 찾은 상태였다.
"이렇게 있는 것도 오랜만이야."
"그렇긴 하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던 이호연은 릴리아나의 옆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이 세계에 빙의했을 때와 비교하면 주변의 환경이 180도 달라졌다.
비록 자신의 생각은 그대로였지만… 이제부터라도 의식적으로 달라져야지.
"앗?!"
"깜짝이야. 왜 그래?"
이호연의 품에 안겨있던 릴리아나가 뜬금없이 소리를 질렀다.
"나, 생각났어."
"뭐가?"
"스카웃하고 아이린이 옆 집에서 하던 말."
"… 뭔데 그래?"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지?
혹시 자기 뒷담화라도 들은건가?
이호연은 릴리아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어… 그러니까 빅토리아 공원, 저주… 그리고 뭐더라? 가짜 던전?"
"… 뭐?"
별생각 없이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이호연은 눈을 크게 떴다.